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26)
제126화
“무슨 내기지?”
에드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짐꾼 노릇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에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내기는 당연히 이거지.”
라온이 검집을 툭 두드렸다.
“대련인가?”
“그래. 어차피 검으로 사는 인생 대화도, 내기도 이거면 충분하잖아?”
“어린놈답게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군.”
에드퀼의 입매가 비에 젖은 나뭇가지처럼 휘어졌다.
“나를 저깟 몬스터나, 용병 따위와 같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기를 받아들이면 돼.”
“…….”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질겅 씹으며 뜸을 들였다.
“조건이 있다.”
“조건? 네가 그런 걸 처지가 아닐 텐데?”
시작부터 내리누르는 말. 라온은 지금 우위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개인의 무력만으로 승부를 보자.”
“그게 무슨 말이지?”
“특별한 무구의 힘이 아니라, 너와 내가 가진 검술과 오러만으로 싸우자는 뜻이다.”
“흐음….”
라온이 허리 뒤편에 찬 진혼검을 슬쩍 보며 눈매를 좁혔다.
‘제대로 걸렸군.’
일부러 진혼검으로 아이스 트롤 샤먼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 보람이 있다.
예상했던 대로 에드퀼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진혼검의 특별함으로 샤먼을 일격에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지.”
라온은 번지려는 미소를 감춘 채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새로 추가할 대가는 뭐냐.”
“간단해. 너희가 정찰병이 되는 거다.”
“어? 뭐?”
“검사 때려치우고 말단 정찰병이 되어 보라고. 한 3개월 정도만.”
에드퀼과 설격대처럼 자기중심적이고, 거만한 놈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다. 하분 성에서 쫓아내더라도 놈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는 알려주고 내쫓고 싶었다.
“너 정말 제정신이냐?”
에드퀼이 라딘과 정찰병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오러도 쓰지 못하는 떨거지들이다! 대체 왜 저런 놈들을 신경 쓰는 거냐! 거기다 사령관님이 이딴 조건을 허락하실 리가 없다!”
“끄으….”
“으윽….”
정찰병들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에드퀼이 뿜어내는 살벌한 기세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가.”
라온의 눈빛이 북해의 빙하보다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너란 놈은….”
“에드퀼.”
라온이 속에서 끌어 올린 말을 뱉으려고 할 때 테리안이 다가왔다.
“적당히 할 줄 알았는데, 정도를 모르는군.”
그는 썩은 나무껍질처럼 인상을 구기고, 에드퀼 앞에 섰다.
“부, 부사령관님.”
“너희가 같이 싸운 전우를 버러지나, 떨거지라고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입 닫아라. 에드퀼. 당장 네놈의 목을 베고 싶은 걸 참고 있으니까.”
테리안은 에드퀼을 물러서게 한 뒤 뒤를 돌아 라온을 보았다.
“허가한다. 내가 너희 둘의 대결의 공증인이 되겠다.”
“부, 부사령관님!”
“약한 건 상관없다. 강하게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등을 맡겨야 할 동료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쓰레기를 그냥 놔둘 생각은 없다.”
“저희 모두가 정찰병이 된다면 하분 성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겁니다! 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구요!”
“너희 따위가 없어서 무너질 성이면 진즉에 무너졌다. 너 자신을 너무 과신하지 마라. 에드퀼.”
“으윽….”
에드퀼이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다만 너희 둘의 대결 때문에 여기에 있는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다.”
테리안이 눈매를 좁히며 산 아래를 가리켰다.
“대련은 안전한 곳에 도착한 뒤에 시작하겠다.”
* * *
하분 성 병력들은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 트롤 워리어와 샤먼의 머리를 챙겨서 스터린 산을 벗어났다.
라온과 에드퀼은 안전한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을 한 듯 짐을 내려놓고 각자 몸을 풀었다.
정찰대와 설격대 역시 두 사람이 대련을 할 수 있게 주변을 정리했다. 그렇게 임시로 대련장이 만들어졌고, 라온과 에드퀼이 마주 섰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에드퀼이 허리춤의 검을 뽑으며 이를 드러냈다.
“지금 물러선다면 나도 그만둘 생각이 있다.”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는 거지.”
“이 자식!”
“물러서라. 대련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
둘 사이에 선 테리안이 먼저 라온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승리하면 설격대 전체는 3개월 동안 정찰병 신입이 된다. 맞나?”
“그것도 있고, 북해를 확인하고 복귀할 때까지 정찰병의 짐과 잡일을 모두 떠맡아야 합니다.”
“좋아. 그럼 에드퀼.”
테리안의 시선이 이번엔 에드퀼을 향했다.
“예.”
“네가 이긴다면 이전에 걸었던 대가인 짐꾼의 역할이 사라진다. 맞나?”
“맞지만, 제가 너무 불리합니다.”
“뭐?”
“하나 더 걸게 해주십시오!”
“뭘 원하는데?”
라온이 턱을 모로 틀며 미소를 지었다.
“그 단검. 내가 이긴다면 그 단검을 내게 넘겨라.”
진혼검을 주시하는 에드퀼의 시선이 탐욕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와중에도 물건에 욕심을 내다니, 지독하다면 지독한 인간이었다.
“좋다.”
진혼검이 울었지만, 검집을 쓰다듬어 안심시켰다.
‘안심해.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으니까.’
트롤과 싸우는 모습을 통해 에드퀼이 사용하는 검술의 흐름을 파악해 두었다. 강한 건 확실하지만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기의 상품으로 걸리다니, 미물 따위에게 딱 맞는 일이니라.
라스는 진혼검을 놀리며 낄낄 웃었지만, 본인의 꽃팔찌는 아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난 말이다. 한 번도 본래의 힘을 내어본 적이 없어.”
에드퀼의 어깨 위로 붉은 기운이 줄기줄기 타올랐다. 제힘을 써본 적이 없다는 게 정말인지 트롤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 이글거리며 치솟았다.
“하, 자랑이다.”
라온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죽이는 건 금지다. 그럼 대련 시작!”
테리안이 대련의 시작을 알리며 뒤로 물러섰다.
“크아아아아!”
에드퀼이 트롤과 비슷할 정도의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막대한 오러를 담은 검을 그대로 내리쳐왔다.
콰앙!
정확하게 막았는데도 검날이 휘청였다. 얍실한 성격과는 달리 제대로 갈고닦은 강검이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바닥을 기게 해주마!”
놈은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강렬한 압박을 쏘아내며 검을 휘둘렀다. 지독할 정도의 풍압과 충격파에 방한복과 갑옷이 찢겨 나갈 정도였다.
“정찰병을 구해? 정찰병이 되라고? 저런 재능 없는 놈들은 어딜 가든 널려 있다. 저것들이 뭐라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냐!”
에드퀼의 검날에 어린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진다. 검기의 가닥이 모여 굵은 선을 이루었다. 검기의 상위 경지, 검사였다.
쾅! 콰앙!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충격이 뼛속까지 전해져 온다. 위력적인 검격이었지만, 그걸 막는 라온의 눈동자는 점점 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난 하분 성으로 오면서 두 가지를 기대했다.”
라온이 쏟아지는 검격을 견디며 입매를 비틀었다.
“첫 번째는 지독한 전장을 겪으며 더 강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고, 두 번째는 신뢰였다.”
“신뢰?”
신뢰라는 단어에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눈동자에 작은 빛이 어렸다.
“외부의 강한 적에게 맞서기 위해서 내부의 인간들이 신뢰와 믿음으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건 내가 겪어본 적 없는 것이니까. 5연무장이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도달할 것 같은 미래를 그리며 이곳에 왔다.
“하지만 아니었어. 너희는 지위를 따지고, 힘을 논하고, 격을 나눴다. 임시로 와 있는 용병들조차도 사람 그 자체를 보았지만, 너희는 전우를 하인으로 여겼다.”
라온의 검이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검명을 터트렸다.
“아까 왜 정찰병에게 신경을 쓰냐고 물어봤지? 난 정찰병을 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생각했을 뿐이다.”
광아검의 목줄이 풀리고, 흉악한 기세가 공간을 뒤덮었다.
“내 기대를 무너뜨린 대가는 클 거야.”
* * *
“대가는 지랄!”
에드퀼이 이를 바득 갈았다. 뭔 미친놈이 하나 붙어서 이런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미 시작된 싸움. 무조건 이겨야 한다.
‘꺾을 수 있어!’
예상했던 대로 요기를 흘리는 단검을 내려놓자, 라온의 무력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평생을 익혀온 카토르 검술이라면 저 단단한 방어를 뚫고 놈을 무릎 꿇릴 수 있다.
“크아아압!”
에드퀼이 카토르 검술의 후반부 다섯 초식을 연거푸 펼쳐냈다. 은빛 칼날이 찬 공기를 찢어발기며 라온을 몰아쳤다.
쾅! 콰앙!
라온은 막강한 검격을 받으면서도 앞으로 다가왔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하려는 듯 검을 고쳐잡았다.
“이제 내 차례다.”
라온의 검이 거칠게 솟구치며 놈의 눈이 드러났다. 하늘에 뜬 달처럼 붉은 눈.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그 섬뜩한 빛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이익!”
에드퀼이 꽉 말아쥔 검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상대의 검을 부수는 힘이 담긴 여섯 번째 초식이었다.
쿠구구구!
칼날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이 공간을 집어삼키려고 할 때 라온의 손목이 회전했다. 놈의 검이 빛살처럼 번뜩이며 자신의 검면을 후려쳤다.
쩌어엉!
검날이 휘어질 것처럼 출렁이며 에드퀼이 우측으로 밀려 나갔다. 전력을 담았던 오러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끄윽, 네놈! 방금 뭘!”
에드퀼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궤적을 비트는 강검.”
라온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굽어보았다.
“네 검술은 전부 파악했다.”
“지랄!”
에드퀼이 악을 지르며 돌진했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카토르 검술 7번, 8번, 9번을 숨조차 쉬지 않고 내뻗었다.
공기가 진동할 정도의 검격으로 라온의 목을 노릴 때 라온의 손이 거칠게 질주했다.
쩌어엉!
톱니처럼 회전하던 검격이 또 한 번 튕겨 나갔다.
“어, 어떻게….”
에드퀼이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오러가 더 강했고, 더 빨랐는데 밀렸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말이 안 돼! 말이 안 된다고!”
발을 구르고 라온의 우측으로 짓쳐 들었다. 가슴을 노리며 아래에서 위로 검을 올려 그었다. 가장 쾌속한 10번 초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격은 라온의 몸에 닿기도 전에 꺾여나갔다. 그리고.
뻐어억!
공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리에서 아찔한 통증이 일었다.
“끄어어억!”
에드퀼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뭐, 뭐야!”
“내 차례라고 했잖아.”
라온이 옅게 웃으며 검을 휘돌렸다.
“지금부터 잘 막아봐.”
놈이 땅을 박차고 늑대처럼 뛰어 들어왔다.
“으합!”
정면으로 다가오는 라온을 향해 카토르 검술 11번을 내리찍었다. 바위조차 가루로 만드는 강검이 대기를 휩쓸었다.
쩌엉!
놈은 처음 보는 검식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나아갔다. 틀조차 없이 날것처럼 휘두른 검에 자신의 검이 사정없이 밀려 나갔다.
쩡! 쩌정!
놈은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수처럼 사나운 검격을 쏘아냈다.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붉은 오러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크읍!”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버티려고 했지만, 놈의 검격은 약한 곳만을 노려왔다. 귀신 같은 놈이었다.
쩌어엉!
결국 칼이 밀려 나갔고, 라온이 다가와 복부에 주먹을 내질렀다.
뻐어억!
에드퀼의 몸이 직각으로 꺾였다, 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끄으윽!”
“아직 안 끝났어.”
라온이 아직 자세를 잡지 않은 에드퀼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흐읍!”
에드퀼이 다급하게 물러서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라온의 검은 어설픈 방어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쾅! 콰앙! 콰아앙!
종잇장처럼 휘날린 에드퀼이 바닥을 뒹굴었다.
“네, 네가 정… 헉!”
간신히 일어섰지만, 조금 전보다 더 과격해진 검술이 쇄도해왔다. 홀로 모래폭풍에 갇힌 기분이었다.
“끄아아악!”
에드퀄의 입에서 참고 참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자식 진짜 뭐야!’
검술을 파악했다는 게 정말이었는지 카토르 검술의 모든 초식이 파훼 되었다.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티익!
잠깐 생각에 빠진 순간 검이 비틀어졌고, 그 틈을 라온의 검이 뱀처럼 파고들어 왔다.
빠아악!
왼쪽 허벅지에서 정신이 나갈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뼈가 부러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통증이 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어억….”
에드퀼이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끌며 물러섰다. 하지만 라온은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검을 찍어 내렸다.
쩌어억!
놈과 검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꽉 조여든다. 고통 이상의 공포에 이빨이 덜덜 떨렸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걸린 것과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으아아아아!”
에드퀼이 오러를 폭발시키고,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가진 모든 기운을 끌어 올려 하늘을 찌른 검을 내리그었다. 카토르 검술의 마지막 초식 달 부수기였다.
우우웅!
라온의 칼날 위로 붉은 선이 그려진다.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꼬여가던 선이 일순간에 펼쳐지며 노을과 같은 적색 빛을 뿜어냈다.
쩌저적!
그 강렬한 빛과 마주한 순간 달 부수기가 가라앉고, 검날이 깨져나갔다.
“끄윽!”
손아귀가 찢어지며 날아간 검이 얼어붙은 땅에 처박혔다.
“아….”
에드퀼이 턱을 떨며 앞을 보았다.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라온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 내가 졌… 흡!”
패배를 말하려고 할 때 라온이 입을 막았다.
“남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알 방법이 없지. 하지만….”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오며 서늘하게 웃었다.
“그 말을 입에서 꺼낸 순간부터는 책임을 져야 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동료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건 신입인 내가 봐도 아니었다.”
“잠깐! 내가 졌… 커헉!”
라온이 말아쥔 주먹으로 에드퀼이 얼굴을 후려쳤다.
돌멩이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에드퀼의 이빨이 옥수수처럼 튀어나왔다. 그는 풀린 눈으로 멍하니 고개를 돌리다가 뒤로 넘어갔다.
라온은 시린 빛을 발하는 검을 들고 설격대 앞으로 갔다.
“혹시라도 불만이 있다면 받아주마. 지금 나오도록.”
어깨 위로 얼음이 지나가는 듯한 오싹한 말에 설격대는 몸을 떨었다.
그들의 시선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에드퀼에게 고정되었고, 당연히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왕이 보았던 미래와 같도다.
라스는 정신을 놓은 에드퀼을 보고 피식 웃었다.
* * *
라온이 에드퀼을 깨웠다. 그는 금세 정신을 차렸지만, 고통과 공포에 짓눌려 자신이 있는 곳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광아검으로 강검을 깨부수고, 만화공의 검술로 칼과 오러를 베어버린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령관님.”
덜덜 떠는 에드퀼을 뒤로 한 채 테리안에게 다가갔다.
“아, 그래.”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길 줄은 몰랐는지 고개를 돌리는 테리안의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기는 내기. 당연히 지켜야지. 저런 식으로 내부 분위기를 망치는 자들이 있으면 군기만 가라앉는 법이야. 설격대가 정찰병을 한다고 하분 성이 망할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들어라.”
테리안이 임시 연무장 위로 올라가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대련은 라온의 승리로 끝났다. 약속대로 지금부터 설격대를 정찰대 신병의 위치로 강등한다. 모두 동의한 사항이니 불만은 없겠지?”
설격대는 불만이 많아 보였지만, 라온이 눈을 부라리자 찔끔하며 모두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럼 저희 후배네요! 맞죠?”
도리안이 히죽 웃으며 일어섰다. 우울함에 덮인 듯한 설격대에게 다가가 배 주머니에서 저들이 넘겼던 짐과 정찰병들의 짐을 모두 꺼내 내밀었다.
“앞으로 너희들이 들어야 할 짐이다. 후배들.”
“으으….”
“젠장!”
설격대는 앞에 쌓인 짐을 보고 이를 바득 갈았다.
“아, 하나 더.”
도리안은 키득거리며 배 주머니에서 길쭉한 통나무 4개를 꺼냈다.
“이, 이게 뭐야?”
“통나무?”
“토, 통나무가 왜 저기서 나와?”
설격대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통나무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통나무 정도는 뗏목이나, 집짓기 용으로 누구나 들고 다니는 거잖아요.”
도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안 들고 다녀.’
라온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자, 어쨌든.”
도리안의 눈동자가 드물게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후배들 잘 들고 와. 내 나무에 기스 나면 죽을 각오하고.”
녀석은 설격대가 정찰병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상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시원하다!”
“좋아 보이네.”
“좋긴요. 이것도 참은 거예요. 원래 바위를 꺼내려고 했으니까요.”
도리안은 내가 봐줬다라고 중얼거리며 콧방귀를 끼었다.
‘바위가 있어?’
-바위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