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02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02화(1002/1002)
제1002화
쿠와아아아앙!
라리안은 타천이 쏘아낸 어둠의 파동을 막아내며 눈매를 찌푸렸다.
‘확실히 위력 자체가 달라졌군.’
지금까지는 다섯 개의 단검으로도 타천의 마법을 여유롭게 쳐낼 수 있었지만, 놈에게 날개가 돋아난 이후에는 일곱 개의 단검을 모아도 막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예상한 대로야.’
타천의 변화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이대로 싸움을 이어간다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피아아아앙!
라리안이 손끝의 마나로 여덟 개의 단검을 동시에 조종하여 타천의 급소를 노렸다.
우우우우웅!
하지만 단검들은 짙은 마나를 머금고 있음에도 타천을 찌르지 못하고, 그가 세운 빛의 장막 앞에 막혀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단검이라 그런 걸까요?”
타천이 손가락을 튕겨서 단검의 날을 후려쳤다.
“힘이 약한데요?”
“아닐걸?”
라리안이 손목을 돌리자, 단검들이 나선으로 회전하며 타천이 일으킨 빛의 장막을 뚫어냈다.
“허?”
타천이 헛바람을 흘리며 어둠을 펼쳐내려고 했지만, 단검들은 이미 칼날에 머금고 있던 마나를 폭발시켰다.
쿠와아아아아앙!
단검에 저장해두었던 마법들이 연달아 개방되며 타천과 그의 주변 공간이 이 대륙에서 사라질 것처럼 거세게 터져나갔다.
치이이이익!
하늘까지 솟아오른 검은 연기가 밀려나며 타천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의 우측 상체와 좌측 하체가 붉은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확실히 맵기는 하군요.”
타천은 살이 뜯겨나간 오른쪽 어깨와 왼쪽 허벅지를 보며 웃었다. 싸움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지만, 그가 손을 까딱이자, 시간이 돌아간 것처럼 상처가 지워졌다.
“물론 속이 쓰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타천은 그저 입만 매울 정도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속이 쓰릴 때까지 맞으면 되겠네.”
라리안이 서늘한 시선을 띄우며 아홉 개의 단검을 가슴 앞으로 띄웠다. 단검들의 검극이 서로 맞닿으며 똑같은 파란빛이 이어진 순간 그 중심에서 찬란한 광휘가 솟아올라 타천에게 쏘아졌다.
쿠와아아아앙!
타천은 빛과 어둠의 장막을 펼쳐내 라리안이 일으킨 섬광을 막아냈다.
쿠구구구구!
두 기운이 서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호각이었기에 하늘과 땅에 자욱한 균열이 벌어졌다.
‘이대로 밀어붙이다가….’
라리안이 남은 단검을 움직여 타천의 뒤를 노리려고 할 때였다.
파아아아아!
자신의 발아래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음?’
라리안이 눈동자만 굴려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죽었나….’
멀린은 숨이 끊어졌고, 라온은 그 결과에 충격을 받은 듯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그럼 조금 전에 느껴진 기운은… 아니, 잠깐!’
라리안이 멀린을 잡고 있는 라온을 살피다가 눈을 부릅떴다.
‘라온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
라온의 육체에서 허무가 피어나고 있었다. 지금 저 아이의 몸에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았다.
‘죽은 건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
라온의 육체에 생기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죽은 건 절대 아니다.
환자를 살피다가 갑자기 영혼이 사라지다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들켜서는 안 돼.’
라리안이 단검의 마력을 뚫고, 앞으로 걸어 나오는 타천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저놈이라면 나와 싸우는 와중에도 라온을 노릴 거야.’
타천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추악한 괴물이다.
멀린은 죽었고, 라온은 영혼이 빠져나갔으며, 그의 수하는 싸울 힘이 없기에 타천의 일격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
라리안은 타천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향할 수 있도록 샛노란 단검을 거칠게 튕겼다.
“이번 건 조금 아플걸?”
짙은 벼락을 두른 단검이 허공을 격하고 나아가 타천의 뒤통수를 뚫어내려고 할 때 음습한 검은 안개가 떠올랐다.
퍼어어어억!
벼락의 단검은 검은 안개 때문에 타천을 찌르지 못하고, 허공에 강렬한 뇌전만 뿌렸다.
쯧.
라리안이 혀를 차고서 노란 단검을 다시 손으로 가져왔다.
“수하를 부른 건가?”
비웃음을 흘리며 타천의 뒤에 떠오른 검은 로브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단검을 막아낸 검은 안개는 타천이 아니라, 저자의 능력이었다.
‘초월자로군….’
상위 초월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단검을 막아낸 것을 보면 확실히 초월을 넘어선 마법사였다.
스으으으.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았다.
‘해골?’
라리안이 눈매를 깊게 찌푸렸다.
‘벌써 새로은 망혼귀를 구한 건가?’
망혼귀는 저 아래에 있는 라온과 멀린이 죽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리치의 가면이라고 해도 또 부활을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저건 리치가 아니야.
제대로 보니, 검은 로브의 남자가 쓰고 있는 가면은 안구와 입의 구멍이 굉장히 컸다. 해골보다는 유령에 가까웠다.
‘이제 알겠어.’
레이스로군.
레이스는 언데드 몬스터의 한 종류로 허공을 떠다니며 사람들의 혼과 마나를 흡수하는 날파리 같은 놈들이다. 흔히들 유령이라 부르는 악령들의 정체는 대부분 레이스였다.
스으으으으!
레이스의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는 어둑한 차원을 열고, 그 안에서 새까만 빛을 띤 거대한 낫을 꺼냈다. 그 모습은 꼭 영혼을 베어간다는 지옥의 사신을 연상케 했다.
‘보통 놈이 아니야.’
초월에 오른 무력도 무력이지만, 저 낫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정상적이지가 않았다. 위험한 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저놈 혼자가 아니라는 거지만.
타천이 불러낸 것은 저 레이스의 가면만이 아니다. 그의 발밑으로 에덴의 간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위험한데….’
자신은 누가 와도 버틸 수 있지만, 밑에 있는 라온은 아니었다. 영혼이 떠나버린 그는 어린아이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빈틈이 많았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시선을 좀 끌어야겠군.’
라리안이 짤막한 숨을 내뱉고서 턱을 까딱였다.
“저 떨거지들은 언제 부른 거야?”
단검을 들어서 레이스의 가면을 쓴 귀신과 다른 에덴의 간부들을 가리켰다.
“부른 게 아닙니다.”
타천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이 우리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피해가 커지기 전에 물러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쪽으로 올 수밖에 없다며 가늘게 웃었다.
“물론 당신이나, 체임버 님 때문에 본단을 떠나는 건 아닙니다.”
타천은 글렌 지그하르트 때문에 물러나는 거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눈치채지 못한 건가.’
라리안은 타천의 시선을 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열 개의 단검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형악귀, 사무귀, 참마귀. 당신들은….”
타천이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서 라온과 멀린을 가리켰다.
“저들을 죽이세요.”
그는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 급의 간부들에게 라온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쿠구구구구!
타천의 명령을 받은 에덴의 간부들은 서늘한 투기를 뿜어내며 땅을 박차고 라온에게 돌진했다.
‘젠장!’
라리안이 사이하게 웃는 타천을 보며 입술을 깊게 씹었다.
‘저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타천은 처음부터 라온의 상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방심시킨 후 수하들에게 공격 지시를 내렸다. 지독한 놈이었다.
“얼마든지 오거라!”
마크 괴튼이 두 손으로 도를 잡은 채 라온과 멀린의 앞에 섰다. 그는 오러와 체력을 모두 소모하여 손을 떨고 있음에도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쯧.
라리안이 짧게 혀를 차고서 네 개의 단검을 아래로 내던졌다.
쿠와아아아앙!
네 개의 단검은 동서남북의 네 방위에 꽂히며 라온과 멀린, 마크 괴튼을 보호하는 방어의 마법진을 세웠다.
쿠와아아아아앙!
그랜드 마스터인 형악귀가 거대한 망치를 내리쳤지만, 라리안이 만들어낸 단검의 보호막에는 작은 금도 가지 않았다.
캬갸갸갸걍!
다른 에덴의 귀신들도 투기와 주술, 마법을 쏟아냈지만, 라리안의 보호막은 철벽처럼 흔들리지 않은 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완벽하게 보호했다.
파아아아앙!
라리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눈앞에서 타천의 빛 마법이 폭발했다.
쩌어어어엉!
남아 있는 여섯 개의 단검으로 빛을 막아냈지만, 너무도 빠른 속도에 왼쪽 어깨의 살이 조금 뜯겨나갔다.
“여섯 개라? 그걸로 될까요?”
타천은 느려진 게 보인다며 가늘게 웃었다. 그가 손가락을 모으자, 하늘과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빛과 어둠의 구체가 자신을 짓누를 듯 압박해 왔다.
“어차피 이 단검은 도구일 뿐이야.”
라리안이 코웃음을 치며 여섯 개의 단검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심장의 마나를 단검과 이으며 타천이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구체를 찢어버렸다.
“칫….”
라리안이 떨려오는 손가락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쉽지 않군.’
라온을 지키는 네 개의 단검에 마나와 정신력을 쏟고 있어서 타천의 공세를 막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지금은 기회를 노려야 해.
아직 자신은 모든 무기를 꺼낸 게 아니다. 방어에 집중하다가 타천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한 번에 찔러서 놈을 죽여야 했다.
퍼버버버벅!
타천은 자신과 달리 빠르게 끝을 보고 싶은 듯 빛과 어둠을 두른 마법을 연달아 퍼부었다. 다만 상위 초월자답게 그렇게 공격을 하면서도 빈틈을 드러내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
라리안이 밀려오는 어둠의 파도를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반격을 생각할 때가 아니네.’
저 어둠에 담겨 있는 기운을 보니, 전력을 다해야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찌지지지직!
라리안이 여섯 개의 단검에 깃든 마나를 개방하여 타천의 공세를 차단할 때였다.
캬아아아앙!
마나의 장벽이 갑자기 부서지고, 좌측 허리가 어둠에 깊게 파여나갔다.
“이건….”
라리안은 검은 피가 흘러내리는 허리의 상처를 손으로 잡으며 눈매를 구겼다.
“네 솜씨가 아니군.”
타천이 아니라, 그의 뒤에 숨어 있는 레이스의 가면을 쓴 남자를 보며 이를 갈았다.
“맞습니다.”
타천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이 쓰고 계시는 가면은 레이스의 왕, 펠린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흡마귀라고 불리고 있지요.”
그는 잘 알아차렸다며 검은 낫을 세우고 있는 흡마귀의 어깨를 두드렸다.
“흡마귀….”
라리안이 레이스의 가면을 쓴 남자를 보며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아무리 레이스의 왕이라고 해도 마법을 흡수할 수는 없을 텐데?”
레이스는 마나와 영혼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마법을 흡수하지는 못한다. 경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자신의 마법을 부순 건지 모르겠다.
“저 낫 때문이죠.”
타천이 턱을 까딱여서 흡마귀가 들고 있는 검은 낫을 가리켰다.
“저 낫은 술식을 부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나를 흡수하는 레이스와 술식을 부수는 낫이 만났으니, 마법이 깨질 수밖에 없지요.”
그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당신에게 있어서는 천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니, 모든 마법사들의 천적이 되겠죠.”
타천은 재밌지 않냐는 듯 가느다란 미소를 그렸다.
“잘도 주절거리네.”
“정보가 새어 나갈 일이 없으니까요.”
그는 자신과 라온이 이곳에서 죽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 그래도 에덴의 수장이라는 놈이 2대1로 싸워야 하나?”
라리안은 허리의 상처를 지혈시키며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이죠. 저는 정정당당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기면 그만 아닐까요?”
타천은 흡마귀의 힘을 빌린 게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 그래야 타천이지.”
라린안이 비웃음을 흘리며 어금니를 씹었다.
“둘이서 덤벼. 다 받아내면 그만이니까.”
여섯 개의 단검을 허공으로 띄우며 깊은 숨을 들이켰다
캬갸갸갸걍!
여섯 개의 단검은 서로 날을 부딪치며 자신의 가슴 앞으로 거대한 마나를 응축시켰다.
쿠와아아아아!
라리안이 여섯 단검의 마나를 압축하여 쏘아낸 광채는 타천이 일으킨 빛과 어둠을 밀어내고, 그의 가슴으로 쏟아졌다.
파아아아앙!
하지만 흡마귀가 검은 낫을 휘두르자, 자신의 마나가 지워진 것처럼 쓸려나갔다.
마나를 흡수하는 레이스의 특성과 낫이 지닌 술식 파괴의 힘은 정말 마법사의 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퍼어어억!
반면 타천의 마력은 자신의 방어를 부수고, 허벅지를 뚫어버렸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어.’
타천과 흡마귀를 상대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래를 지키는 것도 문제다.
라온과 마크 괴튼을 지키는 마나의 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계속된 충격 때문에 마나가 빠르게 빨려 나가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퍼어어억!
결국 집중력이 깨지며 타천이 쏘아낸 하얀 섬광을 놓치고, 우측 가슴이 꿰뚫렸다.
“으음….”
핏물이 흐르는 상처를 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위험해.’
허리나 허벅지를 당할 때와 달리 가슴의 상처는 그 즉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말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었다.
‘조급해지는 건 나였군.’
어쩔 수 없지만, 이 상황에서 급한 사람은 타천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결국 꺼내야 하나.’
라리안이 숨겨둔 수를 쓰기 위해서 심장의 마나를 끌어내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우우웅!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멀린의 몸에서 따스하면서도 장대한 붉은 빛이 타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
멈췄던 그녀의 심장이 고산의 북소리처럼 약동하고, 빠져나가던 생기가 화산의 열기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부활?’
아니, 세상에 그런 것은 없어.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지금 자신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깨져서 흩어졌던 멀린의 마나 서클이 저절로 이어지더니, 아예 새로운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그녀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다. 열 번째 서클. 초월의 영역이었다.
“이 무슨….”
타천조차 경악한 듯 입을 벌린 채 멀린과 라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초월자들의 싸움조차 멈춰버린 신비로운 빛과 열기 속에서 라온과 멀린이 동시에 눈을 떴다.
*
*
*
투드드득.
에블린은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킨 후 금이 간 노파의 가면을 제 손으로 벗었다.
화아아아아!
가면 아래로 나타나는 사람은 절세라는 단어가 오히려 빛이 바라는 듯한 보랏빛 눈동자의 미녀였다. 그녀는 농염함과 청초함이 어우러진 눈빛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몸은 어때?”
라온은 이 세계를 느끼는 듯 눈을 내리감은 에블린에게 손을 뻗었다.
“최고야.”
에블린은 열 개의 서클이 휘도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전부 네 덕분이야.”
그녀는 그저 고맙다고 말하며 라온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살았다고? 그 죽음 속에서?”
타천 역시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 금색의 눈을 부릅떴다.
“오랜만이네.”
에블린이 타천을 올려보며 입매를 길게 말아 올렸다.
“타천. 아니, 나는 현인이라고 불러야겠지?”
그녀는 타천을 조롱하듯 턱을 까딱였다.
“…기억을 찾았나 보군요.”
타천은 멀린의 변화를 느낀 듯 눈매를 깊게 좁혔다.
“그래. 라온 덕분에.”
에블린은 따스한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내 이름도 찾았고, 엄마도 다시 볼 수 있었어.”
그녀는 너무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초월에 올랐다고 해도 이 싸움의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까.”
타천이 변하는 것은 없다고 외치며 빛과 어둠을 응집시킬 때였다.
퍼어어어어엉!
마나의 흐름이 비틀어지며, 그의 손아귀에 모여들던 빛과 어둠이 저절로 터져나갔다.
“크윽!”
타천이 찢겨나간 손아귀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달라질 게 없을 수가 있나.”
에블린이 경악한 타천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 500년 전에 나한테 털렸잖아.”
그녀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손가락을 까딱였다.
“또 내 발밑에 꿇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