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4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44화(1044/1072)
제1044화
“후우….”
렉타르가 찻잔을 잡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군.’
다르칸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라온의 재능을 높게 샀기에 이야기라도 들어줄 줄 알았지만, 깨달음이 오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는지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일주일이면 있을 만큼 있었지.’
라온의 기다려보자는 말에 일주일 동안 다르칸을 지켜보며 대기했지만, 시간 낭비일 뿐인 것 같았다.
타악.
렉타르는 빈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몸을 일으켰다.
‘그만 돌아가자고 해야겠어.’
다르칸이 데루스 로베르트를 막아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현 상황으로 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가능성이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빨리 돌아가서 다른 대책을 생각하는 게 나았다.
‘아직 그곳에 있겠지.’
렉타르는 오전에 라온과 다르칸이 있던 골목을 떠올리며 찻집을 나섰다.
라온을 설득할 말을 떠올리며 왕도의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멀리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한 푼만 줍쇼!”
다르칸이다. 그는 이전보다 톤이 내려간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달라붙지는 말거라.”
부유해 보이는 중년인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주머니에 있던 은화를 던져 주었다.
‘웬일이지?’
렉타르는 구걸에 성공한 다르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의 성공 못 하던데.’
다르칸은 종일 구걸을 해도 동전 하나 얻지 못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다.
안대를 쓰고 있지만, 눈이 보이는 듯 행동했고 근골이 장수처럼 거대했기에 구걸에 실패하는 건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 건가?’
다르칸은 그 이후에도 귀족 차림을 한 젊은 여성에게서도 은화 하나를 받아냈다.
“가, 감사합니다!”
다르칸은 땅에 떨어진 은화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귀족 여성에게 머리를 박았다.
‘아니, 지금 보니….’
몸짓이 변한 것 같은데?
이전의 다르칸은 구걸할 때도 넓은 어깨와 등을 쭉 펴서 위협적인 모습으로 손을 뻗었었다.
이 동네의 거지나, 양아치들은 그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기에 심심하면 건드리는 샌드백으로 취급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 모습이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다르칸은 무릎을 벌리고, 어깨를 좁힌 후 등까지 굽혔다. 저렇게 보니 덩치가 큰 게 오히려 더 불쌍하게 보였다.
‘또 성공했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신만은 아닌지 그에게 돈을 던져 주는 사람이 꽤 많았다.
‘깨달음이라도 얻은 건가?’
오전까지의 다르칸이 거지 연기를 했다면 지금의 그는 정말 거지가 되어 깨진 밥그릇을 두드리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인간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쟁취해낸 것 같았다.
‘이러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도….’
렉타르가 기대감을 지닌 채 다르칸에게 다가갈 때였다.
“그게 아니라니까!”
다르칸 옆에서 정말 거지라는 두 글자를 얼굴에 새긴 듯한 청년이 나와서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각도! 손의 각도가 더 벌어졌잖아!”
거지 청년은 직접 손을 펼쳐서 다르칸에게 구걸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네가 지금의 나처럼 오른손과 왼손의 각도를 45도를 유지했다면 은화가 아니라, 금화가 나왔을 거라고!”
그는 제대로 보고 느끼라며 눈이 없는 다르칸의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뻗었다.
“떨림도 너무 인위적이야. 병에 걸린 것처럼 각기 다른 박자로 떨라니까!”
거지 청년은 다시 해보라는 듯 다르칸의 등을 걷어차서 골목 앞으로 밀었다.
“제, 제발 한 푼만 주십시오….”
다르칸은 거지 청년의 말에 감명받은 듯 다시 구걸을 시작했다. 45도로 벌어진 채 떨리는 손가락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로 손이 갔다.
‘뭐, 뭐지…?’
매혹 마법인가? 정말 저놈이 불쌍해 보여.
다르칸의 정체가 흑야검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가 불쌍해서 돈을 주고 싶다는 감정이 피어났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을 때 다르칸에게 가르침을 내린 거지 청년이 가는 웃음을 흘렸다.
“어…?”
렉타르가 거지 청년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서, 설마 라온?’
오전과는 다른 변장을 했지만, 저 거지 청년은 라온이 분명했다.
“괜찮았어. 다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라온은 한 가지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너는 장님이지? 그러면 바로 돈을 줍거나, 받으면 안 돼. 일부러 돈을 땅에 떨어뜨려서 찾는 척을 한다면 더 불쌍하게 보일 수 있다고.”
“그렇군! 확실히!”
다르칸은 또 하나 배웠다는 듯 라온에게 두 손을 모았다. 정말 스승이라도 삼은 듯한 예의 있는 자세였다.
“그럼 다시 해보겠다.”
“그래. 네가 느낀 것을 구걸로 표현해.”
“알겠어!”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로 물러섰고, 다르칸은 다시 앞으로 나와서 구걸을 시작했다.
“제, 제발 한 푼만 주십시오….”
다르칸이 정말 장님이 된 듯 몸을 움츠린 채 허우적거리자, 왕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에게 은화를 던져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는 라온의 말을 기억하고, 바로 돈을 줍지 않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었다.
“헉!”
렉타르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끼고 있던 은화를 다르칸에게 던져 주었다.
다만 다르칸을 불쌍하게 본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다르칸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그가 진짜 장님이라고 생각한 듯 주머니에 있던 돈을 꺼내서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다르칸은 진정한 거지가 된 것에 희열을 느끼는 듯 비어 있는 안구에서 눈물을 떨어뜨렸다.
“음음!”
라온은 그 모습이 대견하다는 듯 큼지막하게 턱을 끄덕였다.
“허….”
렉타르는 거지 짓에 만족하는 전 상사와 거지 짓을 가르치고 뿌듯해하는 손주를 보며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그것도 악몽으로?
*
*
*
“그래서….”
렉타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다르칸에게 거지 짓을 가르쳤다고?”
“예.”
라온이 거지도 안 입을 넝마를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다르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라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저 아이의 말이 맞았다.”
그가 때가 탄 손을 본인의 가슴 위에 얹으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거지 행세를 했을 뿐 내 영혼은 언제나 흑야검신이었다. 다른 거지들에게 밟히고, 도박꾼에게 무시당해도 언제나 놈들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에 여유를 가졌지.”
다르칸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이전의 자신을 비웃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몸과 정신을 축내는 시간 낭비일 뿐이지. 나 스스로도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을 때 저 녀석이 그런 말을 하더구나.”
그가 자신을 가리키며 묵직하게 턱을 내렸다.
“‘거지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그제야 느꼈다. 내가 헛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르칸은 그 말 덕분에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었다며 가느다란 미소를 흘렸다.
“지금은 내가 정말 거지가 된 것처럼. 내일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이게 진정한 거지의 삶이겠지.”
다르칸은 마음은 불편하지만, 뇌리를 간지럽히던 불쾌함을 사라졌다고 말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거지 짓을 배운 것으로 깨달음을 얻는다고?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
녀석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서, 설마….”
렉타르가 굳어진 다르칸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깨달음이네요. 아마 길지는 않을 겁니다.”
라온은 얼굴에 묻어 있는 숯 검댕을 닦아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너. 그러니까 어….”
렉타르는 무엇을 먼저 물어봐야 할지 고민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
“네가 어떻게 거지에 대해 그리 잘 아는 것이냐?”
그는 결국 거지에 관한 질문부터 해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수집 임무 중에 습득했습니다.”
라온은 별거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거지의 귀에는 세상의 소문이 모두 다 들어오니까요.”
정보 수집 그리고 암살자로 위장하는데, 거지만큼 좋은 직업은 없었다.
거지는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였기에 그림자에서도 거지 연기를 진심으로 가르쳤다.
다만 전생의 일을 꺼낼 수는 없기에 임무 중에 습득했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
렉타르는 완전히 의문이 풀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하아!”
그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다르칸이 탁한 숨을 내뱉었다.
“이제야….”
다르칸이 안대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머리가 시원해졌다. 번뇌 자체가 날아갔어.”
그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네 덕분이다. 라온 지그하르트.”
다르칸은 검에 미친 괴짜지만, 무인답게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별일 아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턱을 저었다.
‘조금 짜증이 나서 움직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네.
자신이 신도 아니고, 이 모든 상황을 계산해서 움직인 건 아니다.
다르칸의 어설픈 거지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조금 가르쳐주었을 뿐인데, 그가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자신의 속도 시원하게 풀렸다.
“이제 말해라. 내게 부탁한다는 게 무엇이냐.”
다르칸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목소리에 여유가 흐르는 것을 보니, 웬만해서는 들어줄 것 같았다.
“부탁을 말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다. 사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라온은 데루스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사마의 이름을 꺼냈다.
“사마?”
다르칸이 짧게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 한심한 놈들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는 호의도, 악의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천마에게도?”
“강한 건 알고 있지만, 그놈은 검사가 아니다.”
다르칸은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검사가 아니기에 관심이 없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검에 미친 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 부탁을 해도 되겠군.”
라온이 다르칸의 안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데루스 로베르트가 오황을 습격하기 위해서 움직일 텐데, 놈을 막아줄 수 있나?”
“데루스 로베르트?”
다르칸이 데루스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콧잔등을 긁었다.
“그래. 현시점에서 데루스를 막을 수 있는 건 북멸왕과 너뿐이다.”
“그놈이 그 정도로 강해졌다고?”
그가 신기하다는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내가 무력을 읽을 수 없을 정도요.”
렉타르는 이전과는 아예 격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눈매를 찌푸렸다.
“지금의 당신이라고 해도 이길 수 없을지도.”
그는 승부를 점칠 수 없다고 말하며 입술을 살짝 씹었다.
“부탁하지. 데루스 로베르트를 막아줘.”
라온이 다르칸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최종 목표가 할아버지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싸움에서 두 사람 중 한 명이 사라질 테니, 먼저 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니….”
다르칸이 자신에게 손가락을 저었다. 역시나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면 빨리 말을 하지!”
그는 왜 먼저 말을 안 했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데루스가 그렇게 강해졌다는 말만 했어도 바로 싸워주겠다고 했을 거다.”
다르칸은 먼저 왜 말을 안 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당신이 말을 못 하게 했잖아!”
렉타르는 살기로 입을 막아놓고 무슨 소리냐며 발을 굴렀다.
“그랬나?”
다르칸은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을 잊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 과거 일은 넘어가자고. 데루스는 막아줄 테니까.”
그는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부탁을 들어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르칸이 자신을 보며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네게도 작은 가르침을 내려주마.”
“가르침?”
라온이 눈썹을 살짝 내렸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나는 거래를 좋아한다. 네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는 게 맞겠지.”
다르칸은 받은 것을 갚아주고 싶을 뿐이라며 웃었다.
“네 검술을 봐주마.”
그는 자신의 검술을 봐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큰 깨달음이 아니었을 텐데?”
“내 경지쯤 되면 아주 작은 깨달음도 소중해지는 법이다. 네가 해준 일은 결코 작은 게 아니야.”
일반적으로는 남이 해준 일을 낮추겠지만, 다르칸은 자신이 한 일을 그 크기 이상으로 인정해 주었다.
“요즘 무엇에 막혀 있지?”
다르칸은 전부 다 들어주겠다는 듯 두 팔을 펼쳤다.
“음….”
라온이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심검의 위력이 내 생각보다 약한 것 같아.”
“어…?”
다르칸이 멍하니 서 있다가 헛바람을 뿜었다.
“시, 심검? 네가 심검의 경지에 올라갔다고?”
그는 전혀 몰랐다는 듯 턱을 저었다.
“그래. 이 검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리온은 아직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진혼검을 뽑았다.
“그러면 먼저 말을 하지! 같은 길을 걷는 검사였다면 이야기를 다 들어줬을 텐데!”
다르칸은 왜 먼저 말을 하지 않았냐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니, 네가 듣지를 않았잖아!”
라온은 렉타르와 똑같이 다르칸에게 소리를 쳤다.
-하아, 본왕이 또 잘못 보았구나.
라스가 자신과 다르칸의 대화를 듣다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놈은 네놈과 동급이 맞느니라. 그냥 둘 다 미친놈이니라!
*
*
*
오스콧 왕국의 뒷골목.
“어떤 가르침을 주겠다는 거지?”
라온은 달빛이 쓸어내리는 건물의 잔해 앞에서 다르칸과 마주 섰다.
“지금부터 네게 심검을 쏘아낼 것이다.”
다르칸이 검을 쥐듯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잡았다.
“너는 너의 심검으로 방어를 해보도록.”
그는 잘 막아보라는 듯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잠깐!”
렉타르가 다르칸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
“라온은 심검의 경지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소. 당신의 검을 막을 수준이 아니야.”
그는 그만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은 홀로 심검을 사용할 수도 없으니, 힘의 차이가 나는 건 명백하지.”
다르칸이 렉타르를 보며 피식 웃었다.
“다만 네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내 심검은 특별하니까.”
그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나는 다르칸으로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검사로서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다르칸은 본인을 믿어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라온이 렉타르를 보며 옅게 웃었다.
“괜찮을 거예요.”
그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서 다르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시작하지.”
진혼검을 뽑아서 손아귀에 잡으며 어금니를 지그시 씹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다르칸이 입매를 말아 올리며 무형의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뻗었다.
후우우우우욱!
미세한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태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자신의 영혼 앞으로 무시무시한 살의가 들이닥쳤다. 다르칸이 쏘아낸 심검의 파동이었다.
빠드드득!
라온이 어금니를 씹으며 진혼검에 깃든 원한과 자신의 영혼을 이었다.
강물이 모여 바다가 이루듯 색이 다른 영혼이 뒤섞이며, 보다 더 날카로운 영혼의 검을 벼려냈다.
‘지금!’
라온은 매섭게 들이닥치는 다르칸의 심검을 향해 자신만의 검을 내질렀다.
챠아아아아앙!
검과 검. 영혼과 영혼이 부딪치며 수천 개의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펴졌다.
쿠우우우웅!
어마어마한 파동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온 세상이 변해 있었다.
“이건….”
폐허 같았던 뒷골목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회색 공간이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환영한다.”
그 회색 공간의 중심에 선 다르칸이 자신을 굽어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나의 심검에 온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