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28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28화(1028/1042)
제1028화
쿠구구구구구!
늑대는 바다가 깃든 윤기 나는 털을 세우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늘의 중심에 떠오른 태양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육체는 섬을 보는 듯 웅장했고, 푸른 빛을 띤 털끝에서 자연의 마나가 피어나는 모습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마치 세이피아를 수호하는 세계수를 마주하고 것 같았다.
“저, 저놈입니다!”
라바윈이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태양을 가리는 푸른 늑대를 가리켰다.
“저놈이 제가 말씀드렸던 그 늑대입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마을을 무너뜨린 늑대에 대한 살의를 드러냈다.
“뭐, 뭐가 이렇게 커! 하늘을 가릴 정도라는 건 못 들었다고!”
마르타가 늑대의 압도적인 체격에 질린 듯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큰 게 다가 아니야. 저 기운은 우리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
버렌은 늑대가 지닌 거대한 마나를 느끼고서 입술을 깊게 깨물었다.
“시원하고 커다란 멍멍이….”
루난은 다른 이들과 달리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평온한 눈빛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으아아아아악!”
“괴, 괴물! 아니, 그런 수준을 넘었잖아!”
“저건 몬스터가 아니라, 드래곤 급인데?”
“바, 발길질 한 번만 해도 이 배가 반파될 거야….”
광풍전 검사들이나, 선원들은 모두 겁에 질린 듯 푸른 늑대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리를 떨었다.
“그럴 일 없어.”
라온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청풍의 앞머리로 향했다.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될 줄이야.’
넓디넓은 바다를 어떻게 뒤져서 늑대를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출항하자마자 얼굴을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라바윈 님이 잘못 보신 게 아니었군.’
확실한 초월급이야.
저 거대한 늑대는 라바윈이 설명했던 대로 초월자와 맞먹어도 남을 거대한 기세와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정말 이 바다의 힘을 물려받은 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사실 라바윈을 도와주면서 광풍전 검사들에게 해적을 상대하는 실전 경험을 치르게 해 주려고 했는데, 자신에게 먼저 성장의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호오.
라스가 흥미롭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꽤 귀엽게 생겼구나. 본왕의 성 앞에 묶어두면 딱이겠느니라!
녀석은 저 늑대를 잡아서 데리고 가고 싶다며 입맛을 다셨다.
초월자 이상의 힘을 지닌 신비로운 늑대를 보고도 저런 소리를 하다니, 괜히 마왕이 아니었다.
‘헌데….’
라온이 허리춤에서 제천검을 뽑으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녀석 정말 살아 있는 건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마나를 품고 있다. 푸른 늑대는 초월자를 넘어서는 거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정령 같지만, 사이한 기운이 있고. 몬스터 같지만, 영적인 힘이 느껴져.’
저 푸른 늑대는 몬스터나, 정령 같은 하나의 종으로는 부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체는 둘째치고….’
왜 가만히 있는 거지?
푸른 늑대는 수면 위로 올라온 후 바다색 눈동자로 이쪽을. 아니, 자신을 지그시 바라만 보았다.
‘나를 가늠하는 건가?’
푸른 늑대에게 마나가 깃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놈은 자신의 힘을 탐색하려는 게 분명했다.
‘흐음.’
라온도 푸른 늑대를 살피다가 고개를 저었다.
‘기감으로는 잘 모르겠어.’
저 푸른 늑대가 얼마나 강한지 마나의 양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직접 붙어봐야 했다.
“배를 지키고 있어.”
라온이 광풍전 검사들에게 청풍을 지키라는 지시를 내린 후 바다 위로 내려갔다.
“생각이 많으면 짐승이 아니지. 몸뚱이로 붙어보자고.”
입맛을 다시며 바다를 뛰어넘을 보법을 밟으려고 할 때였다.
파아아아아아아!
푸른 늑대는 자신에게 흥미가 떨어지기라도 한 듯 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놈의 육체는 처음부터 그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푸른 물방울로 화하여 흩어졌다.
“이게 무슨!”
라온이 눈매를 찌푸리며 늑대가 서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놈은….’
설화의 감각을 운용하며 기감을 펼쳐보았지만, 그 거대했던 늑대의 마나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라스!’
라온이 바로 라스에게 손짓을 했다.
-본왕도 느껴지지 않느니라.
라스는 정말 사라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한테 인사를 하러 온 거 아니냐?
녀석은 예절이 바른 늑대라며 더 마음에 든다고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라온이 라스를 밀어내며 콧잔등을 구겼다.
‘무슨 생각이지?’
이 항구를 습격하려다가 나를 보고 물러난 건가?
푸른 늑대의 정체를 모르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서 속이 답답했다.
“쯧.”
라온은 혀를 길게 차고서 다시 바다를 건너 청풍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놈은 사라진 겁니까?”
라바윈은 걱정이 되는 듯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네. 기척을 완벽하게 지웠어요.”
라온은 찾을 수가 없었다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저 늑대를 처음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사라졌습니까?”
라바윈도 늑대가 사라졌다고 했기에 같은 현상을 겪었는지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라바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놈은 제게 딱 얼굴만 드러낸 후 바다를 달려서 사라졌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오래 보고 있지도 않았고, 물방울이 되어서 사라지지도 않았다며 눈가를 씰룩거렸다.
“그렇군요.”
라온이 손을 들어 턱을 매만졌다.
‘정말 사람을 탐색하는 건가?’
그 이유는 뭐지?
‘본인의 일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큰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머리를 굴려봐도 푸른 늑대가 나타난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너희는 어떻게 봤어?”
라온이 뒤를 돌아서 광풍전 검사들을 불렀다.
“대자연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버렌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신음을 흘렸다.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마르타가 의연한 자세로 허리를 곧게 폈다.
“싸워보고 싶었어.”
그녀는 재밌을 것 같다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저, 저는 마음이 잘 읽히지 않았어요….”
도리안은 심안을 사용했음에도 그 늑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며 어깨를 축 내렸다.
“나는….”
루난이 천천히 입술을 뗐다.
“힘들어 보였어….”
그녀는 늑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며 손을 휘저었다.
“왜 힘들어 보였는데?”
“그냥 그렇게 보였어….”
루난은 본인도 잘 모르겠다며 눈을 끔벅였다.
‘힘들다라….’
라온이 입맛을 다실 때 라스가 옆으로 다가왔다.
-본왕은….
라스가 진중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다.
‘뭘 본 거야?’
-그놈 맛없을 것 같으니라!
녀석은 왠지 맛없을 것 같은 관상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
-그래도 맛을 보기는 해야 하는… 야! 어디가!
라온은 입맛을 다시는 라스를 무시하고 라바윈에게 다가갔다.
“일단 출발하시죠. 갈 길이 머니까….”
*
*
*
“하아….”
라온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항구 도시 쿠르트의 주점에 들어가며 짧은 숨을 내쉬었다.
‘결국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군.’
라바윈과 함께 해적왕의 이름 아래 보호되는 항구와 마을을 살피고 왔는데, 다행히 습격받은 곳은 없었다.
그 늑대가 다른 마을이나, 항구에 찾아올 수도 있기에 구석에 박힌 쿠르트까지 왔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죽은 사람이나, 무너진 도시가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늑대가 나타나질 않으니, 조금 답답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버렌은 지쳤으니, 밥부터 먹자고 말하며 자신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눈깔이가 웬일이더냐?
라스는 버렌이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말을 했다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부터….
“알아서 시켜. 해산물 위주로.”
라온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마르타에게 메뉴판을 넘겼다.
-본왕의 말이 아직 안 끝났느니라! 일단 해산물이고, 한참 남았다고!
‘잘 먹는 애들이라 알아서 잘 시킬 거야.’
루난은 소식을 하지만, 버렌과 마르타는 음식을 가리지 않기에 메뉴판에 있는 요리를 전부 다 주문할 게 뻔했다.
“메뉴를 볼 게 있나?”
“하긴 다 시키면 되지.”
마르타와 버렌은 당연하다는 듯 메뉴판에 있는 모든 음식을 가져오라고 외쳤다.
‘봤지?’
-끄으응, 그래도 시키는 맛이라는 게 있는데….
라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근데….’
라온이 라스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정말 폐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마을이었어.’
멸망이라는 단어도 이해가 가고.
이곳까지 오면서 라바윈이 멸망했다고 말했던 마을에도 가보았다. 마을은 그의 말대로 수십 년 동안 방치된 것처럼 부패하고 무너져 있었다.
-바닷물 하나로 그렇게 부식될 수는 없느니라.
라스는 일반적인 현상으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늑대 놈이 무슨 술수를 부렸을 것이니라.
녀석은 사람 귀한 줄 모르는 미물이라며 입술을 씹었다.
‘푸른 늑대….’
라온이 바다에 들어오자마자, 마주쳤던 푸른 늑대를 생각하며 눈매를 좁힐 때였다.
자신들의 뒷자리에 어부로 보이는 이들이 술잔을 든 채로 의자에 앉았다.
“요즘 물때가 좋은데, 안 좋은 일이 있으니 걱정되는군.”
민머리의 어부가 맥주를 들이켜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게. 요즘은 낚싯대를 던졌다 하면 고기들이 쏟아지는데, 무서워서 나가기가 어렵다고.”
선인장 같은 수염이 난 중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민머리의 어부가 비밀을 말하듯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슨 소문?”
“라온 지그하르트 말일세. 딱 보니까 모르는구만.”
그가 아직도 모르냐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나, 나도 알고 있네. 흑탑주를 잡은 검제를 왜 몰라.”
선인장 수염의 중년인이 지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쯧쯧.”
민머리 어부가 짧게 혀를 찼다.
“이 안에서 낚시나 하고 있으니 모르지.”
그는 한심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왜!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선인장 수염의 중년인이 말을 해 보라며 술잔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커흠, 바로 말하기에는 배도 고프고 목이 좀 마르네….”
민머리 어부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주인장! 저 대머리한테 맥주 두 잔만 가져다줘!”
“안주는 내가 사지!”
“공짜를 좋아하는구만. 머리가 벗겨진 이유가 있어.”
주점에 앉아 있던 주민들은 본인들이 더 궁금하다며 술과 안주를 주문한 후 민머리 어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목도 축였으니, 바로 시작해야지!”
민머리 어부가 술잔을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후려쳤다.
“먼저 에덴의 일부터 시작해야겠지. 에덴은 배신자를 추적하기 위해서 천라지망을 펼쳤지. 말 그대로 쥐새끼 하나 빠져나갈 수 없는….”
그는 멀린을 구하기 위해서 치렀던 사건들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이전보다 더 자세하게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정말 라온 지그하르트가 타천을 죽였다고?”
선인장 수염의 중년인이 눈을 부릅떴다.
“그렇다니까!”
민머리 어부가 속고만 살았냐며 턱을 까딱였다.
“물론 마탑주가 타천의 무력을 대부분 감당했지만, 끝을 낸 건 확실히 검제였다고!”
그는 마지막에 타천을 벤 사람은 라온이라고 외치며 맥주를 들이켰다.
“대, 대단하네.”
“이제 막 머리에 피가 마르기 시작한 무인이 타천이라는 괴물을 죽이다니….”
“에덴의 기둥 하나가 무너졌으니, 이제 우리도 좀 편해지려나?”
주점의 사람들은 사마가 숨을 죽이게 될 거라고 중얼거리며 본인들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허! 어딜 가나!”
민머리 어부가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아직 내 말이 안 끝났다고!””
그는 전부 다 말한 게 아니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어…?”
“아직 안 끝났다고?”
“타천을 죽였는데 더 있어?”
사람들은 여기서 더 할 말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니까. 타천이 죽은 건 이미 다 퍼질 대로 퍼진 맛대가리 없는 소문이고. 내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건 다음 이야기라고.”
민머리 어부가 안주로 나온 생선을 머리째로 씹으며 팔을 펼쳤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타천을 잡은 후 며칠 쉬지도 않고 바로 신주오령으로 갔네. 그리고 거기서….”
그는 라온이 희극제와 악검후를 각성시키고 백경과 무검각의 동맹을 받아온 것도 직접 본 것처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아, 아무리 라온 지그하르트가 검제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희극제와 악검후를 각성시켰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실력 차이가 거의 없는데!”
“차라리 싸워서 이겼다고 하는 건 믿겠는데, 각성을 시켰다는 건 거짓말 같군.”
선인장 수염의 중년인과 주민들은 믿기가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못 믿겠는 건 알겠지만, 이건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일세. 왜냐하면….”
민머리 어부가 씩 웃으며 손가락을 세웠다.
“이 소문들은 전부 백경에서 들은 거니까.”
그는 다른 곳도 아닌 희극제의 백경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저, 정말인가?”
선인장 수염 중년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니까. 백경에서 제 주인인 희극제를 왜 낮게 평가하겠냐고. 전부 진짜라는 뜻이야!”
민머리 어부는 지금 이 소문이 대륙 전체로 퍼지고 있다며 주먹을 흔들었다.
“기분이 어때?”
마르타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물었다.
“저렇게 이름이 대륙 전체로 퍼지면?”
그녀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나도 궁금하군.”
버렌이 같은 생각이라고 말하며 팔짱을 풀었다.
“우리도 가끔 네 소문에 끼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된 적은 없으니까.”
그는 대륙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은 어떠냐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글쎄. 기분이 아주 좋으면서도….”
라온이 자신의 이름과 이명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옅게 웃었다.
“꽤 민망해.”
“하여튼 우리 전주는 쑥맥이라니까!”
마르타는 자신감을 가지라며 어깨를 강하게 두드려주었다.
“네가 모자란 게 어디에 있다고 민망하다는 거야!”
그녀는 오히려 소문이 부족하다며 인상을 구겼다.
“응. 다 잘났어….”
루난이 마르타의 말에 공감한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라온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백경에서 소문을 퍼뜨린다?’
희극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희극제는 일부러 소문을 상세하게 퍼뜨려서 자신의 인지도와 명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저렇게 쌓인 인지도와 명성을 바탕으로 다른 계획을 실행할 게 뻔했다.
-왜! 왜 본왕의 이름은 없는 건데!
라스는 본인의 능력 덕분이지 않냐며 미간을 구겼다.
-본왕의 특성들이 다한 일들인데, 왜 네놈의 이름만 추앙받는 것이냐!
녀석은 능력을 빌려주었는데, 본인의 이름 하나 나오지 않는 것에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이름은 무슨 이름. 그냥 밥이나 먹자.’
먹는 게 남는 거잖아.
라온이 분노를 토해내려는 라스를 달래며 테이블에 올라오는 요리들을 가리켰다.
-크흐흐흠, 그럴까?
라스는 언제 화를 냈다는 듯 헤죽거리며 요리들을 바라보았다.
‘뭐부터 먹을까?’
-본왕은 일단 따끈하게 익힌 새우를 머리째로….
녀석이 새우 소금구이를 먹고 싶다며 손을 내릴 때였다.
쿠우우웅!
주점의 문이 부서질 것처럼 열리고 라바윈이 들어왔다.
“라온 님! 벨더 항구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그는 지금 막 들어온 정보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라, 라온?”
“서, 설마 라온 지그하르트?”
“아니겠지….”
“아니! 맞아! 저 사람 해적왕. 아니, 아리스의 오른팔 라바윈이잖아!”
주점 사람들은 본인들이 이야기하던 라온이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에 경악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출항 준비는 됐습니까?”
라온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일어나 라바윈에게 다가갔다.
“예! 바로 나갈 수 있습니다!”
라바윈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죠.”
라온은 먹지 않은 음식의 값을 치르고서 주점을 나섰다.
고오오오오!
광풍전의 간부들은 처음부터 마음을 풀지 않았다는 듯 절도와 패기 있는 자세로 라온의 뒤를 따라갔다.
“저, 저게 라온 지그하르트인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기세를 드러내니까. 숨도 못 쉬겠어….”
“이제는 검제라는 이명도 못 따라가는 것 같아….”
사람들은 눈앞에서 검제 라온을 본 게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다만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눈물을 머금은 채 입술을 씹는 마왕이 있었다.
-본왕이 이럴 줄 알았느니라….
라스는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수많은 요리를 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왜 본왕에게만 이렇게 불행한 일이 터지는 것이냐!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개는 건드리면 물잖아.’
-이런 미친! 본왕도 이빨이 있느….
‘미안하지만, 빨리 가야 해.’
라온이 라스의 꼬리를 잡아끌며 고개를 저었다.
‘이 이상의 희생은 필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