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51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51화(1051/1072)
제1051화
-흐어어억!
라스는 육지로 끌려온 고대의 크라켄을 보며 탄성 같은 비명을 터트렸다.
-무, 문어가 왜 항아리에서 나오는 것이냐!
녀석은 마법을 보았음에도 이해가 안 된다며 주먹을 흔들었다.
“뭐, 뭐냐 이건…?”
발데르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며 눈을 끔벅였다.
“왜 크라켄이 항아리에 들어가 있는 건데!”
그도 라스처럼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턱을 떨었다.
“저, 저거 정말 크라켄 맞아? 고룡보다도 큰데?”
“백혈교 본단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왜 항아리에서 나온 거지?”
“항아리로 크라켄을 소환한 건가? 이 정도면 마법이 아니라, 신기 아니야?”
다른 검사들 역시 크라켄이 항아리에서 튀어나온 게 당황스러운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어를 낚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편한 방법은 항아리 낚시야.”
라온이 태산만 한 다리를 꿈틀거리는 크라켄을 보며 손을 내렸다.
“항아리 낚시…?”
루난이 그게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밧줄에 묶은 항아리들을 그물처럼 바다에 던져놓고, 그다음 날 오전에 수거하는 어업이야. 그 항아리들 안에는 밤새 활동했던 문어들이 가득 들어차 있지.”
라온이 크라켄을 담고 있다가 깨진 항아리를 가리켰다.
“왜, 왜 그런 게 가능한 거죠? 항아리에 먹이는 넣어두는 것도 아닌데….”
크레인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숨을 깊게 들이켰다.
“두족류인 문어는 어두운 곳에 몸을 움츠려서 숨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거기에 딱 맞는 게 바로 항아리지.”
그걸 보고 항아리 낚시 만들어진 거라고 말하며 웃어주었다.
“저 크라켄은 신화 속에서 나오는 진짜 괴물이야. 몸집이 크고 강한 만큼 본능도 강하지. 에블린과 대마법사님들은 그걸 노리고 세 가지 마법을 준비했어.”
라온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첫 번째는 크라켄이 들어갈 수 있는 항아리를 소환하는 거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위치에 저 거대한 항아리를 소환했던 에블린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는 크라켄이 백혈교의 지시를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본능을 강화하는 마법을 걸었지.”
공격 의사 없이 오직 본능만을 강화하는 마법을 새롭게 만든 라리안을 가리켰다.
“아, 그래서….”
“그래. 크라켄은 백혈교 본단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잊고, 본능에 넘어가 에블린이 소환한 항아리로 들어간 거지. 마지막으로….”
라온이 지친 듯 숨을 몰아쉬는 체임버를 바라보았다.
“체임버 님이 공간마법을 운용해서 크라켄과 백혈교 본단이 얹어진 항아리를 이곳으로 소환한 거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야.”
체임버는 에블린과 라리안에 비해서는 별것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대단한 일 맞습니다.”
라온이 체임버를 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주 어마어마한 일이지.’
백혈교주는 눈치가 빠르기에 항아리에 그 어떠한 마법도 걸어둘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체임버는 원거리에서 마나의 지원만 받으며 저 거대한 항아리와 크라켄을 즉석에서 옮겨냈다. 세 대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큰 마나와 심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공간 마법이 전문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심력을 소모했을 것이다.
“그랬군….”
발데르는 이제야 상황이 이해된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왜 2달이나 걸렸고, 우리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는 드물게도 진중한 눈빛으로 새로운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언니들 좀 하네?”
아리스가 체임버와 라리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너도 잘했어.”
그녀는 눈동자를 반짝이는 에블린에게도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모님!”
에블린은 다시 보아서 행복하다며 아리스에게 안겼다.
“어억….”
아리스는 갑자기 끌어안은 에블린에게 당황하여 눈을 끔벅였다. 에블린의 돌진력과 행동력은 대륙 제일인 것 같았다.
“역시 오황의 마법사들이야!”
“등 뒤에 저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네.”
“그래. 오늘 질 것 같지가 않아.”
검사들은 마법사들의 지원에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안 거지?”
라리안이 라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블린에게 들은 건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에블린은 설명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세차게 손을 저었다.
“아니, 말했어.”
라온이 에블린을 보며 옅게 웃었다.
“내가? 언제?”
“해저에서 두 번째로 크라켄을 보았을 때 힌트를 줬잖아.”
에블린이 크라켄을 보며 두족류와 본능이라는 이야기를 꺼냈기에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오늘의 광경을 그려낼 수 있었다.
“역시 라온이야. 나는 거기까지 알아차릴 줄은 몰랐어….”
에블린은 이 그림 자체를 파악했다는 게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단어로 알아차렸다고? 너도 참 어이가 없는 놈… 윽!”
체임버는 정말 뭐 하는 인간이냐는 듯 혀를 내두르다가 허리를 굽혔다.
“괜찮으십니까?”
라온이 체임버에게 달려가 어깨를 받쳐주었다.
“부상자 주제에 너무 무리했나?”
체임버는 상단전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달아 대형 마법을 사용한 후유증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달아서 대형 마법을 사용했다구요?”
“크라켄이 움직일 수 없게 혼돈 마법을 걸었거든. 마나 저항이 억세서 조금 고생했어.”
그녀는 크라켄을 소환하자마자, 놈이 움직일 수 없도록 혼돈 마법을 걸었던 것 같았다. 이제야 얼굴빛이 창백한 게 이해가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야.”
체임버가 막대사탕을 꺼내서 이빨로 깨물었다.
“이제는 이동과 지원밖에 해줄 수 없으니, 뒤는 너희에게 맡길게.”
그녀는 저 하얀 도시에서 백혈교주를 끌어내라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체임버가 뒤에 있던 마법사 한 명을 앞으로 끌고 왔다.
“이곳에 남은 발카르의 사령탑은 이 녀석이 할 거야.”
그녀가 입매를 말아 올리며 앞으로 데려온 마법사의 후드를 벗겼다.
“또 이러시네….”
제이나. 발카르의 왕녀인 그녀도 이곳에 와 있었다.
‘전혀 몰랐어.’
마나의 흐름이 깊고도 고요해서 체임버가 아끼는 수제자라고 생각했는데, 제이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 건방진 계집. 괴물이 되었구나.
‘그러게. 이제는 진짜 거물 느낌이 나네.’
제이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졌던 왕녀라는 지위가 아닌, 스스로 쟁취한 능력으로 거물의 냄새를 피워내고 있었다.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제이나는 이전과 달리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자신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온은 달라진 제이나의 영혼을 느끼며 진심을 담아 말을 높여주었다.
“그럼 믿고 있을게.”
체임버는 자신과 제이나에게 손을 흔들고서 푸른 차원문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쉴 시간도 없이 발카르 본부로 돌아가 대륙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준비를 할 것이다.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발데르가 바위만 한 어깨를 돌리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저놈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쳐야지!”
그는 어서 공격 명령을 내리라는 듯 말아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공검대주 세레나가 백혈교 본단의 성벽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성벽 위로 점점 더 많은 혈귀들이 올라오고 있어요.”
“저거 보이시죠?”
라온이 백혈교 본단 주변에 펼쳐져 있는 하얀 안개를 가리켰다.
“저 안개는 오러와 마법에 강한 저항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길을 잃고, 환상을 보게 만드는 진법의 역할도 합니다. 대책 없이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아군끼리 싸워서 전멸할 겁니다.”
“그, 그러면 어떻게….”
“저걸 해결해줄 사람은 따로 있어요.”
하늘의 기운을 담은 창궁검을 전력을 펼쳐낸다면 저 안개를 지울 수 있겠지만, 그건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
“에블린.”
자신과 함께 바닷속에서부터 저 안개를 보았던 천재 마법사가 해결해줄 일이었다.
“다 끝났어!”
에블린이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그녀가 빠르게 입술을 달싹이며 고대의 주문을 영창하자, 어둑해지던 하늘이 진동하며 샛노란 벼락을 떨어뜨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갈라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파동이 일어나고, 바다가 넘쳐흐를 듯이 진동하더니, 백혈교 본단을 가리고 있던 하얀 안개가 지워졌다.
“됐지? 이게 나야! 네 여자라고!”
에블린은 어떠냐는 듯 싱긋 웃었다. 다만 그 미소와 달리 그녀의 눈꺼풀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상당히 무리를 한 것 같았다.
“이제 가도 돼.”
에블린은 성벽과 도시에 걸려 있는 보호 주술만 남았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고맙다.”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흔들리는 에블린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어머? 남들이 다 보는데 여기서?”
에블린은 진심이냐는 듯 옷깃을 슬쩍 늘어뜨렸다.
“…….”
-저 광녀는 안 되느니라. 점수가 올라가다가 수직으로 하강을 한다고!
라스는 이제는 지친다며 힘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들어라.”
라온이 얼굴을 붉힌 에블린을 무시하고 뒤를 돌았다.
“죽을힘을 다해서 저 하얀 성벽을. 아니, 죄 없는 이들의 피로 쌓아 올린 저 시체들의 성을 넘어라.”
안개를 지운 것만으로 피비린내가 풍겨오는 백혈교 본단을 향해 제천검을 뽑아 들었다.
“명을 받듭니다!”
광풍전 검사들은 라온의 말을 받으며 검을 뽑 아들었다. 수많은 검사들이 동시에 발검을 했음에도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우리는 두 번째 다리로 가겠다.”
발데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낭창거리는 연검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지그하르트의 돌격대는 언제나 진무전이었다! 광풍전에 지지 마라!”
그는 해변이 들썩이도록 발을 구르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럼 내가 세 번째 다리네?”
아리스가 라바윈과 청풍의 선원들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바로 전쟁이네. 그래도 그게 우리답잖아?”
그녀는 잘 따라오라는 듯 바다를 닮은 시원한 미소를 그렸다.
“저희는 네 번째로 들어가겠습니다.”
공검대주 세레나와 전검대주 라테인이 네 번째 다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은….”
“거긴 남겨둬.”
라리안이 그냥 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섯 번째 다리는 뒤에 올 오웬의 기사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았다.
“결국 공성전이군요.”
크레인이 손가락을 풀며 긴장을 털어냈다.
“좋게 생각해. 바다에서 벌이는 공성전보다는 낫잖아?”
라온이 크레인의 어깨를 잡으며 옅게 웃었다.
“무, 물론이죠! 그냥 물에서 싸우는 연습을 그렇게 했는데, 못 보여줘서 아쉬운 것뿐이에요!”
크레인은 불평하는 게 아니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아직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테니….”
라온이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구!
백혈교의 성벽 위로 수없이 많은 혈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칼을 꼬나쥔 채 스스로의 육체로 벽을 쌓을 것처럼 끊임없이 성벽을 채워나갔다.
‘이게 문제야….’
라온은 점점 더 늘어나는 혈귀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절대적인 숫자.’
백혈교는 오랜 기간 운영된 사이비 종교답게 사마 중에서도 가장 많은 머릿수를 자랑한다. 말 그대로 적의 체력을 빼기 위해서 교도를 고기방패로 내어줘도 될 정도였기에 보고만 있어도 불쾌감이 느껴졌다.
‘다만….’
아직 고수들은 보이지 않아.
주교급들은 이곳저곳에 있었지만, 대주교와 사도급 고수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가자아아아아아!”
발데르는 지금 뚫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 듯 포효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성난 돌진이 도화선이 된 듯 다른 다리에 있던 무인들도 백혈교의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감각이 좋군.’
라온이 옅게 웃으며 성벽으로 뛰어가려고 할 때였다.
“대주님은 상위 사도가 나타날 때까지 쉬고 계십시오.”
버렌이 자신의 앞으로 나왔다.
“이곳의 길은 저희가 뚫겠습니다!”
그가 믿어달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니, 버렌만이 아니다. 광풍전 모두가 맡겨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좋다. 다만….”
라온이 제천검을 넣어두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직접 키운 검사들을 보며 묵직하게 턱을 내렸다.
“너도 내 옆에서 대기하도록. 네 싸움은 지금 여기가 아닐 테니까.”
손을 들어 버렌의 뒤에 있던 마르타를 가리켰다. 마르타가 있어야 백혈교주에게서 그녀의 어머니를 구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녀도 힘을 빼서는 안 됐다.
“으음….”
마르타는 평소라면 절대 싫다며 악을 질렀겠지만, 오늘은 일의 중요성을 알기에 입술을 깨물면서 자신의 옆으로 나왔다.
“우리를 믿고 있어.”
버렌은 믿고 기다리라는 듯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꼭 길을 열어줄게….”
루난은 평소의 맹한 눈빛이 아닌, 별빛을 담아낸 듯한 이지적인 눈으로 마르타를 바라보았다.
“죽지 마. 자식들아….”
마르타는 죽으면 본인의 손으로 죽일 거라며 이를 갈았다.
광풍전의 검사들은 그런 마르타의 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가라.”
라온이 손을 들어 하얀 피가 흐르는 듯한 백혈교의 성벽을 가리켰다.
“네 개의 다리 중 가장 먼저 성벽을 뚫도록.”
“명을 받듭니다!”
광풍전 검사들은 지상 명령이라도 받은 듯, 한 자루의 검과 같은 예기를 일으키며 성벽으로 돌진했다.
“마음 놓고 지켜봐.”
라온이 팔짱을 낀 채로 턱을 까딱였다.
“네 동료들이 얼마나 믿음직해졌는지를.”
*
*
*
“배, 백무가 지워졌습니다! 재생까지 반나절은 넘게 걸릴 듯합니다!”
“본단과 해안을 잇는 다리가. 다, 다섯 개나 연결되었습니다! 그 앞으로 지그하르트 놈들이….”
“마, 마법의 흐름을 끊었는데도, 크라켄이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기절한 것 같습니다!”
끈 떨어진 인형처럼 굳어진 백혈교주에게 연달아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하아아….”
백혈교주가 떨리는 손을 들어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아주 더럽게 당했군. 9사도 그 지랄 맞은 것이 굶주린 개들을 끌고 왔어.”
그녀는 9사도의 일이 여기까지 번진 것을 알아차린 듯 이를 갈았다.
“10사도 데루스 로베르트에게 연락하도록. 당장 지원을 오라고 전해.”
백혈교주는 하얀 연기를 뿜으며 10사도를 보며 턱을 까딱였다.
“그리고 열세 번째 그 망할 놈도 불러.”
그녀는 데루스에게 연락을 한 후 13번째 사도를 부르라며 피 냄새가 풍기는 음성을 뱉어냈다.
“…알겠습니다.”
10사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1사도는 내 피를 다 가져가서라도 크라켄을 깨우고, 12사도는 사도와 주교들을 데리고 가서 성벽을 사수해라.”
백혈교주는 머리끝까지 피가 차올랐음에도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임무를 나눠주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1사도는 죽여서라도 크라켄을 깨우겠다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헌데 교주께서는….”
12사도가 백혈교주는 그럼 무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도 중에서도 그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 대공에 들어가겠다.”
백혈교주가 손아귀에 힘을 주어 다 빨아들인 곰방대를 으깨버렸다.
“지금 밖에 있는 건 라리안과 체임버 그리고 라온 지그하르트지만, 다른 놈들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지. 여기서 벽을 깨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다.”
그녀는 딱 한 조각 남은 퍼즐을 채워서 벽을 넘어서겠다며 하얀 주먹을 말아쥐었다.
“교주님답군요.”
12사도는 좋은 선택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 피를 모조리 쏟아내더라도 버티겠습니다. 대공에 성공하시길,”
그는 절대 뚫리지 않겠다며 사이한 미소를 그렸다.
“저도 최대한 빨리 크라켄을 깨운 후 12사도를 지원하겠습니다.”
1사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곧은 시선을 세웠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10사도는 데루스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먼저 움직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백혈교주는 본단 밖에서 들려오는 검사들의 포효를 들으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그녀는 목구멍에 남은 마지막 연기를 뱉으며 이를 갈았다.
“모조리 핏물로 만들어줄 테니까.”
*
*
*
“막아라!”
“교주님을 위협하는 악마들을 막아!”
“목숨을 걸고 성지를 지켜라!”
성벽 위에 선 백혈교도들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처럼 생명력을 담아낸 혈기를 쏟아냈다. 혈기의 물결이 폭우가 되어 검사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무시하고 계속 가라!”
선두에 선 발데르는 연검을 길게 펼쳐내 구름 같은 형상을 그렸다. 그의 현묘하면서도 장대한 검술은 비처럼 떨어지는 혈기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들어가라!”
그는 본인이 막아줄 테니, 성벽을 치라며 포효를 내질렀다.
“전주님을 믿고 나아가라!”
“저놈들은 무인이 아니라, 광신도다!”
“두려워하지 말고 싸워!”
검사들은 발데르만이 아니라, 각자의 수장을 믿으며 성벽으로 달려가 하얗게 피어나는 주술들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쿠와아아아아앙!
두 달 동안 무력을 키워낸 검사들이 성벽을 공격하자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두터운 방어 주술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믿어달라고 한 이유가 있네.’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해.’
어중이떠중이 같은 백혈교도와 달리 지그하르트의 검사들은 하나하나가 짙은 투지와 의지를 지닌 채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죽더라도, 동료가 길을 헤쳐줄 거라는 믿음이 느껴졌다.
‘지켜보고만 있어도 되겠어.’
라온이 검병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구!
기절한 듯 눈을 감고 있던 크라켄이 갑자기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몸이 꿈틀거리자, 마법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결했던 다섯 개의 다리가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뭐, 뭐야!”
“크라켄이 움직인다!”
“도, 도망쳐! 여기 있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거야!”
검사들은 기겁하며 물러났고, 그들을 지켜주던 수장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라온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리스에게 손을 올리고서 제천검을 뽑아 들었다.
‘힘을 많이 써야겠지만, 어쩔 수 없어.’
저 크라켄에게는 오러를 차단하는 주술이 걸려 있기에 죽이려면 많은 힘을 소모해야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파아아아앙!
숨을 고르며 보법을 밟으려고 할 때 자신의 옆에 있던 해랑이가 땅을 박차고 나아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쿠구구구구국!
해랑이가 들어가자마자, 바다가 요동치더니, 해안을 벗어나려던 크라켄의 앞에서 그에 못지않은 거대한 늑대가 튀어나왔다.
콰드드드드득!
해랑이다. 혈기에 중독되었을 때보다도 더 거대해진 해랑이는 날카로운 이를 세워서 크라켄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쿠와아아아아앙!
해랑이는 광풍전의 검사들처럼 본인을 믿어달라는 듯 하늘을 보며 창대한 울음을 터트렸다.
아오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