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6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64화(1064/1072)
제1064화
“하?”
라온은 백혈교주의 심장을 찌른 데니어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지?’
데니어의 눈빛이 변한 것을 느끼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을 노리던 검으로
백혈교주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레크로스가 기습당했을 때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저놈이 정말 미친 것이냐?
라스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몇 번이나 눈을 끔벅였다.
-저 여왕 모기의 심장을 왜 찌른 건데! 거기다 어머니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녀석은 지금도 데니어라는 인간을 모르겠다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설마 마르타의 육체를 더 쉽게 뺏기 위한 의식인가?’
백혈교주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마르타 어머니의 육체를 죽여서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 외에 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건 아니야.’
백혈교주의 당황한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분명했다.
‘연기가 아닌, 진심이다.’
백혈교주는 마르타의 영혼을 밀어내고, 그녀의 육체를 먹어 치우려다가 데니어에게 기습당해서 진심으로 경악한 상태였다.
‘거기다….’
라온은 죽은 피를 토하는 데니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백혈교주도 데니어를 공격했어.’
백혈교주는 데니어의 몸속에 심어놓은 주술을 해방하여 그의 장기를 조각조각 잘라냈다. 연기라면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꺼지거라!”
백혈교주는 혈기를 운용하여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검과 함께 데니어를 밀어내려고 했다.
“끄으으윽….”
하지만 데니어는 다리를 땅에 박아 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고통 때문에 눈꺼풀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면서 백혈교주의 가슴을 뚫어낸 검을 끝까지 잡고 있었다.
“끄으으윽….”
마르타도 데니어와 함께 백혈교주의 혈기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입 밖으로 핏물을 뿜어냈다.
“다, 당신 뭐야! 당신이 왜 저 괴물을 찌른 거냐고!”
그녀는 육체와 영혼의 고통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백혈교주가 아닌 데니어를 바라보았다.
“말해!”
마르타의 눈동자에 아주 작은 기대가 비치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혼이 연결된 상태이니, 마비가 풀렸어도 제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거다.”
데니어가 마르타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흐으읍….”
마르타가 눈매를 깊게 구겼다.
‘저 말대로 숨을 쉬기 어려워.’
약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했고,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만약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없었다면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런 선택을 했단 말이지? 좋다. 네놈이 절망하도록 그 아이의 육체를 먹어 치워 주마.”
백혈교주가 입술을 말아 올리며 마르타에게 시선을 내렸다.
“아아아악!”
마르타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터트렸다. 백혈교주의 영혼이 다시 그녀의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 난동을 부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
데니어가 본인을 뿌리치려는 마르타의 손을 더 꽉 잡아주었다.
“지금 검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패양검을 운용해 보거라.”
“이익….”
마르타는 지금도 데니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백혈교주가 주는 극한의 고통 때문에 본능적으로 패양검의 구결을 읊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녀의 전신에서 반딧불이처럼 은은한 황색 광채가 퍼져 나오더니, 영혼을 압박하던 혈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정신을 잃은 듯 회색빛으로 변해가던 마르타의 눈동자가 다시 본래의 검은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
마르타는 육체와 정신의 고통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을 느끼고서 멍한 눈으로 데니어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무슨!”
백혈교주는 영혼의 침습을 버텨내는 마르타를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녀는 마르타가 아니라, 데니어를 보며 이를 갈았다.
“어머니와 제가 인간의 몸을 빼앗는 방식은 비슷하죠. 그걸 막을 수 있는 무학을 만들어냈습니다.”
데니어는 패양검 자체가 마르타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검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진정!”
백혈교주가 데니어를 노려보며 악을 질렀다.
“내가 너를 얼마나 아껴주었는데!”
“지금 어머니가 제게 느끼는 분노와 달리 어머니가 제게 주신 인정과 사랑은 거짓된 감정이었습니다.”
데니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백혈교주의 눈을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제 삶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진실된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가 눈을 부릅뜬 마르타의 상태를 살핀 후 라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영혼에 통달한 사람이다. 영혼을 여러 개로 나눌 수 있으니, 아버지가. 아니, 북멸왕 글렌 지그하르트가 온다고 해도 완벽하게 그 영혼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데니어가 고통을 참으려는 듯 눈썹을 구겼다.
“어머니의 영혼을 완벽하게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육체를 갈아탈 때뿐이다.”
그는 백혈교주를 완벽하게 죽이기 위해서 이 순간을 만들어냈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아….”
마르타의 격하게 떨리던 눈동자가 데니어를 향해 올라갔다.
“네놈이 정말 미쳤구나!”
백혈교주가 피를 토하며 괴성을 지르자, 라온을 공격하던 마라혈식관음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갔다.
쿠구구구구구!
마라혈식관음은 움직이지 못하는 데니어를 흔적도 없이 쪼개버리겠다는 듯 혈기로 불타오르는 도끼와 창을 내리찍었다.
“죽어라!”
데니어는 백혈교주가 아닌, 자신을 보며 고요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꼭 믿고 있다는 것처럼.
-뭐, 저런….
라스는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빌어먹을….’
라온이 어금니를 깊게 깨물며 태화보를 밟았다. 데니어에게 얻은 극쾌의 움직임으로 달려가 거칠게 떨어지는 마라혈식관음의 도끼를 막아냈다.
쩌어어어어엉!
제천검으로 마라혈식관음의 도끼를 밀어내는데,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다만….’
그건 저 괴물도 마찬가지야.
힘이 빠진 자신을 확실하게 짓누르지 못하는 것을 보니, 마라혈식관음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힘이 많이 빠진 게 분명했다.
“고맙다….”
데니어가 자신의 등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나는 너를 믿지 않아.”
라온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다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봐. 지금은 막아주마.”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말하며 연달아 떨어지는 마라혈식관음의 무기들을 쳐냈다.
“마르타….”
데니어는 마르타의 손을 잡은 채로 부드럽게 시선을 내렸다.
“이제 네가 해야 한다. 네 싸움만이 남았어.”
그는 계속해서 패양검을 운용하여 백혈교주의 혼과 혈기를 밀어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마르타가 데니어를 올려보며 입술을 씹었다.
“이 전쟁이 끝난 후에 꼭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거야.”
“…약속하마. 내 입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마. ”
데니어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은 꺼내지 않았다.
“끄으으윽!”
마르타는 입술을 깨물며 패양검의 구결을 전력으로 운용했다. 그녀의 전신에서 청아한 기운이 피어나자, 백혈교주의 입과 가슴에서 투명한 피가 쏟아졌다.
우우우우웅!
데니어도 함께 패양검을 운용하며 백혈교주의 영혼을 밀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끄으으윽….”
백혈교주는 하얀 피가 흐르는 이를 갈았다. 그녀의 눈빛이 강렬하게 번뜩이더니 다시 혈기가 파도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이번에는 마르타와 데니어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백혈교주의 혈기에 밀려 두 사람의 영혼에 큰 충격이 일어난 거 같았다.
“내 영혼은 그 누구보다도 거대하다! 네까짓 것들에게는 절대 밀리지 않아!”
백혈교주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며 비웃음을 흘렸다.
“크으으윽….”
“으음….”
그 말이 정말인지 마르타와 데니어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영혼의 격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너를 바로 죽이지는 않으마.”
백혈교주가 무릎을 떠는 데니어를 굽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나를 배신할 정도로 아끼는 저 아이의 육체로 네 목을 잘라주마.”
그녀는 마르타의 몸으로 데니어를 죽여주겠다며 이죽거렸다.
“으윽….”
데니어는 말을 할 기운조차 아끼며 패양검을 운용했지만, 버티는 게 고작 같았다.
“내, 냄새나니까 입 좀 다물어.”
마르타가 고개를 세워서 데니어를 비웃는 백혈교주의 팔을 깨물었다.
“곧 죽을 년이 발악은.”
백혈교주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한 듯 비웃음을 흘렸다.
“이 땅은 너무 깨끗해서 네년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마르타가 백혈교주의 피가 흐르는 입술을 길게 말아 올렸다.
“너에게 어울리는 지옥으로 안내를 하마.”
그녀는 검이 없음에도 검을 쥐고 있지 않음에도 검을 든 것처럼 가슴 위로 떨리는 손을 얹었다.
“마귀옥.”
마르타의 섬뜩한 외침과 함께 전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쿠구구구구구!
하얀 대지 위로 붉은 피가 흐르는 지옥문이 솟아났다. 좌측 문에는 온몸이 꺾여서 죽은 10사도의 시체가 박제되어 있었다.
“무슨!”
백혈교주가 눈을 부릅뜰 때 소름이 돋아오르는 괴성이 울리며 우측의 지옥문이 열렸다.
쿠구구구구구!
문이 열리고 차디찬 냉기가 폭발하듯 퍼져나온 순간 마르타와 데니어 그리고 백혈교주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쿠우우우웅!
지옥의 문은 그것으로 되었다는 듯 낡은 경첩 소리를 흘리며 다시 문을 닫았다.
‘저거 설마….’
라온은 세 사람을 놔두고 다시 닫혀버린 지옥의 문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맞느니라. 저 셋의 영혼만 데리고 갔느니라!
라스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도 가끔 겪는 일이지.
녀석은 저 소름 끼치는 문 안에서 세 사람의 영혼이 부딪치고 있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육체를 쪼개도 의미가 없겠군.’
저 지옥문 안에서 오늘 전쟁의 결말이 정해질 것 같았다.
쩌어어어엉!
라온은 주인인 백혈교주를 보호하려는 듯 무기를 내리찍는 마라혈식관음의 공세를 막아내며 눈매를 좁혔다.
‘이건 많이 위험할지도.’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마르타는 영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준비해야겠군.’
라온은 백혈교주의 지독한 악의와 살의를
느낀 듯 사나운 검명을 터트리는 진혼검을 꽉 말아쥐었다.
‘마지막 싸움을.’
*
*
*
찰랑!
10사도의 시체가 박제된 지옥문 아래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이곳은….”
백혈교주는 새빨간 피로 가득 찬 세계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박제된 10사도의 시체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너를 위한 검계다.”
지옥문 위에 걸터앉아 있던 마르타가 백혈교주를 굽어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네 영혼이 이 아래에 박제될 예정이지.”
마르타가 비어 있는 지옥문의 오른쪽 자리를 가리켰다.
‘이길 수 있어.’
10사도에게 펼쳤던 마귀옥과 달리 백혈교주를 위한 마귀옥은 육체가 아닌 영혼을 끌고 오는 검계다.
저 육체가 죽어서 박제된다면 엄마도 함께 죽기에 처음부터 지금 같은 방식으로 설계했다.
“영혼이라….”
백혈교주는 상처가 모두 지워져 있는 본인의 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익숙한 느낌이구나.”
그녀는 어떤 방식인지 알겠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보니 네 영혼이 아주 먹음직스럽구나.”
백혈교주는 지배하는 맛이 있는 영혼 같다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쿠구구구!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검과 손을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파아아아아앙!
데니어가 마르타의 옆으로 떨어졌다.
“어?”
데니어는 본인의 몸을 내려다보며 눈을 끔벅였다.
“내가 왜 이 모습으로….”
이곳은 오직 영혼만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혼도, 그 육체도 붉은 액체일 뿐인 자신이 왜 데니어의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눈앞의 싸움에만 집중해!”
마르타가 데니어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 그러마.”
데니어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알아서 내 입에 들어오려고 하는구나.”
백혈교주가 코웃음을 치며 핏물을 박찼다. 그녀의 영혼은 눈을 깜박이기도 전에 마르타의 앞에 이르러 있었다.
캬아아아앙!
마르타는 백혈교주의 수도를 검으로 쳐낸 후 그녀의 허리를 깊게 베어버렸다.
“으음….”
백혈교주의 허리에서 피가 아닌, 하얀 기류가 빠져나갔다. 그녀의 영혼이 손실된 것이다.
“이상하군.”
백혈교주가 주먹을 말아쥐며 다시 마르타를 향해 돌진했다.
캬아아아앙!
마르타는 이번에도 백혈교주의 주먹을 가볍게 쳐내고, 그녀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후우우우웅!
데니어도 백혈교주가 부상을 입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백혈교주의 복부에 날카로운 검상을 새겨넣었다.
“하아아….”
백혈교주가 뒤로 밀려나며 어깨와 복부의 상처를 보았다.
“이제 알겠군. 이 공간 자체가 내 영혼을 약화시키고 있어.”
그녀는 발을 묶고 있는 듯이 찰랑이는 피의 바다를 보며 눈매를 구겼다.
“눈치가 빠르네. 맞아.”
마르타는 평온하게 검계의 능력을 인정했다.
“내 영혼이 짧은 시간 내에 강해질 수는 없으니, 네 영혼을 약하게 만들었다.”
생명력을 바치고, 백혈교주의 영혼까지 지옥문에 박제되면 다시는 검을 들지 않겠다는 맹약을 걸었기에 얻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상당히 많은 것을 잃었겠군. 대단한 의지와 정신력이다.”
백혈교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정 따위는 필요 없어.”
마르타는 이번에 끝내겠다는 듯 자세를 낮췄다.
“좋다. 이제는 나도 목숨을 걸어주마.”
백혈교주가 입술을 씹으며 두 손을 모으자, 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백색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우웅!
달이 떠오르며 그림자가 두 개로 나뉘듯 백혈교주의 영혼이 두 갈래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아앙!
우측으로 떨어져 나간 영혼은 지금까지 백혈교주를 담고 있던 육신의 주인인
흑발흑안의 여성이었다.
반대로 좌측에 서 있는 사람은 소름이 돋아오를 정도의 미녀였다.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에 송곳니가 뚜렷하게 튀어나와 있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여기서 네 영혼을 집어삼켜 그 육체까지 가져가겠다.”
적발적안의 여성이 사이하게 입술을 틀어 올렸다. 이 여자가 백혈교주의 진정한 정체 같았다.
“엄마!”
마르타는 피의 바다에 빠진 흑발흑안의 여성이 엄마의 영혼임을 깨닫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퍼어어어어억!
하지만 백혈교주는 모녀의 재회를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마르타의 턱을 걷어찼다.
“아악!”
마르타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가 피의 바다에 빠졌다.
“그거 알아?”
백혈교주가 뒤에서 쓰러져 있는 마르타의 어머니의 영혼을 보며 턱을 까딱였다.
“내가 약해진 후 네년의 어미가 계속 덤벼들었다는 걸? 그게 아니었다면 너나 라온 지그하르트나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마르타의 어머니가 방해를 해왔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저 몸에 돌아갈 일은 없으니….”
백혈교주의 몸이 흐릿한 안개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네년의 어미를 죽이고, 네 영혼을 내 발아래에 두겠다.”
그녀는 검계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마르타와 데니어보다 더 강대한 영혼의 격을 펼쳐냈다.
쿠와아아아앙!
마르타와 데니어는 찰나의 순간에 복부와 얼굴을 얻어맞은 채 핏물에 처박혔다.
“커헉!”
“으윽!”
두 사람은 제대로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백혈교주에게 압도당하며 상당한 양의 영혼이 손실되었다.
“말했지? 내 영혼은 그 누구보다도 거대하다고. 이따위 제약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백혈교주가 비웃음을 흘리며 마르타와 데니어에게 돌진했다.
“내가 방어를 맡으마! 너는 공격에만 집중하거라!”
데니어는 본인이 백혈교주를 잡아둘 테니, 그사이에 공격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마르타가 입술을 깨물며 검을 세웠다.
쿠우우웅!
하지만 데니어는 백혈교주의 첫 번째 공격도 막지 못하고 팔이 뜯어진 채 튕겨 나갔고, 그의 뒤에서 반격을 준비하던 마르타도 허벅지에 구멍이 뚫린 채 뒤로 넘어갔다.
퍼어어어억!
백혈교주가 쓰러진 마르타의 복부를 발로 내리찍었다.
“커헉!”
마르타가 입에서 하얀 기류를 토했다. 그녀의 영혼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켜!”
데니어가 팔을 재생시키며 달려가 검을 내리쳤지만, 백혈교주는 그의 검격을 가볍게 피한 후 수도를 펼쳐냈다.
촤아아아아악!
데니어의 가슴이 갈라지고, 그의 영혼을 담은 기류가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꾸우우욱!
백혈교주가 새하얀 손을 뻗어서 데니어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끄으으윽!”
데니어는 더 이상 반항할 힘도 없는 듯 숨을 헐떡였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백혈교주가 마르타와 데니어를 조롱하듯 바라보았다.
“너희들 따위가 내 영혼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그녀가 조롱하듯 마르타에게 턱을 까딱였다.
“어미에 이어서 그 자식의 몸까지 먹는 건 처음인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
백혈교주가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마르타를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녀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격한 진동에 마르타를 향하던 손을 멈췄다.
“설마 이 기운은!”
백혈교주가 다급하게 뒤를 돌아본 순간 용암처럼 들끓던 피의 바다가 갈라지고, 붉은 검이 솟아올랐다.
우우우우우우웅!
영혼과 원한을 담아낸 진혼검. 라온의 심검이 시공간을 뚫고, 마르타의 검계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