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42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42화(1042/1042)
제1042화
“지금 전대 성검련주라고 하신 겁니까?”
라온이 전대 성검련주의 이름을 꺼낸 렉타르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도 알지 않느냐.”
렉타르는 담담한 눈빛으로 술잔을 비웠다.
“사마의 수장들을 일대일로 감당할 수 있는 무인은 북멸왕과 전대 성검련주뿐이다.”
그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냐는 듯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 은거한 검황과 전왕이 나타난다면 또 다르겠지만, 그 두 사람이 사라진 지는 한참이 지났으니까.”
렉타르는 기대를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보신 데루스와 백혈교주는 어땠습니까?”
라온은 그 둘의 무력부터 설명해달라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백혈교주의 혈기는 무서우리만큼 거대했고, 안정되어 있었다. 야왕의 무력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고,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렉타르는 전력을 다해서 싸워도 백혈교주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데루스 로베르트는….”
그가 손가락을 이마에 올린 채 미간을 찌푸렸다.
“아예 읽히지 않더구나. 글렌 님만큼은 아니어도 초월을 넘어설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게 분명해 보였다.
렉타르는 데루스는 아예 다른 차원에 있다며 떨리는 손으로 술을 따랐다.
“천마는 회의에 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데루스보다 위면 위지 아래는 아닐 것이다.”
그는 천마, 데루스, 백혈교주 중 누구 하나 쉬운 사람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라온이 비어 있는 접시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숫자상으로는 오황이 한참 위지만,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최상위 초월자는 사마가 더 많아.’
백혈교와 전쟁을 시작한 후 글렌이 천마를 상대해준다고 해도 데루스 로베르트가 남는다. 데루스는 레크로스 국왕을 압도할 정도의 무력을 지니고 있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오그람 님과 체임버 님은 부상을 다 회복하지 못했으니까.’
만약 야왕과 영화의 대마법사가 멀쩡한 상태였다면 시간이라도 끌 수 있겠지만, 지금 그 둘은 본래의 무력을 다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데루스의 일검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만약 우리가 백혈교를 공격했을 때 데루스와 천마가 지원을 포기하고, 역공을 해 온다면….’
오황 중 셋은 날아가겠지.
글렌이 공간이동을 통해 천마를 막는다고 해도, 데루스가 움직여서 오웬과 마탑을 멸망시키고, 홀로 있을 오그람을 죽일 것이다.
‘내가 아는 데루스라면 분명 그렇게 움직일 거야.’
데루스 로베르트는 동맹을 지원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미끼로 던져놓고 본인의 목적을 이루려고 할 게 눈에 보였다.
‘특히 무조건 야왕님을 죽이려고 할 거야.’
백혈교주가 죽는 순간 그녀의 저주가 사라지기에 야왕도 본래의 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데루스가 바라지 않는 일일 테니, 놈은 오그람부터 노릴 게 분명했다.
‘그럼 야왕님을 할아버지의 옆에 붙이면… 아니야. 데루스와 천마의 합공을 받아서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
데루스가 천족의 힘을 이용하여 공간을 이동할 수 있으니,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고 복잡했다.
‘거기다 대천사까지 움직인다면….’
재앙이나 다름없군.
데루스 로베르트는 때를 기다리는 듯 우리엘을 비롯한 대천사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만약 놈들 중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문제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공격하는 게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니.’
그동안 준비한 일들이 전부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턱이 힘이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네요.”
라온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 빼고는 없어요.”
여러 가지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전대 성검련주를 제외하면 데루스를 막을 사람이 없어 보였다.
“그래. 나도 데루스와 백혈교주를 직접 보았기에 흑야검신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렉타르는 그렇게라도 해서 데루스를 막아보고 싶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찾았다고 하신 건….”
라온이 렉타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흑야검신과 만났다는 뜻이겠죠?”
“그래.”
렉타르가 대답하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성검련의 성지 주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전에 떠났더구나. 꽤 긴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다르칸을 찾을 수 있었지.”
그는 여행을 다니면 만든 인맥들을 통해 간신히 다르칸을 찾았다며 단숨에 술을 털어 넣었다.
“다만 설득이 통하지 않더구나.”
렉타르가 술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입매를 비틀었다.
“내 검이 재미가 없어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더군.”
그는 말이 전혀 통하지를 않았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여전히 검에 미쳐 있는 모양이로군.
라스는 흑야검신의 꼴이 뻔히 보인다며 혀를 찼다.
-하긴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 제 눈을 뽑은 놈이니까.
녀석은 무서울 정도의 집착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재미가 없다라….”
라온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면 될까?’
흑야검신 다르칸의 가장 큰 목적은 글렌과의 결투지만, 그는 자신에게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간다면 대화가 통할지도 모른다.
“지금 흑야검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오스콧 왕국에 있더구나. 성지 주변에 있기에 빨리 찾을 수 있었지.”
렉타르는 오스콧 왕국이라는 이름을 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스콧이요?”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흑야검신 다르칸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왕국의 이름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왜 거기에….”
“놈이 무얼 하고 있는지는 말해도 믿지 않을 게다.”
렉타르는 설명이 안 될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 번 가보죠.”
라온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에 기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변화를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위험할 수도 있다. 지금 다르칸은 제정신이 아니야.”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온이 옅게 웃으며 렉타르의 손을 잡았다.
“제가 위험해지면 할아버지가 지켜주실 거잖아요.”
“으음….”
렉타르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손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무, 물론이지! 내 그 자리에서 죽더라도 너를 지켜주마!”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라스가 어이없다는 듯 헛바람을 내뱉었다.
-이 망할 놈은 이제 지 친할배도 홀리네….
녀석은 점점 귀신이 되어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바로 갈 것이냐?”
“아뇨.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라온이 어둑해진 창밖을 보며 서늘한 미소를 그렸다.
“저희 애들을 좀 돌봐야 해서요.”
*
*
*
후우우우웅!
새벽 공기를 깨부수는 검풍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시간임에도 5 연무장의 검사들은 집중력을 드높인 채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5분 휴식!”
새벽 수련을 담당하는 마르타가 손을 들어 올려서 잠시간의 휴식을 명했다.
“저는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저도 휴식 시간을 반납하겠습니다!”
검사들은 휴식 시간을 마다하고 검을 휘두르거나, 보법을 연습했다.
“너희 왜 그렇게 열심이냐?”
마르타가 검을 어깨에 걸친 채 미간을 찌푸렸다.
“라온이 훈련 시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찰녀 바보야…?”
루난이 맹한 눈으로 마르타를 올려보았다.
“왜긴 왜야. 너 때문이지.”
버렌이 두 손으로 검을 잡은 채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 우리가 싸워야 할 놈들은 백혈교! 단주님의 원수들이잖아요!”
“시간을 아껴서라도 강해져야죠!”
유아와 율리우스는 최선을 다해서 수련하는 게 당연하다며 동시에 고개를 꾸벅였다.
“무, 무섭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죠….”
도리안은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라도 한 듯 손을 떨었지만, 수련은 멈추지 않았다.
“저는 마르타 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사도의 목을 베어서….”
크레인이 마르타에게 아부하기 위해서 혀를 날름거릴 때였다.
“좋은데? 뭐든 할 수 있다니.”
라온이 연무장으로 들어오며 씩 웃었다.
“저, 전주님?”
“피곤하실 텐데, 바로 나오신 거예요?”
“가신 일은 잘되셨나요?”
광풍전 검사들은 오랜만에 보는 라온이 반가운 듯 웃으며 달려왔다.
“귀여운 정보원 덕분에 백혈교 본단의 위치는 찾았어.”
라온은 광풍전 검사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번 전쟁이 바다에서 일어날 게 눈에 보여서 새로운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불안감에 떨고 있는 크레인을 보며 씩 웃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네.”
라온은 고맙다고 말하며 크레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으윽!”
“이, 이런….”
“크.레.인.”
“저놈의 주둥이 진짜!”
광풍전 검사들은 자신의 말에 불길함을 느끼고 크레인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 너희들도 비슷하게 말했잖아….”
크레인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코를 훌쩍였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힘든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바다에서 수련하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휴양일 수도 있지.”
라온이 분노하는 광풍전 검사들을 향해 손가락을 저었다.
“바, 바다요?”
“휴양이라니….”
“정말인가요?”
광풍전 검사들은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말했듯이 백혈교와의 전쟁은 바다에서 일어날 거야. 그러니 바다에 적응을 해야지.”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라, 바닷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그러면 괜찮네!”
크레인이 활기를 되찾은 듯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근처 바다 깨끗하고 따듯하잖아. 수련하기 나쁘지 않을 거라고!”
그는 걱정이 다 가셨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바다에서 싸우는 건 오랜만이니, 적응은 해야지.”
버렌도 나쁜 생각이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임무에 나갔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수련도 제대로 못 했으니까.”
트레빈도 좋은 의견이라며 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나찰녀….”
루난은 밝아진 분위기에 마르타가 걱정되는 듯 눈매를 좁혔다.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계속 딱딱하게 훈련을 했으니, 조금 푸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마르타는 라온의 훈련이니, 뜻이 있을 거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찬성이네.”
라온이 웃고 있는 광풍전 검사들을 보며 서슬 퍼런 눈동자를 띄웠다.
“바로 가보자고.”
*
*
*
후우우우우웅!
살을 뜯고, 뼈를 뚫어내는 듯한 차디찬 바람이 몰아치고, 쇄빙선처럼 얼어붙은 바다를 가르는 파도가 솟구치는 북방의 바다.
북해라 이름 붙은 최흉의 바다 위에 광풍전 검사들이 수영복만 입은 채 서 있었다.
“이, 이게 뭐예요?”
크레인이 퍼렇게 질린 입술을 떨며 매섭게 요동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휴양이라면서요! 이건 지옥이잖아!”
그는 얼어 죽을 것 같다며 턱을 떨었다.
“또 속았어….”
버렌은 추위 때문에 달삵이 돋아오른 팔을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저 미친놈을 믿으면 안 된다니까!”
그는 전주라 불러야 한다는 것도 잊은 듯 라온에게 미친놈이라고 소리쳤다.
“난 좋은데?”
루난은 평소의 맹함 대신 활기를 일으키며 몸을 풀고 있었다. 냉기의 오러를 사용하기에 이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전주님의 마음속에서 악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도리안은 심안으로 보았을 때부터 이 상황을 예측했다며 턱을 떠었다.
“제, 젠장! 다시는 저 인간 말 안 믿어!”
“바다 위에서도 이렇게 추운데, 안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얼어붙을 거라고!”
“여기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하분성이야! 그냥 북해라고!”
검사들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린 듯 눈물을 글썽였다.
파아아아앙!
모두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마르타가 거침없이 도약하여 얼음이 떠다니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시간 없어! 빨리 들어와!”
그녀도 북방의 추위를 다 이겨내지 못했기에 입술을 떨면서도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응!”
루난은 마르타보다도 더 시원하게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딱 좋아!”
그녀는 안이 더 낫다는 듯 검사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크아아아악!”
버렌은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도 참기가 쉽지 않은 듯 숨을 헐떡이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에라 모르겠다!”
“저도 갑니다!”
“으아아아악!”
광풍전 검사들은 동료들이 하나씩 뛰어드는 것을 참지 못하고 모두 함께 바다로 들어갔다.
-호오!
라스가 놀랍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예전 같으면 네놈이 밀어 넣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다들 변했구나.
‘이제는 가족이니까.’
라온이 이를 떨면서도 검을 뽑아 든 검사들을 보며 옅게 웃었다.
‘마르타를 도와주고 싶어서 강해지려는 거야.’
지금 이 바다에는 자신이 넣어둔 글래시아의 냉기도 스며들어 있다. 일반적인 북해보다도 훨씬 추울 텐데, 마르타를 위해서 견뎌주는 검사들이 기특했다.
“자, 그럼 전부 잠수하고, 물속에서 검술을 연마하도록.”
라온이 시작하자고 말하며 손뼉을 쳤다.
“자, 잠수요?”
“아니 여기서?”
“미, 미쳤어….”
잠수까지 시킬 줄은 몰랐다는 듯 검사들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처럼 흔들렸다.
“그래. 들어가서 검술 하나를 다 휘두르지 않고 나오면….”
라온이 제천검의 검집을 들어 올렸다.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머리통을 후려주겠다고 말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삼, 이, 일.”
라온이 일을 외치자마자, 머리를 내놓고 있던 검사들이 전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자, 잠깐만요. 마음의 준비… 커헉!”
손가락으로 코를 잡고 준비하던 크레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더, 더럽게 아파!”
크레인은 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은 채 바다로 들어갔다.
“흐음….”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검집을 매만지고 있을 때 수면이 출렁이며 도리안이 튀어나왔다.
“허억! 허억! 잠시….”
“다시.”
라온은 입매를 비틀어 올리며 겁집으로 도리안의 머리를 두드렸다.
“으아아아악!”
도리안은 비명을 지르고서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거 훈련이 아니라, 고문… 케엑!”
“잠깐만요! 코에 물이…크헉!”
검사들이 핑계를 대며 올라왔지만, 라온은 봐주지 않고 계속 머리를 후려쳤다.
-하….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이거 그냥 땅굴에서 올라오는 두더지 잡기잖느냐!
녀석은 자신만 재밌고, 검사들에게는 고문이라며 입술을 떨었다.
‘아니야.’
라온이 평온하게 고개를 저었다.
‘폐활량도 키우고, 검술도 수련하고, 바다와 냉기에 대한 저항력도 키우는 일석삼조의 훈련이라고.’
-네놈의 입꼬리에 걸린 웃음이나 지우고 그딴 소리를 해라!
라스는 천족도 이런 고문은 안 한다며 이를 갈았다.
‘흠….’
라온이 손을 올려서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고서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보았다.
후우우욱.
마르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한 번도 올라오지 않은 채 꾹 참으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
라온은 마르타의 눈동자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의지를 느끼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어떻게 해서든….’
성검련주를 설득해야 해.
*
*
*
“여기에 흑야검신이 있다구요?”
라온은 돈을 처바른 듯한 오스콧 왕국의 화려한 전경을 살피며 헛바람을 흘렸다.
‘너무 안 어울리는데?’
조용한 곳에서 검만 휘두를 것 같은 흑야검신 다르칸이 유흥으로 가득 차 있는 오스콧 왕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왜? 여기가 뭐 하는 곳인데?
라스가 설명을 해달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여기는 일반적인 왕국과는 달라. 왕도 도박꾼이고, 왕도 전체에 도박장과 술 그리고 약이 퍼진 곳이지.’
아예 통제가 불가능한 무법지대까지는 아니지만, 인간성과 양심이 아닌 돈과 폭력이 지배하는 땅이 바로 오스콧이었다.
‘흑야검신 다르칸은 돈이나, 도박 유흥 같은 게 아니라 오직 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곳에 있는 게 이해가 안 돼.’
다르칸이 마음을 먹었다면 이 왕국 정도는 손쉽게 먹어치울 수 있겠지만, 검에 미친 그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 그는 이곳에 있다.”
렉타르는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서 붉고 푸른 조명이 일렁이는 왕도로 올라갔다.
‘무얼 하고 있으려나.’
다르칸이 술에 빠졌는지, 도박에 빠졌는지 혹은 여자에 빠졌는지 모르기에 짧게 입맛을 다시며 렉타르의 뒤를 따라갔다.
다만 그는 도박장과 술집이 가득한 왕도의 중심지가 아니라, 외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찬란한 조명과 농후하게 풍겨 나오던 돈 냄새가 사라지고, 쾌쾌한 악취와 오물들이 발에 밟히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라온은 좁고, 어둑한 골목으로 들어가는 렉타르를 부르며 눈을 부릅떴다.
“정말 이곳에 흑야검신이 있는 겁니까?”
“저기에 있지 않느냐.”
렉타르는 다 왔다고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낡은 도박장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한 푼만 줍쇼….”
검은 안대로 두 눈을 가린 남자는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지랄하네!”
“안 꺼져?”
도박장에서 막 나온 듯한 젊은 양아치들은 안대를 쓴 거지를 발로 밟고, 그의 머리 위에 가래침을 뱉었다.
“여기도 이제 물이 안 좋다니까.”
그들은 거지의 발밑에 은화 하나를 던지고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사라졌다.
“가, 감사합니다.”
안대를 쓴 거지는 눈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떨어진 은화를 한 번에 주었다.
‘하아….’
라온은 성검련의 성지에서 보았던 다르칸과 똑같은 얼굴을 한 거지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저 미친놈!’
여기서 왜 거지 짓을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