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378)
제378화
라온은 어벙하게 선 버렌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꽤 많이 얻었군.
‘그래. 잘 받아들인 모양이야.’
아무리 좋은 영약을 먹어도 그 안에 있는 모든 기운을 흡수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자연의 기운이 응집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탁기가 모여들 수밖에 없는데, 버렌은 내부의 탁기를 제거하면서 순도 높은 기운만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경지 자체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체격이 커졌고, 오러의 양도 몰라보게 늘어났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버렌은 발목을 붙잡은 채 덜덜 떠는 마크 괴튼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수련했지.”
라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수, 수련? 무슨 수련을 했길래 사람이 이렇게 망가진 건데!”
그는 그 굳건해 보이던 기사가 비 맞은 누렁이가 되었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내가 비도를 던지고, 마크 경이 그 비도를 쳐내는 간단한 수련이었어.”
“간단한 수련인데 이분이 왜 이렇게 떠시냐고!”
“수련이 너무 재밌어서 흥분하셨나 봐.”
“그게 말이 되냐!”
버렌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마크 괴튼을 보았다.
“흐윽!”
마크 괴튼은 절대 아니라며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흔들었다.
“봐. 힘 넘치시잖아.”
라온은 그 모습을 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마크 괴튼은 사레가 들린 것처럼 기침하며 버렌의 다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
-양심 없는 자식….
라스가 창백한 안색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사람을 죽일 정도로 굴려놓고, 힘이 넘치다니! 네놈의 영혼에 박힌 양심은 이미 동그랗게 변했을 것이니라!
‘뭐라는 거야.’
-본래 양심은 삼각형이지만,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모서리가 닳아서 둥글게 변하느니라! 지금 네놈처럼!
‘마왕이 동화를 믿네….’
식충이에 모자라, 아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치는 동화 이야기를 꺼내다니 특이하다 못해 신기한 마왕이었다.
“어쨌든 아직 훈련은 안 끝났어. 마크 경. 이쪽으로 오세요.”
라온은 손가락 사이에 낀 비도를 돌리며 마크 괴튼을 불렀다.
“휴식 좀 주고 해. 이러다 죽는다고!”
버렌은 공포에 짓눌린 마크 괴튼의 등을 두드려주며 인상을 찡그렸다.
“휴식은 충분히…음?”
라온이 마크 괴튼에게 손짓을 하다가 연공실을 바라보았다.
안쪽에서 기운들이 갈무리되는 것을 보니 대부분의 단원들이 연공을 끝낸 것 같았다.
끼이이익!
기름칠이 덜 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리며 광풍단원들이 한 명씩 밖으로 나왔다.
“으아아아아! 시원하다!”
마르타가 기지개를 피며 연무장이 울릴 함성을 질렀다.
“하암….”
그 뒤를 이어 나온 루난은 눈을 껌뻑이며 하품을 했다.
“다들 잘 지냈어요?”
도리안은 배 주머니에서 꺼낸 과자를 씹으며 헤헤 웃었다.
“사운환이 괜히 야수연맹의 대표 영약이 아니었어.”
“그러게. 오러도 오러인데, 체격이 변한 게 느껴져.”
“사운환으로도 이 정도인데, 환골탈태를 하면 대체 어떻게 변하는 거야?”
“모든 무학에 통할 할 수 있는 육체로 바뀐다던데.”
“지금 내가 딱 환골탈태를 한 느낌이야. 누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광풍단원들도 밝아진 안색으로 나와서 들뜬 미소를 흘렸다.
고오오오.
라온은 설화의 감각을 펼쳐서 광풍단 모두를 살폈다.
‘전부 달라졌군.’
광풍단원들 모두 버렌 이상으로 연공에 집중했는지 들어갈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큰 성장을 이뤄낸 검사들의 모습을 보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크흠.”
마지막으로 나온 도괴가 헛기침을 하면서 다가왔다. 그의 거뭇한 안색에 밝음이 돋아나 있었다.
오러의 양도 늘었지만,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 같았다.
“도박으로 따낸 것 말고 남에게 영약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다. 고맙다.”
“아닙니다.”
라온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주신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싼 편이죠.”
도괴는 이미 광풍단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가족에게 영약을 주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넌 크게 될 거다.”
“갑자기요?”
“커흠!”
도괴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서 뒤로 물러섰다.
라온은 아직 열리지 않은 가장 끝의 연공실을 바라보았다.
‘단주님은 조금 더 걸리겠네.’
리메르는 인공단전을 얻은 이후로 육체 내부의 탁기를 완벽하게 지우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어? 이 좀비는 뭐야! 왜 안 죽이고 놔뒀어!”
마르타는 버렌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마크 괴튼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좀비? 어? 마크 경!”
도리안이 입을 떡 벌린 채 마크 괴튼에게 다가갔다.
“왜, 왜 이렇게 되셨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 그, 그게….”
“연무장은 왜 저 모양이지?”
“무슨 폭격이라도 맞았나?”
광풍단원들은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마크 괴튼과 망가진 연무장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이거 전부 저 라온 자식이….”
버렌은 광풍단을 모두 부른 채 알고 있는 사정을 설명했다.
“야이! 미친놈아! 수련도 좋지만, 휴식 시간은 줘야지!”
“맞아요! 마크 경이 시래기처럼 늘어졌잖아요!”
“진짜 악마도 아니고! 적당히 좀 합시다!”
“다들 부단주 같은 괴물이 아니라고!”
마르타와 도리안 그리고 광풍단원들이 마크 괴튼을 보호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걸 잡아 주면서 정이 쌓인 것 같았다.
“그럼 너희들이 대신할래?”
라온은 손에 든 비도로 광풍단원들을 차례로 겨누었다.
“이 비도만 막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수련이야.”
“좋아! 내가 할게!”
“나도 간다!”
“저도 할게요! 마크 경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
“이전과는 다를 겁니다!”
버렌과 마르타가 주먹을 물끈 말아쥐고, 도리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광풍단원들도 모두 참가하겠다는 듯 함성을 질렀다.
‘지금이라면 뭘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사운환을 먹었는데, 그런 수련 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어.’
5일 밤낮으로 연공을 한 덕분에 체격이 변했고, 오러의 양과 질도 상승했다. 지금이라면 라온의 독한 수련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감이 마음에 드네.”
라온은 광풍단의 열기 넘치는 눈동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그는 이전에 수련하던 절벽으로 가자며 연무장 담벼락으로 올라갔다.
“허업!”
마크 괴튼이 광풍단원을 보며 손을 휘저었다.
“아, 안 됩니다. 지금 라온 님은….”
“괜찮아요. 저희도 강해졌으니까.”
“마크 경처럼 5일은 무리지만,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부단주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올 테니까.”
사운환을 흡수하여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광풍단원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연무장 담벼락을 향해 달렸다.
“어어….”
마크 괴튼은 광풍단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안 돼! 절대 못 이겨!’
저들이 영약을 먹고 애벌레에서 나비가 됐다면 라온의 비도술은 애벌레에서 말벌, 그것도 독침 한 방에 사람조차 죽인다는 레킬 말벌이 되었다. 처음부터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안 됩니다! 라온 님의 비도술은….”
어떻게든 말리려고 할 때 라온이 뒤를 돌며 본인의 입술에 검은색 비수를 올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허억!”
그 비수를 보자, 5일 동안 얻어터진 기억이 떠올라 속이 울렁거렸다. 입은 열려 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크 괴튼은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연무장을 떠나는 광풍단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지, 진짜 잘못 온 거 같은데….”
* * *
라온은 절벽 앞에 선 광풍단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훈련 방식은 이전과 같아. 한 명이라도 절벽 정상에 올라온다면 너희들의 승리.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하루종일 휴식이다.”
“또 네 마음대로 훈련 중지하는 건 아니겠지?”
마르타가 성난 개처럼 이를 드러냈다. 이전에 당한 게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당연하지. 너희가 포기할 때까지는 계속해줄게.”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통과하면 마크 괴튼 님도 함께 쉬는 거 맞지?”
버렌은 좀비처럼 휘청거리던 마크 괴튼이 불쌍했는지 이 훈련에 그의 안위도 포함시켰다.
“그것도 인정해줄게.”
“좋아.”
“해보자고!”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어요!”
광풍단원들은 주먹을 가볍게 맞부딪치며 의지를 다졌다.
“그럼 준비해.”
라온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서 절벽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새가 비상하듯 순식간에 절벽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잠깐만! 우리 오러 차단을 안 했….”
“닥쳐.”
버렌이 라온을 부르려고 할 때 마르타가 그의 어깨를 후려쳤다.
“왜, 왜 이래!”
“라온이 까먹은 거잖아. 말해줄 필요 없다고.”
마르타는 찬 미소를 흘리며 위에 있는 라온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맨날 하는 말이잖아. 속은 쪽이 잘못이라고. 이건 그 동안 당한 일을 갚아줄 기회야.”
“맞아요! 부단주가 잊은 거니까 반칙이 아니라구요.”
크레인이 흥분한 듯 눈동자를 빛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이대로 가보죠. 나중에 뭐라고 하면 1조장님 말대로 잊은 사람 잘못이라고 하면 됩니다.”
“단숨에 올라가서 정상을 찍죠!”
“부단주가 당황한 표정을 보고 싶네.”
“그거 보면 오늘 꿀잠 예약이지.”
광풍단원들도 라온을 골려줄 생각에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좋아.”
버렌이 모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의 외침에 광풍단원들이 동시에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보법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오러를 운용하여 무시무시한 속도로 절벽을 타올랐다.
“이대로라면 금방 끝나겠는… 커헉!”
버렌의 바로 뒤에 따라붙어서 올라가던 크레인이 이마에 무언가를 얻어맞고 몸이 기울어졌다.
“끄아아아아악!”
그는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레인?”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부단주가 비도를 날린 것 같아!”
“아니, 근데 왜 또 쟤부턴데!”
광풍단원들은 밑으로 추락하는 크레인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커헉!”
버렌이 속도를 줄이고 긴장한 채 절벽을 오를 때 바로 옆에 있던 광풍단원이 비도에 옆구리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뻐어억! 빠아아악!
거친 타격음과 함께 절벽 위아래에 퍼져 있던 광풍단원들이 밤나무의 밤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아아악!”
“대체 뭔데!”
“안 보였다고!”
“아아악!”
단원들은 보이지도 않는 비도에 격추당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시꺼먼 땅으로 가라앉았다.
“야.”
마르타가 버렌의 옆으로 붙으며 악귀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봤어?”
“제, 제대로 못 봤어.”
버렌이 고개를 저었다. 말 그대로 무언가가 깜빡했을 뿐인데, 옆에 있던 사람이 사라졌다. 공포 그 자체였다.
“정신을 집중하고 위를 올려봐. 어둠 속에서 비도가 나타나니까. 한시도 긴장을 풀면 안 된다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전력으로 오러를 끌어 올리며 기감을 펼쳐냈다.
피이이잉!
실이 흔들리는 듯한 아주 가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비도가 우측에서 눈치를 보던 도리안의 광대뼈를 후려쳤다.
“꽤액!”
도리안은 오리를 꽉 누른 듯한 비명을 터트리며 절벽에서 추락했다.
“라온 이 악마야아아아… 꺄악!”
그는 떨어지다가 비도 한 대를 더 얻어맞고, 기절하여 축 늘어졌다.
“크윽….”
버렌은 흐느적거리며 떨어진 도리안을 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이게 뭐야.’
무슨 비도술이 이래!
라온의 비도는 은밀하게 나타나는 것으로도 모자라 빛살처럼 빨랐다. 절벽에 붙어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퍼버버벅!
시원한 타격음이 연속으로 터지며 어느새 광풍단 전원이 다 떨어졌다. 남은 사람은 절벽 중간에서 멈춰 선 버렌과 마르타 둘 뿐이었다.
“어차피 한 명만 올라가면 돼.”
마르타가 입술을 깨물며 위를 올려보았다.
“내가 방패막이가 될 테니까. 그 사이에 보법을 밟고 올라가.”
“하지만….”
“어차피 너는 오래 못 버텨.”
그녀는 본인이 비도를 막겠다며 먼저 절벽을 달려 올라갔다.
“마르타….”
“닥치고 빨리 와.”
“아, 알겠어!”
버렌은 마르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
차악!
절벽의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마르타의 걸음이 멈췄다.
“빠져!”
버렌은 그녀의 외침을 들으며 우측으로 빠졌다.
콰아아앙!
마르타가 타이탄의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은 주먹으로 라온의 비도를 후려쳤다.
하지만 반응이 늦었는지 비도에 밀려 절벽에서 떨어져 나갔다.
“멍청아! 올라가!”
그녀는 빨리 가라는 듯 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제기랄!”
버렌은 떨어지는 마르타를 바라보지 않고 전력으로 보법을 밟았다.
절벽 정상에 다다르려는 찰나 시뻘겋게 물든 비도가 머리 위로 쇄도해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르타가 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계속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치이이잉!
이를 악물고 수도를 세웠다. 손날을 검으로 생각하며 삭풍검의 절기를 전력으로 펼쳤다.
그러자 사운환을 먹고 성장한 육체와 오러가 조화로운 흐름을 일으키며 강대한 검격을 뿜어냈다. 삭풍검의 절기 패령삭주였다.
콰아아아앙!
수도로 펼친 삭풍검과 라온의 비도가 정면에서 맞부딪쳤다.
“이거라면… 어?”
마르타와 달리 제대로 반응을 했건만 손이 밀려난다. 라온이 쏘아낸 비도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거력이 담겨 있었다. 전력을 다해서 펼친 절기가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지며 비도의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빠아아아악!
비도에 이마를 얻어맞은 버렌은 팔만 뻗으면 닿을 절벽의 끝에서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르타가 늦은 게 아니었어….’
저 비도에 담긴 힘이 지랄맞은 거였다고!
“제기라알….”
버렌은 욕을 내뱉을 때 정상에서 라온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올라오느라 수고했지만, 다음 기회에.”
“저 망할 새…끄르륵!”
버렌은 통증보다도 라온에 대한 분노에 정신을 잃고 목을 축 늘어뜨렸다.
“루난은 안 올라왔으니, 이걸로 끝이네.”
라온은 광풍단을 모두 떨어뜨린 뒤에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더, 더럽게 아파….”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비도가 안 보이는 거지?”
“그게 문제가 아니야. 보여도 막기 힘들 정도로 빨라.”
“막아도 힘으로 밀린다니까. 무슨 저런 비도술이 다 있지?”
광풍단은 라온의 무결비에 질린 듯 깊은 한숨을 뱉었다.
라온은 광풍단 사이를 지나서 홀로 절벽을 타지 않은 루난에게 다가갔다.
“왜 안 올라왔어?”
“오러를 차단하지 않았잖아.”
루난은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으으!
라스가 루난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역시 아이스크림 소녀! 본왕의 부하다운 대답이니라! 네놈 같은 얌생이와는 질이 달라!
‘그러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솔직한 사람에게는 상이 있어야지. 루난은 휴식. 다른 단원들이 다시 절벽 등반 시작!”
“아아악!”
“이런 젠장!”
“기다렸어야 했는데!”
그냥 올라간 걸 후회하는 듯 단원들은 땅을 지며 괴성을 질렀다.
라온이 다시 절벽을 올라가려고 할 때 크레인이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
“부, 부단주님. 저희들의 오러 차단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크레인은 비수에 맞아 뽈록 튀어나온 이마를 문지르며 비굴한 웃음을 흘렸다.
“응.”
라온은 ‘뭐 어쩌라고.’ 를 그대로 표현한 얼굴로 절벽 위로 올라갔다.
“끄으윽….”
크레인이 주먹을 떨며 라온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악마야! 이건 차별이야! 그리고 나부터 좀 때리지 말라… 커헉!”
그는 비명을 지르다 말고 이마에 비도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리에는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연공실에 더 있었어야 했는데….
* * *
다음날 정오.
라온은 절벽 등반 훈련을 성공하지 못한 채 떨어지기만 한 광풍단원들을 데리고 5연무장으로 복귀했다. 단원들의 안색은 마치 패배하여 꼬리를 만 개처럼 창백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홀로 연무장을 지키고 있던 마크 괴튼은 이곳저곳에 멍이 든 광풍단원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마크 경.”
라온이 마크 괴튼의 어깨를 꽉 잡았다.
“정말 아쉽게도 광풍단이 패배했습니다. 다시 훈련을 해주셔야겠어요.”
“허억….”
부드럽게 손짓을 하자, 마크 괴튼이 턱을 달달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거의 귀신에 잡혀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에이, 안 잡아먹어요.”
라온은 방긋 웃은 뒤에 단상 위로 올라갔다.
“끄으윽….”
“빌어먹을….”
“젠장!”
단상 앞에 정렬한 광풍단원들은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이 녹아내린 듯 어깨를 축 움츠렸다.
“모두 약속했듯이 오늘까지 밤샘 훈련이다. 내 목표는 올해 안으로 광풍단을 광풍대로 만드는 것이니까. 최선을 다 해서 준비를 해야….”
라온이 새로운 목표를 이야기할 때 마지막까지 닫혀 있던 연공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콰아아앙!
휘적이는 문을 넘어 리메르가 걸어 나온다. 풀어헤친 붉은 장발에서 가는 바람이 풀려 나오고 스파크가 튀기는 것 같았다.
“광풍대로의 승급은 내가 이미 신청해놨다.”
리메르는 씩 웃으며 엄지로 본인을 가리켰다.
“정말이십니까?”
“허!”
“저 게으름뱅이 단장님이 웬일이래?”
다들 리메르가 먼저 준비했다니까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시험은 언제죠?”
“두 번 치러야 하는데, 첫 번째 시험은 가까워.”
그가 날짜를 떠올리는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내가 연공실 들어간 지 얼마나 됐지?”
“6일이 지났습니다.”
“6일?”
리메르가 손가락을 까딱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가로 시원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내일인데?”
“…….”
리메르를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넋이 나간 듯 풀렸다.
저 엘프 자식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