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39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39화(1039/1042)
제1039화
‘지금까지 크라켄을 몇 번 본 적 있지만….’
라온이 갈색 모래 아래에 숨어 있는 크라켄을 보며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저렇게 큰 놈은 처음이야.’
아리스의 배에 타서 광룡 카이바르를 사냥할 때 그리고 흑탑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몬티로에 머물 때도 크라켄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보았던 크라켄들도 범선을 가볍게 부술 정도로 거대했지만, 어디까지나 몬스터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달라.’
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크라켄은 등에 도시를 짊어지고 있을 정도로 규격을 벗어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거기다 혈기도 지니고 있고.’
크라켄은 저 거대한 육체로 이뤄내는 무시무시한 힘과 속도만이 아니라, 오싹할 정도로 음습한 혈기까지 숨기고 있었다.
바닷속에서는 자신도 저놈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추가로 은신술도 사용하고 있잖느냐.
라스는 그랜드 마스터급 기감이 있어도 숨어 있는 크라켄을 찾기 어려울 거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은신술이 아니라, 문어가 가진 특성이야.’
라온이 갈색 모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엥? 문어의 특성?
‘문어는 특별한 색소와 근육을 지니고 있어서 피부의 색과 질감을 주변의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어.’
크라켄이 모래와 같은 색이 되어서 숨어 있는 건 주술의 힘이 아니라, 문어 자체의 능력이었다.
-물론 저 녀석은 일반적인 문어보다 찾기 어렵지만.
청화의 심안을 운용해야 보일 정도이니, 바다의 마나와 주술을 이용하여 미세한 흔적도 지우는 것 같았다.
[저게 크라켄…?]로엔은 크라켄의 상상을 초월한 크기에 경악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크라켄 맞아? 저 정도로 큰 놈은 처음인데?]에블린도 많은 크라켄을 보았지만, 저런 크기는 처음이라며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주술로 키웠는지, 원래 저렇게 생겨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크라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저놈은 자신들이 아는 몬스터 크라켄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 속에 나오는 진정한 괴물 같았다.
[그리고 저래야 말이 돼.]이 계곡. 아니, 거북이 바위가 사라진 곳에서부터 해양 몬스터와 어류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도, 본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이 해저 계곡 아래에 백혈교 본단이 있는 것도 저 괴물의 존재만으로 모두 설명이 되었다.
[이건 쉽지 않겠군요.]로엔은 크라켄의 호흡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도 크라켄의 촉수를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듭니다.]그는 촉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러를 운용해야 하기에 백혈교에게 위치를 들키게 될 것 같다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나도 마찬가지야.]에블린이 손가락으로 잠수복을 잡으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마법을 사용해도 흔적 없이 저 주술의 결계를 뚫는 건 불가능해.]그녀는 주술이 너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해석 자체가 쉽지 않다며 눈썹을 내렸다.
크르릉.
바다 정령은 크라켄이 두려운 듯 전신의 털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녀석의 시선을 보니, 크라켄보다는 백혈교 본단 안에 있는 백혈교주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일단 물러나죠.]라온이 바다 정령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벌써?]에블린이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남아서 주술과 술식을 더 살피고 싶은 것 같았다.
[이 정도로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다면 조금 전에 던진 물고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를 눈치챌 수도 있어. 중요한 정보들을 얻었으니, 지금은 물러나는 게 맞아.]조금 더 주변을 살피고 싶지만, 백혈교가 어떻게 나올지를 모르기에 지금은 빠져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옳았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로엔이 동의한다고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바로 움직이자고 말하며 등을 돌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우리도 가자.]라온이 에블린을 잡고 로엔을 따라서 바다 계곡 위로 올라갔다.
[여기 매일 오면 안 돼?]에블린의 보랏빛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다.
[네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그녀는 매 순간 이렇게 붙어 있고 싶다며 들뜬 숨을 내쉬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야.]라온은 다음에는 부축 해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에블린을 살짝 떨어뜨렸다.
캬오.
바다 정령은 계곡을 벗어나자 떨림이 가신 듯 자신의 어깨에 다리를 걸친 채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고생했다.]라온이 옅게 웃으며 바다 정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후퇴 결정을 내렸기에 백혈교 본단에 미련을 두지 않고 빠르게 움직여서 항구 근처의 해변으로 돌아갔다.
“후우.”
라온이 잠수복을 벗으며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벌써 날이 밝았나?”
백혈교 본단과 크라켄의 존재에 긴장했는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으으으….”
에블린이 모래사장에 주저앉으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그렇게 깊숙한 곳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 이거 쉽지 않겠는데?”
그녀는 뚫는 게 어려워 보인다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예. 어떻게 습격을 해도 들킬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로엔이 잠수복을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의 정보가 있지 않은 한 암살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그는 본단에 들어가기 전에 들킬 거라며 이마를 긁적였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고서 아직 어깨에 매달려 있는 바다 정령을 모래에 내려주었다.
-흐으음….
라스가 턱을 매만지며 깊은 한숨을 흘렸다.
‘왜 너도 걱정이 되는….’
-고놈 참 맛있어 보이더구나. 구워도, 삶아도 좋을 것 같으니라.
녀석은 벌써 크라켄을 먹을 생각부터 하는 듯 길쭉하게 입맛을 다셨다.
“하아….”
라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바다 정령에게 다가갔다.
“무서웠을 텐데, 함께 가주어서 고맙다.”
바다 정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캬앙!”
바다 정령은 괜찮다는 듯 자신의 손을 핥아주었다. 시원한 바닷물이 손끝에 닿는 느낌이었다.
“잠깐!”
에블린이 자신을 보다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아이의 이름이 어떻게 돼?”
그녀는 물기를 터는 듯한 바다 정령을 안아 들며 물었다.
“이름? 나도 모르는데?”
바다 정령이라고만 불렀기에 이름은 알지 못했다.
“에엑?”
에블린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이렇게 험하게 다뤄놓고 이름도 모른다고?”
“허, 험악? 내가 언제 험악하게 다뤘다는….”
“험악한 거 맞잖아! 덜덜 떨던 아이가 그 위험한 곳까지 안내를 해주었는데, 너는 이름도 모르다니….”
그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눈을 흘겼다.
“아니, 이름을 알 틈도 없었고, 나랑 계약한 정령도 아니라….”
“계약? 너는 정도 없는 거야? 정말 너무한다!”
에블린은 실망이라고 말하며 동그랗게 눈을 뜬 바다 정령을 꼭 안아주었다.
“아니, 그니까….”
-듣고 보니 심하기는 하구나.
이번에는 라스가 자신의 말을 끊었다.
-본왕도 이번에는 광녀의 말에 동의하느니라.
녀석은 본인도 아무런 생각을 안 해놓고 이제 와서 자신의 탓이라고 중얼거렸다.
“허허허!”
로엔이 잠수복을 정리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분들은 전부 다 라온 님의 손바닥 안인데, 에블린 님만큼은 그 반대군요.”
그는 재미있는 관계라며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특별한 관계죠!”
에블린은 그 말이 옳다고 중얼거리며 싱긋 웃었다.
“전혀 아닙니다.”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서 에블린의 품에 안겨 있는 바다 정령을 바라보았다.
“혹시 너에게도 이름이 있니?”
“캬릉?”
바다 정령은 이름 같은 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라온이 바다의 색에 따라 갈기가 변하는 정령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랑으로 하는 게 어때? 바다의 늑대라는 뜻이야.”
“캬오오오오!”
바다 정령은 마음에 든다는 듯 진짜 늑대처럼 하늘을 올려보며 귀여운 울음을 터트렸다.
우우우우웅!
해달이 연달아 세 번 울음을 터트리자, 녀석의 몸에서 푸른 빛이 피어나며 솜뭉치 같았던 털이 조금 더 자라났다. 이제는 늑대가 아니라 복슬복슬한 강아지로 보였다.
다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형과 달리 해랑의 몸 안쪽에서 피어나는 바다의 기운은 놀라울 정도로 짙어졌다.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가 된 느낌이었다.
“뭐지?”
라온이 기분 좋게 우는 해랑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이름을 받은 것만으로 이렇게 변한다고?’
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이름을 받은 것만으로 이런 성장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아무래도 평범한 정령이 아닌 것 같네.”
에블린은 더 부드러워진 해랑의 털을 쓰다듬으며 눈매를 좁혔다.
“하긴 백혈교주 같은 인간이 평범한 정령을 이용하지는 않았겠지.”
그녀는 백혈교주의 혈기를 견딘 것만 보아도 평범한 정령은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랑아. 오늘 밤에 다시 올 테니, 또 부탁한다.”
라온은 쉬고 있으라고 말하며 해랑을 바다에 내려놓았다.
“카오오오!”
해랑은 이름이 생긴 게 기쁜 듯 눈을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에 또 가신다구요?”
로엔이 괜찮겠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조사를 확실하게 해야. 백혈교를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니까요.”
라온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로엔은 자신과 같은 생각이었지만, 설부르게 말할 수 없었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나도 술식 쪽에 확인해야 할 게 많아. 다만….”
에블린이 백혈교를 보호하는 술식을 해석해 보고 싶다며 입맛을 다셨다.
“오늘 밤이 아니라, 이틀 뒤에 가는 게 어때?”
“이틀 뒤? 상관은 없지만 왜?”
라온이 이유를 물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에블린이 손가락을 들어서 자신이 입고 있는 잠수복을 가리켰다.
“개선 좀 해보려고.”
*
*
*
똑똑.
10사도가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와라.”
그가 들어오라는 허락을 하자, 백색 로브를 걸친 금발의 여성이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10사도는 들고 있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용무를 물었다.
“조금 전에 크라켄의 결계에 무언가가 잡혔습니다.”
금발의 여성은 크라켄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침입자인가?”
10사도가 서류를 구기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아닙니다. 경계병에 의하면 이미 죽은 물고기였다고 합니다. 물살에 흘러온 것 같습니다.”
금발의 여성은 침입자는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그냥 저희가 알아서 넘어갈 일이지만, 지금은 경계가 강화된 상태라….”
그녀는 별일 아닌데, 귀찮게 해서 죄송하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 주변으로 어류가 오는 경우가 있나?”
10사도가 구겨진 서류를 펴며 눈썹을 내렸다.
“해류를 타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드뭅니다.”
금발의 여성은 아주 가끔 일어나기는 한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
10사도가 금발의 여성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일단 경계를 더 강화하라는 지시를….”
“아니.”
그가 금발 여성의 말을 막으며 몸을 일으켰다.
“며칠 동안 내가 직접 살펴보겠다.”
10사도는 직접 경계병의 위치에 서서 상황을 살피겠다고 말하며 문 쪽으로 향했다.
“예? 그러실 필요까지는….”
금발의 여성은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아니, 이게 맞다.”
10사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9사도가 죽고, 혈령선이 무너진 직후이니 지그하르트나 오황이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는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게 옳은 길이라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분의 대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10사도는 흐릿한 안개에 뒤덮인 본단의 하늘을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놓쳐서는 안 돼.’
그는 입술을 깊게 깨물고서 외부를 관측할 수 있는 초소로 향했다.
*
*
*
“자!”
에블린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더 파란색으로 반짝이는 잠수복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라온은 에블린이 건네주는 새로운 잠수복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잠수복에 투명화 마법을 추가했어.”
“어?”
에블린이 준 잠수복을 살피며 헛바람을 흘렸다.
“전에는 마법이 무거워서 안 된다고 했잖아.”
“개선했지.”
“그 짧은 시간에?”
“크라켄에게서 힌트를 얻었거든.”
에블린은 크라켄이 보호색을 띠는 것과 비슷한 마법을 사용했다며 싱긋 웃었다.
“완벽한 투명화 마법은 아니지만, 바다에서는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을 거야.”
그녀는 초월자가 직접 보는 게 아니라면 찾기 쉽지 않을 거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대단한데?”
“대단하지! 마법은 언제나 무에서 유를 만드는 학문이니까.”
에블린은 자신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허리를 쭉 펴고 콧대를 세웠다.
“고마워.”
“우리 사이에 무슨!”
그녀는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다며 손을 저었다.
“그럼 출발하죠.”
“허허허. 알겠습니다.”
로엔은 새로운 잠수복이 마음에 드는 듯 본인의 어깨를 한 번 쓸어내리고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캬오오!
라온과 에블린이 그 뒤를 따라서 바다에 들어가자, 해랑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청새치처럼 거칠게 튀어 올랐다. 이름을 받고 성장한 후 더욱 활기차진 것 같았다.
캬앙.
해랑은 길을 안내를 해주겠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바다를 나아갔다.
“가자.”
라온이 옅게 웃으며 해랑의 뒤를 따라서 다시 백혈교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올 때마다 느낌이 좋지 않네.’
그랜드 마스터도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은밀한 혈기가 바다에 녹아 있기에 물에 닿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웠다.
‘다행히 움직이지는 않았네.’
이틀 전에 자신이 왔다 갔다는 것을 모르는 듯 크라켄과 백혈교의 본단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었다.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에 가서 살펴야… 음?’
한 번 와본 곳이기에 조금 여유를 가지며 움직이려고 하다가 움직임을 멈춘 후 주먹을 쥐어서 에블린과 로엔에게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자신을 직접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고수가 이 주변을 훑고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라스. 너도 느꼈지?’
-당연하느니라.
라스는 물어봐서 무얼 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문어가 아니라….
녀석이 손을 들어 백혈교 본단을 가리켰다.
-저 안에서 이곳을 살피는 놈이 있느니라.
라스는 확실하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틀 전에는 느껴지지 않은 시선이야. 그러면….’
라온이 백혈교 본단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물고기가 결계에 들어간 게 들켰다는 뜻이로군.’
이틀 전에 던졌던 물고기가 결계에 걸리며 경계가 한층 더 강화된 것 같았다.
‘다행이네.’
이곳까지 시선이 느껴질 정도라면 상당한 고수다. 아마 에블린이 이 잠수복에 은신 마법을 걸지 않았다면 바로 자신들의 위치를 들켰을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경계가 심해. 누구인지는 몰라도 냉철한 놈이 방어를 담당하고 있어.’
주술이나, 결계 그리고 크라켄이라는 괴물이 주변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경계를 강화하는 것을 보면, 이성이 차가운 사도가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야?] [지금 누군가가 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어.]라온은 로엔과 에블린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어제보다 더 먼 거리에서 본단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사마라는 이름값은 하는군요.]로엔은 대단한 놈들이라며 헛바람을 흘렸다.
[완전히 들킨 게 아니라면 상관없어.]에블린은 이 거리에서도 주술과 술식이 보인다며 손을 저었다.
‘다행히….’
라온이 은은하게 빛나는 백혈교 본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키지는 않았어.’
자신들의 정체가 들켰다면 백혈교주나 사도가 바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경계가 강화되고, 존재하지 않았던 시선이 생긴 것을 보면 혹시나 하는 의심의 단계가 확실했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정보를 모으는 것뿐이야.
라온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돌며 어떻게 본단의 방어 체계를 뚫어야 할지만을 생각했다.
[…….]로엔과 에블린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듯 진중한 눈빛으로 백혈교 본단과 그 아래에 숨어 있는 크라켄을 살폈다.
[이제 돌아가죠.]라온은 날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고서 로엔과 에블린에게 나가자고 손짓을 했다.
[응!] [알겠습니다.]두 사람도 어느 정도 확인을 끝낸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신의 뒤를 따라 바다를 나왔다.
“하아….”
라온이 잠수복을 벗으며 탁한 한숨을 내쉬었다.
“정보는 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지그하르트로 돌아가서 정보를 전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백혈교 본단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는 지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심해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깊은 바닷속에 있고, 주술과 크라켄의 보호를 받는 천고의 요새를 뚫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엔이 눈매를 깊게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이 보이지 않아요.”
그는 암살은커녕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처어억.
드물게도 로엔이 인상을 쓰는 것을 보며 입맛을 다실 때 마지막으로 에블린과 해랑이 바다 밖으로 나왔다.
“에블린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바로 들켰을 거야.”
에블린이 잠수복을 개선해준 덕분에 백혈교에서 일어나는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
다만 그녀는 평소와 달리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될 것 같기도?”
에블린은 무언가가 될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에블린에게 다가갔다.
“백혈교 본단의 공략….”
에블린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가능할 것 같다고.”
“저, 정말로? 어떻게?”
아예 생각도 못 한 일이었기에 눈을 부릅떴다.
“아까도 말했듯이….”
에블린은 오늘 건네주었던 잠수복을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마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학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