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07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07화(1007/1042)
제1007화
“하, 할아버지?”
라온은 눈앞에 서 있는 글렌의 곧은 등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여기에….”
라리안이 죽을 위기에 처했기에 목숨을 걸고, 마왕강림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글렌이 나타나서 천마의 권격을 막아줄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또 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
글렌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라리안과 준비를 했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고생한 모양이구나.
그는 자신과 에블린을 보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저, 저는….”
라온이 떨려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이번 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었지만, 글렌의 미소를 보자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네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자꾸나.”
글렌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듯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다시 천마를 바라보았다.
“글렌 지그하르트.”
천마는 허무의 불길을 담고 있던 눈동자에 환희의 빛을 일으키며 짙은 탄성을 흘렸다.
“당신이 이곳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적이 아니라, 마치 오랜 친우를 만난 것처럼 반가움을 드러냈다.
글렌의 기파를 정면에서 마주하고서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천마는 그 이름처럼 높고도, 고고한 무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는 천마라고 부르면 되나?”
글렌이 천마를 보며 턱을 삐딱하게 틀었다.
“이름이 바뀌니, 하는 행동도 바뀐 모양이로군.”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이전의 너라면 성에 차지 않는 아이들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텐데?”
글렌은 못 본 사이에 추해졌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이미 손을 썼으니, 핑계는 대지 않도록 하지.”
천마는 그 추함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 둘에게 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글렌의 뒤에 서 있는 라온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네가 보호하는 그 아이들이 타천을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천마는 손을 펼쳐서 타천의 가면 조각을 띄웠다.
“…….”
글렌은 가면 조각에서 희미하게 피어나는 타천의 영혼을 느끼고도 무거운 기세를 지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네 눈에 찰 정도는 아닐 텐데?”
그는 오히려 더 화가 돋아오른 듯 눈썹을 깊게 구겼다.
“이유는 있지만, 말하고 싶지는 않군.”
천마는 이 상황을 말로 풀어낼 생각이 없다는 듯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
글렌과 천마는 한 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기파를 끌어 올렸다.
콰르르르르!
글렌의 손끝에서 피어난 뇌전이 천공을 휘감고, 붉은 비를 떨어뜨렸다.
쿠우우우우!
천마의 어깨에서 솟구친 검은 기류가 대지를 바스러뜨리고, 끓어오르는 용암을 불러일으켰다.
두 초월자의 절대적인 기파에 재앙과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물러나자.”
라리안은 라온의 팔을 잡고, 뒤로 훌쩍 물러섰다.
“무식한 새끼. 더럽게 아프네.”
그녀는 천마와 떨어진 후 빨갛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털어내며 인상을 구겼다.
“마탑주님이 가주님을 부르신 겁니까?”
라온이 라리안을 보며 짧은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데루스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이 됐네.”
라리안은 천마가 아니라, 데루스를 대비하기 위한 장치였다며 픽 웃었다.
“그걸 어떻게….”
“나는 천기 따위는 믿지 않으니까. 경험으로 판단했을 뿐이야.”
그녀는 타천의 가면 조각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대화는 나중에 하고, 더 물러나는 게 좋겠어.”
라리안은 글렌의 근처에 있다가는 뼛조각 하나도 남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에블린과 마크 괴튼이 있는 곳까지 물러섰다.
“괴물들은 괴물끼리 싸우라고 놔두자고.”
그녀 본인도 괴물이지만, 천마나 글렌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라온이 바닥에 쓰러진 에블린과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마크 괴튼에게 다가갔다.
“버틸 만해….”
에블린은 버틸 만하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 저도 괜찮습니다.”
마크 괴튼은 내상 때문에 피를 토하면서도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괜찮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에 잘 봐둬야 할 것 같았다.
“치유 마법은 다 썼으니까. 내상약이라도 먹어라.”
라리안이 허공에서 동그란 단약을 꺼내서 에블린과 마크 괴튼에게 먹여주었다.
“라온 너도.”
그녀는 자신에게도 내상약을 건네주었다. 초콜릿 같은 간식을 주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
라온은 라리안이 준 내상약을 씹으며 천마와 마주 선 글렌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실까?’
천마는 저 절대적인 무력 외에도 마왕의 권능을 지니고 있기에 처음으로 글렌이 걱정되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라리안은 자신의 표정을 읽은 듯 어깨를 툭 쳤다.
“저 사람은 안 져. 특히….”
그녀가 자신을 보며 큼지막하게 웃었다.
“네 앞에서는 절대로.”
-저 말이 맞느니라.
라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팔불출 영감을 걱정할 시간에 내상이나 회복시키거라.
녀석은 글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입맛을 다셨다.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조금이지만 마음이 놓였다.
우우우우웅.
라온이 불의 고리와 만화공을 운용하며 글렌의 앞에 선 천마를 살폈다.
그는 자신과 에블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듯 이쪽으로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이제 에덴을 일으키려는 건가.”
글렌이 천마를 보며 한쪽 눈썹을 내렸다.
“아니. 지금은 타천과 맹약 때문에 왔을 뿐이다.”
천마가 하나 남은 천마령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웃기지 않나?”
그가 천마령 옆에 있는 타천의 가면 조각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천기를 읽는다며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아는 척하더니, 결국 이런 꼴이다.”
천마는 타천을 비웃듯 가면 조각을 손가락으로 두드린 후 무복의 주머니에 넣었다.
‘역시….’
라온이 천마의 조롱을 들으며 눈매를 찌푸렸다.
‘타천과 천마는 좋은 관계가 아니야.’
천마의 말을 들어보면 같은 세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빠보였다.
“다만….”
천마가 붉은 눈동자를 라온에게 돌리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 타천의 예지가 틀리는 건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당신의 손자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군.”
그는 아직 라온이 탐 난다는 듯 담백하게 입맛을 다셨다.
“그래. 특별하지.”
글렌은 순수하게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그는 라온이 천마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릇을 가지고 있다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건 곧 알게 되겠지.”
천마는 가늘게 웃으며 손아귀에 올라온 힘을 풀었다.
“사실 지금은 당신과 부딪칠 때가 아니다. 잘난 천기쟁이가 정한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투구 속 눈동자에 붉은 열기를 띄우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맛 정도는 봐도 되겠지.”
천마가 육중한 발을 뻗자, 그의 어깨 위에서 검은 투기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 어둠은 빛을 집어삼킬 정도로 짙고도 깊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잘 되었구나.”
글렌이 거만한 자태로 턱을 치켜들었다.
“나도 너를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가 화를 풀어야겠다고 말하자, 천지사방에서 천둥 벼락이 내리치며 까뭇한 밤을 붉게 번쩍였다.
“하늘에 오른 마라는 그 이름이 진짜인지, 지금 확인하도록 하지.”
글렌은 본인이 하늘이 되어주겠다며 허리춤에서 진천검을 뽑아 들었다.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까?”
천마는 글렌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서늘하게 웃었다.
“노쇠하여 썩어가는 그 몸으로 인과율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그는 시작하자는 듯 가늘게 말아쥔 주먹을 뻗었다.
후우우우웅!
강하게 내지르지도 않은 주먹이었건만, 투기가 솟구치며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신력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권격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글렌은 공간을 찢어발기며 쇄도 해오는 천마의 권격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고, 평온하게 왼손을 들어 올렸다.
파아아아아앙!
글렌은 검을 세우지도 않고, 왼손 하나만으로 천마의 권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말이 많더니, 이게 전부인가?”
그는 검은 투기를 붉은 오러로 짓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좋군. 흥이 떨어질 일은 없겠어.”
천마는 오히려 글렌의 그 말이 반갑다는 듯 입매를 말아 올렸다.
신기하게도 그의 전투 자세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다. 투기장의 투사들처럼 자유로운 형세를 갖추고 있었다.
파아아아앙!
천마가 진각과 함께 주먹을 내지르자, 공간이 연달아 터져나가며 글렌의 눈앞으로 흑색 투기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빛과 오러를 집어삼키는 아귀 같은 기운이었다.
촤아아아아아악!
글렌이 검술 연습을 하듯 가볍게 진천검을 내리긋자, 천마가 내지른 권격이 반으로 갈라진 채 땅으로 가라앉았다.
“요즘은 뇌신이 아니라, 검신이라 불린다고 하더니, 그 이유가 있군.”
천마가 재밌다는 듯 입매를 말아 올렸다. 그는 손가락에 응집된 원형의 투기를 튕겨낸 후 그 거대한 육체로 글렌에게 돌진했다.
쿠와아아아아앙!
글렌이 눈앞에서 폭발하는 투기를 검격으로 지워버렸을 때 천마가 좌측에서 짓쳐 들었다.
후우우웅!
천마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글렌의 허리를 향해 권격을 내질렀다. 주먹을 뻗어내는 순간 이미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공세였다.
“네가 평가할 이름이 아니다.
글렌은 담담하게 답을 하며 폭발을 견뎌낸 진천검을 거꾸로 돌려 천마의 권격 앞에 세웠다.
쿠와아아아아앙!
진천검은 지고의 방패가 된 듯 천마의 직접적인 권격 앞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초월의 의념까지 지워버리는 검의 신기였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천마가 발끝으로 땅을 밀어내자, 그의 몸이 글렌의 우측에서 솟아올랐다. 축지라는 술법처럼 정말 땅 자체가 접힌 것처럼 보였다.
쿠구구구구구!
천마가 말아쥔 주먹 위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여든다. 만화경처럼 일그러지는 세계 속에서 그의 주먹이 찬란한 섬광처럼 쏘아졌다.
치아아아앙!
글렌이 천지를 짓뭉개며 다가오는 천마의 권격을 향해 진천검을 찔러넣었다.
파지지지직!
은빛 칼날 위에서 타오른 붉은 뇌전이 흑색의 투기를 지져버린다. 벼락의 힘. 글렌이 지닌 무학의 근본이 천마의 투기를 밀어냈다.
“하!”
천마는 주먹을 태우는 듯한 붉은 뇌전을 털어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손등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보며 짙은 미소를 흘렸다.
“확실히 다르군. 누구와도 달라.”
천마가 흥이 차오른 눈동자를 번뜩이며 글렌의 심장을 향해 두툼한 주먹을 뻗어냈다.
후우우욱!
글렌 역시 밀리지 않겠다는 듯 천마의 앞으로 나아가 붉은 벼락이 타오르는 진천검을 휘둘렀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글렌과 천마의 결투에서는 더 이상 오러의 파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두 초월자는 소리와 빛이 사라진 초상승의 세계에서 서로의 숨통을 향해 검과 주먹을 꽂아 넣었다.
검술 하나에 지평선이 쪼개지고, 권격 하나에 산이 무너진다. 현실이 아니라, 꿈을 꾸는 듯한 무의 화신들의 전투였다.
“하아….”
라온은 진정한 초월자들의 격돌을 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내가 저 경지에 닿을 수 있을까?’
안정된 초월의 영역에 올라가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진짜들을 보니, 지금의 실력에 안주한 게 민망해졌다.
‘생각해 보면 흑탑주도, 타천도 내가 잡은 게 아니지.’
흑탑주는 체임버가 힘을 다 빼놓았고, 타천은 에블린이 그의 마법을 완벽하게 해석해 준 덕분에 빈틈을 찌를 수 있었다.
둘 다 자신 혼자서 싸웠다면 처참하게 패배했을 것이다.
‘거기다….’
라온이 시공간을 비틀어내는 듯한 천마와 글렌의 전투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저 두 사람 전력이 아니야.’
글렌이 심검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천마 역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배우자. 지금이라도 배워야 해.’
초월이라는 이름을 벗어난 무인들의 결투는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라도 배워서 돌아가야 했다.
흐으으.
라온이 불의 고리를 공명시키며 글렌과 천마의 전투에 집중하려는데, 뒤에서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드드득.
고개를 돌리니, 에블린이 피에 젖은 손으로 땅을 후벼파고 있었다.
“에블린?”
라온이 땅을 쥐어뜯으려는 에블린의 팔을 잡았다.
“왜 그래?”
“분해….”
에블린이 고개를 숙인 채 이를 갈았다.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너무 분해….”
그녀는 타천을 보내주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던 것 같았다.
“500년 만에 간신히 잡았는데, 또 어떻게!”
에블린은 이렇게 타천을 보내면 다시는 놈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시뻘건 눈물을 흘렸다.
-광녀….
라스도 에블린의 감정이 느껴진 듯 입술을 깨물다가 손으로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녀석도 에블린의 기억을 보았기에 공감을 하는 것 같았다.
“…….”
라온은 피와 눈물 속에서 흐느끼는 에블린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한심해.’
자신이 무신들의 싸움을 보며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에블린은 타천에게 죽었던 사람들과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다 해결해줄 것처럼 말하고,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부끄러움에 얼굴에 뜨거운 열이 올라왔다.
“내가 아까 말했지?”
라온이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타천이 다시 돌아오면 또 죽여주겠다고. 그 약속….”
글렌과 천마가 싸우는 검은 균열로 걸어가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금 지켜줄게.”
“라, 라온?”
에블린이 무슨 말이냐는 듯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라리안이 말리듯 자신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흥분한 거 아니니까.”
라온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하며 제천검과 목륜검을 바닥에 내리고, 허리 뒤편에서 진혼검을 뽑았다.
‘이기어검 밖에 없어.’
라리안의 말대로 자신이 직접 저 초월자들 사이에 들어갔다간 육체가 가루가 될 것이다.
원거리에서 이기어검으로 타천의 가면 조각을 노려야 했다.
‘그것도 이 진혼검으로.’
다른 검으로는 안 된다. 지금은 오직 진혼검만이 타천의 혼을 벨 수 있었다.
“하지 마! 그냥 하지 말라고!”
에블린이 제발 옆에 있으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믿고 있어.”
라온은 에블린에게 걱정 말라 웃어주고서 천천히 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금은 안 돼.’
글렌과 천마 두 사람은 몸을 풀듯이 무학을 나누고 있었다. 여력이 많이 남아 있기에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였다.
‘기다리는 것은….’
라온이 진혼검의 붉은 칼날을 매만지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거니까.’
*
*
*
“역시나.”
천마가 투구 속에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대륙에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간은 당신뿐이다.”
그는 글렌과의 겨룸이 즐거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그렇겠지.”
글렌은 차갑게 고개를 저으며 천마가 일으킨 권격을 진천검의 검극으로 갈라버렸다.
“몸도 풀었으니, 제대로 시작해 볼까?”
천마가 곧게 말아쥔 주먹을 허리 옆으로 내렸다. 그의 전신에서 패도적인 기파가 뿜어지자, 마나의 파동만으로 대지가 파도처럼 밀려나기 시작했다.
“오도록.”
글렌이 진천검을 중단에 세우자, 은빛 검신 위로 하늘에 닿을 듯한 장대한 적색 광채가 솟아올랐다.
쿠구구구구구구!
두 초월자의 웅대한 기파가 끝없이 펼쳐지며 세상이 빛과 어둠으로 물들었다. 초월을 넘어서 절대의 격에 오른 무신들의 격돌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
천마가 환희에 찬 눈빛을 번뜩이며 땅을 부수고 나아간다. 그의 주먹이 하늘 그 자체를 담은 듯 무시무시한 무게를 담은 채 떨어져 내렸다.
쿠르르르릉!
글렌의 진천검이 적색 우레가 되어 치솟는다. 붉은 뇌전은 먹구름 낀 하늘을 양분하듯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쿠와아아아아앙!
두 초월자의 절기가 부딪치며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검과 주먹 사이에서 수천 개의 균열이 벌어지고, 오러의 폭풍이 솟아올랐다.
콰드드드드득!
글렌과 천마가 검과 주먹을 내리꽂으며 서로의 무를 견주려는 찰나 붉은빛의 단검이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이기어검의 묘리가 깃든 진혼검이었다.
“손자를….”
천마가 거센 분노를 일으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 가르쳤구나! 글렌 지그하르트!”
그는 왼쪽 손등을 휘둘러서 진혼검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진혼검은 천마의 손아귀에 잡히기 전 공간을 뚫어내고, 그의 가슴팍으로 쇄도했다.
“흥!”
천마는 그 극한의 순간에도 반응하여 단검을 손아귀에 잡았다.
파아아앙!
하지만 단검에 깃든 건 공간검의 묘리만이 아니었다. 라온이 극한까지 단련한 의념에 원혼들의 기운이 어리며 적의 영혼을 찢는 빛의 칼날이 솟아났다.
파아아아아앙!
진혼검에서 뻗어나간 작디작은 참격은 천마가 보호하고 있던 타천의 가면 조각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키아아아아!
가면 조각 안에 어려 있던 타천의 영혼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쿠구구구구구!
천마는 싸움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글렌이 아닌,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눈동자에 분노와 당혹을 담은 채 이를 갈았다.
“네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