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7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74화(1074/1088)
제1074화
“검을 조금 더 낮춰라. 네가 노리는 곳이 적의 심장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해.”
다르칸이 크레인의 팔을 눌러 정확한 찌르기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옙! 이 자세 맞죠?”
크레인은 다르칸의 가르침대로 날카롭게 검을 찔러넣었다. 검극에서 피어난 충격파에 공기가 터져나가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음….”
다르칸이 크레인의 찌르기를 이리저리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네 검은 맛이 없군. 똥폼을 너무 잡는다.”
그는 가르칠 맛이 안 난다며 몸을 돌렸다.
“아, 아니, 하라는 대로 했는데….”
크레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에 비해서….”
다르칸이 구석에서 검술을 연습하는 도리안을 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너는 나름 괜찮아 보이는구나.”
그는 패기가 부족해 보이는 도리안의 검을 보며 손바닥을 비볐다.
“저, 저요?”
도리안은 본인의 검술이 칭찬받을 줄은 생각도 못 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쟤는 아니에요! 겁쟁이라서 항상 빠지는 검술만 연습한다구요!”
크레인은 다르칸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재밌지.”
다르칸이 씩 웃으며 도리안에게 다가갔다.
“검은 사람을 찔러서 죽이기 위한 도구인데, 도망을 친다? 흥미롭잖냐.”
그는 계속 검술을 펼쳐 보라며 턱을 까딱였다.
“거기다 실전에서는 물러서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듯한 자세를 잡고 있어. 아, 그 검술에서는 발목을 15도 정도만 더 돌리도록.”
다르칸은 도리안의 검술이 마음에 드는 듯 상세한 가르침을 내렸다.
“끄으응….”
크레인은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전력으로 검술을 펼쳤지만, 다르칸의 시선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할 수 있는데….”
“그럼 내가 봐줄까?”
라온이 눈썹을 구긴 크레인의 앞에 선 채 입술을 말아 올렸다.
“아, 아닙니다! 수련은 혼자 하는 거죠!”
크레인은 절대 아니라는 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서 멀찍이 도망쳤다.
“…….”
라온이 그런 크레인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전쟁 시작 전에 너무 괴롭혔나?’
자신이 훈련이라는 단어만 꺼내면 검사들이 기겁하며 도망친다. 아무래도 좀 과하게 훈련을 시킨 것 같았다.
‘물론 돌아가도 똑같이 할 테지만.’
당시의 지옥 훈련 덕분에 광풍전 검사들이 살아남았다고 생각하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네놈은 그냥 인망이 없는 것이니라.
라스가 헹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본왕은 가르침 한번 내리겠다고 하면 수하들이 삼 일 밤낮으로 줄을 섰느니라!
녀석은 그때가 좋았다고 중얼거리며 흐릿해진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오.’
대꾸해주기 귀찮아서 박수를 한 번 친 후 제천검을 뽑았다.
-‘오.’가 아니지! 제대로 반응해달라고! 아니, 그보다….
라스가 자신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네놈이 아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말하거라! 친구를 찾는 여행이 무슨 뜻이야!
녀석은 똑바로 말하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말 그대로야. 네 친구들을 찾는 여행을 떠나겠다는 거지.’
-그 친구가 다른 마왕 놈들을 말하는 것이냐? 흥! 본왕은 친구 같은 게 없느니라! 고독을 즐기는 군주이니라!
라스는 친구 따위는 키우지 않는다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랑 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친구가 없다는 말은 조금 섭섭한데?’
라온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시선을 내렸다.
-어? 그, 그게 아니라, 본왕은 그저….
라스는 라온의 실망한 모습에 당황한 듯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 아니지! 이 망할 놈에게 또 낚일 뻔했느니라!
녀석은 헛소리 말라며 눈썹을 구겼다.
‘안 통하네.’
라온이 픽 웃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네 말대로 마왕을 찾으려고 하는 건 맞아.’
-역시!
라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을 내리쳤다.
‘마지막 전쟁에서는 마왕들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
대천사들의 무력은 최소 오황삼마의 수장급이다. 그중에서는 글렌이나, 천마, 데루스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 괴물도 있을지 모른다.
데루스가 일곱 대천사를 모두 소환하여 전쟁을 걸어온다면 필패였기에 그 전에 대비를 해 놓아야 했다.
‘대천사가 나타난다면 마왕들이 싸워줄까?’
라온은 그 답을 바라며 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절대 아니니라!
라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마왕들은 그 어떤 마족들보다도 본능에 충실한 놈들이니라. 제 놈들의 영역이 아닌, 인간계에 대천사가 내려온다고 싸워준다니, 순진하기 짝이 없느니라!
녀석은 자신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며 이죽거렸다.
‘그러면 결국 네 이름을 빌려야 하나?’
라온이 싱긋 웃으며 라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분노의 마왕님이 싸우라고 말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럴 줄 알았느니라! 이 망할 놈!
라스는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갈았다.
-이번에는 네놈의 속셈대로 일이 편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니라. 대천사들과의 전쟁은 마왕들에게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니까.
녀석은 이전처럼 쉽게 되지 않을 거라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나도 준비를 해야겠네.’
라온이 옅게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준비?
‘마왕들이 누구보다도 본능에 충실한 마족들이라고 했으니, 그 녀석들을 설득할 준비를 해야지.’
-흠! 그게 맞느니라!
‘답변 고맙다.’
-어? 어어….
라스가 자신을 보며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이, 이 자식 또 본왕을 이용하다니!
녀석은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악을 질렀다.
‘일단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건 슬로스뿐인가?’
라온은 소리를 지르는 라스를 뒤로 한 채 지금까지 만난 마왕들을 떠올렸다.
-그럴 것이니라. 몇 놈은 마계에 있을 테고, 또 몇 놈은 제멋대로 인간계를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라스는 자신의 혼잣말을 듣고 쪼르르 날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귀여운 마왕이었다.
‘엔비와 그리드는 마계에 있고, 글러트니는 대륙의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을 열심히 돌고 있겠지.’
엔비와 그리드는 마계로 돌아가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아마 지금도 마계에 있을 것이다.
글러트니는 돈이 떨어지면 알아서 따라올 테니, 먼저 찾을 필요는 없었다.
‘그다음은 러스트인가.’
러스트의 농염한 눈동자를 떠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아마 러스트도 가까이에 있지는 않을 거야.’
백혈교에서 자신의 기운과 라스의 권능을 전력으로 사용했음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을 보면 현재 러스트는 다른 장소에 있는 게 분명했다.
-후우….
라스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프라이드는 어디에 있어?’
라온이 라스를 보며 프라이드의 이름을 꺼냈다.
-음….
라스는 말없이 허공을 올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구나. 그놈은 마계에 있다가 갑자기 천계에 쳐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강자를 찾기도 하는 괴짜이니, 어디서 무얼 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느니라.
녀석은 천마에게서 프라이드의 권능과 기척이 느껴지는 건 맞지만, 함께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론은 슬로스뿐이네.’
슬로스는 잠만 깨우지만 않는다면 온화한 마왕이니, 처음 찾아가기에 좋아 보였다.
-젠장….
라스는 가장 멍청한 놈만 남았다며 콧잔등을 구겼다.
‘그건…….’
네가 제일 멍청하지 않냐고 물어보려다가 난동을 부릴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어이.”
라온이 가볍게 몸을 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다르칸이 다가왔다.
“몸이 회복된 것이냐? 그럼 한 판 붙어보지.”
다르칸이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흑검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싸우자는 말밖에 못 하는 거야?”
라온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하루 지났는데, 다 나았겠냐고!”
특성과 권능 덕분에 육체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지만, 심검 때문에 무리를 한 정신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다르칸과 대련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허약하군.”
다르칸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렸다. 눈빛을 보니, 그도 진짜 싸울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너, 심검은 어떻게 할 것이냐.”
다르칸이 자신을 보며 안대를 어루만졌다.
“심검을 어떻게 하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라온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말했다시피 데루스의 영혼 아래에는 그 누구보다도 거대한 그림자의 영혼이 숨어 있다.”
다르칸이 심검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린 듯 살짝 입술을 씹었다.
“그걸 어떻게 벨지 생각했냐는 말이다.”
“그건….”
라온이 눈매를 찌푸린 채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분명 심검을 익혀서 다시 나타날 것이다. 영혼의 크기도 더욱 거대하고 단단해지겠지.”
다르칸은 직접 보았기에 확실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심검은 이미 깨졌고, 글렌 지그하르트의 심검으로도 그 영혼을 한 번에 벨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고개를 돌리며 허리춤의 흑검을 잡았다.
“내가 어떻게든 데루스를 처리할 생각이지만, 너도 대비는 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글렌을 넘어서 너한테까지 차례가 갈 수도 있으니까.”
다르칸은 다음에 데루스와 싸울 때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검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하니, 너에게 맞는 검을 찾고 성장시키도록 해라.”
그는 그 말을 남기고 5 연무장을 떠났다.
-저놈….
라스가 다르칸이 나가서 흔들리는 연무장의 문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래.’
라온이 제천검을 말아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
다르칸의 말이 맞다. 마왕들을 부른다고 해도 자신이 약하다면 또 데루스를 놓치게 될 것이다.
‘마왕들을 찾으면서….’
라온이 라스를 내려다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나도 강해져야 해.’
-그, 그걸 왜 본왕을 보고 말하는 것이냐?
‘…….’
눈동자를 떠는 라스를 보며 말없이 입맛을 다셨다.
-무서우니까 말 좀 하라고!
‘흐음.’
-이 또라이 자식아!
*
*
*
“아버지. 연회에 참여할 시간입니다.”
버렌이 고풍스러운 예복을 입은 채 카룬의 집무실 앞에 섰다.
“아버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카룬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음….”
버렌은 눈썹을 내린 채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카룬은 한참 전에 떠난 듯 방에서 냉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어디에 계신 거지?’
버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뒤편 연무장에서 검풍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혹시나 하여 연무장으로 들어가자, 상의를 벗은 채 검을 휘두르는 카룬이 보였다.
“아버지?”
버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여기서 수련을 하고 계십니까?‘
귀족의 예법을 중시하는 카룬이 연회를 앞두고 땀을 흘리며 수련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평소의 그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음….”
카룬은 버렌의 존재를 느낀 듯 검을 내리고, 수건으로 이마와 어깨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벌써 출발할 시간이 되었나?”
“예. 곧 연회가 시작될 겁니다.”
버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카룬은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린 후 의자에 걸어둔 예복을 입었다.
“혹시 각성을 위한 실마리라도 잡으신 겁니까?”
“그래. 후회라는 실마리가 잡혔다.”
그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요…?”
“지그하르트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백혈교와의 전쟁에 참여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계속 밀려드는구나.”
카룬이 입술을 깊게 깨물었다.
“중요한 경험을 쌓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데니어를 그렇게 보낸 게 너무도 후회된다.”
그는 본인이 있었다면 전쟁의 판도가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며 눈매를 구겼다.
“그래서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이런 자투리 시간에도 검을 휘두를 생각이다. 그 녀석도 따라잡아야 하니까.”
카룬은 앞으로는 그저 위만을 바라보겠다며 그의 마음처럼 은빛으로 번뜩이는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렇군요.”
버렌은 카룬의 붉은 눈동자에서 피어나는 온화하면서도 격렬한 열기를 느끼며 미소를 그렸다.
‘정말 달라지셨어.’
예전의 카룬이라면 먼저 라온을 질투하고, 어떻게든 끌어내릴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의 그는 라온의 실력과 업적을 인정하고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정말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늦겠구나. 그만 가자.”
카룬이 연회장으로 출발하자며 손을 까딱였다.
“예!”
버렌은 카룬의 등이 어릴 때 보았던 것처럼 여전히 넓고, 깊은 것을 느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언젠가는 나도.’
*
*
*
화려한 샹들리에가 자수처럼 수놓아 있는 천장에서 금빛 조명이 쏟아지고, 지그하르트 선조들의 사용했던 명검과 갑주가 박제되어 있는 본관의 연회장.
본래 소수의 검사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 영예로운 장소에는 이번 전쟁에 참여하고, 도움을 준 검사 모두가 모여 있었다.
“백혈교의 멸망은….”
글렌은 연회장의 단상 위로 올라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하나의 공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목숨을 걸고 노력해 주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며 연회장에 있는 검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우리는 다섯이고, 이제 적은 셋뿐이다. 거기다 에덴은 반 토막이 났지.”
글렌은 삼마 따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진천검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웅대한 기세에 연회장의 금빛 조명이 붉은 화염으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퍼어어억!
검사들은 글렌의 말에 동의하는 듯 주먹으로 본인의 가슴을 쳤다. 모두가 함께했기에 연회장 전체가 뒤흔들리는 굉음이 터졌다.
“백혈교를 멸망시킨 영웅들의 위해 연회를 준비했다. 오늘은 전쟁의 피로를 풀고, 축제를 즐기도록 하라.”
글렌은 정말 잘해주었다고 말하며 검사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지그하르트 만세!”
검사들은 글렌과 함께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첫 번째는 아이스크림이니라!
라스가 라온의 어깨를 치며 입을 크게 벌렸다.
-저기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아이스크림부터 먹거라!
녀석은 아직 식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후식부터 먹자며 북을 치듯 자신의 등을 두드렸다.
“다만 그 전에….”
글렌이 웃고 있는 검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영감탱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이냐?
라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말이 적은 게 유일한 장점이거늘!
녀석은 입을 다물게 만들라며 팔을 휘둘렀다.
“전쟁에 참여한 검사들에게 상을 수여하겠다.”
글렌의 손짓에 로엔과 집사들이 은패가 장식되어 있는 판을 가져왔다.
“전쟁 준비를 돕고, 성벽을 뚫는 데에 일조한 검사들에게는 은색의 패를 내리겠다.”
그가 이름을 부르자, 전쟁에 참여한 검사들이 한 명씩 단상 위로 올라갔다.
“용기를 내어주어서 고맙구나.”
글렌은 검사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직접 은패를 수여해주었다.
“다음으로 백혈교 본단 내부까지 들어가 백혈교주를 막아낸 검사들에게는 금패를 내리겠다.”
글렌은 은패 수여가 끝난 후 바로 금패를 받을 검사들을 호명했다.
“버렌 지그하르트, 앞으로.”
“예!”
버렌은 자신과 눈을 마주친 후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단상에 올라갔다.
“백혈교주에게 압도되면서도 끝까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광풍전 부전주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았다.”
글렌은 대견하다는 듯 버렌의 어깨를 꽉 잡아주었다.
“감사합니다!”
버렌은 글렌의 격한 칭찬에 감격한 듯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마르타 지그하르트.”
“예!”
마르타가 깊은숨을 내뱉고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억지로 더 밝은 표정을 만들었다.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인데, 마지막까지 버텨주어서 고맙다. 그 녀석도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면 좋아할 것이야.”
글렌은 마르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마르타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녀는 울음을 참기 위해서 피가 나도록 주먹을 말아쥐다가 단상을 내려왔다.
“루난 슬리온.”
“네….”
글렌의 부름에 루난이 나무늘보처럼 느릿한 걸음으로 그의 앞에 섰다.
“네 서리검이 수많은 이들을 살렸더구나. 뒤에서 받쳐주는 건 앞에서 싸우는 것보다도 쉽지 않은 일인데, 언제나 사람을 먼저 생각해 주어서 고맙구나.”
글렌은 루난이 대견하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네….”
루난은 기쁜 듯 귓불이 아주 조금 빨개졌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큰 감정의 변화였다.
세 사람 뒤로 광풍전 검사들과 현무전과 진무전의 일부 검사들도 단상에 올라가 글렌에게 금패를 받았다.
“금패를 받은 이들에게는 지그하르트의 보고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글렌은 거기까지가 승리의 보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패와 금패의 수여가 끝난 후 검사들의 시선은 글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한 라온을 향했다.
“라온 지그하르트. 앞으로.”
글렌은 그 시선에 답하듯 라온을 앞으로 불렀다.
“예.”
라온이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한 후 단상 위로 올라갔다.
“백혈교 본단을 발견해서 전쟁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고, 9사도를 죽여서 성벽을 뚫어냈으며, 심검으로 백혈교주의 영혼을 베어낸 라온 지그하르트에게는 세 개의 금패를 수여하겠다.”
그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뤘다고 말하며 둔탁하게 턱을 내렸다.
“크흐흠.”
글렌의 입꼬리가 대해의 파도처럼 요동쳤다. 다만 자신의 머리에 가려져서 뒤에 있는 검사들은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로엔이 가져온 금패 세 개를 받았다.
사실 이미 실비아를 직계로 만들었기에 이제는 딱히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금패를 잘 보관하는 게 좋을 것이다.”
글렌은 앞으로 금패가 필요해질 거라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렸다.
“그리고 라온 지그하르트에게 주어질 부상은….”
그가 자신을 보며 연한 눈웃음을 그렸다.
“보, 보고 2회 출입권인가!”
도리안이 기대된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니지! 바보야! 금패가 세 개니까. 세 번이지!”
크레인은 생각을 잘하라며 손을 흔들었다.
“프리패스. 아니, 보고 다 줘….”
루난은 지그하르트 보고 자체를 라온에게 주라는 듯 눈을 끔벅였다.
“…….”
너무나도 황당한 소리에 잠시 연회장에 소리가 사라졌다.
“크흠!”
글렌은 루난의 말을 못 들은 척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광풍전주에게는 보고에서 원하는 영약과 무구가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한 달 동안 내가 직접 광풍전주에게 무학을 가르치겠다.”
글렌은 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언제나 숨어서 자신을 가르쳤지만, 이번에는 직접. 그것도 한 달 동안 가르치겠다고 선언했다.
“오! 괜찮은데?”
“백혈교주를 잡았으니, 저 정도는 줘야지!”
“부럽다. 조언만 들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한 달이면 정말 많이 변하겠지? 나도 듣고 싶다.”
천하제일검의 가르침이었기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상이었지만, 라온의 업적도 만만치 않았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카룬 역시 반박할 수 없다는 듯 담담하게 눈을 내리감았다.
“그럼 여기서….”
글렌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후우우욱!
태양 빛처럼 찬란한 조명이 사그라들고, 밤하늘보다도 어둑한 흑검이 떠올랐다.
저벅.
고막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걸음 소리에 검사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 훈련….”
다르칸. 상단전이 무너지고, 심검이 깨졌음에도 여유를 잃지 않은 검사가 글렌과 마주 서서 입매를 말아 올렸다.
“나도 함께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