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41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41화(1041/1042)
제1041화
“네? 중요한 손님이요?”
라온은 글렌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한테 올 손님이 있나?’
엔시아나 데닝로즈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생각나기는 했지만, 글렌이 직접 손님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궁금하면 가보면 되지 않겠느냐.”
글렌은 본인의 입으로 먼저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광풍전에 먼저 들리려고 했는데….”
라온은 오후를 알리는 듯 천천히 가라앉는 태양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가주님의 말씀을 들으니, 별관부터 들려야겠군요.”
2주가 넘는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며 제대로 된 수련도 못 했고, 검사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해서 5 연무장부터 가려고 했는데, 일단 별관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이 영감탱이가 오랜만에 도움이 되는구나!
라스가 펄쩍 뛰어 글렌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밥을 굶고, 지루한 수련을 할 줄 알았는데! 잘 말해주었느니라!
녀석은 손님 따위는 궁금하지 않고, 오직 밥을 먹을 생각만 하는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하긴 이전 복귀 때도 별관에 들리지 않았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라온은 글렌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추는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는 너를 어디로 보내도 안심이 되는구나. 고생했다.”
글렌은 정말 큰 일을 해주었다고 말하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꽉 잡아주었다.
“아닙니다.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라온은 더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가 보거라.”
글렌은 어서 가라는 듯 부드럽게 손을 저었다.
“예.”
라온이 글렌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서 그 옆에 있는 로엔을 보았다.
“로엔 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불평불만 없이 언제나 웃으며 함께 해준 로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라온 님과 에블린 님이 고생하셨죠.”
로엔은 자신과 에블린 덕분에 편안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며 허허허 웃었다.
“에블린.”
마지막으로 아직도 마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에블린을 불렀다.
“나 먼저 가볼게.”
“응! 금방 따라갈게! 먼저 가서 침대를 데워놔 줘!”
에블린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으니, 본인의 방에 가 있으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치, 침대를 데운다고?”
글렌이 정말이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언제나처럼 헛소리하는 거예요.”
라온이 에블린의 방에도 가본 적 없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음, 그건 좀….”
로엔이 너무 거리를 둔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아니, 지금이 딱 좋네.”
글렌은 미래는 모르는 일이니, 지금의 거리감을 유지하라는 듯 손바닥을 내렸다.
“하아….”
라온은 주접을 시작하는 듯한 글렌과 로엔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블린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두 사람의 잔소리가 들어오기 전에 다시 인사를 하고서 빠르게 알현실을 벗어났다.
“흐음….”
글렌이 라온이 나간 문을 바라보다가 로엔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땠나.”
“잘 어울리더군요. 정말 신혼부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로엔은 라온과 에블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심장이 뛰었다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
“물론 한쪽이 조금 많이 들이대기는 하지만.”
그는 에블린의 옆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 부분 말고.”
글렌이 그걸 물은 게 아니라는 듯 손을 내렸다.
“이번 임무에서 라온이 어땠는지를 묻는 걸세.”
“신기하게도 건축이나, 해양 지식 그리고 수영에도 능하시더군요. 못하는 일 자체가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건….”
로엔이 모든 일에 앞장서던 라온을 떠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나와도 망설임이 없으십니다. 아무리 재능이 넘치고, 똑똑하더라도 경험의 부족은 어쩔 수 없는 법인데, 라온 님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더군요.”
그는 이번 임무를 통해서 라온이라는 사람의 거대한 그릇을 본 것 같다며 깊은숨을 내뱉었다.
“역시 로엔 님이 잘 아시네요!”
에블린은 라리안에게 마법에 대해 한창 따지다가도 로엔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우리 라온은 못 하는 게 없죠! 완벽하다니까!”
그녀는 지금도 라온을 보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야! 집중해!] [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체임버와 라리안은 다른 소리 말라며 푸른 창 속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커흐흠!”
글렌은 로엔과 에블린에게 라온의 칭찬을 들은 게 기쁜 듯 입꼬리를 귀에 닿을 정도로 끌어 올렸다.
“그래. 자네도 고생했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게.”
“아닙니다.”
로엔은 돌아왔으니, 집사의 일을 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허! 됐다니까! 오늘은 더 이상 할 일도 없으니 가보게!”
글렌은 돌아가서 쉬라고 말한 후 옥좌에 등을 묻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로엔은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 후 알현실을 나갔다.
“그 주술 제거는 소환 마법과 상극이잖아요. 두 마법 사이에 다른 술식을 끼워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에블린이 마법 사이에 다른 마법을 넣어야 한다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니, 끼워 넣기보다는 순서가 중요해. 소환 마법을 앞으로 보내면 방해받지 않는다고!”체임버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막대사탕을 물어뜯었다.
[그, 그러면 마법의 발동이 늦을 거예요. 끼워 넣기나, 순서 바꾸기가 아니라 술식을 개선해야죠….]라리안 역시 에블린과 체임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꺼냈다.
“흐음….”
글렌은 주먹으로 턱을 괸 채 싸우는 듯한 대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을 저렇게 진지하게 만든 사람이 결국 라온이라는 건가.’
은거한 기인을 제외하고, 대륙에서 초월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는 이곳에 있는 셋뿐이다. 이 귀한 인재들이 라온의 의견에 따라서 마법 토론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점점 더 성장하는구나.’
지금의 라온은 무력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수장이 아니라, 가주로서의 그릇이 보이는 것 같았다.
‘보고 싶군….’
글렌이 옥좌의 팔걸이를 쓸어내리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그 아이가 이 자리에 앉고, 내가 올려보는 광경이.’
라온이 이 옥좌에 앉아서 가주가 된다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승천하여 이 세계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지….’
글렌은 멀리서 들려오는 검풍 소리를 들으며 가늘게 웃었다.
‘그 녀석도 포기하지 않았으니, 아직 그 생각은 이르군.’
가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검을 휘두르는 녀석이 남았으니, 그 생각을 하기에는 이른 시기였다.
‘나쁘지 않군.’
예전에는 이 옥좌에 누가 앉더라도 불안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자신이 생각한 두 녀석 중 누가 앉아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지켜보도록 하지.’
글렌이 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내리감았다. 그는 해가 떨어진 후에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게 아니라니까! 요즘 마법은 달라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 마법은 500년 전 골동품이잖아! 낡을 대로 낡았으니,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아, 아닌데. 일단 마법 술식부터 고쳐야 하는데….]세 여자는 밤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마법으로 싸우고 있었다.
“으음….”
글렌은 피곤한 눈을 끔벅이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귀가 아프군.’
낮부터 밤까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귀가 아파서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크흠! 이제 그만하고 내일 다시….”
글렌이 귓속의 통증을 느끼며 그만하자고 손을 들어 올릴 때였다.
“할아버님은 빠지세요!”
[영감탱이는 나와 있어! 지금 이 허접들을 짓밟을 때라고!] [조, 조용히 좀 해주세요….]글렌은 본인의 알현실에서 처음으로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아니, 여기는 지그하르트의 알현실….”
“조용히 해주시라니까요!”
[아! 나딘빵이나 먹으면서 입 다물고 있어!] [그냥 주무시면 안 돼요…?]하지만 세 마법사의 눈빛이 너무 사나워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알겠다. 마음대로 해라….”
글렌은 결국 따지지 못하고 눈동자를 슬쩍 돌렸다.
“그러니까. 마법들의 상성부터 생각을….”
[순서만 완벽하면 상성은 필요 없다고!] [두, 둘 다 아닌데?]에블린, 체임버, 라리안은 정말 자신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토론이 아닌, 말싸움을 이어갔다.
“…….”
글렌은 숨소리를 낮추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셰릴 안 오나?
*
*
*
‘역시….’
라온은 별관의 정원을 들어가며 입맛을 다셨다.
‘그 방법으로 꺼내려는 건가?’
-그 방법이라니?
라스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블린과 대마법사님들 말이야. 그 사람들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대충 알 것 같거든.’
에블린과 라리안, 체임버의 대화를 들으니 대충 어떤 마법을 운용할지 알게 되었다.
‘다만 그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드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패할 가능성도 커 보였다.
‘물론 성공만 하면 놈들은 우리와 같은 위치에서 싸우게 되겠지만….’
-어떤 방법인데?
라스가 궁금하다는 듯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그건….’
라온이 라스에게 백혈교 본단을 꺼낼 마법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였다.
“어?”
별관의 뒤편에서 주황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시원한 외모의 미녀가 걸어 나왔다.
“우와악!”
그녀는 들고 있던 빨래를 내던지고 자신에게 달려왔다.
“라, 라온 님! 못 본 사이에 더 존잘이 되셨잖아요!”
엔시아 요난. 요난 가문의 장인이자, 사람의 얼굴에 미쳐 있는 여자가 돌아와 있었다.
“이,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대존잘? 천존잘? 마존잘?”
그녀는 이제 단어로는 자신의 얼굴을 표현할 수가 없다며 숨을 헐떡였다.
“하하….”
라온이 눈동자에 불똥을 튀기는 엔시아를 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또 왔네….’
에블린 정도는 아니지만, 엔시아도 자신이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너를 찾아왔다는 손님이 얼빠 꼬맹이였구나.
라스는 지겨운 존잘 소리를 또 듣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입니다. 엔시아 님.”
“정말 너무 오랜만이에요! 라온 지그하르트 전기 2권을 집필할 때 가문으로 돌아갔으니까!”
엔시아는 보고 싶어서 죽을 뻔했다며 주먹으로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쿵쿵 소리가 나는 게 갈비뼈가 걱정될 정도였다.
“그 책 계속 내고 계셨나요?”
“엄청 잘 팔려요! 계속 증쇄를 하고 있다니까요! 최근에는 4권의 집필도 마쳤고.”
그녀는 요난 가문의 숨겨진 매출 공신 1위라며 두 손을 모았다.
“그래서 말인데….”
엔시아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자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귀살창과 타천을 베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집필을 위해서 직접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시계추처럼 동공을 흔들었다.
“어어….”
라온이 광기에 찬 엔시아의 눈동자를 보며 뒤로 물러설 때였다.
“그 이야기는 식사라도 하면서 하지.”
별관의 문이 열리고 백색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걸어 나왔다.
“하, 할아버지?”
라온은 성검련의 성지에 있어야 할 렉타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늦었구나. 라온.”
렉타르는 어서 오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
*
*
“…그렇게 해서 항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라온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가족들에게 말해주었다.
-음?
라스는 통통하게 솟아오른 배를 두드리다가 눈썹을 내렸다.
-이번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냐?
녀석은 백혈교 본단을 찾은 건 왜 말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광풍전 애들에게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그걸 내가 어길 수는 없잖아.’
지금 이 식탁 앞에는 실비아와 에드가, 시아, 렉타르, 엔시아 그리고 시녀들이 있다. 모두 믿고 있지만, 백혈교 본단에 관한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기에 시작 전까지는 비밀로 하는 게 옳았다.
“마르타 그 아이가 사도를 꺾을 정도로 성장할 줄이야….”
실비아는 마르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듯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이제는 정말 머지않았구나.”
그녀는 마르타가 소원을 이루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혈기에 미친 정령을 죽이지 않고 살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맞지. 잘했구나.”
에드가는 해랑을 소멸시키지 않고 살려준 게 대견하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
렉타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짝 가라앉은 눈빛으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하아아….”
엔시아가 황홀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라온 님이세요! 존잘의 칭호를 받은 이유가 있다니까!”
그녀도 해랑을 죽이지 않고 살린 것에 감탄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안 되겠다! 지금 이 감정으로 집필을 해야겠어요!”
엔시아는 당장 글을 써야겠다며 포크와 나이프를 던지고 본인이 살던 방으로 달려갔다.
“기운찬 아가씨로구나.”
렉타르는 엔시아의 등을 보며 재밌다는 듯 작은 웃음을 흘렸다.
“나 그 아기 늑대 보고 싶어!”
시아는 해랑이 보고 싶다고 말하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나중에 볼 수 있을 거야. 휴양 삼아서 함께 가보자.”
라온은 꼭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시아에게 웃어주었다.
“아빠도 같이 가도 되지? 준비 단단히 해서 즐거운 시간을….”
에드가가 시아의 앞접시에 고기와 생선을 떼어줄 때였다.
“내가 알아서 먹겠다고 했잖아!”
시아는 아직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 듯 에드가가 넘겨준 고기와 생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빠랑은 안 가! 따로 와!”
그녀는 에드가와는 절대 함께 가지 않겠다며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허어….”
렉타르는 그저 천사 같기만 했던 시아의 변화에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죄, 죄송합니다. 아버님. 요즘 시아가 사춘기라서….”
실비아가 당황하며 시아의 팔목을 잡았다.
“너 이리와!”
그녀는 이번만큼은 혼나야겠다고 말하며 시아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끌고 갔다.
“아, 아빠가 먼저… 으윽!”
시아는 반항을 하려다가 실비아의 매서운 눈을 보고서 어깨를 움츠렸다.
“아니, 그렇게 심하게 혼내지는 말고.”
에드가는 본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 듯 당황하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
“다들 쉬어도 돼.”
라온은 식탁 뒤에 서 있던 시녀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대화 나누시길.”
헬렌과 주디엘은 자신의 말뜻을 알아듣고, 빠르게 인사를 한 후 시녀들을 데리고 식당을 나갔다.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라온은 렉타르의 옆으로 다가가 술잔을 따라주었다.
“상황이 상황이니 없지는 않았지.”
렉타르는 나름 바쁘게 움직였다며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그렸다.
“헌데 너도 전부 다 쏟아낸 것 같지는 않더구나.”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다 잃고 있는 듯 고요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이를 먹으니, 그냥 보이는 것들이 있단다.”
렉타르는 그저 감일 뿐이라며 가늘게 웃었다.
“역시 할아버지들은 속일 수가 없네요.”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기막을 친 후 백혈교 본단을 찾은 일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지금 체임버 님과 라리안 님 그리고 에블린이 백혈교를 끌어 올릴 마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백혈교 본단을 바다에서 육지로 꺼내올 수 있을 겁니다.”
라온은 진지한 눈빛을 보였던 세 명의 대마법사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렉타르가 잔에서 찰랑거리는 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백혈교 본단을 바다에서 끌어 올릴 수는 있겠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할지도 모른다.”
그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예? 그게 무슨….”
“네가 백혈교를 찾기 전에 나는 사마의 회의에 참가했었다.”
렉타르가 손가락으로 술잔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연락과 이동 체계였다. 놈들은 너희 오황의 이동 마법을 따라 하듯 사마끼리도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는 백혈교를 공격하는 순간 데루스와 천마에게 연락이 갈 거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신력으로 만들었기에 마법 차단도 의미가 없지. 거기다 놈들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선택권….”
라온은 렉타르가 말한 선택권이 무엇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놈들이 백혈교 지원을 포기하고, 비어 있는 오황을 칠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백혈교 본단을 치려면 최소한 자신과 레크로스 국왕, 체임버 혹은 마탑주가 필요하다. 사마는 상위 초월자들이 자리를 비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왕국들을 습격할 게 분명했다.
‘타천과 천마가 동시에 움직이면 절대 막을 수 없어.’
글렌은 천마와 데루스를 막을 수 있지만,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다. 백혈교를 습격하면 구멍이 뚫릴 테고, 놈들은 그 구멍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한 모양이구나.”
렉타르는 자신의 표정을 읽은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 그 말씀대로라면 답이 없네요. 습격을 막을 수가….”
“솔직히 말하면 데루스와 천마는 나도 막을 수 없다. 아니, 백혈교주도 마찬가지지.”
그는 직접 보고 느꼈다며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래서 놈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렉타르가 나이프를 검처럼 세워서 접시 위에 있는 고기를 찍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창밖에서 쏟아지는 달빛처럼 은은하게 번뜩였다.
“전대 성검련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