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40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40화(1040/1042)
제1040화
“허….”
라온이 입매를 말아 올린 에블린을 보며 낮은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백혈교를 공략한다는 거지?’
무인으로서 크라켄을 죽이고 백혈교 본단을 기습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 어떤 길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습은커녕 지그하르트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백혈교 본단으로 진입할 방법도 없었다.
‘할아버지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겠지만, 지금의 나로는 불가능해.’
글렌이 직접 움직인다면 크라켄과 백혈교 본단을 반토막으로 자를 수 있겠지만, 아직 자신은 그 정도의 무력을 지니지 못 했다.
‘내가 백혈교 본단에 접근해서 오러를 끌어 올리는 순간 1사도나, 백혈교주가 튀어나올 거야.’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자신도 크라켄을 일검에 벨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 극성의 오러를 끌어 올리는 순간 백혈교주가 눈치를 채고 날아와 자신의 목을 틀어잡을 게 분명했다.
‘마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텐데?’
마법 역시 마나를 운용하게 되면 백혈교 내부에서 그 위치를 감지하고 크라켄을 움직이거나, 사도를 내보낼 것이다. 어떻게 백혈교 본단을 공략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라온이 해랑이의 꼬리를 만지는 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느냐.
라스가 간단하다는 듯 햐얗게 반짝이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문어랑 도시를 통째로 얼린 후에 깨버리면 그만이니라.
녀석은 크라켄이 크기는 하지만, 본인의 무력으로 도시와 함께 얼려버리면 된다며 당차게 턱을 저었다.
-얼어붙은 문어를 가지고 나와서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하는 게 더 어렵느니라. 큼지막해서 살을 씹는 맛이 있을 테니, 일단 숙회부터 하는 게 좋겠지?
라스는 크라켄을 먹을 생각만 하는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하아….”
라온이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 녀석은 참고가 안 돼.’
라스나, 글렌처럼 초월조차 넘어선 이들의 의견은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네놈도 평범한 건 아니니라!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돌을 던졌을 것이야!
라스는 헛소리 말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려워. 마법이나, 오러가 발동되면 혈귀들이 바로 눈치를 챌 테니까.”
에블린은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다만 저 바다 밑바닥에 붙어서 힘을 키우는 모기 놈들을 우리와 같은 조건으로 싸우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녀는 많이 복잡하지만, 가능성이 높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법이 뭔데?”
라온이 설명을 해달라고 말하며 에블린에게 다가갔다.
“흐으음….”
에블린이 팔짱을 낀 채로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설명이 안 돼.”
“뭐?”
라온이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내가 마법에 문외한이라서 그러는 거면….”
“그게 아니라, 조금 전에 말했듯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야 하거든.”
에블린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아직은 도화지에 그릴 밑그림도 다 생각하지 않은 상태라서 설명하기가 어려워.”
그녀는 설명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하나 말해주고 싶은 건 있어.”
에블린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백혈교를 끌어낼 수 있는 마법을 떠올린 건 네 덕분이야.”
“내 덕분이라고?”
라온이 에블린의 손가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크라켄이 문어처럼 보호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잖아. 나도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그 말이 새로운 마법을 만들 실마리가 되었어.”
자신은 라스에게 문어의 보호색을 설명한 후 에블린과 로엔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때 힌트를 얻었던 것 같았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그 사람들도 있으니까.”
에블린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생각인 듯 사이한 웃음을 흘렸다.
“백혈교 본단의 위치와 상태도 파악했고, 놈들을 끌어낼 방법도 생겼으니, 이제 돌아가야겠군요.”
로엔은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허허허 웃었다.
“음….”
라온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도시 구석에 지어놓은 작은 별장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왜? 나랑 저 별장에서 못 놀아서 아쉬운 거야?”
에블린은 조금 더 놀고 가냐고 물으며 어깨로 자신을 툭 쳤다.
“절대 아니고.”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곳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서.”
집을 지어놓고 갑자기 사라지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에 라바윈에게 부탁해서 사람을 보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냉정해.”
에블린은 본인과는 다른 생각을 한 게 아쉽다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
“그래도 백혈교를 잡고 다시오면 되지?”
다만 바로 풀린 듯 백혈교를 멸망시킨 후 다시 오자며 싱긋 웃었다.
“캬릉?”
해랑은 자신들이 바로 떠날 줄 몰랐다는 듯 슬퍼 보이는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곧 돌아올 거야. 그래서 너에게 부탁할 게 있는데….”
라온이 바다에 떠 있는 해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크라켄과 백색 도시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파악해줄 수 있겠어?”
백혈교 본단이 계곡 아래에서 사라지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기에 꼭 부탁한다고 말하며 해랑의 손을 잡았다.
“캬오오오오!”
해랑은 맡겨달라는 듯 하늘을 올려보며 귀여운 울음을 터트렸다.
-고놈 참 귀엽구나.
라스는 해랑의 의지와 용기를 보았기 때문인지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마계로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으니라.
녀석은 해랑의 털과 꼬리를 직접 만져보고 싶다며 입맛을 다셨다. 정말 귀여워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동물과는 다른 느낌인데, 더 기분이 좋아.’
라온이 해랑이를 만지는 감각을 설명할 때였다.
[고위 정령과 영혼의 소통을 이뤘습니다.] [영혼의 격이 크게 상승합니다.] [특성 <심검(령)>의 등급이 상승합니다.]해랑 덕분에 영혼의 격이 상승하고, 심검의 등급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와아….”
라온은 해랑의 앞발을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은 채 헛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 정말 복덩인데?’
부르기 불편해서 이름을 지어주고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심검의 등급이 올라갈 줄은 몰랐다.
-끄으윽….
라스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메시지를 보며 턱을 떨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 왜 갑자기 보상을 주는 건데!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되나봐.’
해랑을 소멸시키지 않고, 어떻게든 구하려고 노력한 보상이 돌아온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이 똥개 녀석!
라스는 조금 전까지 귀엽다고 한 해랑을 똥개라고 부르며 악을 질렀다.
-보기 싫으니, 썩 꺼지거라!
“캬옹!”
해랑은 라스의 말을 듣지 못한 채 그저 기쁘다는 울음만 흘렸다.
*
*
*
10사도는 본단 외부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첨탑 위의 초소에 서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석상처럼 서서 바다를 살피고 있을 때 뒷문이 열리고 1사도가 안으로 들어왔다.
“10사도.”
1사도가 10사도를 부르며 초소 바닥에 서류를 던졌다.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지?”
그는 사도 주제에 왜 초소에서 경계를 서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틀 전에 죽은 어류가 나타나서 크라켄에게 잡혔다고 합니다.”
10사도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9사도가 죽었고, 혈령선이 깨졌으니,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제가 직접 살피고 싶었습니다.”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경계를 서고 있다고 말하며 작게 턱을 끄덕였다.
“그래서 그 혹시 모를 사태가 나타나기는 했나?”
1사도는 10사도를 비웃듯이 입매를 틀었다.
“아직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10사도는 무엇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과하다.”
1사도가 드넓은 바다를 보며 혀를 찼다.
“9사도가 분수를 모르고 죽을 정도로 멍청한 놈이라고 해도 이곳의 비밀을 털어놓을리는 없다.”
그는 헛수고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손을 털었다.
“네가 이러고 있는 덕분에 주교들의 일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적당히 놀고 돌아오도록.”
1사도는 적당히 하고 돌아오라는 듯 발소리를 내며 등을 돌렸다.
“거기다 벽을 넘어선 그놈과 달리 너는 지금도 그랜드 마스터지 않느냐. 이제는 수련에도 집중해야지.”
그는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고, 창이라도 한 번 휘두르라는 조언이자, 충고를 흘리고서 첨탑을 내려갔다.
“…….”
10사도는 1사도가 떠난 후에도 움직이지 않고 바다를 살폈다.
“10사도님.”
그는 또 이틀이 지난 후 금발의 대주교가 찾아온 후에야 시선을 돌렸다.
“나흘이 지났나?”
“예. 딱 나흘입니다.”
금발의 대주교가 약속된 시간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10사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처음으로 몸을 돌렸다.
“돌아간다.”
그는 혹시나 했던 의심이 사라진 듯 고개를 짤막한 숨을 내뱉고서 탑을 내려갔다. 나흘 동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그의 걸음은 무섭도록 굳건했다.
“예!”
대주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 10사도의 뒤를 쫓았다.
이미 등을 돌린 10사도와 대주교는 결계 밖에서 내부를 살피려는 어린 늑대의 푸른 눈동자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르릉.
*
*
*
라온은 바로 지그하르트로 돌아와 글렌이 기다리고 있는 가주전을 찾아갔다.
“가주님을 뵙습….”
“되었다.”
글렌은 인사는 필요 없다는 듯 옥좌에서 등을 떼며 손을 저었다.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그의 이마에 보지 못했던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 모두 다친 곳은 없느냐?”
글렌은 임무에 관한 내용보다 자신과 로엔, 에블린의 상태를 걱정하는 듯 가라앉은 시선을 내렸다. 북멸왕이라 불리며 냉기를 뿜어내던 시기와는 아예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라온 님 덕분에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로엔이 허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과 여행을 못 즐겨서 아쉬운 거죠.”
에블린은 그것 빼고는 모두 좋았다며 손가락을 저었다.
“백혈교와는 아예 부딪치지 않았습니다.”
라온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말하며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럼 혈귀들의 본단을 찾은 것이냐?”
“예. 찾았습니다.”
운이 좋게 찾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글렌은 정말 찾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듯 드물게도 눈을 부릅떴다.
“다만 제가 원래 생각했던 장소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더군요. 나중에 가면 또 다른 장소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라온은 지금은 다른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잠시만요!”
글렌에게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려고 할 때 에블린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할아버님. 지금 체임버 님과 마탑주님에게 연락을 할 수 있나요?”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부를 수 있다.”
글렌은 할아버님 소리에 살짝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 연락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그는 바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연락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손가락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럼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그 두 분에게도 설명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에블린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며 글렌에게 두 손을 모았다.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라온이 글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할아버님.”
에블린은 목소리에 애교를 섞으며 글렌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부, 불러줄 테니, 다가오지 말거라!”
글렌도 에블린은 부담스러운 듯 빠르게 손을 저었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그가 품에서 동그란 상자를 꺼내 두 곳을 매만지자, 기이한 울림이 터지며 상자 위로 푸른 창 두 개가 떠올랐다.
[뭐, 뭐야! 지그하르트가 습격 받은 거야? 왜 긴급 연락이!]책상에 발을 올린 채 사탕을 물고 있던 체임버가 삑삑 소리에 놀라서 자빠지며 소리를 질렀다.
반대편 창에서는 킹사이즈 침대에서 좀비 같은 모습으로 흐느끼는 마탑주 라리안의 모습이 잡혔다.
“라온과 에블린이 불러달라고 해서 긴급 연락만을 운용했다.”
글렌은 정식 연락을 취하면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서 긴급망으로 연락했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친 영감탱이야!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체임버는 정말 노망이라도 낫냐며 이를 갈았다.
[으으으, 너무… 힘이… 아우….]라리안은 굼벵이처럼 기어서 침대 밖으로 나오며 무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너는 또 왜 그래!] [이,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어요.]그녀는 일주일 동안 밤을 새다가 잠이 든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며 숨을 헐떡였다.
“일단 들어라. 라온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까.”
글렌은 이제 시작하라는 듯 체임버와 라리안에게 단상 아래에 있는 라온을 보여주었다.
-위기에만 사용하는 긴급망을 터트리다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나딘빵 영감탱이도 정상은 아니니라.
녀석은 이 집구석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별거 아니기만 해봐!] [흐으으으….]체임버는 화가 난 듯 이를 갈았고, 라리안은 졸린지 신음을 흘리며 라온을 바라보았다.
“일단 지금 두 분의 곁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라온이 체임버와 라리안을 살피며 물었다.
[난 집무실에 혼자 있어.]체임버는 혼자 있다고 말하며 반토막 난 사탕을 흔들었다.
[저, 저는 제 침실이에요….]라리안은 창피한 듯 곰돌이가 그려진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그럼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마나의 막을 친 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저는….”
라온이 바다 늑대를 잡기 위해서 라바윈과 함께 바다로 나간 시기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 후 본단을 찾기 위해서 다시 출발을 하는데….”
지그하르트로 돌아온 후 에블린과 같이 바다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우우우우웅!
에블린의 손에서 사각의 하얀 창이 떠오르더니,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장면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건….”
“내 눈동자에 녹화 마법을 걸어놨어. 눈으로 봐야 이해가 쉬우니까.”
에블린이 옅게 웃으며 자신이 설명을 할 때마다 그 당시의 영상을 띄워주었다.
[어, 음….] [그런데 이거 왜 라온만 보이냐?]라리안과 체임버는 에블린의 시선을 통해서 보이는 게 라온의 얼굴 뿐이라며 눈매를 찌푸렸다.
“라온이 제 앞에 있으니까요.”
에블린은 부끄럽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요즘 애들은 무섭네….] [으응….]체임버와 라리안은 본인들이 되레 민망한 듯 닭살이 돋아오른 팔을 매만졌다.
“이제 곧 시작할 거예요.”
오직 라온만을 보여주던 에블린의 영상 속에서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백혈교의 본단이 나타났다.
[하! 개 같이도 숨었네. 이러니까 찾을 수가 없지.]체임버는 백혈교가 바닷속에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 도시를 짊어질 정도로 큰 크라켄이라니….]라리안은 거대한 육체로 깊은 바다의 압력을 어떻게 버티는 건지 궁금하다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바닷속이라….”
글렌도 정보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저곳이라면 우리가 먼저 기습을 해도 의미가 없어.]체임버가 저렇게 깊은 바다면 어지간한 무인이나, 마법사들도 힘을 쓰지 못할 거라며 혀를 찼다.
[주술을 보니 마법과 오러의 위력을 줄이는 것들도 많아요. 멀리서 공격하면 크라켄이 움직여서 도망을 칠 수도 있고….]라리안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야죠.”
에블린이 싱긋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어떻게?] [바, 방법이 있어?]체임버와 라리안이 에블린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영상으로 보았듯이 크라켄은 문어의 보호색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것도 본래 주어진 것보다 더 종족의 특성이 강하죠. 두 분은 문어가 두족류라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시겠죠?”
에블린이 웃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종족 특성 그리고 두족류… 음!] [아, 설마….]두 사람은 에블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그 방법이면 알아서 튀어나올 겁니다.”
에블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준비할 게 많아요. 한두 가지 마법을 연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손을 뻗었다.
[좋네. 오랜만에 재밌겠어.]체임버는 흥이 돋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재밌을 것 같네.]라리안도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던지고 앞으로 나왔다. 졸려서 죽을 것 같다고 하더니, 흥미로운 마법이 나오자, 그 모든 것이 잊혀지는 것 같았다.
“두 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 일단 필요한 마법부터 정리해보죠. 저는 동물의 본능을 강화하는 마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
[아니지. 결계를 푸는 마법을 준비해야지.] [나, 나는 소환부터 생각해야 한다고….]세 사람은 이미 작업에 들어간 듯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허….”
라온은 진지하게 토론하는 에블린과 라리안, 체임버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정말 가능한 일이었나?’
에블린이 본인을 믿어달라고 할 때 걱정을 했는데, 지금 진중한 토론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았다.
“라온.”
라온이 멍하니 마법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을 때 글렌이 옆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에 또 성장한 모양이구나.”
글렌은 자신의 심검이 한층 더 높은 곳에 오른 것을 알아차린 듯 부드럽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바다 정령에게 해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심검의 경지가 올랐으니까요.”
“운이 아니다. 네 행동과 성정이 검술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니까.”
글렌은 운으로만 칭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법사들의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을 테니, 먼저 별관으로 돌아가거라.”
글렌은 별관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네게 중요한 손님이 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