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7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76화(1076/1088)
제1076화
“제 답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라온은 질문을 한 다르칸이 아니라, 글렌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굳건한 검,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은 강인한 검. 그게 제가 바라는 검입니다.”
숯가마에서 발칸에게 선언했고, 지금까지 지켜온 스스로의 맹세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검이라….”
글렌은 자신의 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좋은데?”
다르칸이 히죽이며 손으로 반원을 그렸다.
“부러지지 않는 검으로 계속 찌른다면 데루스의 영혼이 아무리 거대해도 결국에는 베어낼 수 있겠지.”
그는 자신의 심검이 정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다르칸이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네 심검이 아무리 두껍고, 단단하다고 해도 칼날이 뭉툭하다면 놈의 영혼은 벨 수 없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듯 글렌을 바라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영혼의 검은 현실의 칼날보다도 날카로워야 하니까.”
글렌은 장인이 명검을 벼리듯 영혼의 칼날을 세워야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일부러 뭉툭하게 만들었지만!”
다르칸은 본인의 심상에 적의 영혼을 소환하기 위해서 심검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지 않았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의견이 통했네.”
다르칸이 싱긋 웃으며 글렌에게 손을 뻗었다.
“한 달 동안 당신과 내가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겠군.”
글렌은 동의한다는 말과 달리 다르칸의 손을 잡지 않고, 눈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아침에는 정신이 맑은 법이니, 네가 의념을 키워줘, 오후에는 내가 기술을 성장시킬 테니까.”
다르칸은 시간을 나눠서 라온을 가르치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세 명이서 심검을 논해보자고.”
“너, 왜 그렇게 진지한 거지?”
글렌이 다르칸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 순간이 검이니까.”
다르칸은 지금의 삶 자체를 검이라 표현하며 진중한 자세를 취했다.
“…알겠다.”
글렌은 다르칸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듯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럼 난 구경하고 있도록 하지.”
다르칸은 구경한다면서 물러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인간이었다.
“라온.”
글렌은 다르칸을 신경 쓰지 않고, 라온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라온이 글렌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였다.
“생각해 보니 조금 의문이구나.”
글렌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네 의념은 언제나 검술보다 높은 경지에 있었고, 영혼의 격은 더 상승했는데 왜 검에 담긴 의념이 약해진 거지?”
그는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눈썹을 구겼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라온이 시선을 내린 채 입맛을 다셨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야.’
딱히 심상 수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의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서 자신도 당황스러웠다.
-나딘빵 영감탱이는 몰라도….
라스가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네놈은 알아야 하지 않나?
녀석은 왜 깨닫지 못하냐는 듯 눈매를 구겼다.
‘뭐?’
라온이 라스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 의념은 약한 게 아니라, 약해진 것이니라.
라스가 제대로 알아두라며 고개를 저었다.
‘약해졌다고?’
-네놈은 의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내 상상하는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영혼을 통해 구현화 되는 힘이잖아.’
뇌리에 그리는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강렬한 염원을 검에 쏟아붓는 게 바로 의념이었다.
-대충 맞느니라. 다만 네놈은….
라스가 자신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 의념에 다른 것을 섞었느니라.
‘다른 것?’
-본왕과 다른 마왕들의 권능.
녀석의 눈동자가 시퍼렇게 번뜩였다.
-목숨이 걸려 있는 다급한 전투 중에는 그 권능들이 큰 힘이 되어주었지만, 그만큼 네놈의 의념은 약해지는 것이니라.
‘아, 그래서….’
-마왕들의 권능이 네놈의 소원을 대신 이뤄 주었으니, 의념이 약해지는 게 당연한 일이지.
라스는 있는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제야 알겠군.’
왜 글렌이 자신의 의념이 약하다고 느꼈는지, 왜 자신이 의념의 약화를 알지 못했는지 모두 이해가 되었다.
‘권능은 만능의 힘이 아니었어.’
그저 주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위험한 힘이었다.
‘그럼 복구할 방법은 간단하겠네.’
라온은 바로 의념을 회복시킬 방법을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글렌이 생각에 잠긴 라온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으냐?”
“죄송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라온이 글렌에게 고개를 숙였다.
“생각의 정리?”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다른 힘에 집중했기에 의념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천검에 오른손을 얹었다.
“할아버지께서 의념을 담은 검술로 저를 공격해 주셨으면 합니다.”
“버틸 수 있겠느냐?”
글렌은 지금은 힘들 것 같다는 듯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할 수 없어도 해야 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제천검을 뽑아 들었다.
“알겠다.”
글렌은 자신의 눈동자에 깃든 의지를 읽은 듯 진천검을 들어 올렸다.
“다만 쉽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진지하게 하겠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진천검을 내리쳤다.
후우우우우!
진천검에는 강한 오러가 담겨 있지 않았음에도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패도적인 기파가 피어났다.
“좋구만!”
다르칸은 글렌이 검술을 펼치자마자, 박수를 쳤다. 그의 팬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쩌어어어어어엉!
라온이 제천검을 사선으로 그어 올려 떨어지는 글렌의 진천검을 막아냈다.
‘의념을….’
글렌의 검을 막아내고, 역으로 밀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제천검에 힘을 주었다.
-나쁘지 않군.
라스는 아까보다 나아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구나.”
글렌도 시작이 좋다는 듯 옅게 웃었다.
“다시 약해질 테지만, 강도를 줄이지 말아주십시오.”
라온은 부탁한다고 말하고서 영혼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는 마왕들의 권능을 불러왔다.
찌지지지직!
제천검 위로 여섯 개의 권능이 피어나며 글렌의 검이 거칠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네, 네놈 뭐 하는 것이냐!
라스가 갑자기 왜 미친 짓을 하냐며 눈을 부릅떴다.
-권능에 의존하면 의념이 약해진다니까!
녀석은 정신을 차리라며 자신의 이마를 두드렸다.
“음….”
글렌도 자신이 의념 외에 다른 힘을 썼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눈썹을 구겼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주십시오.”
라온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의념에 스며들려고 하는 마왕들의 권능을 분리했다.
찌지지지직!
이전처럼 의념과 권능을 합쳐서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두 힘을 서로 싸우도록 만들었다.
쿠구구구구!
의념과 권능을 부딪치게 만들자, 의념 하나만 쓸 때보다 검에 담긴 힘이 약화되었다.
찌지지지지직!
글렌의 진천검에 제천검이 밀리며 자신의 무릎이 땅에 닿을 것처럼 굽혀졌다.
“정말 괜찮은 것이냐?”
글렌이 걱정이 깃든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계속해 주십시오!”
라온은 허리가 휘어지고 있음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놈 대체 무얼 하려고….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의념이랑 권능이 경합하며 둘 다 소멸하고 있지 않느냐!
녀석은 정신 차리라며 자신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게 답이야.’
라온이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
‘근육이 파열되었다가 더 두껍게 재생되듯 기운도 서로 싸우며 강해지는 법이니까.’
만화공 불꽃과 글래시아의 서리는 상반되는 속성이었기에 서로 끝없이 싸웠고, 그 다툼을 바탕으로 함께 강해졌다.
마찬가지로 의념과 권능을 서로 싸우게 만든다면 두 기운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
라온이 묵직한 의념의 검을 내리치는 글렌을 보며 어금니를 씹었다.
‘최강의 상대까지 있으니,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
의념과 권능의 싸움을 일으키며 글렌의 검까지 막고 있기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이런 어려움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캬아아아아앙!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은 채 글렌의 검을 어떻게든 막고 있을 때였다.
고오오오오오!
자신의 영혼이 한층 더 두터워지는 게 느껴졌다.
[의념이 성장합니다.] [군주들의 권능이 강해집니다.] [영혼의 격이 상승했습니다.]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검에 아주 조금이지만 힘이 붙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치이이잉!
물밀듯이 들어오던 글렌의 검이 처음으로 한 뼘가량 밀려났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혼자 열흘 동안 검을 휘둘러도 얻지 못할 보상을 반나절 만에 이뤘다. 역시나 글렌과 함께하는 수련은 천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좋구나.”
글렌도 자신의 변화를 느낀 듯 작게 탄성을 흘렸다.
“벌써 좋아졌다고? 저거 진짜 뭐지?”
다르칸은 성장이 너무 빠르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어억….
라스도 이렇게 빨리 메시지가 뜰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봤지?’
라온이 라스를 팔꿈치로 치며 웃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야. 다만….’
입술을 깊게 깨물며 흐릿해지는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좀 많이 힘드네.’
글렌의 검을 막으면서 서로 싸우는 의념과 권능을 통제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반나절을 수련했을 뿐인데, 수면 없이 열흘 동안 검을 휘두른 기분이었다.
‘그래도….’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제천검을 세웠다.
‘계속 가야지.’
이 길의 끝을 보기 위해서.
“다시.”
라온은 다시 자세를 잡고 글렌의 앞에 섰다.
“다시 부탁드립니다!”
*
*
*
라온은 점심 식사를 끝낸 후 연무장에서 다르칸과 마주했다.
“이제 내 차례로군.”
다르칸은 기다리고 있었다며 싱긋 웃었다.
“내 검에 부족하다는 게 뭐지?”
라온이 제대로 듣겠다고 말하고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조화.”
다르칸이 손을 가볍게 저었다. 그의 손바닥 위로 피어난 오러에서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조화라고?”
“사실 네 검이 완벽을 향해 가고 있는 건 맞다. 글렌이 네 검술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가. 다만 나는 다르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서 본인의 안대를 가리켰다.
“눈을 잃고, 감각으로 느끼게 된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다르칸이 입가에 걸린 미소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오러를 운용하지 않아도 손등에 난 잔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니까.”
그는 그것만으로도 바람의 강도와 방향, 앞으로의 날씨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손등을 툭툭 쳤다.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인간을 넘어섰기에 검술을 보는 느낌 역시 달라졌다.”
“그렇겠지….”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감각이 네 검에서 작은 흔들림을 느꼈다.”
다르칸은 본인이 눈이 없기에 자신의 검술에 깃든 비틀림을 느낄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틀림을 피아노 줄 만지듯 조율하면 네 검은 새로운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야.”
그는 도전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으며 자신에게 손을 뻗었다.
“…….”
글렌은 다르칸의 말에 동의하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라온이 머뭇거림 없이 다르칸의 손을 잡았다.
“내 앞에서 다시 검술을 펼쳐봐라.”
다르칸은 새벽에 펼쳤던 검술을 다시 해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라온이 숨을 고르고서 만화공의 검술을 차례로 펼쳐냈다.
후우우우웅!
회천, 적섬, 화령을 연달아 펼친 후 염룡결을 쏘아내려고 할 때 다르칸이 손을 뻗어왔다.
“그만. 방금의 검술을 다시 해봐라.”
그는 다시 화령을 펼치라며 손을 저었다.
“알겠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검신 위에 화염의 나무를 피워냈다.
“다시.”
다르칸은 이번에도 마음에 안 드는 듯 다시 하라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우우우욱!
라온은 계속 화령을 펼쳐냈고, 다르칸은 끝없이 다시를 외쳤다.
그게 반복되자, 연무장 바닥에는 꽃잎이 가라앉은 듯 수없이 많은 불꽃 조각의 흔적들이 새겨졌다.
“다시.”
“알겠어.”
라온이 아무런 불평도 꺼내지 않고, 수십 번 넘게 화령을 반복해서 펼쳐냈다.
“왜 다시냐고 묻지 않는 건가?”
다르칸이 신기하다는 듯 턱을 주억였다.
“내 검이 조화롭지 못하다며. 그게 고쳐지지 않으니, 계속 반복하는 거겠지.”
“그걸 알려달라고 하지도 않는다고?”
“조언을 듣지 않고, 내가 해결해야 강해질 수 있는 법이니까.”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어봐야 그때뿐이다. 자신이 직접 방법을 찾아야 더 빨리, 그리고 더 높게 나아갈 수 있다.
“크하하하하하!”
다르칸이 이마를 부여잡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다니까!”
그가 씩 웃으며 글렌을 돌아보았다.
“손주 하나는 기똥차게 뒀구나! 네 검만큼이나 부러운 게 또 있을 줄이야!”
다르칸은 진심이라는 듯 입술을 깊게 내리눌렀다.
“커허험!”
글렌은 다르칸의 진심 어린 칭찬을 듣자마자, 경계 태세를 무너뜨리고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정도는 아닌데.”
귓불까지 붉어진 것을 보니, 정말 기쁜 것 같았다.
“다른 곳에 신경 쓰지말고, 내 검이 봐.”
라온은 화령에 변검의 묘리를 강화시킨 후 불꽃을 펼쳐냈다.
“다시.”
다르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시를 외쳤다.
“알겠어.”
라온이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화령에 중심이 되는 변검과 환검을 조금 약화시키고, 쾌검의 묘리를 강화하여 다시 검을 뻗어냈다.
화아아아아아!
오러를 많이 운용하지 않았는데, 제천검의 검극에서 피어난 불꽃이 화사한 자태로 피어나 연무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후우우우우욱!
화령에 깃든 화려함과 변화는 그대로였지만, 속도가 더 빨라진 불꽃의 조각들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다르칸을 휘감아버렸다.
그 모습은 기억 속에서 보았던 지그하르트 초대 가주의 검과 비슷해 보였다.
[만검의 성취가 상승합니다.]작지만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인지 만검의 성취가 올랐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이제야 좀 느낀 모양이군.”
다르칸은 처음으로 다시가 아닌 나쁘지 않았다는 말을 꺼냈다.
“드디어….”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 다르칸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래도 다시!”
그는 아직 모자란다며 손을 저었다.
“하아….”
라온이 입술을 꾹 내리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이쪽 훈련도 장난이 아니네.’
생각 이상의 수련 난이도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아려왔다.
‘정신이랑 육체가 물에 젖은 것처럼 무거워.’
-네놈이 빌빌대는 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구나!
라스가 키득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 달동안 검만 휘두르거라!
녀석은 고통으로 스트레스를 풀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렇게 안 해도….’
라온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
*
*
‘지치는군.’
라온은 다르칸과의 검술 훈련을 끝낸 후에 연무장에 주저앉았다.
본관에서 맛이 좋은 저녁을 먹었지만, 새벽부터 힘을 빼서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약한 놈 같으니.
라스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 본관의 식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불만이 사라진 얼굴이었다.
“오늘 재밌었나?”
다르칸이 오늘 훈련이 어땠냐는 듯 자신의 앞에 와서 턱을 까딱였다.
“재미는 없었지만, 아주 큰 도움은 됐어.”
라온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할지 길을 찾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와의 훈련에서는 의념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너와의 훈련에서는 검술 묘리의 미세한 차이를 깨달았으니까.”
저 두 사람의 훈련을 한 달 동안 견딘다면 새로운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말 다 할 수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글렌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심검에 대해서 말해볼까.”
다르칸이 자신의 옆에 앉은 채 턱을 까딱였다.
“심검이 뭐라고 생각하지?”
“자신의 영혼을 벼려서 적의 영혼을 베는 무학.”
라온은 자신이 알고 있는 심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럼 내 건 심검이 아닌데? 내 검은 적을 죽이지 않으니까.”
다르칸이 정말 그게 맞냐는 듯 턱을 까딱였다.
“으음….”
라온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심검을 단순한 무학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글렌이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심검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거라.”
그는 그 말을 남긴 후 몸을 돌렸다.
“첫날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글렌은 잘 생각하고 오라며 손을 저었다.
“진짜 잘 통한다니까. 우리 친구 먹는 게 어때? 몇 년생?”
다르칸도 글렌과 같은 생각을 한 듯 그의 뒤를 따라갔다.
“후우….”
라온은 혼자 남은 연무장에서 입에 고인 먼지를 뱉어냈다.
“뇌리에 피로가 쌓이는군.”
오전에는 정신적인 수련을 하고, 오후에는 하나의 검술을 반복해서 펼쳤는데, 수수께끼 같은 숙제까지 받으니, 머리가 더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네놈이 고통스러워하니까, 행복하구나!
라스는 자신이 힘든 게 기쁘다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래도 참다 보면 적응이 될….
‘아니, 참을 필요 없어.’
라온이 서늘한 웃음을 흘리며 가주의 연무장을 나가 5 연무장으로 달려갔다.
“어?”
“전주님. 왜 여기에 계세요?”
“가주님이랑 수련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여유롭게 훈련하고 있던 광풍전의 검사들이 자신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오늘 재밌는 수련을 좀 배워왔거든.”
라온의 눈동자 위로 붉은 광기가 타올랐다.
“너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마음과 달리 산뜻한 미소를 그렸다.
“정말요?”
“하긴 가주님과 전대 성검련주의 수련은 특별할 테니까!”
“응. 우리처럼 단순무식하게 검만 휘두르지는 않을 거야.”
광풍전 검사들은 자신의 수련이 기대된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헙….”
다만 도리안은 심안으로 라온의 섬뜩한 마음을 읽고서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도, 도망쳐야….”
“어딜 가려고.”
라온은 어느새 단상 아래로 내려와 도리안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끄으읍!”
도리안은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었다.
“내가 배운 아주 좋은 훈련….”
라온이 싱긋 웃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처럼 보이기도 했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같이 해보자고.”
-하….
라스는 광풍전에 스트레스를 풀 줄 몰랐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더니, 천하제일검 밑에서 천하제일의 또라이가 나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