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235)
제235화
“당신이 제 밑으로 들어오길 원합니다.”
라온은 담담한 음성으로 삼약을 이룬 소원을 말했다.
꿀꺽!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소원이기 때문일까. 열 명이 넘게 있는 공간에 마른침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어어….”
“허!”
도리안은 중력을 따라 추락하는 턱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고, 리메르도 놀랐는지 숨기고 있던 금화를 떨어뜨렸다.
“끄윽!”
“허어억!”
도괴의 부하들은 겁에 질린 눈동자로 도괴를 바라보며 손톱을 씹었다.
“…….”
도괴는 손을 내민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역시 이런 소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툭 치면 옆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바, 방금 뭐라고 했지?”
“당신이 제 밑으로 들어오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나보고. 이 도괴 보고 네 하인이 되라는 거냐?”
“그건 아닙니다.”
라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두 당황했지만, 말을 꺼낸 본인만 여유로웠다.
“하인이 아니라, 부하가 되라는 거죠.”
“후욱….”
도괴가 더운 숨을 뱉으며 목을 돌렸다. 당장 2차전을 치를 기세로 살벌한 안광을 뿜어냈다.
“내가 그딴 소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본인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삼약의 첫 번째 승리자로서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 무엇이라도 들어주마.’라고”
라온은 미소를 유지한 채 조금 전 도괴가 말했던 대사를 그대로 읊었다.
“설마 이 짧은 순간에 까먹으신 건 아니죠?”
“그, 그건….”
도괴가 콧등을 찡그리며 용암처럼 들끓던 기세를 가라앉혔다.
“대륙을 울리는 도괴 님께서 한 번 꺼낸 말을 물리시려는 것도 아닐 테고.”
“으윽.”
그는 이번에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덫에 걸린 쥐처럼 가진 명성과 뱉은 말에 꼼짝도 못 했다.
“하지만 그건….”
“하긴 저보다 연배가 한참 높으시고, 대륙에 떨친 명성도 있으니, 제 부하가 되기엔 여러모로 그림이 좋지 않군요.”
라온이 어조를 반 톤 높이며 턱을 긁적였다.
“그, 그래. 이리 보여도 난 가주님과 연배가 비슷하다! 네 부하로 살기엔 면이 서지 않아!”
“그럼 다른 소원을 말하죠. 이번엔 들어주실 수 있겠죠?”
“물론이다! 뭐든 말만 해라!”
도괴는 부하만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희 광풍단이 신설 단체라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일단 저와 단주님 대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단원을 가르칠 교관이 필요합니다.”
“음, 교관!”
교관 정도라면 할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도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관도 교관이지만 단을 관리할 관리자도 부족합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했지만, 앞으로는 회계와 보급 그리고 인적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큼, 단의 행정관리자….”
“저희는 신설답게 돈도 부족합니다. 알아서 돈을 구해올 수 있는 독립적인 재정담당관도 필요하겠군요.”
“재, 재정 관리….”
“그리고 제가 임무 때문에 떠나 있을 때가 많다 보니, 제 지시를 따라 별관과 5 연무장에서 움직여 줄 사람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온은 식은땀을 삐질 흘리는 도괴를 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걸 도괴 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바, 방금 네가 말한 걸 전부?”
“예.”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니까. 교관에, 회계, 보급, 인적관리….”
“재정하고 개인적인 일을 맡기는 것도 있잖아.”
도리안과 리메르는 조금 전 라온이 말했던 것들을 손가락으로 세고서 입을 떡 벌렸다.
‘그거 다 하면 그냥 하인 아니야?’
‘다를 게 없잖아!’
두 사람은 속으로 생각한 말을 삼키며 멍하니 라온을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어떠십니까? 이 정도라면 해주실 수 있겠죠? 음, 이것저것 다 관리하셔야 하니, 직함은 총관으로 하고, 소속은 저희 별관에 두겠습니다.”
라온은 도괴의 대답도 듣지 않고 직함까지 만들어버렸다. 거부할 수 없게 아예 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그, 그게 처음 제안과 다를 게 무엇이냐….”
도괴가 손목을 꽉 부여잡은 채 물었다. 감기에 걸린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총관이라는 멋진 직함이잖습니까. 소속도 제 밑이 아니라, 별관이고. 아, 약간의 자유도 추가되겠군요.”
라온은 충분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양보해 드렸는데, 두 번째도 못 받아들인다고 하시진 않겠죠?”
“끄으윽….”
도괴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턱이 덜덜 떨리는 걸 보니 감정이 극한까지 치솟은 것 같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라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총관님은 제 말만 들으시면 됩니다. 단주님 말은 따를 필요 없어요.”
“인마! 그게 무슨 소리야! 총관이면 당연히 내 말도 들어야지!”
히죽거리고 있던 리메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광풍단의 총관이 아니라, 저희 별관의 총관입니다. 광풍단의 일은 도와주는 것뿐이니까. 제 지시만 들어야죠. 단주님 명령까지 받았다간 하루 종일 도박만 하지 않겠습니까?”
“크억….”
정곡을 찔렀는지 그는 입을 벌린 채 신음만 흘렸다.
“후우,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제안이로구나.”
도괴가 늪지처럼 진득하면서도 깊은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들어 라온을 노려보았다.
“아주 빌어먹게도.”
아무리 걸쳐 있다고 해도 가문의 어른인 자신에게 밑에 들어오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솔직히 말해서 뭐 이런 미친놈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미친 게 아니라, 철저히 계획한 거야.’
라온은 처음부터 자신을 총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하라는 강수를 던졌다. 부하를 벗어나기 위해선 총관을 할 수밖에 없는 지옥의 이지선다. 거기다 마지막엔 리메르의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약간의 자유를 만들어 살짝 기분을 풀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술수를 부리는 걸 보면 저놈은 설화검협이라는 멋들어진 이명 대신 도귀나 뇌귀 같은 더러운 이명을 가져갔어야 했다.
“제기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먼저 말했기 때문에 도망칠 구멍이 없었다.
“‘자발적’으로 총관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온은 욕을 내뱉는 도괴를 보며 고개를 꾸벅였다.
“자, 자발적? 자발적이라고?”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직접 고르셨지 않습니까. 그럼 자발적이죠.”
“네놈은 자발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분통을 터트리려던 도괴의 말을 막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젠장!”
도괴는 이가 부러질 정도로 거세게 갈고서 몸을 돌렸다. 그대로 떠나려는 듯 몸을 돌렸다.
“아, 잠시만요.”
라온이 도괴의 뒤로 다가가 방긋 웃었다.
“내일부터 정규 훈련이니, 해가 뜨기 전에 5 연무장으로 와주세요.”
“크아아아아악!”
도괴는 땅이 울릴 정도로 괴성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떠났다.
“대답 한 번 우렁차시네.”
-쯧쯧.
라스가 팔찌 위로 꾸물거리며 올라와 혀를 찼다.
-돈 주고, 간 버리고, 이젠 노예까지 되었군. 호구 중에 호구로다.
‘그런가.’
라온이 피식 웃었다. 누구보다 호구스러운 녀석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게 우스웠다.
“우리도 돌아가죠.”
뒤를 돌아 아직도 멍하니 선 리메르와 도리안에게 손짓하고 다시 도박장으로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
“라온! 라온! 라온!”
“설화검협! 설화검협!”
“처음으로 도괴가 깨졌어! 삼약을 이뤄냈다고!”
“도박과 술, 무학 모두 인정을 받았다는 거잖아. 새로운 전설이야!”
도박장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라온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신인이 정점에 선 사람을 쓰러뜨렸다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 같았다.
“꽉 막혀서 수련만 하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다시 봤습니다!”
“앞으로 응원할 테니, 다음에는 나랑도 한 판 붙어봐요! 술이든, 도박이든!”
“가주가 되서 지그하르트에 대형 카지노 좀 만들어 주십시오!”
“도괴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도 좀 알려주쇼!”
이번 일을 통해 호감을 샀는지 모두가 웃고 있었다.
“응원해줘서 고맙습니다.”
라온은 사람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도박장을 떠났다.
“아, 난 할 일이 있거든? 먼저들 가라!”
리메르는 따라오다 말고 도박장의 카운터로 향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빨랐다. 잠시 후 안쪽에서 ‘나는 다시 부자다!’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라온의 눈빛이 도괴를 노릴 때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 * *
다음 날.
정규 훈련 기간이었기에 5 연무장은 새벽부터 광풍단 검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단상 앞에 자리를 잡았을 때 연무장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흑적색 예복과 코트를 걸친 라온이 들어왔다.
“어?”
“왜 예복을….”
“오늘 정규 훈련 아니었습니까?”
검사들은 훈련복이 아니라, 예복을 입은 라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훈련 전에 소개할 사람이 있다. 정숙하도록.”
라온은 손을 젓고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너희도 알겠지만, 광풍단은 신설 무력 단체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궁금증을 가득 담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교관도 없고, 훈련 자재와 장비도 부족하며, 관리 인원과 지원금도 적다.”
알고 있던 내용이기에 검사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함을 언제까지 놔둘 수는 없지. 이번에 광풍단의 모자람을 채워 줄 귀인을 모셨다.”
“귀인이라고?”
“확실히 사람이 필요하긴 했어.”
“맞아. 다른 단체에 비하면 사람도, 돈도 부족하잖아.”
“가장 필요한 건 뛰어난 교관이고.”
검사들 모두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도록.”
라온이 손을 들어 문을 가리키자, 도리안이 양문을 열었다. 광풍단 제복을 입은 흑발의 거구가 인상을 구긴 채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데….”
“키, 키가 엄청 크시네.”
“교관이 아니라, 무슨 깡패 같은데….”
검사들은 약간의 어린 눈빛으로 박수를 보냈다.
“어? 자, 잠깐!”
크레인이 기겁하며 벌떡 일어섰다.
“저, 전에 도박장에서 나오는 거 봤어! 저 사람 도괴잖아!”
“엥?”
“뭐?”
“허억!”
도괴라는 소리에 검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빠득.
도괴는 검사들이 떠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이를 갈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앞으로 우리의 훈련을 봐주시고, 연무장 관리를 해주시고, 회계처리를 해주시고, 인원 관리를 해주시고, 재정 관리까지 해주실 도괴 해리안 지그하르트 님이시다. 다시 한번 박수를!”
“어…”
라온이 먼저 박수를 치자, 검사들은 혼이 빠져나간 눈빛으로 소리가 탁해진 박수를 쳤다.
“끄윽….”
박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도괴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씩 늘었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분의 성함은 해리안 지그하르트. 이번에 별관에 취임한 총관님이시지만, ‘자발적’으로 광풍단의 일을 돕기로 하셨다.”
라온은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미소를 지었다.
“큽!”
자발적이라는 말에 도괴가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무학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하도록.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실 테니까. 그렇죠? 총관님?”
“그.렇.다.”
도괴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훈련할 때 필요한 도구나 장비가 있을 때도 찾아가라. 총관님은 돈을 따서. 아니, 돈을 잘 조달해서 광풍단의 부족한 재정을 알아서 메꾸실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원하는 바를 말하도록. 그렇죠? 총관님?”
라온이 도괴를 받드는 듯한 자세를 취한 뒤 싱긋 웃었다.
“그.렇.다.”
고개를 숙인 도괴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총관님은 광풍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와주셨다. 돈도 받지 않고, 직접 따온다고. 아니, 벌어온다고 하셨지! 모두 다시 한번 큰 박수와 환호를!”
라온이 도괴를 가리키며 손을 쫙 펼쳐 큰 박수를 보냈다.
“와아아아!”
검사들도 라온을 따라 손바닥을 사선으로 부딪치는 정중한 박수를 쳤다. 입술을 깨문 도괴를 보는 그들의 표정은 얼떨떨하게 굳었다.
‘이거 맞아?’
‘가, 감사하긴 한데.”
‘이상하지?’
그들은 히죽이는 라온과 살기를 뿜어낼 듯한 도괴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인간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 * *
콰앙!
라온이 도괴에게 광풍단원을 한 명씩 설명해주었을 때 연무장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리메르가 들어왔다.
어제 본 거지꼴과 달리 귀티 가득한 의복에 반들거리는 구두를 신었고 손가락엔 금색 반지를 끼고 있었다.
“아, 다들 왔네.”
“늦으셨습니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버렌이 리메르에게 다가가 인상을 찌푸렸다.
“미안. 어제 좀 바빴거든.”
리메르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버렌의 어깨를 두드리고, 단상 앞으로 향했다.
“이야. 영감 옷빨 잘 받는데?”
그는 광풍단 제복을 입은 도괴를 보며 낄낄 웃었다.
“끄으윽….”
간신히 발작을 참고 있던 도괴의 주먹이 폭발할 듯 떨렸다.
“아, 단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온이 단상에서 내려와 리메르 앞으로 다가갔다.
“할 말?”
“어제 빌리신 돈 돌려주셔야죠.”
“비, 빌린 돈? 그게 무슨 소리….”
“도리안이 테이블 위에 있던 금화를 챙길 때….”
“아! 아아!”
리메르가 재빠르게 라온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마주 흔들었다.
“그, 그렇지! 내가 돈을 좀 빌렸지. 응. 응!”
그는 모두의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은지 냉큼 떡밥을 물었다.
“흐음.”
라온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리메르는 빌렸다는 말이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저건 덫이다. 절대 받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럼 돌려주시겠습니까?”
“아, 물론 돌려줘야지. 얼마였더라. 100개였나?”
“372개입니다.”
“어?”
“정확히 금화 372개입니다.”
라온의 단호한 말에 주머니에 손을 넣던 리메르가 우뚝 멈췄다.
“사, 삼백….”
“정확합니다. 도리안.”
“옙! 어제 주머니를 확인한 결과 금화 5628개가 있었던 걸 보면 말씀대로 372개를 가져가셨어요.”
도리안이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리메르는 그 짧은 시간에 400개에 가까운 금화를 바지에 챙겼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으음, 그래. 알겠어.”
리메르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서 단주실에 들어갔다. 한참 부스럭거리다가 큼지막한 금화 주머니를 꺼내왔다.
“자, 금화 372개!”
그는 먹고 떨어지라는 듯 주머니를 던졌다.
라온은 금화 주머니를 받고도 움직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 그 표정은 뭐야! 다 줬잖아.”
“이자를 주셔야죠.”
“이자? 뭔 이자?”
“돈을 빌렸으면 이자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어억….”
리메르가 입을 떡 벌렸다.
“하, 하루 빌렸는데 무슨 이자를 받아!”
“저는 받습니다.”
라온은 당당하게 허리를 폈다.
“어휴! 그래. 이자는 얼만데.”
리메르는 빨리 말하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금화 372개입니다.”
“어? 어어?”
벌어진 리메르의 턱이 떨어질 듯 흔들렸다.
“하루 만에 원금만큼의 이자를 받는 놈이 어디 있어!”
“여기 있습니다.”
“이 악마 같은 놈아! 고리대금업자도 그 정도는 아니야.”
“전 그런 거 모릅니다. 이자나 주시지요.”
“난 못 줘! 배 째!”
리메르는 절대 안 된다는 듯 대자로 드러누웠다.
“흐음.”
라온이 뒤로 고개를 돌려 도괴를 보았다.
“총관님. 첫 번째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처, 첫 번째 부탁?”
도괴의 안구가 불안감으로 크게 출렁였다.
“저희 단주님에게 광풍단 운영 자금을 좀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우, 운영 자금?”
“운영자금이라고?”
리메르와 도괴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습니다.”
라온은 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리메르에게 돈을 맡겨봤자, 전부 쓸데없는 곳으로 나간다. 그 돈으로 애들 훈련용 수련검 하나라도 사주는 게 훨씬 나았다.
“단주님께 받을 이자를 광풍단 설비와 운영 자금으로 쓸 생각이었거든요. 처음부터 총관님께 부담을 드릴 순 없으니까요.”
리메르와 도괴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서 뒤로 물러났다.
‘혹할 수밖에 없겠지.’
도괴는 이번에 6000골드를 빨려서 돈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을 테고, 리메르는 본래 돈에 미친 사람이니 손에 들어온 돈을 절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저 두 사람은 이곳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아, 돈은 단주실 우측 기둥 아래에 묻혀 있습니다.”
분노의 마안을 통해 본 리메르의 금고를 알려주었다.
“꺽!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경악하는 리메르에게 어깨만 으쓱여주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온은 빙긋 웃고서 광풍단 옆으로 물러섰다.
“제자 하나 아주 더럽게 잘 뒀구나.”
도괴가 입술을 꾹 깨물고 검병에 손을 얹었다.
“그러게. 나도 저 정도로 뛰어난 망할 놈일 줄은 몰랐네.”
리메르가 눈을 부라리며 검집을 툭 두드렸다.
“돈 내놔라.”
“영감도 들었잖아. 하루 이자가 100%인 게 말이 되냐고!”
“그거야 주인 맘이지!”
“사실 돈 빌린 것도 아니야! 저 악마 놈이 술수를 부린 거라고!”
“나조차 속이는 마귀 놈이다. 멍청한 네놈 따위는 손바닥 위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내놔!”
도괴가 천천히 검을 뽑아 리메르를 겨누었다.
“못 줘! 이건 내 마지막 희망이라고!”
리메르가 마찬가지로 검을 들어 중단에 세웠다.
터억!
도괴와 리메르는 한참 동안 서로를 노려보다가 동시에 땅을 박찼다.
쩌어어엉!
두 사람의 검에서 뿜어진 막대한 기운이 경합하며 하늘을 뭉개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잘 봐둬.”
라온은 광풍단원들에게 손짓을 하며 두 사람의 전투를 가리켰다.
“저 정도 급의 무인들이 제대로 싸우는 건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기연이니까.”
리메르에게 돈을 뺏고, 그 돈으로 광풍단을 넉넉하게 운영하며 도괴의 무력을 보여주어 광풍단원의 견식까지 높여주는 1석3조의 상황이라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우리 총관님 잘한다!”
라온은 주먹을 흔들며 도괴를 응원했다.
“끄응.”
“으으….”
리메르와 도괴 그리고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검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저 악마 같은 새끼….’
마지막으로 진짜 악마는….
-역시 네놈은 이곳에서 썩을 인재가 아니니라. 본왕과 함께 마계로 가자!
영업을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