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5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57화(1056/1072)
제1057화
쿠와아아아아앙!
백혈교주는 라온의 불꽃과 레크로스의 참격, 그리고 라리안의 벼락을 몸으로 견뎌내며 허공으로 도망쳤다.
혈기로 육체를 보호했음에도 충격이 컸는지 그녀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백혈교주는 하얀 피를 토하며 가슴의 상처를 손아귀로 움켜쥐었다.
“분명 네놈의 기척은 존재하지 않았어!”
그녀는 흥분한 상태에서도 기감을 펼치고 있었다며 하얀 피로 범벅이 된 이를 갈았다.
“차원을 소환했다.”
라리안이 손가락에 끼운 클로버 카드를 들어 올리자, 혈기로 상처를 치유하려던 백혈교주에게 샛노란 벼락이 떨어졌다.
“차, 차원을 소환했다는 게 무슨 말이냐….”
백혈교주는 회복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며 차원 소환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체임버가 사람의 기척을 감출 수 있는 차원을 만들었고, 레크로스가 그 안에 들어가서 대기했다. 네가 라온 때문에 흥분하여 날뛰고 있을 때 레크로스가 숨어 있는 차원을 네 뒤에 소환했지.”
체임버는 다이아몬드 카드를 위아래로 흔들며 턱을 까딱였다.
“거짓말 마라! 차원의 문이 열렸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
백혈교주가 다시 상처의 회복을 진행하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차원의 문을 연 사람은 체임버가 아니다.”
레크로스 국왕이 백혈교주의 좌측으로 뛰어올라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묵직한 검격을 내리쳤다.
“이놈!”
백혈교주가 혈기를 운용하여 머리 위에 투명한 벽을 세웠지만, 레크로스의 묵색 검격은 혈기의 벽을 부수며 그녀를 대지로 추락시켰다.
쿠와아아아앙!
백혈교주는 건물에 처박히며 하얀 피를 토했다. 처음에 입었던 극심한 부상 때문에 회복에도, 싸움에도 집중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치아아아아앙!
레크로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백혈교주에게 따라붙어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크흑….”
백혈교주는 손아귀에 혈기를 집중시켜 레크로스의 검격을 밀어내며 다시 한번 피를 쏟아냈다.
“네가 광풍전주를 죽이겠다며 주술을 퍼붓는 순간 레크로스가 차원의 문과 함께 네 가슴을 뚫어버린 거야.”
라리안은 차원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백혈교주도 레크로스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며 열 줄기의 벼락을 내리꽂았다.
“한 달 넘게 차원의 문과 함께 네 심장을 가르는 수련을 해왔지만, 이렇게 제대로 먹힐 줄은 몰랐어. 운이 좋았군.”
레크로스 국왕은 수련한 보람이 있다며 도망치는 백혈교주를 향해 강대한 검격을 연달아 쏘아냈다.
우우우우웅!
라리안과 레크로스는 백혈교주가 상처를 회복할 시간도, 전력을 끌어낼 여유도 주지 않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빌어먹을!”
백혈교주는 상처 회복을 포기하고, 라리안의 마법과 레크로스의 검에서 도망치는 데만 집중했다. 일단 숨을 돌린 후에 혈기를 끌어모으려는 것 같았다.
촤아아아아악!
라온은 레크로스 국왕과 라리안이 백혈교주의 정면을 치는 순간 뒤로 돌아가 신검과 마검으로 그녀의 허리와 허벅지를 베었다.
“끄윽….”
백혈교주는 하얀 핏물이 튀어나오는 허리와 허벅지의 상처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을 죽일 듯한 살기를 보내왔지만, 레크로스와 라리안 때문에 달려들기는커녕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잘했느니라! 네놈은 무력이 떨어지니, 더 깊게 들어갔다가는 잡혔을 것이니라.
라스는 지금처럼 레크로스와 라리안의 움직임을 이용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 모기가 독하더니, 저곳도 정상은 아니구나.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죽을 상처를 입었음에도 시간을 벌며 아주 조금씩 몸을 회복하고 있느니라.
녀석은 백혈교주가 각성에 성공했다면 이 땅에 살아남은 인간이 없었을 거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지금 끝내야 해.’
라온은 레크로스에게 집중하는 백혈교주의 등을 신검의 불꽃으로 베어낸 후 좌측으로 도망쳤다.
“아니, 내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광풍전주의 노력 덕분이라고 해야겠지.”
레크로스 국왕은 자신이 백혈교주를 자극한 덕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개짓거리를 준비한 거냐….”
백혈교주가 핏물이 흘러내리는 입술을 깨물며 라온을 노려보았다.
“라온이 백혈교 본단을 발견한 2달 전부터 이 성벽을 뚫고, 너를 죽일 연구를 해왔다. 아니, 라온이 바다에 나왔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니 3달이 넘었다고 봐야겠지.”
라리안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며 턱을 주억였다.
“라온과 광풍전이 백혈교 본단을 찾아냈고, 나와 체임버, 에블린이 성벽을 뚫어내고 네게 닿을 방법을 밤낮없이 연구했으며, 레크로스와 오웬은 너와 혈귀들을 말살하기 위한 지옥 훈련을 해왔다. 오황의 길은 모두 이어져 있었어.”
그녀는 수십 줄기의 강줄기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 오황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있었다며 뜻깊은 미소를 그렸다.
“역시 네놈이 시작이었구나.”
백혈교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라온에게 지독할 정도의 살기를 쏘아냈다.
“네놈이 또 모든 것을 망쳤어!”
“내가 아니라, 네 멍청함이 일을 망친 거겠지.”
라온은 비웃음을 흘리며 분노하는 백혈교주의 어깨를 향해 회천과 적섬을 그었다.
파아아아아앙!
백혈교주는 혈기를 두른 수도로 적섬과 회천을 지워버렸지만, 좌측과 우측에서 쇄도해 온 라리안의 마법과 레크로스의 검격에 얻어맞은 채 바닥을 굴렀다.
“끄으으윽!”
그녀는 살점이 뜯겨나가 뼈가 보이는 듯한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허공으로 도망쳤다.
“신령의 벼락에 맞았는데도, 저 정도라니….”
라리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회복과 도주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계속 따라가서 체력을 빼내야 해.”
레크로스는 눈썹을 깊게 내린 채 백혈교주의 뒤에 따라붙어 초월의 의념이 깃든 검격을 내리쳤다.
쿠우우우우우우!
검으로 불러온 웅대한 바람이 백혈교주의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대지에 내리꽂았다.
‘벼락 마법을 연달아 맞았는데도, 저런 움직임이라니….’
백혈교주는 레크로스의 검에 베이고, 라리안의 벼락에 휘감겨 있음에도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어처구니가 없는 체력이었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군.’
벼락은 사이한 기운을 불태우는 신성한 힘을 지니고 있다.
혈기와는 상성이 되는 벼락을 연달아 맞았음에도 있음에도 레크로스에게 밀리지 않는 백혈교주의 무력이 경악스러웠다.
‘당장 저 괴물을 죽이고 싶지만….’
지금은 최대한 힘을 빼내야 해.
백혈교주의 목을 베면 그 육체의 주인인 마르타의 어머니도 죽을 수밖에 없다.
저 괴물이 스스로 마르타 어머니의 몸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했다.
“흐으으으….”
마르타는 직접 백혈교주의 목을 베고 싶은 듯 사악할 정도의 살기를 일으키며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검은 눈동자 위로 투명한 물방울이 떠올랐다.
“마르타. 이런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데니어는 복수를 눈앞에 두고 흥분한 마르타의 어깨를 잡아서 그녀의 감정을 다스려 주었다.
“으음….”
백혈교주의 짙고도 깊은 살기를 느낀 듯 우측으로 물러나며 마르타를 향해 시선을 굽혔다. 단순히 경계만 하는 듯 공격하거나, 다가오지는 않고 그저 마르타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기만 했다.
‘정말 아닌 건가?’
라온이 마르타를 보호하듯 서 있는 데니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텐데?’
혹시나 데니어가 첩자라면 지금이 기습하기 가장 좋은 때라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는 마르타를 위로하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딸을 아끼는 아버지이자, 지그하르트의 명예를 중시하는 검사 같았다.
“마르타.”
라온이 마르타에게 턱을 까딱였다.
“이제 네 차례야. 저 몸에 남아 있을 네 어머니를 불러.”
백혈교주는 큰 부상을 입고, 정신적으로 위축되었음에도 아직 거대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심검으로는 벨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웠기에 마르타가 그녀의 혼을 흔들어주어야 했다.
“어, 엄마!”
마르타가 제복 위로 낡은 물방울 목걸이를 꺼내며 참고 참던 단어를 외쳤다.
“제발 일어나! 내가 결혼할 때까지 아침마다 깨워주겠다고 했잖아!”
그녀는 백혈교주의 목에서 흔들리는 똑같은 물방울 목걸이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년의 어미는 조금 전에 죽었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이 손으로 그 영혼을 찢어발겼지.”
백혈교주는 다 끝났다는 듯 마르타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거, 거짓말! 구라치지 마. 이 모기 년아!”
마르타가 헛소리 말라며 악을 질렀다.
“너 정도라면 느끼고 있을 텐데? 이 몸에 남은 영혼은 나 하나뿐이라는 걸.”
백혈교주는 모녀를 함께 보내주겠다며 마르타에게 혈기의 참격을 쏘아냈다.
쿠우우우우웅!
데니어는 검막을 일으켜 마르타를 향해 쏟아지는 백혈교주의 혈기를 막아주었다.
“아….”
마르타는 어머니의 얼굴로 본인을 죽이려 한 백혈교주의 차가운 손짓을 보며 턱을 떨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탁한 색으로 가라앉았다.
“저, 정말 엄마의 영혼이….”
“아니야!”
라온은 붉은 꽃잎이 일으키는 화염의 폭풍으로 백혈교주를 압박한 후 마르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어머니의 영혼은 아직 살아 있어.”
“헛소리 마라. 이 육체의 주인은 이미 죽었어.”
백혈교주는 한참 늦었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그 목걸이를 지금도 차고 있는 거지?”
라온이 입매를 비틀며 백혈교주의 목에 걸린 물방울 목걸이를 가리켰다.
“으음….”
백혈교주는 그 말을 듣고도 목에서 흔들리는 목걸이를 뜯어내지 못했다.
“너처럼 냉혹한 괴물이 빼앗은 육체의 영혼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놔두는 게 아니라, 놔둘 수밖에 없잖아. 그 목걸이 역시 몸을 차지하기 위한 조건일 테고.”
백혈교주는 이전에 보았을 때도 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육체를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제약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재수 없는 놈이….”
백혈교주는 정곡을 찔린 듯 손아귀에 힘을 주며 목걸이를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목걸이를 깨거나, 빼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내렸다.
“그, 그럼….”
마르타가 검은 눈동자에 연한 빛을 일으키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 어머니는 분명 살아 있어.”
라온은 확신을 담은 어조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괴물을 제압해서 데려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라온이 하얀 피가 흐르는 대지를 부수며 태화보를 밟았다. 신검의 불꽃과 마검의 서리를 극성으로 일으키며 백혈교주에게 돌진했다.
“말 잘했어. 확실히 끝내자고.”
라리안이 자신을 보조하듯 뇌속성의 마법을 담은 카드를 허공에 뿌렸다.
“지금은 기사로서의 명예를 버리고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겠다.”
레크로스는 합공을 해도 부끄럽지 않다며 입술을 꾹 내리누른 채 검과 함께 몸을 던졌다.
쿠와아아아앙!
레크로스의 예리하고도 묵직한 검격이 백혈교주의 허리를 짓눌렀고, 라리안이 일으킨 수십 줄기의 벼락이 백혈교주의 팔과 다리를 옥죄였으며, 땅에서 솟아오른 라온의 불꽃과 냉기가 그녀의 상처를 더욱 깊게 헤집었다.
“끄아아아아악!”
백혈교주가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건물들 사이로 도망쳤다. 그녀는 주술로 이루어진 안개를 뿌려서 시야를 가렸다.
“그건 이제 통하지 않아.”
라온이 창궁검 대연중천으로 하얀 안개를 갈라버린 후 골목 사이로 도망치는 백혈교주를 쫓았다.
파아아아아앙!
레크로스와 라리안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늘로 올라가 검격과 마법으로 백혈교주를 요격했다.
촤아아아아악!
라온은 백혈교주의 등에서 핏물이 터지는 것을 보며 거칠어지는 호흡을 골랐다.
‘절대 시간을 주어서는 안 돼.’
지금 백혈교주는 회복하지 않으면 바로 죽게 될 중상을 입고 있기에 전력을 꺼내지 못하고, 도망치며 육체의 상처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만약 그녀에게 상처를 지울 시간이 주어진다면 바로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기에 계속 몰아붙여야 했다.
“비, 빌어먹을!”
백혈교주는 왼쪽 어깨를 움직일 수가 없는 듯 오른손만으로 레크로스와 라온의 검격 그리고 라리안의 마법을 막아내느라, 점점 더 상처가 늘어갔다. 그녀의 안색에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백혈교주가 회복에 집중할 수 없도록 계속 몰아쳐야 합니다!”
라온이 신검과 마검으로 두 쌍의 염룡결을 일으켰다. 화룡과 수룡이 비틀리듯 어우러지며 백혈교주의 전신을 휩쓸었다.
“끄으으윽!”
백혈교주는 혈기의 벽을 세웠음에도 자신의 검격을 다 막아내지 못하고, 화상과 동상을 입은 채 입술을 떨었다.
‘계속!’
라온은 백혈교주가 레크로스의 검과 라리안의 마법이 막을 때 그녀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에서 강대하면서도 빠른 검격을 찔러넣었다.
‘이대로 가면 이길 수 있어.’
백혈교주가 바퀴벌레 이상의 끈질김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체력과 혈기도 확연히 떨어진 게 느껴졌다. 끝까지 따라붙어서 공격을 이어가야 했다.
‘다만….’
좀 많이 힘드네.
싸움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딱 한 번만 반격당해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체력과 정신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등골이 땀으로 젖어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도 가야 해.’
마르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데루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오늘 귀찮게 날아다니는 모기 사냥을 끝내야 했다.
치아아아아앙!
라온이 백혈교주의 뒤로 돌아가 중천포를 운용했다. 강대한 인력으로 백혈교주를 끌어당긴 후 검극에 모인 막대한 오러를 폭발시켰다.
쿠와아아아아앙!
백혈교주는 인력 때문에 중천포의 충격을 다 해소하지 못한 듯 혈기를 두른 팔을 파르르 떨었다.
“도망 하나는 기가 막히네. 오황사마 중에서 제일이겠어.”
라리안은 백혈교주가 이 정도로 버틸 줄은 몰랐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이제는 끝을 봐야지.”
그녀는 52장의 트럼프 카드에 저장해두었던 마법을 모조리 개방하여 백혈교 본단 상공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벼락을 소환했다.
“나도 이 검에 모든 것을 담도록 하지.”
레크로스 국왕이 두 손으로 검을 잡고, 랜스를 든 기사처럼 돌진의 자세를 취했다.
고오오오오!
그의 육체가 하나의 검으로 화한 듯 묵빛으로 번뜩이며 천지를 찢어발길 듯한 기파를 뿜어냈다.
“저도 두 분을 따르겠습니다.”
라온이 신검과 마검에 각기 다른 오러를 두른 후 목륜검을 띄웠다. 청홍무적검과 함께 소슬바람을 쏘아내는 최강의 전략을 준비했다.
“피하다가는 정말 죽겠구나.”
백혈교주는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가슴의 상처를 회복하던 혈기까지 끌어와 혈기의 벽을 세우고, 절대 방어의 주술을 운용했다.
“와라!”
그녀는 도망칠 때와 달리 몸으로 버텨주겠다는 듯 발을 구르며 포효를 내질렀다.
“만극섬뢰!”
라리안의 손과 함께 수천 줄기의 벼락이 백혈교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쿠와아아아아앙!
라온은 자신에게는 조금도 해를 끼치지 않는 벼락을 뚫고 나아가 백혈교주의 가슴을 향해 신검과 마검에 깃든 열기와 냉기를 폭발시켰다.
쿠구구구구구!
전율적인 힘을 터트리는 청홍무적의 두 칼날로 주술의 벽을 뚫으며 등 뒤 숨겨둔 목륜검으로 소슬바람을 운용했다.
퍼어어어억!
백혈교주는 라리안의 벼락과 청홍무적을 막는 것에 집중하느라, 혈기를 뚫고 들어온 목륜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목이 꿰뚫렸다.
“끄으으으윽!”
백혈교주는 목에 검이 박혀 있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혈기를 두른 손으로 청홍무적검이 꺼질 때까지 버텨냈다.
“어딜!”
라리안은 호흡이 격해졌음에도 쉬지 않고, 백혈교주의 우측으로 이동하여 그녀의 상처에 마법이 깃든 단검을 박아 넣었다.
화아아아악!
붉은 단검에서 솟아오른 불길이 백혈교주의 상처를 더 깊게 찢어놓았다.
쿠구구구구구!
백혈교주는 목에 검이 박히고, 몸이 불타오르고 있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처음의 자리에 서서 자신과 라리안을 역으로 밀어냈다.
‘이게 어찌 된….’
라온이 턱을 떨며 백혈교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이전에 보았던 절망이 아니라, 환희로 타오르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라온은 함께 출발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한 사람을 떠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뚝. 뚝.
레크로스 알버른 드 오웬, 묵검존이라 불리는 검의 절대자는 가슴 위로 튀어나온 칼날을 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가 백혈교주를 뒤에서 찔렀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아아….”
시뻘건 피를 토하는 레크로스의 뒤에서 새하얀 장발을 허리까지 기른 냉랭한 인상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머리 색이 다르고, 눈빛 또한 달라졌지만, 몰라볼 수 없는 남자였다.
“데니어 지그하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