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23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23화(1023/1042)
제1023화
“천마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가?”
렉타르가 데루스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턱을 까딱였다.
“아쉽게도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못 온다고 하시더군요.”
데루스 로베르트는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그렸다.
“두 분께는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그는 본인이 대신 사과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한 마디로 더럽게 비싼 몸이셔서 안 온다는 뜻이네?”
백혈교주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면사가 겨울바람을 맞은 듯 거칠게 흔들렸다.
“누구는 안 바쁘고, 누구는 해야할 일이 없나?”
그녀는 천마가 오지 않은 것에 자존심이 상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듣던 대로 협조성이 없는 인간이로군.”
렉타르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며 원탁 위에 손을 올렸다. 지금 자신의 심정처럼 손끝을 얼릴 정도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놈을 꼭 보고 싶었는데.’
오황사마의 수장 중 천마만 만나보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꼭 그 괴물의 수준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회의장에 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이해해 주십시오. 두 분도 아시다시피 에덴에 큰일이 생겼으니까요.”
데루스는 타천이 죽었으니, 에덴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거라면서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는 에덴의 한 축이 무너졌음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먼저 목이라도 축이시죠.”
데루스가 손짓을 하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인형 같은 눈빛의 시녀가 자신의 뒤로 다가왔다.
주르르륵.
렉타르는 찻잔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백혈교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면사는 아티팩트인가?’
자신의 안력으로도 백혈교주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면사 같았다.
‘물론 면사보다 중요한 건….’
저 여자의 무력이겠지.
본래 백혈교주의 무력은 자신보다 강하기는 해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야왕 오그람의 피와 영혼을 흡수한 후 이 세계의 이치에 벗어난 성장을 이뤄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자신도 잃었던 가족을 되찾은 덕분에 두꺼운 무학의 벽을 깨고 강해질 수 있었지만, 지금의 백혈교주를 상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렉타르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자신에게 웃음을 흘리는 데루스 로베르트와 눈을 마주쳤다.
‘이 악귀 놈이지.’
오웬의 묵검존을 압도했다는 소문을 듣고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내가 무력을 잴 수 없을 정도라니.’
데루스 로베르트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음에도 그가 지닌 기파와 격을 느끼기 힘들었다.
글렌이나, 전대 성검련주인 흑야마신보다는 못해도 비슷한 경지에 올라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건….’
렉타르가 찻잔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볼 안쪽을 씹었다.
‘위험하군.’
흑탑이 무너지고, 타천이 죽으며 이제는 오황이 많이 유리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제대로 살펴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검존을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영화의 대마법사와 마탑주가 그보다 조금 더 강하다고 쳐도 어렵겠어.’
묵검존 레크로스, 영화의 대마법사 체임버, 마탑주 라리안. 세 초월자 중 백혈교주를 일 대 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야왕 오그람은 지금의 라온보다도 약할 테니, 논외야.’
오그람은 단순한 부상을 입은 게 아니라, 영혼의 격과 무력을 백혈교주에게 강탈당했다.
치료 같은 것으로 회복될 수 있는 상처가 아니기에 지금의 그는 수장들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젠장….’
데루스 로베르트를 막을 사람이 없어.
데루스 로베르트는 저 백혈교주보다도 강하다. 글렌이나, 흑야검신이 아니라면 최상위 초월자가 협공해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저렇게 강했다면 바로 오황에게 전쟁을 걸었어도 될 텐데… 아!’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저 무력은 아니었군.
데루스 로베르트가 라온에게 정체를 들켰을 때만 해도 저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오황의 초월자들이 전력을 다한다면 동귀어진까지는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글렌과 흑야검신, 천마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놈은 저 무력을 얻을 때까지 시간을 번 거야.’
데루스는 본인의 무력이 압도적으로 올라올 때까지 숨어서 힘을 키운 게 분명했다. 그에게는 흑탑도, 타천도 그리 중요한 패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오황사마. 아니, 육황삼마인데.’
초고수의 숫자가 부족하게 될 줄이야.
글렌이 천마를 막고, 백혈교주를 마탑주와 영화의 대마법사가 막는다고 쳐도, 데루스 로베르트를 상대할 사람이 없었다.
‘묵검존이 데루스를 상대할 때 내가 뒤에서 기습을 하면….’
렉타르가 데루스와의 전투를 가정하며 눈매를 좁혔다.
‘아니, 힘들어.’
데루스는 의심이 굉장히 많은 인간이다. 전투 중에 그에게 다가간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속내를 들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대천사도 있지.’
역시나 쉽지 않은 전쟁이로군.
‘어떻게 대비를 해야… 아!’
렉타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다가 원탁 아래에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니,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생각을 해보니, 데루스를 막을 방법이 딱 하나 있기는 했다.
“두 분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데루스는 이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듯 먼저 말문을 텄다.
“어떻게 지내긴. 햇볕 하나 없는 지하에 박혀서 힘만 키웠지.”
백혈교주가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 혀를 찼다.
“물론 남쪽에서 나름 재밌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녀는 흥을 돋게 만드는 것을 찾았다며 입맛을 다셨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렉타르가 데루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실을 다지는 것뿐이니까.”
자신 역시 수하들과 수련만 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두 분 모두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지셨군요.”
데루스는 본인이 가장 큰 변화를 이룩해놓고도 티를 내지 않고,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먼저 그동안 있었던 일부터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흑탑이 무너지게 된 계기는 사검마와 라온 지그하르트의 부딪침부터 꺼내야 하는데….”
그는 본격적인 안건을 꺼내기 전에 먼저 그간의 일들을 설명했다.
‘꼭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군.’
데루스 로베르트는 외부에 퍼져 있지 않은 정보들도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오황에 세작을 끼워 넣어서 정보를 빼돌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것도 지그하르트겠지.’
라온과 지그하르트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오황 중에서도 지그하르트에 세작을 넣어둔 것 같았다.
“…그렇게 되어 타천이 라온 지그하르트에게 죽었습니다.”
데루스는 라온이 타천을 죽였다는 말을 하며 자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연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멍청한 놈들.”
백혈교주가 흑탑주와 타천을 동시에 비웃었다.
“이 세계의 이치에 통달한 척했지만, 욕망을 숨기지 못하니까. 그렇게 죽는 거지.”
그녀는 한심하다며 길고 고운 손가락을 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사실 흑탑에 이어서 에덴이 습격당하고, 타천이 죽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데루스가 원탁에 손을 올리며 턱을 내렸다.
“저희가 사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묶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원탁을 부드럽게 훑었다.
“남북맹이 멸망할 때는 약한 놈이라 비웃고, 흑탑이 무너질 때는 멍청한 놈이라고 비웃었으니, 다 망해도 이상하지 않죠.”
데루스는 그렇지 않냐며 백혈교주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계속해봐.”
백혈교주는 들어주겠다는 듯 턱을 까딱였다.
“…….”
렉타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남북맹과 흑탑 아니, 타천까지 셋. 저희가 마음을 먹었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아, 물론 전대 성검련주는 다릅니다. 그는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그 자체였으니까.”
데루스는 자신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는 조금도 안타깝지 않은 얼굴로 그들의 죽음이 아쉽다고 말했다. 꼭 인형극을 보는 듯 팔에 닭살이 돋아올랐다.
“그런 실수가 있었으니, 앞으로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게 어떨까 싶군요.”
데루스는 사마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연합을 맺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 좋지. 다만….”
백혈교주가 데루스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서로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숨어 있는데, 연락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도와줄 건데?”
그녀는 사마끼리도 견제를 하고 있지 않냐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데루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녀가 회색빛 구슬을 가져와 자신과 백혈교주의 앞에 내려놓았다.
“저희가 만든 아티팩트입니다. 어디서든 대화를 할 수 있고, 딱 한 번만 저희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차원문을 열 수 있죠.”
그는 위험한 순간에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거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차원문은 그 망할 마법사 년들한테 막힐 텐데?”
백혈교주는 영화의 대마법사와 마탑주가 가만히 있겠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기존의 차원문과는 다릅니다. 마나가 아닌, 다른 힘을 원천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데루스는 초월자들의 마법에도 차단되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신력인가?”
렉타르가 구슬 안쪽에서 일렁거리는 기류를 보며 입술을 뗐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그 구슬의 이름은 ‘휘주’라고 합니다.”
데루스가 정답이라는 듯 웃었다.
“신력은 마나를 밀어내는 힘이 있죠. 영화의 대마법사나, 마탑주의 능력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포위망이 깔려도 충분히 물러날 수 있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순간에 구슬을 깬다면 그 자리에 바로 차원의 문이 열립니다.”
데루스는 물러나기 전에 먼저 연락을 해준다면 더 좋을 거라며 웃었다.
“지금은 일방통행이지만,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저희가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길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오황이 지닌 숫자의 우위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며 깍지 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참고로 천마께서도 받으셨습니다.”
데루스는 천마도 가져갔는데, 어쩔 거냐는 듯 웃었다.
“천마가….”
백혈교주는 조금 고민하다가 구슬을 품에 넣었다.
“그다음으로는….”
데루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오황에게서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해주었다.
‘이곳에 와서 다행이군.’
렉타르는 데루스가 건네준 휘주를 매만지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라온에게 알려주어야 할 정보가 많아.’
데루스와 백혈교주의 무력을 확인했고, 휘주라는 새로운 물건도 알게 되었으며, 사마의 움직임도 조금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보를 보내준다면 라온과 지그하르트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우우욱.
렉타르는 데루스의 눈동자가 점차 어둑하게 가라앉는다는 것을 모른 채 그리운 손주의 얼굴을 떠올렸다.
*
*
*
“그럼 저희는 지그하르트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라온이 마탑 앞까지 마중을 나온 희극제와 악검후에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빨리 가는 거 아니야?”
악검후가 조금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희도 저희지만, 신주오령도 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요.”
라온이 눈동자에 활력이 차오른 희극제를 보며 옅게 웃었다.
“맞아요. 저희도 그간 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서 한동안 쉴 틈이 없을 거예요.”
희극제는 심마에 빠져서 미뤄두었던 업무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나, 나는 그거 못 하는데….”
악검후는 서류를 보고 싶지 않은 듯 눈동자를 떨었다.
“그럼 육체와 오러를 단련하세요.”
라온이 손가락을 들어 연무장을 가리켰다.
“육체와 오러?”
“브리아나 님의 무력은 브리지트 님의 육체와 오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어요. 그 굴레를 초월한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브리아나는 익힌 검술과 보법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브리지트의 육체 안에 갇혀 있다.
저 몸과 오러가 성장한다면 그녀 역시 날개를 단 호랑이처럼 급격히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흥. 내가 언니를 위해서 왜?”
브리지트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지만, 눈동자는 이미 연무장을 향해 있었다.
“저는 돌아가는 대로 비연회주 님과 암시장주 님에게 백경과 공조하라는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라온은 곧 정보가 미친 듯이 쏟아질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각오하고 있겠습니다.”
희극제는 오히려 환영이라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라온은 희극제와 악검후에게 정중한 인사를 남기고서 마탑에 열린 차원문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에 서 있던 검사들 역시 지그하르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서늘한 기파를 일으키며 뒤를 따라갔다.
“나는 조금 쉬다가 갈게.”
악검후는 쉰다고 말해놓고 연무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라온의 말을 듣고 연무장에 가서 수련부터 하려는 것 같았다.
“하여튼 귀엽다니까.”
희극제가 피식 웃고서 저택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책상에 쌓여 있는 서류들을 바라보다가 허벅지에 끼고 있던 일월성서를 꺼냈다.
‘왠지….’
지금이라면 라온 지그하르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예언자의 감이 말한다. 라온을 이해하게 된 지금은 이전과는 다른 천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스으으으.
희극제는 일월성서를 펼치려다가 손가락을 뚝 멈췄다.
‘아니….’
그녀는 일월성서를 책상의 깊은 곳에 밀어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이 책에 의지할 때가 아니야.’
정말 필요하다며 써야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짜아악!
희극제가 책을 펼치려던 손으로 본인의 뺨을 두드린 후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서류를 내렸다.
“어디 시작 해볼까?”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집무실에서 활력과 부드러운 펜 소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
*
*
“벌써 끝내고 돌아왔다고?”
글렌은 하루 만에 임무를 끝내고 올 줄은 몰랐다는 듯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예. 두 분과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가 잘 통하기는!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실제로는 네놈이 다 팼잖느냐!
녀석은 대화가 아니라, 주먹질과 칼질을 해놓고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에는 말이 통했으니까.’
라온이 웃으며 알현실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도 없네.’
다른 임무와 달리 하루 만에 끝을 냈고, 복귀도 차원문으로 했기에 지금 알현실에 있는 사람은 글렌과 로엔, 셰릴 세 사람뿐이었다.
다른 때와 달리 간부들이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그으….”
“먼저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바레네에 도착한 후 바로 희극제와 악검후를 찾아가서….”
글렌이 갑자기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할 수도 있기에 바로 신주오령의 도시 바레네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렇게 되어서 백경과 무검각은 저희 오황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곧 희극제 님이 연락을 해올 겁니다.”
라온은 희극제와 악검후를 각성시킨 부분과 두 사람에게 이 전쟁의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맹세를 듣고 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동맹을 체결해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그걸 하루 만에 끝낼 줄은 몰랐어….”
셰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악검후. 아니, 브리아나 님도 꺾으셨다니,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로엔은 예상 이상이라고 말하며 허허허 웃었다. 그도 악검후의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확실히 강하더군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
“셰릴, 로엔.”
라온이 대답하려고 할 때 글렌이 떨리는 손을 들어서 셰릴과 로엔을 불렀다.
“지금 당장! 가문 내의 간부들을 전부 소집하라!”
그는 모든 간부를 불러오라며 발을 굴렀다.
“가, 가주님?”
라온이 글렌의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왜 간부들을….”
“왜긴 왜겠느냐.”
글렌이 장하다는 듯 얼굴을 붉힌 채 입매를 말아 올렸다.
“희극제와 악검후를 각성시키고, 그 둘의 마음을 열어서 동맹을 체결한 위대한 업적을 나 혼자 들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는 모두가 모이면 다시 말을 하라며 옥좌의 팔걸이를 거칠게 부숴버렸다.
“자, 잠깐….”
라온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셰릴과 로엔은 알현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있었다.
“허허허허!”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며 손을 흔들고서 가주전을 달려나갔다.
“크흐흠!”
글렌은 벌써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간부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듯 두 손을 비비며 입맛을 다셨다.
“아아….”
라온은 어깨를 굽힌 채 탄식을 흘렸다.
-저 영감탱이가 정말 갈 때가 됐나?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이건 팔불출 수준이 아니라, 노망이 난 거잖아!
그 긴 이야기를 왜 두 번이나 듣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