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245)
제245화
“도적놈들을 쓸어버려!”
“쓰레기 새끼들 대가리를 쪼개주마!”
“흡!”
“우와아아아!”
버렌, 마르타, 루난이 수적들을 향해 돌진하며 강렬한 검기를 뿜어냈다. 광풍단 검사들은 각 조장의 뒤를 따라 당황한 수적들 사이로 파고들어 검을 날렸다.
콰아아앙!
두 집단이 정면에서 부딪치며 갑판 위에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광풍단은 대광풍진을 펼쳤고, 수적들도 대규모로 진을 펼쳐 그에 맞섰다.
광풍단이 남북맹이라는 맹수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검사들은 그 맹수의 어금니를 깨부수고 수적들을 밀어붙였다.
“인간으로 봐선 안 될 놈들이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마라!”
버렌이 바람의 기운이 깃든 검기를 일으키며 수적들의 빈틈을 갈랐다.
“산소가 아까운 새끼들!”
마르타는 막대한 기운이 응집된 검격으로 수적들의 진법을 깨부쉈다. 배를 통째로 가라앉히려는 듯 힘을 아끼지 않았다.
“떨어져.”
루난은 수적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도록 서리를 흩뿌린 뒤 가장 앞에 있던 수적의 목을 단호하게 베어버렸다.
“이, 이익….”
“이놈들 뭐야!”
“어린놈들이 왜 이렇게 강해!”
수적들은 인원이 2배가량 많았음에도 기세를 탄 광풍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라온이 인상을 찌푸린 틸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배에서 싸울 때를 대비해 훈련했지. 이변은 없다.”
그에게 검을 겨눈 채로 전신의 마나 회로를 활성화했다.
“하나 있긴 하겠네. 네가 날 쓰러뜨린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 다만….”
라온이 태화보를 밟고 나아갔다. 극쾌의 보법에 담긴 기운을 제천검에 휘감아 내리쳤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건방진 놈!”
틸러가 포효하며 창을 휘돌렸다. 창날에 어린 푸른 기운이 줄기줄기 타올랐다.
쩌어어어엉!
배가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강기로 이루어진 강풍이 하늘로 치솟았다.
찌이이이잉!
라온은 제천검과 창날을 맞대고 있는 틸러를 보며 씩 웃었다.
“여기서 싸우면 우리 애들 흥이 깨지니, 이동하지.”
“뭐?”
“꺼지라고.”
제천검을 비틀며 틸러를 걷어찼다. 육체의 힘을 모조리 끌어 올렸기에 틸러가 갑판을 부수며 레이블 강 쪽으로 튕겨 나갔다.
“크으윽!”
틸러는 당황한 와중에도 허공에서 원을 그리고 돌았다. 힘을 모조리 풀어버리며 가볍게 강물 위에 안착했다.
“믿어도 되겠지?”
라온은 이를 가는 틸러가 아니라, 광풍단을 보았다.
“물론이다.”
“너나 잘해.”
“응!”
버렌, 마르타, 루난의 대답에 미소를 짓고서 배 아래로 뛰어내렸다.
찰팍.
높은 위치에서 뛰어내렸음에도 가라앉기는커녕 물이 튀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틸러의 인상이 더 구겨졌다.
“내 이명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강 위에서 싸우겠다는 건가?”
틸러가 창을 휘돌렸다. 창대와 창날에서 일렁이는 푸른 기운이 강물과 함께 요동쳤다.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는구나!”
그가 창을 내리치자 맹렬한 강기와 함께 파도가 밀려왔다.
“걱정마.”
라온은 배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네 안방에서 꺾어줄 생각이었으니까!”
만화공을 끌어 올리며 연성 검술을 펼쳤다. 별빛처럼 쏟아진 검격에 강기의 파도가 사정없이 찢겨나갔다.
“이익….”
갈라지는 붉고, 푸른 강기 사이로 짜증이 가득 차오른 틸러의 눈동자가 보였다.
‘놈은 진심이 아니야.’
틸러는 리메르를 상대할 생각에 힘을 아끼고 있었다. 전력이 아닌 놈을 꺾어봐야 의미 없었다.
“헛짓 말고 제대로 덤벼.”
라온이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후우….”
틸러가 손아귀로 눈을 가리며 탁한 숨을 내쉬었다. 어깨를 떨며 킥킥거리다가 손을 내린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 저게 본래 틸러의 모습인지 느끼한 표정을 지을 때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그래. 지그하르트의 광검이고 뭐고, 일단 네놈부터 끝내야겠지.”
그가 왼발을 앞으로 길게 내밀고, 창을 검처럼 한 손으로 잡았다.
“네 소원대로 모가지를 뜯어주마!”
그 말이 귓가에 울리기 전에 틸러의 모습이 사라졌다. 바닥에 남은 파동으로 그의 움직임을 예측했다.
‘우측!’
라온이 발목을 돌리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틸러는 순간이동을 한 듯 나타나 창을 내질러왔다. 시퍼런 창날에서 나선으로 회전하는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아!
밀리지 않도록 자세를 낮춘 뒤 만화공을 일으켰다. 열기를 담은 칼날로 창날의 회전을 꺾었다.
쩌어어어엉!
검날의 끝과 창날의 끝이 맞물리며 강기의 비틀림이 일어났다. 강물 바닥이 깊게 파였다가 치솟으며 덩어리진 강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후욱….”
라온이 불의 고리를 공명시키며 숨을 골랐다.
‘견딜 만해.’
틸러의 무력은 자신보다 윗급이지만, 청홍환과 완벽한 방비 덕분에 내상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그건 인사일 뿐이다!”
틸러가 눈을 부라리며 창을 휘돌렸다. 발밑에서 전보다 더 웅대한 파도가 일어난다.
콰아아아아!
놈이 파도를 밟고 나아가 창을 내지른다. 빛살처럼 쏘아진 창날 위로 전사경의 묘리가 깃든 강기가 출렁였다.
“크으….”
창에서 뿜어지는 기파에 살점이 뜯겨나갈 것 같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담은 창격이었다.
화아아아!
라온이 어깨를 빼고, 제천검을 뒤로 젖혔다. 만화공을 극성으로 일으키며 시뻘겋게 타오른 칼날을 내질렀다.
만화공 백화.
염룡결.
검극에서 타오른 열기가 용의 머리가 되어 세상을 태울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아앙!
푸른 파도와 붉은 용이 격돌하며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물과 불의 경합에 강 전체에 허연 수증기가 피어났다.
“후우….”
빠르게 숨을 돌렸다. 정면에서 힘으로 부딪치니 가슴이 울렁인다. 무학의 경지가 낮은 걸 육체 능력으로 보조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내상의 조짐이었다.
‘그래도 할 만해.’
다시 싸울 준비를 갖출 때 등 뒤에서 서늘한 한기가 일었다. 하지만 진짜는 그쪽이 아니다.
터엉!
라온은 좌측을 향해 만화공 회천을 일으켰다.
쩌저저정!
검신 위에서 회전하는 불꽃이 사선으로 쏟아진 창날을 튕겨냈다.
힘과 속임수의 절묘한 조화. 마스터 중급을 바라보는 무인다운 공격이었지만, 도괴의 속임수를 파악한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지금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라온이 수증기 사이에서 드러나는 틸러의 사나운 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전력으로 오라고.”
“걱정 마라. 이대로 끝내줄 테니까!”
틸러가 창대를 물에 담근 뒤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창대와 함께 솟구친 파도를 밟고 창을 내질렀다.
우우우웅!
이번에는 창에 어린 강기만이 아니라, 창 자체가 틸러의 손아귀에서 회전했다. 창대가 소리가 귀에 울릴 정도. 이 정도의 전사경을 담은 무학은 처음이었다.
고오오오!
라온은 틸러가 일으키는 회전을 눈에 담으며 바닥을 차올렸다.
치이이이잉!
물결을 타듯 강물을 얼리며 뒤로 물러섰다.
“어딜 도망가냐!”
“도망?”
라온이 두 손으로 잡은 제천검을 앞으로 내밀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딴 건 내 사전에 없어.”
폭풍을 일으키는 창대가 다가온 순간 제천검에 오러를 집중시켰다. 새하얀 검극에 둥그런 구체가 돋아나며 강대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2형 중천포.
중검의 기운이 응집되며 틸러의 창날이 더 빠르게 다가왔다. 놈의 균형이 깨진 순간 중천포를 터트렸다.
쿠와아아아앙!
회전과 무게가 극대화된 강기의 폭발에 파도와 오러가 뒤섞인 거대한 용오름이 솟구쳤다.
터어엉!
라온은 밀어내듯 강물을 박찼다. 가람 보법으로 파도를 타며 틸러에게 돌진했다.
“싸가지 없는 새끼!”
틸러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파도를 짓밟으며 창을 내리쳤다. 나선으로 회전하는 전사경이 사람 몸통만큼이나 확장됐다.
쿠구구구!
라온이 차게 웃으며 검을 고쳐잡았다. 파도조차 지져버릴 열화의 강기로 틸러의 목을 내리쳤다.
쩌어어어엉!
* * *
“흐음.”
리메르는 가볍게 발을 굴러 전선 위로 올라갔다.
갑판 위에 수적의 시체가 가득했다. 간부로 보이는 몇몇 수적들이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렌과 마르타, 루난의 검에 고혼이 되어 쓰러졌다.
이제 갑판 위에 남은 사람은 오직 광풍단 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이게 지그하르트다!”
“남북맹 따위는 상대가 안 돼!”
광풍단은 검으로 하늘을 찌르며 환호를 터트렸다. 부상자가 꽤 많았지만, 중상자는 없었다. 완벽한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람은 보이지 않는군.’
갑판에 있던 가람이 사라졌지만, 정신을 차린 청루족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 찾지 않았다.
“모두 이쪽으로 와라.”
리메르가 강물을 모조리 빨아먹으며 치솟는 용오름 가리켰다. 저 안에서 라온과 틸러가 검과 창을 부딪치고 있었다.
“실전만큼이나 중요한 싸움이다. 눈도 깜빡거리지 말고 모조리 담도록.”
“예!”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저들의 공격 흐름만 파악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흐음….’
리메르는 용오름 안쪽에서 퍼지는 기운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라온이 밀리는군.’
무학을 쌓아 올린 시간에서 큰 차이가 나기에 라온이 뒤처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몬스터 수준의 육체 능력과 체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힘겨워 보였다.
‘강에서 싸우는 방식이 정반대야.’
틸러는 강을 지배하듯 짓눌렀고, 라온은 강과 함께하듯 파도를 탔다.
틸러가 경지가 높다 보니 지금은 압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라온이 더 높게 올라갈 것이다.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피식 웃으며 어깨를 돌렸다. 언제라도 나설 수 있게 둘의 싸움에 집중했다.
다만 전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라온은 정면에서 밀리고 있음에도 끝까지 따라붙으며 검을 휘둘렀다.
“어?”
리메르가 틸러의 창을 튕겨낸 라온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이 먼 곳까지 굉음이 울렸지만 놀란 건 소리 때문이 아니다.
‘저게 무슨….’
틸러의 강기와 창에 깃든 회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지만, 라온은 처음보다 더 쉽게 창을 쳐내거나, 흘리고 있었다. 마스터 하급인 라온이 중급에 다다른 틸러를 상대로 점차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잠깐! 설마…’
리메르가 고개를 돌려 버렌을 보았다. 옛일이 떠오른다. 라온이 처음으로 자신을 경악시켰던 그 일이.
“저 녀석 또!”
* * *
라온은 심장을 향해 쇄도해오는 창을 향해 광아검의 구결이 스며든 제천검을 쳐올렸다.
쩌어어엉!
창에 비해 제천검이 크게 튕겨 나가며 허리에 빈틈이 생겨났다.
“죽어라!”
틸러가 그 공간을 노리고 창대를 휘둘러왔다. 날이 없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저 창대에도 강기의 회전이 실려 있어 맞는다면 몸이 반으로 뜯겨나갈 것이다.
터엉!
라온이 가람 보법을 밟으며 창대의 궤도를 벗어났다. 틸러는 예상했다는 듯 창대를 따라 붙였지만, 허리를 뒤로 젖혀 피했다. 창대가 가슴팍을 스쳐 지나가며 뜯겨나간 제복이 허공에 흩날렸다.
“쥐새끼 같은 놈!”
틸러가 창대 중단을 잡은 뒤 창강을 날렸다. 주변을 뒤덮은 용오름처럼 나선으로 이어지는 회전. 닿기만 해도 쇳덩이가 으깨질 전사경의 묘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우측 회전.’
창날에 어린 강기의 회전 방향을 파악한 뒤 제천검에 어린 강기를 그 반대로 휘돌렸다.
쩌저저저저적!
강이 쪼개지는 듯한 울림과 함께 라온과 틸러가 용오름 밖으로 튕겨 나갔다.
“크윽….”
틸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강물에 발이 닿자마자 다시 돌진해왔다. 두 손으로 잡은 창을 허리 부근에 둔 뒤 내지른다. 가공할 속도와 위력에 입술이 떨렸다.
‘괜찮아.’
울렁이는 속을 참으며 눈을 치켜떴다.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이번에는 좌측.’
조금 전과 반대로 돌아가는 회전을 보자마자, 글래시아를 일으켰다. 허벅지를 굽힌 뒤 발목에서부터 끌어 올린 기운을 검극에서 폭발시켰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1형 서리연.
첫 번째 검격이 창날와 경합하고, 두 번째로 뻗어나간 서리의 파동이 강물과 함께 틸러의 강기를 쳐냈다.
콰아아아앙!
라온과 틸러가 동시에 밀려나고, 두 사람 사이로 서리연이 만들어낸 얼음 장벽이 솟구쳤다.
쿠와앙!
틸러는 창대를 내리쳐 장벽을 부수고 앞으로 다가왔다. 눈만이 아니라,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뭘?”
라온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어떻게 내 창을 막냐는 말이다! 오러도, 무학도 내가 더 위인데 어째서 네놈이!”
틸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창대를 쥔 손을 떨었다.
“한 번 해본 일이거든.”
라온이 검을 고쳐 잡으며 피식 웃었다.
‘건방진 꼬마를 교육할 때 했던 일.’
틸러의 전사경을 보았을 때 건방진 시절의 버렌이 떠올랐다.
‘회전을 이길 수 없다면 상쇄시키면 그만이지.’
버렌에게 따왔던 공호권의 묘리를 응용하여 틸러와 반대의 회전을 넣어 놈의 창격을 무력화시켰다.
그의 전사경이 독특하여 조금 고생했지만, 계속 맞붙어 싸운 덕분에 파악이 끝났다. 이미 입은 내상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는 맞먹는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틸러가 앞으로 내민 왼발에 힘을 준다. 창이 거칠게 회전하며 사위에 벌떼가 우는 듯한 소리가 퍼졌다.
우우우우웅!
틸러의 창에서 일어난 막대한 회전에 몸이 끌려가는 듯했다.
치이잉!
라온은 발을 강물에 박아넣을 듯 구르고, 만화공으로 정반대의 회전을 일으키며 버텼다.
콰르르르릉!
우레가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창날이 짓쳐 든다. 무너지지 않도록 하체의 오러를 집중한 뒤 화령을 그었다.
화아아아아!
시야를 가득 메운 염화의 꽃잎들이 곡선으로 회전하며 틸러의 창에 담긴 강기를 휩쓸었다.
퍼어어어엉!
강기와 강기가 이를 드러내고 싸우는 공간을 뚫고 푸른 창날이 파고 들어온다. 예측하기 힘든 기습. 하지만 라온의 감각은 이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다.
오른발을 뒤로 빼서 몸을 돌림과 동시에 제천검에 글래시아의 냉기를 극성으로 일으켰다. 강물이 얼어붙는 소리를 들으며 칼날 위에 극쾌의 전사경을 담았다.
찌지지징!
강기가 어린 검날과 창극이 부러질 것처럼 휘어지다가 튕겨 나간다.
쿠구구구구!
라온과 틸러도 두 무기에 어린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두 사람이 지나간 길이 하얗게 갈라지며 강물이 반으로 갈라진 듯 보였다.
“후우욱….”
틸러가 얼굴에 가득한 강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틀었다. 눈동자가 살의로 번들거렸다.
“내 창에 깃든 회전을 지웠군….”
“알아차리는 게 늦네.”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 미친 재능이구나.”
“그 정도는 아니고.”
“이렇게까지 살의가 치솟는 건 처음이다.”
틸러가 손가락으로 창을 돌린다. 바람개비처럼 가볍게 돌아가던 창대가 점차 빨라지더니, 눈으로도 쫓지 못할 만큼 빠르게 회전했다.
우우우우웅!
창이 회전할수록 높아진 강물이 어느새 하늘에 닿을 정도로 치솟았다.
“그 웃음이 네가 짓는 마지막 미소다.”
틸러가 광대한 회전을 일으킨 창을 꼬나쥐고 바닥을 박찬다. 등 뒤에 맺힌 파도가 함께 움직이며 온 시야가 그의 강기로 가득 찼다.
해람천창.
레이블 강의 모든 물과 함께 적을 말살한다는 틸러의 절기였다.
라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대로 보자.’
위력 자체는 무시무시하지만, 묘리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회전이 끝없이 변한다는 게 문제였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지.’
우수 제천검에 만화공을 일으키고, 좌수로 등 뒤 진혼검을 쥐고 글래시아를 운용했다. 검날에 어린 강기에 각기 다른 회전을 걸고 앞으로 나아갔다.
쩌저저저적!
해람천창이 다가온 순간 두 검을 교차시켰다. 서리연과 회천의 완벽한 연격에 창에 깃든 전사경이 무력화되며 강기의 파도가 십(十)자로 갈라졌다.
“허억!”
찢겨나간 파도 속에서 틸러의 눈동자가 찌그러진다. 그의 가슴에 파도를 가른 것과 같은 상처가 돋아나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 어떻게 이런….”
틸러가 가슴의 검흔을 부여잡은 채 턱을 떨었다. 본인의 최고 절기가 무너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넌 너무 많은 걸 보여줬어.”
라온이 제천검을 어깨에 걸치고, 진혼검을 검집에 넣었다.
“지금이 아니라, 처음부터 힘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면 내가 그 꼴이 됐을 거다.”
틸러는 계속 리메르를 신경 쓰며 힘을 아낀 채 창술을 펼쳤다. 불의 고리로 그의 무학을 쉽게 파악했기에 지금 이 상태가 된 것이다.
“이제 끝을 내지.”
라온이 제천검으로 틸러의 목을 겨눴다.
“이, 이건 말이 안 돼.”
틸러가 악을 지르며 달려든다. 분노한 와중에도 창술에는 힘과 절도가 넘친다. 도적이 아니라, 다른 육황의 후계자라고 해도 믿을 법한 무학이다.
‘그래도 의미 없지만.’
라온은 제천검에 역회전을 걸어 가볍게 쳐냈다.
쩌어엉!
창을 쥔 틸러의 팔이 부러질 것처럼 흔들렸다.
“시발!”
틸러가 이를 악물고 연달아 창격을 날렸지만, 모조리 흘려낸 뒤 광아검을 펼쳐냈다.
쩌저저적!
광아검이 일으킨 파동이 창대를 끝부분을 꺾어내고, 틸러의 허리를 베었다.
“끄윽….”
가슴의 상흔보다 더 깊게 들어갔기에 그의 허리에서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허억….”
틸러가 짧아진 창대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뱉어냈다. 육체와 오러는 상당히 남았지만,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표정이었다.
“끝났다니까.”
뼈가 부러질 것 같았고, 근육은 상할 만큼 상했으며, 내상 때문에 역류하는 피를 계속 삼키고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웃었다.
“이야아아!”
틸러가 뒤로 물러서며 파도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중 가장 거대한 파도. 자신만이 아니라, 뒤에 있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크기였다.
“이것도 지겨워.”
라온이 발을 굴렀다. 용천에서 뿜어진 오싹할 정도의 냉기가 천공까지 치솟은 파도를 한순간에 얼려버렸다. 극대화시킨 수중화의 힘이었다.
쿠르르르!
얼어붙은 파도가 힘을 잃고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그 뒤에 있어야 할 틸러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라온이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틸러가 보였다. 놈은 폭주하는 파도 때문에 멈춰버린 작은 어선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저 미친놈이!”
라온이 물을 박찼다. 가람 보법과 태화보를 번갈아 밟으며 전력으로 뛰었다.
‘저 정도로 쓰레기일 줄이야.’
생사가 달린 전투에서 눈앞의 상대를 놔두고 인질을 잡으러 갈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만난 놈 중 손에 꼽을 만한 악인이었다.
‘젠장! 늦어….’
틸러의 출발이 빨랐기에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렸지만, 방법이 없었다.
우우웅!
이를 악물고 따라갈 때 갑자기 어선과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기운이 느껴진 건 바로 우측. 물속에서 가람이 손을 뻗고 있었다.
‘저 녀석이 한 건가?’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물의 마나가 움직인 걸 볼 때 가람이 배와 사람을 숨긴 것 같았다.
“괴물 주제에 끝까지 방해를!”
틸러도 가람이 한 일임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잘했어! 이제 도망….”
도망치라고 외쳤지만 가람은 힘이 다한 건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굳어버렸다.
“멍청한 놈!”
틸러는 파도 이용해 단숨에 방향을 꺾어 물에 가라앉으려는 가람을 붙잡았다. 놈은 크흐흐 웃으며 가람의 목을 잡고 뒤를 돌았다.
“이걸 어쩌냐? 날 방해하려 했지만 결국 이 꼴이구나.”
“괘, 괜찮아.”
가람이 목이 잡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음에도 옅게 웃었다.
“네, 네가 이렇게 나올지 알고 있었어. 넌 치사한 인간이니까.”
“이놈이….”
“나, 나도 함께 베어도 상관없으니까. 틸러를 죽여줘….”
녀석은 정말 조그마한 미련도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 때문에 많은 동족과 사람이 죽었어. 괜찮으니까. 함께 베어줘.”
“가람….”
라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람은 배를 사라지게 만들면 본인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베라고 말했다.
“무, 무슨 개소리야!”
검병을 쥔 손에 힘을 줄 때 틸러가 마구잡이로 고개를 흔들었다.
“친구라고 하지 않았더냐. 잡힌 친구를 그대로 죽인다고?”
놈은 간신히 잡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네놈 설화검협이지 않느냐! 협사가 적을 베기 위해 친구를 죽이는 짓을 할 셈이냐!”
틸러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괴물을 구하고 싶다면 검을 버려라! 당장!”
“가람.”
라온은 검을 버리지 않고 가람을 바라보았다. 생에 미련이 없는 듯한 표정. 동그란 눈동자에 원죄와 고통이 가득했다.
“나, 난 죄를 너무 많이 저질렀어. 치, 친구도 생겼으니 이제 정말 괜찮아. 제발 이대로…끄흑!”
“닥쳐!”
틸러가 가람의 입을 후려쳐서 말을 막았다.
“검을 버려! 버리라고!”
“…….”
“안 버리는 거냐? 그럴 줄 알았다. 협! 그 얼마나 허무맹랑한 단어인가! 나한테도 박혀 있지만 난 단 한 번도 협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 없다!”
놈은 자랑이라는 듯 히죽거렸다.
“여기서 검을 버리지 않는다는 건 네놈도 나와 똑같은 놈이라는 뜻이다. 그래 당연해! 자신보다 남이 소중한 인간 따위는 없지. 세상에 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천검을 검집에 넣었다. 의협 따위는 생각해본 적 없다. 실비아의 말대로 내가 믿는 길을, 가슴이 시키는 대로 걸었을 뿐이다.
“협이 뭔지, 그게 있기는 한지 모른다. 난 그저 내 길을 걸을 뿐이야.”
그 말과 함께 검집 채로 제천검을 강물에 던졌다.
찰랑.
그 소리가 다 울리기도 전에 틸러가 움직였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른 속도에 극강의 힘을 담아 창을 내질러왔다.
“멍청한 놈!”
남은 모든 기운을 담았음에도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가람을 끌어안고 있었다. 귀찮은 놈이지만 예상대로의 움직임이었다.
라온의 눈동자에 붉은 전광이 튀었다.
치이이잉!
미리 검집에 넣어둔 글래시아의 기운이 회전하며 스스로 물을 박차고 나온다.
차악!
물기 가득한 검집이 왼손에 잡혔을 때 틸러의 창날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예리한 창강에 피부가 뜯겨나가는 게 느껴졌다.
우우우웅!
불의 고리가 극성으로 공명한다. 느려지는 세계. 심장의 울림을 따라 흘러가는 혈액과 오러가 그대로 느껴진다.
찰나의 찰나를 나눠 왼발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으로 검병을 쥐었다. 정신을 일깨우는 듯한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짧게 숨을 들이켰다.
정리되지 않고 난잡하게 퍼져있던 음검과 환검의 묘리들이 회전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찾아 머릿속에 천둥을 울렸다.
등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극상의 전율을 느끼며 제천검을 뽑았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무학의 선율이 상서로운 빛이 되어 뻗어나갔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3형 은검몽.
붉게 물든 칼날이 세상의 소리를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