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81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81화(1081/1088)
제1081화
라온은 별관의 식구들에게 하분성으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바로 가주전을 찾아갔다.
“오!”
가주전을 청소하고 있던 로엔이 자신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시 오셨군요.”
그는 오늘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듯 허허허 웃었다.
“가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라온은 알현실의 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살폈다.
“들어가시지요.”
로엔은 글렌이 알현실 안에 있다며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아뇨. 제가 하겠습니다.”
라온은 직접 문고리를 잡고, 알현실의 문을 열었다. 기름을 칠한 듯 부드럽게 문이 열리며, 저녁노을에 물든 알현실의 전경이 드러났다.
선명하게 가라앉는 자주색 광채 아래로 옥좌에 앉아 있는 글렌이 보인다.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듯 신비로우면서도, 고고한 분위기를 풍겼다.
‘뭐지…?’
라온은 글렌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할아버지가….’
이 세계에서 사라진 느낌이야.
글렌은 분명 자신의 앞에 존재했지만,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다만 사악하거나, 사이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묘한 기운이 피어나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
-호오?
라스가 진한 감탄사를 흘렸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저 영감탱이도 참으로 재밌는 인간이니라.
녀석은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
라온이 라스에게 글렌의 상태를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음….”
글렌이 자신의 시선을 느낀 듯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와 노을이 같은 색처럼 이어지자, 알현실에 퍼져 있던 신비로운 기운들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미안하구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글렌이 손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는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온 듯 평소처럼 엄숙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아닙니다.”
라온이 알현실로 들어가면 고개를 저었다.
‘말이 나오지 않아.’
글렌에게 무슨 일이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가 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 이상하게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 무슨 일이냐.”
글렌은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눈동자를 내렸다.
“한동안 가문을 떠나 있으려고 합니다.”
라온이 글렌에게 고개를 숙인 후 알현실을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가문을 떠난다고?”
글렌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오늘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냐?”
그는 후계자를 뽑는 중요한 순간에 가문을 떠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뇨. 전부 들었습니다.”
라온은 기둥 앞에서 서서 제대로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입니다.”
데루스가 언제 전쟁을 일으킬지 모르기에 최대한 빨리 마왕들을 만나서 대천사를 막도록 설득해야 한다.
가주의 자리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데루스를 쓰러뜨리고, 지그하르트와 이 대륙을 구하고 싶었다.
“네가 쌓은 실적이 대단하다는 것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글렌이 팔걸이 위에 손을 올렸다.
“아마 지그하르트 역사상 너보다 빨리 실적을 쌓은 사람은 없을 것이야. 다만….”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너무 방심했다가는 너도 먹힐 수 있다.”
“그게 무슨….”
“금패를 받는 난이도를 생각하면 5점으로 계산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나는 동패는 1점, 은패는 2점 그리고 금패를 3점으로 설정했다.”
글렌이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일부러 그러신 거였군요.”
라온이 눈썹을 살짝 내렸다.
‘어쩐지 이상했어.’
동패나 은패는 작은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받는 경우가 잦지만, 금패는 정말 뛰어난 활약을 한 검사들이나, 그들을 이끈 수장에게만 주어진다.
금패의 점수가 너무 낮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글렌의 의도였던 모양이다.
“그래.네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은 많지만, 후계자를 뽑는 짧은 기간에 전부 추월당할 수도 있다.”
글렌은 그걸 노리고 금패의 점수를 낮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라온이 탁한 숨을 내뱉고서 글렌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서로
먹고, 먹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글렌이 담담하게 턱을 내렸다.
“검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날카로워지고, 불에 달구면 달굴수록 단단해지니까.”
그는 후계자 경쟁을 통해 검사들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단순히 후계를 뽑는 것만이 아니라, 가문 전체를 강하게 만들고 싶은 것 같았다.
“거기다 스스로 임무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력만이 아니라, 정신력과 경험도 쌓을 수 있지.”
글렌은 그 모든 것을 생각하며 후계자 선정 시험을 준비했다며 눈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하….”
라온이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할아버지는 무엇 하나도 그냥 하시는 게 없네요.”
몇 가지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저기까지 생각했을 줄은 몰랐다. 아직 자신은 글렌에 비해서 한참 모자란 것 같았다.
“너도 이 자리에 오르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니, 그 누구보다도 잘할 것이야.”
글렌은 그 모습이 보인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그렇지만 강요를 할 수는 없지. 네 선택이니, 받아들이마. 다녀오도록 해라.”
그는 라온의 의사를 반대하지 않겠다며 손을 저었다.
“감사합니다. 다른 방식이겠지만,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라온은 글렌에게 깊게 고개를 숙인 후 알현실을 떠났다.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글렌은 라온이 나간 알현실의 문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믿고 있으마.”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전처럼 신비로운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겨울바람이 차갑게 창문을 두드릴 뿐이었다.
*
*
*
달이 높게 차오른 밤.
“야밤 중에 갑자기 웬 소집이지?”
크레인이 단상 앞에 모인 광풍전 검사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어….”
도리안이 졸린 듯 눈을 비비며 입맛을 다셨다.
“후계자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거다.”
버렌이 도리안과 크레인 앞에 서며 허리를 곧게 폈다.
“이미 다른 무력대는 임무를 찾거나, 만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는 광풍전도 라온을 위해서 임무를 준비해야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뭔지 잘 몰라….”
루난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많이 졸린 것 같았다.
“몰라도 해야 해.”
마르타가 루난의 등을 강하게 두드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녀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내야지.”
그녀는 라온을 위해서 목숨이라도 걸 것처럼 결연한 표정을 드러냈다.
“맞는 말이다.”
마크 괴튼 역시 마르타와 같은 생각을 한듯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겨, 겨울 맞아? 무슨 열기가…윽!”
도리안은 무섭다는 듯 물러서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다.
“뭐하냐?”
크레인이 도리안의 어깨를 잡아주며 눈매를 찌푸렸다.
“나, 나도 몰라.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서.”
도리안은 본인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마스터라는 놈이 아직도 몸도 못가누네.”
크레인이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도리안의 뒤통수를 때릴 때였다.
쿠웅!
라온이 거칠게 문을 열고, 연무장으로 들어왔다.
“다들 모였군.”
그는 광풍전 검사들을 빠르게 훑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라온은 제천검을 잡은 채 광풍전 검사들을 굽어보았다.
“다 알고 있어요!”
크레인은 말할 필요 없다며 빠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임무를 만들거나, 물어오라는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광풍전의 실세이자, 돌격대장인 이 크레인이 바로 나가서 임무를….”
그는 라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티를 대놓고 내며 헤죽거렸다.
“아닌데?”
라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예?”
“그게 아니라고?”
“임무가 아니면 뭐지?”
크레인만이 아니라, 다른 검사들도 라온의 대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유아, 율리우스랑 함께 하분성에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은 최대한 많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도록.”
라온은 별일 아니라고 말하며 몸을 풀 듯 손목을 돌렸다.
“하, 하분성에 간다고?”
버렌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얌마! 이 중요한 순간에 왜 나가!”
그는 정말 오랜만에 라온에게 말을 놓으며 소리를 질렀다.
“알겠어….”
루난은 알겠다는 듯 눈을 끔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반쯤 졸고 있는 것 같았다.
“지, 진심이에요! 저 사람 정말 임무 안 하고, 밖으로 나갈 생각이라구요!”
도리안은 라온의 마음을 읽고 입을 떡 벌렸다. 그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격하게 숨을 들이켰다.
“이유는 있지?”
마르타는 라온의 말은 일단 믿고 있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물론.”
“알겠어. 그럼.”
그녀는 그거면 됐다는 듯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로 끝나면 안 되지! 다른 일도 아니고, 후계자라고!”
버렌이 정신 차리라며 세차게 발을 굴렀다.
“우리 아버지는 벌써 임무를 찾아서 나갈 준비를 마쳤어!”
그는 정말 답답한지 카룬의 동향까지 말해주었다.
“그러면 너희가 해.”
라온이 광풍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예? 저희가요?”
“그게 무슨 소리….”
“뭐, 뭘 하라구요?”
검사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서로를 보며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후계자 경쟁 너희가 하라고. 임무를 찾아서 알아서 수행한 후 지그하르트의 패를 받아와.”
라온은 본인 대신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라고 말하며 손뼉을 쳤다.
“엥?”
버렌의 눈동자가 물음표로 변한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렸다.
“저, 저희가 후계자를요?”
크레인도 입을 떡 벌렸다.
“어떻게 경쟁에 참여해! 우리는 실적이나, 실력이나 한참 밀린다고!”
트레빈은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부딪쳐야지. 깨지더라도 얻는 게 있을 테니까. 이번 후계자 시험은 단순한 선발전이 아니야. 가주님께서는….”
라온은 알현실에서 글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광풍전 검사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랬군.”
버렌은 이제야 라온의 뜻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경쟁하면 확실히 성장하겠지. 역시 가주님이야.”
마르타은 글렌의 의도가 놀랍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
루난은 이미 잠에 빠진 듯 조로롱 소리를 내며 고개를 꾸벅였다.
“물론 너희들의 말도 맞아. 실적은 그렇다고 쳐도 실력은 한참 부족하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여기에 내가 왔으니까.”
라온이 서늘한 안광을 드러낸 채 입술을 말아 올렸다.
“서, 설마….”
크레인은 이제야 불길함을 느낀 듯 턱을 파르르 떨었다.
“설마가 맞아. 내가 떠나기 전까지 아주 특별한 훈련을 시켜주마.”
라온은 전쟁 시작 전의 훈련처럼 기대해도 좋을 거라며 싱긋 웃었다.
“어억….”
“그, 그걸 또 한다고?”
“난 그냥 죽을란다! 빨리 찔러줘!”
검사들은 특별한 훈련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학습된 개처럼 침을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왜 안 하나 했다….”
버렌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많이 쉬기는 했어.”
마트라도 각오를 한 듯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시, 싫어…….”
루난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도 특별훈련은 싫다는 듯 아기새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드디어 왔군! 기다리고 있었어!”
트레빈은 오히려 좋다며 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아아악!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더라니….”
도리안은 다리가 풀린 이유가 있었다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럼 시작은….”
“흐윽!”
크레인은 본인의 운명을 예감한 듯 훌쩍이며 앞으로 나왔다.
“크레인. 너는 나중에 해.”
라온은 고유 크레인이 아니라, 도리안에게 손짓했다.
“도리안 너는 나랑 함께 가야 하니까. 미리 맞자. 아니, 먼저 수련하자.”
“지, 지금 수련이 아니라 맞자고….”
“기분 탓이야. 이쪽으로 와.”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 죽일 듯한 미소를 그리며 손을 까딱였다.
“아, 대신 크레인은 마지막에 해줄게. 내 남은 힘을 전부 쏟아서 너를 강하게 만들어주마.”
라온은 크레인에게 살기가 깃든 손짓을 한 후 도리안 앞으로 걸어갔다
“아아아아악!”
“끄어어어억!”
수련의 첫 번째와 마지막이 될 두 검사의 비명이 밤의 연무장을 거칠게 울렸다.
*
*
*
“준비는 됐지?”
라온이 귀엽게 배낭을 매고 있는 유아에게 손짓했다.
“네! 다 됐어요!”
유아는 걱정 말라는 듯 배낭을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보는 거야?”
에블린이 작은 가방을 사선으로 걸친 채 눈매를 찌푸렸다.
“나는 안 보이는 거야?”
그녀는 빨리 말해달라는 듯 상기된 얼굴을 들이밀었다.
“주, 준비됐지?”
라온이 상체를 뒤로 빼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이름으로 불러줘.”
“에, 에블린. 준비됐어…?”
“응! 다 됐어! 난 너만 있으면 되니까.”
에블린은 라온이 본인의 준비물이라며 싱긋 웃었다.
“어어….”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에블린에게서 한 발 더 떨어졌다.
-끄으윽….
라스는 에블린이 놀래킨 게 아님에도 기겁하며 거품을 물었다.
‘나도 점점 더 적응이 안 되네.’
에블린의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서 매 순간 긴장이 되었다.
“가, 가자.”
라온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음에도 깊은 피로를 느끼며 별관의 문을 열었다.
“잘 다녀와.”
정원에 있던 실비아가 유아와 율리우스를 잘 챙기라며 손을 흔들었다.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에드가는 빨리 돌아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안 오려고 하면 끌고서라도 올 게요!”
에블린은 본인이 다 알아서 처리한다며 생글거렸다.
“아아….”
“그, 그래. 부탁할게….”
실비아와 에드가는 에블린이 부담스럽다는 듯 빠르게 답하며 눈동자를 돌렸다.
“다녀오십시오.”
주디엘은 편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라온! 선물 사와!”
시아가 기다리고 있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응. 다녀올게.”
라온이 웃으며 시아의 손을 잡아주었다.
‘누나도 많이 변했네.’
사실 이번 여행에 시아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지금 검술 수련이 재밌다며 자발적으로 가문에 남았다. 이제는 완전히 사춘기를 벗어난 것 같았다.
“다녀올게요.”
라온은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에블린, 시아, 율리우스와 함께 별관을 떠났다.
“내, 내가 들어줄까?”
율리우스가 눈동자를 슬쩍 돌리며 유아의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됐어. 가벼워!”
유아는 괜찮다고 말하며 웃었다.
“나,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율리우스는 용기를 낸 말이 먹히지 않자, 실망한 듯 눈동자를 슬쩍 내렸다.
“우리 이렇게 있으니까. 2대2로 커플 여행 떠나는 것 같지 않아?”
에블린이 분위기가 딱 좋다며 손뼉을 쳤다.
“커, 커플은 무슨! 절대 아니에요!”
율리우스가 유아와 그렇게 보지 말라며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게요! 저도 그렇게 보여요!”
유아는 에블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한 소리 좀 하지…어? 저, 정말?”
율리우스는 이상한 소리 말라고 외치려다가 유아의 말에 안색이 확 밝아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물론 저희는 아니지만!”
유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아….”
환해졌던 율리우스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후우.”
라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쟤들이라도 귀여워서.’
에블린 때문에 숨 막히는 여행이 될 줄 알았는데, 유아와 율리우스 덕분에 조금은 즐거울 것 같았다.
“갈 길이 머니, 빨리 가자.”
라온은 세 사람을 데리고, 지그하르트 정문으로 향했다.
외총관 일리운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 성벽으로 다가가는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다르칸?”
라온은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는 다르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왜 여기에….”
“널 기다리고 있었다.”
“날? 그러면 별관으로 찾아왔으면 됐잖아.”
“나도 떠나야 하니까.”
다르칸은 본인도 지그하르트를 떠날 시간이 왔다며 발목을 돌렸다.
“그 전에 말해주어야 할 게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너는….”
그가 자신을 보며 흑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성지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