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1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16화(1016/1042)
제1016화
“희극제와 악검후가 계신 곳으로 안내를 해주시겠습니까?”
라온은 관광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냉기가 피어나는 눈으로 메케인을 바라보았다.
“으음….”
메케인은 라온만이 아니라, 차원문에서 걸어나오는 광풍전 검사들의 서늘한 기파를 느끼고서 마른침을 삼켰다.
“으음, 알겠습니다. 광풍전 분들이 모두 나오시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는 검사들이 나오는 즉시 희극제에게 안내를 해주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담담한 눈빛을 드러내는 메케인을 보며 작은 감탄을 흘렸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희극제가 사람 하나는 잘 구하는군.’
적의는 아니지만, 대놓고 냉랭한 분위기를 만드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이 메케인이라는 남자도 보통은 아니었다.
“전부 도착했습니다.”
버렌은 직접 광풍전 검사들의 숫자를 확인한 후 라온에게 다가가 보고를 올렸다.
“다 나왔다고 하니, 이제 출발하시죠.”
라온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케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을 열겠습니다.”
메케인은 광풍전 검사들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깊은숨을 토하고서 마탑의 문을 열었다.
화아아아아아!
화사하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로 세련된 집과 건물들이 보인다.
아직 아침이 다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예정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메케인은 살벌한 분위기를 느낀 듯 바레네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바로 희극제의 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자.”
라온은 광풍대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서 메케인의 뒤를 따라갔다.
‘대충 봐도 많이 바뀌었군.’
바레네는 이전 오마의 습격 때 도시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대부분의 건물을 새로 지었기 때문인지 벽이 길이 깔끔하게 다져져 있었다.
“광풍전주님도 아시겠지만….”
메케인은 그런 자신의 시선을 눈치챈 듯 천천히 말문을 텄다.
“흑야검신과 다른 오마의 습격 때문에 바레네의 성벽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가 망가졌습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 습격 이후 주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이 도시에서 도망치려고 했죠. 하지만 희극제 님께서 자금을 풀고, 직접 움직이셔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단 한 명도 이 땅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메케인은 그 이후에 오히려 희극제와 주민들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며 잔잔하게 웃었다.
“확실히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좋아 보이는군요.”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케인의 말대로 험난한 일을 이겨냈기 때문인지 도시에 활력과 정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네. 전에는 도시 자체는 세련되었지만, 사람이 사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활기가 넘쳐.”
마르타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응. 공기가 따뜻해….”
루난도 기분이 좋다며 맹한 눈을 끔벅였다.
“겉보다는 속이 달라진 느낌이야. 끈끈함이 묻어나는 것 같군.”
버렌은 사람이 붐비는 시장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 보이신다니 다행입니다.”
메케인은 바레네의 분위기를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 조금 더 가벼워진 걸음으로 언덕을 올라갔다.
“사실 희극제 님이 머무시는 성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저곳이죠.”
그는 성이 무너졌기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고 말하며 도시의 중앙에 세워진 저택을 가리켰다.
“생각보다 크지 않네?”
마르타는 별관보다 조금 더 큰 희극제의 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전에 보았던 건물은 가주전보다도 컸던 것 같은데.”
버렌이 비슷한 생각이라며 턱을 긁저였다.
“도시를 재건할 때 주민들의 집과 터전을 우선시했기에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서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메케인은 희극제가 주민들부터 챙겼기에 그녀의 성이 작아졌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희극제 님이 그런 성격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 헙!”
크레인이 입을 놀리다가 메케인의 시선을 받고서 입을 콱 다물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메케인은 화를 내기보다 그럴 수 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크레인….”
“주둥아리 함부러 놀리지 마. 여기는 지그하르트가 아니니까.”
버렌과 마르타가 차디찬 눈동자로 크레인을 노려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크레인은 면목이 없다며 메케인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습니다. 사람의 시선은 다양하니까요.”
메케인은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저었다.
‘솔직히….’
라온이 성이라기보다는 저택 같은 희극제의 거주 공간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크레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아.’
자신이 직접 보고 느꼈던 희극제는 지능이 뛰어난 기회주의자였다.
그런 그녀가 주민들을 먼저 생각해서 집을 작게 지었다고 하니, 배려보다는 사람들의 눈과 소문을 신경 썼다는 생각만 들었다.
-남들의 눈과 입 때문에 그랬다고 해도 결국에는 좋은 일 아니냐?
라스가 이상하다는 듯 푸른 눈동자를 돌렸다.
‘맞지. 좋은 일이야.’
녀석의 말대로 어떻게 되든 주민들에게는 좋은 일이었기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메케인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희극제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희극제는 2층에 있는 건가.’
저택 안쪽에서 이 도시를 뒤덮고도 남을 듯한 거대한 영혼의 격이 전해져온다. 자신이 성장했기 때문인지 희극제의 무력이 심혼을 뒤흔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기세를 드러내지 않고도 이 정도인가.’
신주오령의 대표 자리에 설 자격이 있네.
라온은 가느다란 미소를 그리며 광풍전 검사들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회의장에 들어갈 수는 없을 테니, 철전대주가 남아서 검사들을 관리하도록.”
수하들을 이끌어본 경험이 가장 많은 트레빈에게 검사들을 맡겼다.
“알겠습니다.”
트레빈은 믿어달라는 듯 시원하게 웃으며 주먹으로 본인의 가슴을 쳤다.
“광풍전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지그하르트 검사가 지녀야 할 자세를 갖춰라.”
자세를 갖추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레네의 따스한 분위기에 풀어졌던 검사들의 기세가 이전보다 더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알겠습니다!”
광풍전 검사들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트레빈처럼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우리는 전주님을 모셔야 하니, 더더욱 몸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버렌은 제발 주의해달라고 말하며 마르타와 루난에게 눈매를 찌푸렸다.
“너 조심하란다.”
마르타가 루난에게 턱을 까딱였다.
“나 말고, 나찰녀인데…?”
루난은 화살이 잘못 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너 맞거든!”
“나찰녀야….”
두 사람은 서로의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이를 갈았다.
“둘 다야!”
버렌은 그만 좀 하라고 외치며 마르타와 루난 사이를 갈라놓았다.
“흥!”
마르타는 콧방귀를 뀌며 눈을 내리감았다. 다만 그녀는 계속 화를 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오러를 연공하기 시작했다.
‘정말 직접 백혈교주를 때려잡을 기세네.’
라온이 자투리 시간에도 수련을 하려는 마르타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그릴 때였다.
터억.
메케인이 이마에 주름 한 줄을 세운 채 저택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라온이 혼자 나온 메케인을 보며 눈썹을 내렸다.
“본래 약속 시간이 정오였기에 아직 악검후께서 도착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희극제 님께서는 업무 중이시지만, 전주님이 원하신다면 바로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메케인은 어떻게 할 거냐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일단 희극제 님이라도 먼저 보시는 게….”
“아뇨. 두 사람을 함께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라온은 회의장에서 함께 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노림수든 아니든 먼저 만나서 생각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희극제는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결착을 낼 수 있게 두 사람을 한 번에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메케인 님이 죄송할 이유는 없어요. 따지자면 저희가 빨리 온 게 맞으니까.”
“그, 그럼 일단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메케인은 저택이 아닌 우측의 작은 건물로 들어갔다. 손님이 대기하는 곳이기 때문인지 저택보다 더 화려하게 보였다.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는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하고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정오까지면 시간이 많이 남았군.’
차원문의 준비와 이동이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어서 오히려 많은 시간이 남아버렸다.
‘그 사이에 책이나 읽을까.’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서 낡은 책자 하나를 꺼냈다. 글렌이 직접 별관까지 찾아와서 주고 간 책이었다.
그동안 오러 연공이나, 상처 회복에 신경 쓰느라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슨 무학서일까… 음?’
이건 무학서가 아닌데?
[영혼을 가꾸는 것은 어린 나무를 키우는 것과도 같다. 건강한 정신으로 가꾼다면 깊고 두꺼운 뿌리가 뻗어나가 흔들리지 않지만, 병든 정신으로 키운다면 뿌리가 얕고 좁게 퍼져서 작은 비바람에도 꺾이게 될 것이다.]서책의 내용을 쭉 살펴보니, 무학서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었다.
[영혼은 그릇 속에 담겨 있는 물이다. 평소에는 흔들림 없이 잔잔하지만, 외부에서 충격이 전해진다면 그릇을 벗어날 것처럼 요동친다. 언제나 자신의 영혼을 고요히 다룰 수 있어야 더 높은 세계에 닿을 수 있다.]라온은 사이비 성경 같은 내용을 읽으며 마지막 장을 펼쳤다.
[일 년이 곧 십 년이고, 십 년이 모여 백 년을 이루며, 백 년이 흘러가 천 년이 된다. 다만 만 년은 그런 식으로는 닿을 수 없다. 인간의 정신으로는 다룰 수 없는 시간이자 영역. 심상과 영혼을 통해야만 현현할 수 있으리라.]마지막 장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건….’
무언가가 달라.
지금까지 읽었던 글귀들과 달리 영혼에만 관련된 내용이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뭐랄까….’
이해될 것 같으면서도 안 돼.
‘계속 읽어보자.’
라온은 메케인이 테이블에 차를 내려놓는 것도 잊은 채 서책의 마지막 장에 깊이 빠져들었다.
*
*
*
똑똑.
라온이 마지막 장의 내용을 수없이 읽으며 뇌리에 새겼을 때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악검후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겠습니까?”
메케인은 회의 준비가 끝났다며 고개를 숙였다.
“네. 바로 가죠.”
라온이 서책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회의장은 저택 뒤편에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심스럽게 안내를 시작한 메케인을 따라 저택의 뒤로 걸어갔다.
후우우우.
버렌과 마르타, 루난, 마크 괴튼은 그림자처럼 자신의 뒤에 붙어서 소리 없이 걸음을 옮겼다.
“저게 신주오령의 회의장입니다.”
메케인은 고대의 성당 같은 위엄을 두른 회의장을 가리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회의장은 다른 신주오령 분들의 이름값도 있기에 최대한 크고 성대하게 지었습니다.”
메케인은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회의장을 훑어내렸다.
‘화려하고도 단단한 느낌이네.’
단순히 겉에만 신경 쓴 게 아니다. 회의장에서 다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 듯한 굳건함이 느껴졌다.
“후우.”
메케인은 몸가짐을 정리한 후 직접 회의장의 문을 열어주었다.
쿠구구구구!
땅이 밀리는 듯한 작은 진동과 함께 거대한 문이 열리고,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회의장의 중심에는 새하얀 원탁이 세워져 있었고, 그 끝에는 숨을 턱 막히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고오오오오!
가운데에 있는 희극제는 이 세상의 부정함을 모두 씻어낼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피워냈고, 우측의 악검후는 검이 사람으로 화한 듯 날카로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셨군요.”
희극제가 유려한 자태로 의자에서 일어나서 목례를 취했다.
“오랜만이로군.”
악검후는 자세 하나 바꾸지 않은 채로 고개를 까딱였다.
“두 분 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군요.”
라온이 희극제와 악검후가 자연스럽게 퍼뜨리는 초월자의 기파를 가볍게 흘려내며 원탁의 앞에 섰다.
“음.”
“…….”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의 눈동자에 확연한 이채가 돋아났다.
“직접 보니 더 놀랍네요.”
희극제가 라온의 붉은 눈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여러 가지 소문들은 들었지만, 정말 그 경지에 올라갔을 줄이야.”
그녀는 보고도 믿기 힘든 성취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군.”
악검후가 고운 눈썹을 내렸다.
“그 추한 놈들이 죽은 이유를 알겠어.”
그녀는 사검마와 귀살창을 꺾을 수 있던 이유를 알겠다며 손가락으로 원탁을 두드렸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인사를 안 드렸네요. 초월에 오르신 것을 축하드려요.”
희극제는 축하 인사가 늦었다고 말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희극제의 평온한 눈빛을 보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강해.’
직접 눈으로 보니 희극제가 지닌 영혼의 격이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사검마 그리고 귀살창과는 확연히 다른 무인. 승산이 높기는 하지만 무조건 이긴다고 장담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악검후는….
우측으로 시선을 돌려서 악검후를 바라보았다.
‘희극제보다 약해.’
예전에 보고 느꼈던 대로 악검후가 가진 무력은 희극제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사검마보다는 높고, 귀살창과 비슷한 수준. 싸운다면 십 중 십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헌데 가주님은 왜 악검후를 더 주의해야 한다는 듯이 말씀하신 거지?’
글렌은 희극제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은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악검후에 관해서는 의문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닌데.’
리메르도 아니고, 글렌이 이런 중요한 일에 장난을 칠 이유는 없었다. 악검후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주의하자.’
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도록.
터억.
라온은 깍지를 낀 손을 원탁에 올려놓으며 긴장감이 어린 속을 가라앉혔다.
“최근에 들은 소문이 있는데….”
악검후가 이쪽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네가 타천을 죽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정말인가?”
그녀는 믿어 지지가 않는다는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허황된 이야기는 대부분 헛소문이죠.”
라온이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럴 줄 알았어.”
악검후가 짧게 혀를 찼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희극제를 꺾을 정도는 아니야.”
그녀는 타천의 죽음을 헛소문이라고 여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희극제는 아무런 말도 없이 투명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다만 그 소문은 사실이 맞습니다.”
라온이 느릿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타천은 죽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전부 말해주지는 않은 채 타천이 죽었다는 사실만 말해주었다.
“허?”
악검후의 눈동자가 비바람이 치는 바다처럼 격하게 출렁였다.
“어, 어떻게?”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원탁을 치며 몸을 일으켰다.
“흑탑주 때는 영화의 대마법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잖아!”
악검후는 당시의 사정을 말해달라는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
희극제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평온하게 차를 마셨다. 그녀는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정을 말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전에 두 분께 먼저 여쭈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라온이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엇을?”
악검후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말씀해 보세요.”
희극제는 무엇이든 답해주겠다는 듯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는. 아니, 지그하르트는 신주오령에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확실한 답을 듣고 싶네요.”
라온은 서슬 퍼런 눈빛을 세운 채 뇌까렸다.
“오황과 같은 길을 걸어갈 건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죽을 건지….”
눈을 부릅뜬 두 사람을 굽어보며 거만하게 턱을 까딱였다.
“지금 선택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