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11)
제111화
도리안은 나무 뒤에서 라온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와….”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서려던 거였는데, 그런 건 한참 전에 까먹었고, 그저 감탄만 흘러나왔다.
‘또 강해지신 건가?’
공기를 가르는 검날의 예리함, 대지를 짓누르는 보법의 정심함. 그 둘의 자연스러운 조화까지. 연무장에서 보던 라온의 무력이 한층 진일보한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되나?’
라온이 이곳에 와서 한 일이라곤 도박해서 신나게 따고, 민트초코를 신나게 먹고, 남의 물건을 신나게 훔친 것뿐이다.
걱정과 긴장은 이쪽이 다했는데, 왜 저 사람의 검술 실력만 늘었는지 모르겠다.
‘어? 오러까지?’
제대로 검을 휘두르려는지 라온이 오러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빛나는 붉은색 기운. 흡사 태양 빛이 어린 듯했다.
“으헉.”
도리안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배 주머니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글칩을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후우우웅!
라온이 진각을 밟으며 연성검술을 펼쳐냈다. 전부 아는 초식이지만, 단 하나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기세가 담겨 있었다.
찌이이잉!
갑작스레 붉은빛 칼날의 궤도가 사납게 변했다. 광아검. 5 연무장 수련생들의 몸과 마음을 찢어버렸던 흉악한 검술이었다.
화아아아아!
검의 회전이 또 한 번 달라진다. 검신 위로 새빨간 화염의 꽃이 피어나고, 가을의 한때처럼 꽃잎이 휘날린다. 공간을 잠식해가는 불꽃의 폭풍에 머리가 쭈뼛 섰다.
‘저건 못 막아.’
라온의 등을 보고 노력해왔지만, 저 꽃잎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확실했다. 라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었다.
“하아….”
도리안이 심호흡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도와달라고 하고 싶네.’
저 사람이 가문에 와서 힘을 빌려준다면 ‘그 일’도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말을 꺼내긴 조심스러웠다. 아니, 꺼낼 수 없었다. 그런 걸 바라고 저 사람을 따른 게 아니었으니까.
‘처음엔 흥미였지.’
방계나, 직계가 조롱해도 당당했고, 포기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끈기에 흥미를 가져 라온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그는 진짜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과 대범함을 보여 직계, 방계, 봉신가, 추천생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5 연무장의 수련생 42명 모두는 라온을 마음으로 따르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도리안이 두 번째 동글 칩을 꺼내 입에 넣을 때 라온이 뒤를 돌았다.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냐.”
“어? 알고 계셨습니까?”
“거기서 과자를 먹고 있는데 모르길 바란 거야?”
라온이 자신이 먹고 있던 동글 칩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윽!”
도리안이 남은 동글 칩을 입에 넣고, 공터로 달려갔다.
“너도 해.”
“예?”
“제대로 검을 휘두른 지 한참 지났으니까. 몸 좀 풀라고.”
“아, 저는 괜찮….”
“해.”
“옙!”
도리안은 냉큼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뽑았다. 라온이 보여주었듯이 연성검법을 펼쳤다.
“팔꿈치는 조금 더 피고, 무릎은 굽혀라. 호흡은 반의반 정도 느리게.”
“예엡!”
그의 조언대로 어긋난 자세를 바로 했다.
후우웅!
제 자세를 잡은 것만으로 검에서 이는 바람이 달라졌다.
‘이 사람하고 있으면 어딜 가도 괜찮겠어.’
다시 확신이 들었다. 라온과 함께 한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아, 하분성은 빼고.’
거긴 솔직히 좀 무섭다.
아니, 좀 많이….
* * *
라온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멜룬의 동쪽 끝에 있는 공방 거리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대장간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에 거리가 후끈 달아 올라있었다.
‘예전 생각이 나네.’
땀이 흐를 정도의 열기에 발칸의 숯가마에서 연공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참 힘들었는데.’
안에서 차오르는 냉기와 외부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견디느라 정말 죽을 뻔했었다.
-쯧, 본왕이 더 힘들었다. 열기는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느니라.
라스는 다가오는 열기를 밀어낼 것처럼 입김을 훅훅 불어댔다.
“흐음.”
검, 도, 창 등 각종 무기를 진열해놓은 공방들을 쭉 둘러보았다.
‘괜찮은데.’
검의 강도, 예기,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실력 있는 장인이 열과 땀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었다.
-괜찮다? 네놈의 눈은 옹이구멍인가? 본왕의 손톱을 다듬다가도 깨질 것들이다. 무기라 부르기도 아깝도다.
‘손톱이 무슨 다이아몬드야?’
라온이 피식 웃으며 다음 대장간으로 향했다. 괜찮다고 했지, 산다고는 하지 않았다. 저 물건들이 나쁘지 않은 건 맞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검이 더 나았다. 원하는 건 이런 검이 아니다.
“도련님.”
공방 거리를 전부 둘러보고 온 도리안이 과자를 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왕자님이 말씀해주신 공방은 보이지 않는데요?”
“이런 곳에는 없을 거야.”
그리어는 어제 이 중앙 거리가 아니라, 골목 사이에 간판 없이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었다.
‘저쪽인가?’
오른쪽 라인에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법한 골목이 하나 있었다. 열기가 피어나는 걸 보면 저곳이 그리어가 말했던 공방인 것 같았다.
쩡! 쩌엉!
골목 안에서 걸어가자, 산을 쪼갤듯한 망치 소리가 들려왔다. 흘러나오던 열기도 강해졌다.
‘제대로 찾았군.’
쇠의 중심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외부에 있던 공방의 대장장이들과는 격이 다른 망치질이다.
대장간 앞에 놓아둔 무기들을 보았다. 팔려고 내놓은 게 아닌지 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너저분했다.
바로 앞에 있는 검을 하나 들어보았다.
‘이건….’
화려함도, 세련됨도 없다. 하지만 양날의 균형이 완벽했고, 단단했다. 어떤 싸움에서도 버틸 것 같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흐음, 여긴 그나마 봐줄 만하구나. 물론 본왕의 발톱을 다듬다가 부러지겠지만.
라스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다른 검들을 보았다. 검, 도, 창에 단검까지 전부 다른 곳과는 수준이 다른 완성도였다.
쩡! 쩡! 쩌엉!
대장간 안을 보았다. 백발의 노인이 항아리 같은 근육을 부풀리며 쇠를 내리치고 있었다. 손님이 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장인들은 다 저러나.’
숯가마에서 만났던 발칸도 그러고 이 사람도 그렇고 실력 있는 장인들은 옆에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확실히 괜찮아.’
밖에서 보았던 검들보다 이곳의 검이 월등히 뛰어났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저기요?”
도리안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대장장이를 불렀다.
“손님 왔는데요?”
“도리안.”
말리기 전에 일정하게 울리던 망치 소리가 멈췄다.
“크험!”
허리를 굽히고 있던 대장장이가 일어섰다. 거의 천장에 닿을 듯한 키와 우람한 근육. 오크를 보는 것 같았다.
“손님은 안 받는다.”
뒤를 돌아 갈색 눈동자를 부라린다. 이제 보니, 오크가 아니라 오우거의 기세다.
“히익!”
대장장이 노인과 눈이 마주친 도리안이 원숭이 같은 소리를 내며 다리를 떨었다.
“돌아가라.”
그는 돈도, 손님도 관심 없다는 듯 솥뚜껑만 한 손을 휘휘 저었다.
“추천을 받고 왔습니다.”
“추천?”
그제야 대장장이 노인이 라온을 보았다.
“그리어 님이 이곳이 괜찮다고 추천하더군요.”
“그리어? 그리어…. 설마 삼왕자를 말함이냐?”
“그렇습니다.”
“그 검에 미친 녀석이 이곳을 추천해줬다고? 그럴 리가 없을…어?”
대장장이 노인이 라온의 몸과 팔을 쭉 살피고서 턱을 갸웃거렸다.
“너, 너 뭐냐?”
“예?”
“몇 살이지?”
“15입니다.”
“그리어보다도 어리잖아!”
노인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15살에 그런 검기라니! 너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무슨 말씀이신지….”
“네 몸에 검이 어려 있다. 아직 완벽하게 단련되진 않았지만, 크고, 날카로우며 단단한 검이.”
“아.”
라온은 파도가 치는 듯한 노인의 눈동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단련해온 검의 경지를 보고 있었다.
그리어가 소개해준 장인답게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검기를 단련할 수 있는 것이냐.”
“그저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열심히 수련해서 그 경지면 세상천지에 고수 아닌 사람이 없겠지. 허, 진짜 모를 일이군. 차기 오웬제일검이라도 되는 게냐?”
“아뇨. 그쪽이랑은 관련 없습니다.”
“흐음, 확실히 오웬의 검은 아니야. 이 기세는… 지그하르트인가?”
“헉!”
대답은 라온이 아니라, 도리안에게 들려왔다. 녀석은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장인이란 저런 것이다. 검사를 보고 그 출신조차 알아맞히지. 본왕이 마계에 있을 때 저런 장인이 있었다. 본왕의 검을….
“예.”
도리안 때문에 이미 다 들킨 마당이다. 라스의 마계 썰을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지그하르트였나.”
그가 클클 웃고서 뒤로 물러섰다.
“북방의 패자가 괴물을 키우고 있었군. 수많은 검사를 봐왔지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다.”
“라온이라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쪽의 무력을 파악하는 남자다. 예의를 차리는 게 맞았다. 제대로 이름을 밝히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쿠베러드다. 죽지 못해 망치만 치는 노인이지.”
“아!”
라온이 마른침을 삼켰다. 쿠베러드 제이튼. 발칸과 함께 대륙 장인에 이름을 올린 남자로 오웬과 발카르 사이에서 수많은 명품을 만들어낸 괴물 대장장이였다.
“당신이 왜 여기에….”
대장인이 이런 골목 구석에 있다니, 은퇴한 발칸이 10년 넘게 숯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룰 것을 이뤘으니, 홀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저, 저기 저는요? 저는 어떤가요?”
도리안이 옆으로 슬쩍 다가와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무얼 말하는 게냐?”
“저도 검기인지 뭔지 좀 보이나요?”
“흠,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 빵빵한 볼. 너 겁쟁이로군.”
“어억!”
정곡을 찔린 도리안이 휘청였다.
-저 노인네. 개코에 점쟁이인가?
‘그러게.’
자신의 검기를 느낀 건 그렇다 치고 도리안이 겁이 많은 것도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본왕의 용안을 보여주고 싶구나. 보자마자 바짝 엎드려서 경배할 터.
‘웃기고 있네.’
라온이 코웃음을 쳤다. 라스의 허여멀건 얼굴을 보자마자 성격파탄자라는 소리가 나올 게 뻔했다.
-이놈! 본왕의 진짜 얼굴은 이 얼음덩어리가 아니다. 꽃! 그야말로 꽃이니라! 마계 제일 미모를 가진….
‘아, 그래.’
라스가 빽 소리를 질렀지만 무시하고 쿠베러드를 보았다.
“그래서 날 왜 찾아온 게냐.”
“검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검?”
“꽤 험한 전투를 할 거 같아 단단하고 날카로운 검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흠, 검을 만들어 달라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제가 아직 검사가 되지 못했고, 제 첫 번째 검을 만들어주신다는 분이 계셔서.”
“어?”
쿠베러드가 우뚝 멈춰 섰다.
“저, 정식 검사가 아니라고?”
“예.”
“너 대체 무얼 하고 살아온 거냐. 아직 수련생 신분에 어찌 그런 무력을….”
그는 어이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나무 상자 위에 털썩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진짜배기 괴물이군. 어? 잠깐 그럼 검을 만들어준다는 사람이 혹시 발칸인가?”
“….”
“맞군! 그 녀석 은퇴했다더니! 돌아왔어! 크하하하!”
대답하지 않은 걸 긍정이라 받아들인 쿠베러드가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이 담긴 웃음. 발칸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암, 발칸이 점 찍은 검사를 가로챌 수는 없지.”
그는 수염이 올라갈 정도로 활짝 웃은 뒤에 손을 펼쳤다.
“네 마음에 드는 걸 가져가라. 대충 만든 건 없으니, 무얼 가져가도 쓸 만할 거다.”
“감사합니다.”
“아니다. 훗날 대륙 제일이 될지도 모르는 녀석이 쓴다는데 내 검이 더 영광이지.”
쿠베러드는 손을 쫙 펼친 뒤 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을 그대로 들이켰다.
“저, 저도 골라도 됩니까?”
“그래. 기분이다! 겁쟁이 너도 골라보거라!”
“윽….”
도리안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다만 싫다는 소리는 않고 눈을 빨갛게 물들인 채 검을 살폈다.
“음….”
라온은 어지럽게 깔린 검을 차례로 살폈다.
‘격이 다르군.’
대충 만든 것 같아도 전부 희귀 등급을 가볍게 넘어갈 물건들이다. 무얼 골라도 만족하며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뭘…음?’
조금 긴 검을 살피고 있을 때 왼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꼭 무언가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
지이잉!
잘못 들은 게 아니다. 검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어?”
검과 검 사이. 검집도, 검병도 붉은색인 기묘한 단검이 홀로 검명을 터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