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96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96화(1096/1124)
제1096화
“중무전주님?”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카룬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어린 시절부터 카룬에게 질투와 질시를 받아왔기에 그의 성격과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카룬이 딱히 나설 필요도, 나설 이유도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후계자 후보의 첫 번째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왜 자신을 위해 나서주었는지 모르겠다.
“카룬….”
글렌이 눈꺼풀을 가늘게 떨며 시선을 돌렸다.
“지금 한 말이 진심이냐?”
카룬은 후계자 시험이 시작된 후 밤낮없이 움직이며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실적을 쌓았다.
라온이 한 번에 여러 개의 금패를 받게 될 때 가장 크게 반발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반대로 옹호를 해줄 줄은 몰랐다.
“진심입니다.”
카룬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가주님께서 정한 규칙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실적을 쌓아도 하나의 패만 주는 걸로 계획을 하셨겠죠. 하지만….”
그가 라온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번 일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광풍전주는 단순히 가문을 위한 실적을 쌓은 게 아니라, 오황을 넘어 대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카룬은 그저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듯 차분한 눈빛을 드러냈다.
“검황과 전왕 그리고 골드 일족의 고룡까지. 셋 모두 앞으로의 전쟁에 큰 힘이 될 자원이기에 저는 라온에게 다섯 개의 금패를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감정을 싣지 않은 이성적인 판단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저건 우리 형이 아닌데?”
발데르는 정말 카룬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겠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 도플갱어가 변신해서….”
“좀 닥쳐!”
아리스가 발데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이상한 건 사실이잖아!”
발데르는 부어오른 뒤통수를 매만지며 눈매를 찌푸렸다.
“카룬은 질투와 아집으로 오랜 기간 본인의 재능과 정신을 잡아먹고 살았어.”
아리스가 옅게 빛나는 눈동자로 카룬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그 시간을 누구보다도 후회하고 있을 테니, 저리 달라져도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저게 카룬의 진짜 모습이라며 무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버렌도 카룬의 말에 감격한 듯 그를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허어….”
전왕이 카룬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이곳에 오며 주군께 대략적인 사정은 들었소. 본인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저런 판단을 내리다니, 지그하르트에는 정말 인재가 많구려.”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따스한 눈빛으로 카룬을 바라보았다.
“너 좀 멋있다?”
검황이 카룬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이 누님이 언제, 어디든 달려갈 테니까!”
그녀도 카룬이 마음에 든 듯 씩 웃었다.
-예전에도 저 눈깔이 애비가 변했다고 말은 했는데….
라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상상 이상으로 바뀌었구나. 아예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니라.
녀석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라온이 카룬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나도 저렇게 바뀔 줄은 몰랐어.’
카룬의 눈빛에는 자그마한 흔들림도 없었다.
글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검황과 전왕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도 아니라, 정말 자신이 큰 위업을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범함을 넘어선 과감한 변화에 손이 떨릴 정도였다.
“커허험!”
글렌이 카룬을 살피며 길게 헛기침을 뱉었다.
‘카룬이 저렇게 말해준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지!’
직계 검사들의 지지를 받고, 후계자 시험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금패를 얻은 카룬이 저런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중무전주가 인정했으니….”
글렌이 빠르게 손가락을 까딱이자, 로엔이 기다렸다는 다섯 개의 금패가 박힌 판을 가지고 단상 위로 올라갔다.
“광풍전주는 단상 위로 올라오라!”
그가 옥좌에서 일어나며 라온을 불렀다.
“…예.”
라온은 평온한 카룬의 눈을 마주하다가 글렌이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검황과 전왕 그리고 고룡을 지그하르트로 받아들인 부분을 높게 사 광풍전주에게 다섯 개의 금패를 내리겠다.”
글렌은 천장까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잡아 내리며 라온에게 다섯 개의 금패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두 손을 들어서 글렌이 내어주는 금패를 소중하게 받아 들었다.
금패가 다섯 개라서 그런 건지, 카룬의 말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 같았다.
“거기에 지그하르트의 보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다섯 번 추가 해주겠다.”
글렌은 금패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실적이기에 지그하르트의 보고에도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글렌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조만간 들어가야겠군.’
백혈교주를 벤 이후에 받은 보고 입장권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사용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라온이 금패를 소중하게 챙긴 후 뒤를 돌았다.
“우와아아아아아!”
“검제! 검제! 검제!”
“광풍전이 더 강해지겠군!”
“정말 지그하르트 최강의 무력대가 될지도. 아니, 이미 되었나?”
간부들은 잘했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많이 변했네.’
처음 이 자리에 섰을 때는 그 누구도 환호를 하지 않았고, 간부가 되었을 때는 반은 박수를 보냈고, 반은 질시 어린 눈빛을 쏘아냈다.
그리고
오늘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신에게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이제야 지그하르트라는 가문의 진정한 일원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마….’
라온은 차분하게 박수를 치는 카룬을 보며 가느다란 웃음을 그렸다.
‘저 사람이 변했기 때문이겠지.’
직계를 대표하는 카룬이 자신을 인정해주었기에 이제는 가문의 모두가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카룬을 바꾼 것처럼 카룬 역시 나를 바꿔준 건가.’
이제는 진정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든 것 같아서 가슴이 뛰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글렌이 자리를 파하기 위해서 손을 들어 올릴 때였다.
“잠시만요.”
라온이 다시 단상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도리안.”
몸을 돌려서 도리안에게 손짓했다.
“그걸 꺼내줘.”
“아, 넵!”
도리안이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쿠구구구구구!
그가 두 손을 휘적이더니, 배 주머니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무기와 갑옷들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이, 이건 뭐야!”
“셀 수가 없는데? 너무 많아!”
“수,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질도 좋아 보여! 드워프가 만든 것 같은데?”
간부들은 알현실 중앙에 쌓인 무기와 갑옷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허어….”
글렌도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여기 금괴도 있어요.”
도리안은 아직 남았다고 말하며 갑옷과 무기 옆으로 금괴를 쌓아 올렸다.
“파라테우스 님께서 앞으로의 전쟁을 위해 기부하신 물건들입니다. 가문을 위해서 써주십시오.”
라온이 파라테우스가 준 물건들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부 다 꺼낸다고?
라스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욕심 많은 네놈이 웬일이냐?
‘전부는 아니야.’
라온이 손가락을 좌우로 틀었다.
‘좋은 장비들은 우리 애들 주려고 빼놨지.’
지금 꺼낸 무기와 갑옷도 상급품 이상이지만, 가장 좋은 품질의 물건들은 광풍전 검사들을 위해 도리안의 주머니에 남겨 놓았다.
“저걸 다 줬다고?”
“이러면 드래곤도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레어의 보물을 다 꺼낸 거 아니야?”
간부들은 이제 파라테우스도 신뢰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거 아니긴 한데….”
파라테우스는 매일 검황과 전왕에게 무시당하다가 오랜만에 찬양을 들은 게 기분 좋은 듯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아니….”
글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굉장히 아쉬운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이런 게 있으면 빨리 말했어야지. 이것도 아주 큰 실적인데….”
그는 먼저 말했으면 금패 하나를 더 받을 수 있었다는 듯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 안 그러냐?”
글렌이 도움을 요청하듯 다시 카룬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나 더 줘도 될 거 같기도 하지 않아?”
그는 어서 말을 해보라는 듯 카룬에게 뜨거운 눈빛을 쏘아냈다.
“맞잖아. 줄만 하잖아.”
“하….”
카룬이 처음으로 글렌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
*
라온은 결국 여섯 개의 금패를 받은 후 가주전을 떠났다.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카룬이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카룬.”
글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중무전주가 아니라, 카룬이라는 이름을 부른 것을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말씀하십시오.”
카룬이 다시 단상으로 다가가 글렌을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으냐?”
글렌이 살짝 눈매를 찌푸렸다.
“네가 한 달 넘게 고생해서 모았던 금패가 한 번의 실적으로 따라잡혔는데, 참을 수 있겠느냐.”
그는 카룬이 걱정된다는 듯 탁한 신음을 흘렸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제 마음은….”
카룬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심장이 뛰고 있는 왼쪽 가슴 위에 얹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합니다. 오히려 기분이 좋군요.”
그는 최고의 상태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 어째서요?”
카룬을 기다리고 있던 버렌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버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카룬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턱을 주억였다.
“라온은 단순히 지그하르트를 위한 실적을 쌓은 게 아니라, 대륙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업적을 만들어냈다. 검황과 전왕 그리고 고룡을 불러들인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가 글렌의 뒤편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지그하르트의 후계자가. 아니, 가주가 된다고 해도 가문이 유지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금패 여섯 개가 아니라 10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실적이었으니, 아쉬워야 할 일이 아니지.”
카룬은 진심이라는 듯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룬….”
글렌은 카룬의 진심을 느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군요….”
버렌은 그런 생각을 한 카룬이 자랑스럽다는 듯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거기다….”
카룬이 손끝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혼자 독주하면 재미가 없다. 제대로 된 상대가 있어야 싸울 맛이 나는 법이지.”
그는 라온이 본인을 쫓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습니까?”
카룬이 버렌에게 답을 해준 후 글렌을 올려보며 웃었다.
“충분하다.”
글렌은 전부 이해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카룬은 글렌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버렌과 함께 알현실을 떠났다.
“이거….”
글렌은 카룬과 라온이 서 있던 전주들의 자리를 보며 짙은 미소를 그렸다.
“누가 가주가 되더라도 아쉬우면서 또 아쉽지 않을 것 같군.”
*
*
*
라온이 검황, 전왕, 파라테우스를 데리고 별관으로 걸어갈 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복귀한 모양이로군.”
도괴가 라온을 보고서 눈썹을 내렸다.
“이번에는 꽤 시간이 걸렸는데, 무얼 하고 온 것이냐.”
그는 술안주 삼을 테니, 말을 해보라며 손에든 술병을 들이켰다.
“검황과 전왕 선배님을 지그하르트로 모시고 왔습니다. 여기 고룡 분도 함께….”
라온이 뒤에 있는 일행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푸화아악!”
도괴는 라온의 뒤에 있는 검황과 전왕을 보고 입에 물고 있던 술을 분수처럼 뿜어냈다.
“도, 도괴라는 이명을 쓰는 해리안 지그하르트라고 합니다!”
그의 무심하고, 지루한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검황이라고 불러.”
“반갑소. 유베르라 하오.”
검황과 전왕이 도괴의 인사를 받으며 본인들을 소개했다.
“바, 반갑습니다!”
도괴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처럼 손을 파르르 떨며 검황과 전왕에게 무겁게 인사를 했다.
“연무장에서 제대로 설명해 드릴게요.”
“어어….”
도괴는 알아서 하라는 듯 술과 침이 흐르는 턱을 끄덕였다.
라온이 전신을 떠는 도괴를 지나, 별관 근처까지 왔을 때였다.
“오! 돌아왔느냐?”
넝마의 성자 페드릭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구나. 다 누구시지?”
그는 자신의 뒤에 있는 일행들을 소개해 달라며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검황과 전왕 선배님을 지그하르트로 모시고 왔습니다. 여기 고룡 분도….”
라온이 도괴에게 해주었던 말을 반복해서 꺼냈다.
“아, 강해 보이는 이명을 지니신… 어?”
언제나 여유 있는 페드릭의 얼굴에 길쭉한 주름들이 돋아났다.
“지, 지금 검황과 전왕이라고…?”
그는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제대로 들으셨어요.”
“부족하지만 전왕이라는 이명을 사용하고 있소.”
검황과 전왕이 페드릭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 치료사 페드릭이라고 합니다.”
페드릭은 넝마의 성자라는 이명 대신 어린 시절에서 썼을 법한 치료사라는 단어를 꺼냈다.
“치료사면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넝마의 성자라는 이름은 우리도 알고 있소. 잘 부탁하오.”
검황과 전왕이 페드릭에게 정중히 인사를 해주었다.
“아, 예에.”
페드릭은 굽어졌던 허리를 쭉 펴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곧 찾아갈게요.”
라온은 넋이 나간 페드릭의 어깨를 잡아준 후 별관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아들!”
“다친 곳은 없지?”
“너무 늦었어!”
정원에 있던 에드가와 실비아, 시아가 동시에 달려왔다.
“다녀왔습니다.”
라온이 에드가와 실비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분이 주군의 어머님이라고? 누나 아니에요?”
검황은 실비아의 미모에 놀란 듯 탄성을 터트렸다.
“확실히 어머니라는 느낌이 없으시군요.”
전왕도 실비아의 외모에 놀랐는지 턱을 주억였다.
“누나는 나야!”
시아는 본인이 라온의 누나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 이 인품이 훌륭하신 분들은 누구시니?”
실비아는 만나자마자 외모 칭찬을 들은 게 기쁜 듯 어서 소개해달라며 손을 모았다.
“어머니의 앞에 계신 분은 검황님이고, 뒤편의 남성분은 전왕님입니다. 그리고 끝에 계신 분은 골드 일족의 고룡 파라테우스 님입니다.”
라온은 본관을 떠난 이후 세 번째로 일행의 소개를 해주었다.
“거, 검황과 전왕이라고?”
“거짓말이지? 말이 안 되잖아!”
실비아와 에드가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누구?”
시아는 아예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검황 맞아요. 태어나서 거짓말은 해본 적도 없어요.”
“전왕 유베르라고 하오.”
검황과 전왕은 벌써 적응한 듯 가벼운 어투로 본인을 소개했다.
“끄허업!”
“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검황과 전왕이….”
실비아와 에드가는 숨이 넘어갈 듯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사람은 어서 설명해달라는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이거 좀….’
라온은 경악을 드러낸 실비아와 에드가를 보며 씩 웃었다.
‘재밌는데?’
검황과 전왕의 이명을 듣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놀라는 모습을 보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더 놀려줄 사람 어디 없나? 격하게 반응해주는 사람으로.’
-적당히 좀 하거라!
라스가 그만하라며 손을 휘저었다.
-네놈 거기서 더 미치면 진짜 답도 없어!
*
*
*
“후우….”
라온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의자에 걸터앉았다.
‘이제 좀 마음이 편하네.’
자신에게도 검황과 전왕은 무거운 이름이었기에 집에 도착해서 쉬게 되니, 이제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밥 먹고 한숨 푹 자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니라.
라스는 무조건 밥을 먹고 쉬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것도 좋지만….’
라온이 겉옷을 벗고, 제천검을 손아귀에 잡았다.
-네, 네놈 설마….
‘수련을 좀 해야지.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남았잖아.’
복귀하는 동안 수련을 제대로 못 했기에 몸을 좀 풀고 싶었다.
-네놈은 그냥도 미쳤지만, 검에 관해서는 정말 돌아버린 놈이니라. 마계에서 검신이라 불리는 마족들도 너 정도는 아니니라!
라스는 보고만 있어도 질린다며 이를 갈았다.
‘이제는 미쳤다는 말이 칭찬 같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날 때였다.
쿠우우우웅!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황과 전왕 그리고 두 사람이 안고 있는 시아가 들어왔다.
“주군의 누나를….”
“주군의 누나에게….”
두 사람은 진심으로 흥분한 듯 볼을 빨갛게 불태우며 시아를 앞으로 내밀었다.
“제자로 삼아도 돼요?”
“무학을 전수해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