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129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129화(1129/1142)
제1129화
후우우우욱!
머리와 심장을 잃은 대천사 라미엘의 육체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그는 모든 신력과 생기를 잃은 듯 허공에 떠 있지도 못하고 천천히 추락했다.
쿠우우우우웅!
라미엘의 몸은 무너진 대지에 처박힌 채 본인이 만들어냈던 샛노란 뇌전에 의해서 불길에 휩싸였다.
“하아….”
라온은 불꽃에 타오르는 라미엘의 육체를 보며 제천검과 목륜검을 땅에 박아 넣고 허리를 구부렸다.
‘나도 죽기 직전이군.’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운용하며 신마조화결과 개벽을 연달아 펼쳤더니, 머리가 산산조각으로 깨질 것 같았다.
심상의 세계도 연달아 개방한 게 무리가 된 듯 자신에게 상세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고,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한 상태였다.
몸과 정신의 상태가 모두 좋지 않아서 어설픈 무인 정도라면 몰라도, 초월자를 상대로는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겼으니 됐지.’
라미엘에게서는 더 이상 강대한 신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과 머리를 동시에 터트리는 것이 그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맞았던 것 같았다.
-허어….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정말 라미엘을 잡아냈다고?
녀석은 이 결과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턱을 떨었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마지막 뇌광천괴까지 베어낼 줄이야. 대천사를 이리 쉽게 잡는 인간은 본왕도 처음 보느니라!
라스는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지 붕어처럼 입을 벌렸다가 오므렸다.
‘네 말대로 순수한 무력으로 부딪쳤으면 내가 무조건 졌겠지.’
라온은 라스의 당황스러운 반응을 즐기며 미소를 그렸다.
‘하지만 라미엘은 벼락에 너무 집착했어. 모든 무학에 뇌전의 흐름을 담아서 공격한 게 패인이지.’
일반적인 무인들에게 뇌기는 상성과도 같은 힘이다. 파괴력이 강하고, 속도가 빠르며, 근육을 마비시키는 능력까지 지니고 있기에 상대하기는 극히 까다롭다.
하지만 자신은 글렌을 통해 뇌전을 다루는 최상승의 무학 천뢰공을 익혔고, 뇌기를 직접 몸에 담아내기까지 했기에 라미엘이 펼쳐내는 벼락의 만이 아니라, 무학의 흐름까지 전부 다 읽어낼 수 있었다.
‘놈이 스스로의 힘을 과신하고 있었던 덕분에 이길 수 있던 거야.’
라미엘이 다른 무학을 사용했다면 오히려 더 상대하기 힘들었을 텐데, 놈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계속 뇌전과 벼락의 무학만을 사용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라스.’
라온이 여전히 놀라고 있는 라스에게 손짓했다.
‘이제 끝난 거 맞지?’
-흐음….
라스가 뇌전에 지져지는 라미엘의 시체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일단 끝나기는 했는데….
‘했는데?’
-뭔가 좀 불안하구나. 대천사라는 놈들의 끈질김을 알고 있으니까.
녀석은 라미엘의 호흡이 사라진 것은 맞지만, 이상하게 불안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
라온이 한숨을 내쉬고서 손끝을 올리자, 목륜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파아아아아아앙!
목륜검은 이전처럼 빠르거나, 강매한 기운을 두르지는 않았지만, 짙은 살의를 휘감은 채 날아가 라미엘의 육체를 한 번 더 뚫어버렸다.
터어어억.
라온은 라미엘의 육체에 남아 있는 신력을 한층 더 깊게 베어낸 후 목륜검을 회수했다.
‘정말 죽겠군.’
힘과 체력, 정신력을 모두 소모한 탈력감에 당장 드러눕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후우.’
라온이 무거운 다리를 들어서 뒤를 돌았다.
“라, 라온….”
“너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던 거냐?”
“저, 정말 라온 님이십니까?”
렉타르, 로렌스 그리고 무스턴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 사람은 아예 상상도 못 한 결과를 보았다는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요.”
라온이 가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다른 대천사였다면 제가 당했을 겁니다.”
겸손을 떨려는 게 아니다. 정말 라미엘이 아니라, 우리엘 같은 대천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렉타르와 무스턴, 로렌스도 이미 죽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오기 전까지 버틸 수도 없어서 세 사람의 시체만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거기다 할아버지가 라미엘을 반 이상 죽여놓으셨잖아요.”
라온은 렉타르 덕분이기도 하다며 담담하게 턱을 내렸다.
“나는 별 힘도 못 쓰고 깨졌다.”
렉타르가 힘겹게 왼손을 저었다.
“전부 네가 해낸 것이야.”
그는 자신에게 위업을 넘길 생각을 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뭐, 그런 건 나중에 따지죠. 일단 치료부터 해야 하는데….”
라온이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을 끌어 올리려다가 손끝을 떨었다.
‘남아 있는 게 없군.’
렉타르에게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을 모두 쏟아냈기에 세 사람을 바로 치료할 수가 없었다.
“약이라도 꺼내드리겠습니다.”
라온이 떨리는 손으로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영약과 치료약을 전부 꺼내서 렉타르의 앞에 내려놓았다.
“으음….”
렉타르의 상처에 성수를 떨어뜨려 주려다가 손아귀에 힘이 없어서 영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제 내가 하겠다. 너는 거기에 앉아서 휴식을… 어?”
렉타르는 쉬고 있으라고 말하며 직접 성수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그 역시 힘이 없는 듯 제대로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으음….”
“나도 못 움직이겠는데?”
상대적으로 무력이 약한 무스턴과 로렌스도 부상이 심하기에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한 채 눈으로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라온이 픽 웃으며 다시 성수와 치료약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라온!”
허공에 푸른빛이 일렁이며 에블린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결국 마법진을 완성한 후 자신을 따라온 것 같았다.
“야! 우리도 좀 챙겨!”
“주, 죽겠다….”
에블린의 뒤를 이어 마르타와 도리안이 땅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폭주하는 에블린의 마법진에 간신히 따라붙어서 왔는지 옷과 머리가 넝마가 되어 있었다.
“괜찮은 거야? 상황은?”
에블린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염탐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달려온 듯, 붉어진 눈을 번뜩이며 어깨를 콱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보니,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괜찮아.”
라온이 에블린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떨림을 느끼며 옅게 웃었다.
“다 끝났어.”
손가락을 들어서 머리와 심장을 잃은 대천사 라미엘의 몸을 가리켰다.
“저, 저게 정말 대천사에요?”
도리안이 대천사 라미엘을 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오황삼마보다 윗급이라는 놈이 저렇게 죽었다고?”
마르타가 여기까지 온 게 허무하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나 혼자 잡은 게 아니니까.”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가 라미엘의 힘을 반감시켜주지 않았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어.”
렉타르 덕분에 대천사를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하며 턱을 내렸다.
“에블린. 할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 줘.”
라온이 에블린에게 뒤에 있는 렉타르를 보여주려고 할 때였다.
“할아버님!”
에블린은 자신에게 별다른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바로 렉타르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어머, 할아버님 팔이!”
그녀는 렉타르의 팔과 가슴의 부상이 심한 것을 확인하고 바로 성수를 뿌리고, 영약을 꺼냈다.
“자, 잠깐… 커헙!”
에블린은 렉타르가 손을 휘젓든 말든 상관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영약을 그의 입에 쑤셔 박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에는 도움이 안 되는 괴짜 장인이 의수 하나는 잘 만드니까.”
그녀는 엔시아를 생각한 듯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상처를 깔끔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네요. 이대로 있으면 감염의 위험도 있으니까.”
에블린이 렉타르의 상처 위에 본인의 손을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조금 아플 테지만 참으세요.”
“아니, 기달… 끄아아아악!”
렉타르는 이번에도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동자 위로 두꺼운 핏발이 돋아났다.
“어우….”
라온은 그 모습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흐으읍….”
렉타르가 신음을 흘리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에블린의 말과 행동 중 틀린 게 없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끄어어어억!”
그는 팔이 잘렸을 때도 지르지 않았던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후우, 이제 됐네요.”
하지만 에블린은 렉타르의 팔에 남아 있는 신력과 악의를 확실히 지운 후에야 그를 놓아주었다.
“흐으으….”
렉타르는 정말 기절한 것처럼 눈을 까뒤집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자, 그럼 다음 분들?”
에블린이 싱긋 웃으며 무스턴과 로렌스에게 다가갔다.
“흐으읍!”
“나, 나는 됐어. 정말이야! 다 나았어.”
무스턴과 로렌스는 당장 도망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지친 상태였기에 못하고 손사래만 쳤다.
“훗날 우리 라온을 위해 싸워주어야 할 분들이니, 확실히 치료해야죠.”
에블린은 무스턴과 로렌스의 말을 무시하고 다가가 두 사람에게 치료를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끄이이이이이아!”
무스턴과 로레스는 각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신력을 빼내는 게 많이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하아….”
라온이 참고 있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블린까지 와서 치료를 해주니, 이제야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였다.
“대천사라….”
마르타가 라미엘의 시체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보고도 믿어 지지가 않아. 우리가 앞으로 저런 것들과 싸워야 한다는 거지?”
그녀는 천족과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게 큰일 아니에요?”
도리안이 이제 생각이 났다며 발을 굴렀다.
“대천사 중 하나를 잡으신 거잖아요! 적진에서 가장 높은 놈들 중 하나가 죽었으니, 전쟁이 유리해진 거 아니에요?”
그는 미래에 벌어질 전쟁에서 오황이 급격히 유리해진 것 같다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렇지만은 않을 거야. 데루스 같은 놈은 본인이 유리하지 않으면 전쟁 자체를 하지 않을….”
라온이 도리안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을 해주려고 할 때였다.
“맞습니다. 오황이 많이 유리해졌죠.”
사이함이 깃든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 백색의 문이 나타났다.
끼이이이익!
귀를 아릿하게 만드는 괴음과 함께 백색의 문이 열리고, 푸른 장포를 걸친 채 뒷짐을 지고 있는 은발의 남자가 나타났다.
데루스 로베르트. 한때 육황의 미래라 불리던 천고의 검사는 이전에 없던 섬찟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데루스 로베르트….”
라온이 데루스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저 망할 놈을 보자, 분노가 차오르며 가라앉았던 체력과 정신력이 자연스레 회복되는 것 같았다.
“대천사 라미엘이라면 성검련주를 죽이고, 뒤에 따라붙을 당신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데루스는 라미엘이 죽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눈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다만 그는 말과 달리 조금도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위험해….’
라온은 데루스의 가라앉은 눈동자를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놈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어.’
대천사 라미엘이 죽었는데, 분노하거나 화를 낼 기색도 없었고, 자신에 대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에 알고 있던 데루스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자신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데루스 로베르트라는 인물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놈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속을 읽을 수 없는 눈빛과 행동을 하고 있으니, 등골 사이로 소름이 흘러내렸다.
“혼자서 라미엘을 꺾은 건 아니지만, 제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라온.”
데루스 로베르트가 라온 지그하르트가 아니라, 라온이라고 말하며 가볍게 손뼉을 치자, 그의 등 뒤에서 푸른 빛을 띤 살의가 날개처럼 솟아올랐다.
“끄으읍….”
라온은 그 강대한 기파에 숨을 깊게 들이켰다. 몸 상태가 정상이었어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살의에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뭐, 뭐에요…?”
“라온! 괜찮아?”
도리안과 마르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 넓은 공간에서 오직 자신에게만 살의를 집중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깨달았다.
‘저놈….’
라온이 데루스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검을 익혔어.’
데루스 로베르트는 전대 성검련주 다르칸의 기운을 흡수하여 심검의 영역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라온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데루스 앞에서 주저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하늘로 올라간 라미엘을 위해서 복수 정도는 해주는 게 맞겠죠?”
데루스 로베르트가 곧게 펼친 손아귀를 라온에게 뻗을 때였다.
“누구 마음대로!”
렉타르가 왼팔로 검을 쥔 채 라온의 앞으로 나섰다. 신념을 담아낸 노검사의 눈빛은 데루스가 피워내는 빛보다도 선명하게 번쩍였다.
“내 목을 자르기 전에는 그 누구도 내 뒤로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