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389)
제389화
지그하르트와 아리안 가문 사이에 위치한 비코른 호수.
포르반처럼 크지는 않지만, 운치 있는 은빛 호수로 이름을 알린 관광지였다.
광풍단은 점심을 먹기 위해 비코른 호수의 끝에 세워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와….”
버렌은 햇볕을 받아 번쩍이는 비코른 호수를 보며 탄성을 흘렸다.
“멋지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일 줄은 몰랐어.”
그는 호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호수가 아름다워 봤자 호수지.”
마르타는 지루한 듯 호수에서 눈을 뗀 뒤 버렌에게 메뉴판을 넘겨주었다.
“다들 밥이나 시키고 구경해!”
그녀는 점원에게 피해 주지 말고, 빨리 주문부터 하라고 외쳤다.
“음….”
루난은 호수를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저기서 자면 기분 좋을 거 같아.”
그녀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호수 중앙에 눕고 싶다며 발을 까딱였다. 생각만 해도 잠이 오는지 눈을 꿈벅이기 시작했다.
“따뜻해 보여도 들어가면 추울 거예요.”
크레인이 아직 추운 시기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뭐, 우리는 수련을 해서 쉽게 빠지지 않겠지만.”
그는 자신감 넘치는 턱짓을 하며 히죽 웃었다.
“음?”
라온은 메뉴판을 보다 말고 고개를 들어 크레인을 보았다.
-무얼 하는 것이냐! 식사 주문은 신성한 업무이니라! 소고기 소녀의 말대로 일단 주문에 집중하거라!
녀석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듯 경건한 자세로 메뉴판을 살폈다.
-본왕은 통돼지 젤리 구이와 오이고추 양갈비를 먹고 싶으니라!
‘이름들이 좀 불안한데, 돼지 젤리 구이에 오이고추 양갈비….’
-본래 음식이란 새로운 도전이니라. 본왕이 네놈의 안계를 넓혀줄 테니, 빨리 주문부터 하거라!
‘에휴….’
시키지 않으면 계속 징징댈 것 같아서 라스가 말한 음식들을 주문했다.
세 명의 점원이 광풍단의 모든 주문을 받고 돌아갔을 때 크레인에게 손짓했다.
“크레인.”
“예?”
“아까 물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고 했었지?”
“예? 하, 하긴 했는데….”
크레인은 불길함을 느낀 듯 입술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이 좋네.”
라온이 들뜬 웃음을 그리며 일어섰다. 크레인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부, 부단주님?”
크레인이 시선을 올리며 손톱을 깨물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했으니까. 잠깐 수련 좀 할까?”
“예?”
“네가 호수 위에서 가만히 30초를 버틴다면 아리안 가문까지 가는 동안 훈련 안 할게.”
“허억!”
“훈련을 안 한다고?”
“저, 정말이십니까?”
이 호수까지 오면서도 꾸준히 훈련을 시켰기에 크레인만이 아니라, 광풍단 전체가 눈을 부릅떴다.
“대신 못 버티면 오늘 밤까지 전부 저 호수에서 수련하는 거야.”
라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0초….”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티지!”
“할 만해!”
광풍단은 30초 정도는 간단하다고 말하며 크레인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냈다.
“끄으윽….”
크레인은 광풍단의 광기 어린 시선에 위축되어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이 멍청한 것들!
라스가 고개를 홱 내밀고 광풍단에게 소리를 쳤다.
-이놈은 100년 묶은 구렁이이니라! 속지 마라! 다른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하느니라!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라스를 밀어버리고 크레인를 내려다보았다.
“할 거야?”
“하겠습니다. 잠시 준비를….”
“준비는 필요 없어.”
라온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크레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자, 잠깐만….”
“기대하마.”
그대로 크레인을 들어서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인간의 경계를 벗어난 근력을 이용했기에 그는 공처럼 날아가 호수의 중앙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어어어어억!”
크레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무인답게 허공에서 균형을 잡고 발로 호수에 떨어졌다.
처어엉!
다만 라온의 무식할 정도의 힘에 하체까지 잠기는 바람에 지금까지 배웠던 수면에 뜨는 보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바로 가라앉았다.
“끄에에에엑!”
크레인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허우적거렸다.
“추, 추워! 얼어 뒈지겠어요!”
“자, 실패.”
라온이 뒤를 돌았다. 호수보다 더 차디찬 미소를 지으며 광풍단을 굽어보았다.
“자, 잠깐만 던진다고는 안 했잖아!”
“네 무식한 힘으로 갑자기 던지면 누구라도 못 버티지!”
“라온 치사빵구.”
버렌과 마르타, 루난이 모두가 불합리한 일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실전에서도 치사하다고 할 거야?”
“윽….”
“그건….”
“…….”
실전이라는 말이 나오자, 세 조장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거기다 난 안 던진다고 한 적이 없어.”
라온은 그 말을 하면서 크레인 옆에 앉아 있던 도리안의 목덜미를 잡았다.
“에엑? 저, 저는 아직 준비가….”
“하나, 둘, 셋 하면 던진다.”
“허어억….”
“셋.”
도리안이 숨을 고를 때 셋이라고만 외치고 창밖으로 내던졌다.
“끄아아아아악!”
도리안은 비명을 지르면서 용케 몸을 뒤집어 호수에 떨어졌다. 그래도 익스퍼트 최상급이라고 크레인과 달리 발목까지만 물에 박혔다.
“으에엑! 어, 얼어 죽겠어요!”
“너희가 물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외부의 힘이 작용하면 아직 버티기 힘들지.”
라온은 도리안의 괴성을 들으며 손뼉을 쳤다.
“즉, 수련이 한참 부족하다는 뜻이다. 내가 던지기 전에 알아서 수련을 시작하도록.”
“저도 던져주십시오!”
마크 괴튼은 본인도 크레인이나 도리안처럼 던져달라며 달려왔다.
‘이래서 마음에 든다니까.’
그는 따르겠다고 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수련을 허투루 한 적이 없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좋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전력을 다해 마크 괴튼을 던졌다.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어 있음에도 그는 마스터답게 허공에서 몸을 제어해 발로 호수에 떨어져 내렸다.
파아아아앙!
수면이 폭발한 듯 많은 물이 튀기긴 했지만, 크레인이나, 도리안과 달리 안전하게 물 위로 안착했다.
“가, 가자!”
“으아아아악!”
“빌어먹을 광풍단….”
“제기랄!”
광풍단 검사들은 마크 괴튼처럼 던져지기 싫은 듯 악을 지르면서 호수를 향해 뛰어들었다.
“우리도 가자!”
“끄응….”
유아와 율리우스도 창문을 넘어 호수로 뛰어들었다.
열 개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광풍단이 모두 호수에 뛰어들어 남은 사람은 라온 뿐이었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호수에 뛰어들어서 걷거나 뛰기 시작한 광풍단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저, 저게 뭐 하는 짓이래?”
“이 날씨에 호수에 들어가다니, 미친 거 아니야?”
“대체 누군데 저런 정신 나간 짓을….”
“미친 게 맞아.”
사람들이 당황할 때 식당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바로 지그하르트의 광견단일세.”
“광견?”
“지그하르트에 그런 단도 있었나?”
“아! 맞아! 광풍단을 광견이라고 부른다고 했었어!”
“맞네.”
주인이 라온의 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웬 왕국에서 벌어진 결투 대련에서 보여준 독한 광기와 정신 나간 수련을 하는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저들을 광풍이 아니라, 광견이라 부르고 있지.”
“누가 정했는지 잘 어울리는데….”
“그러게. 미친개라는 말이 딱 맞아.”
사람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놈이 광견이래!”
마르타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는지 식당 쪽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 그럼 저 여자가 바로 나찰녀?”
“그래. 딱 보이네. 눈빛이 광기로 물들어 있어….”
“나, 나찰. 이름부터가….”
“나찰녀가 아니라 나찰검이야!”
마르타는 당장 쫓아올 것처럼 발을 굴러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광견이라는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지 않느냐!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
‘어쩔 수 없어.’
라온이 차가운 물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려는 광풍단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죽음의 늪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제 몸은 간수할 수 있게 만들어 두는 건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거기다 그곳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아.’
아리안 가문은 옛 영광을 잊고 나태로 가득 찬 상태다.
그들에게 약점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에 늪에서 뜨는 기술만큼은 완성 시키고 싶었다.
라온은 뒤를 돌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점원에게 손을 저었다.
“미안하지만 음식은 1시간 뒤에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아, 예!”
점원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 한 시간 뒤?
라스가 턱을 바들바들 떨며 달려들었다.
-본왕도 좀 그만 괴롭혀라!
* * *
꾸준한 훈련 덕분에 광풍단은 아리안 가문에 도착하기 전에 물 위에서 뜰 수 있는 보법을 익힐 수 있었다.
가만히 떠 있는 건 무리지만, 보법을 밟는다면 빠지지 않고 꽤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라온은 아직 아리안 가문에 도착하지도 않았음에도 질퍽한 늪으로 차오른 길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역시 이쪽도 올라왔군.’
죽음의 늪 수위가 높아졌다고 들었을 때부터 다른 곳도 높이가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뭐, 뭐야! 길이 없잖아!”
버렌은 길 없이 늪으로 가득 찬 곳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여기부터 늪이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
마르타도 당황한 듯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부드러우려나?”
루난은 늪을 침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는 이 늪을 걸어가야 한다는 건가?”
“그렇지. 길이 없어졌으니까.”
“응.”
세 사람은 이미 물 위를 걷는 보법에 적응했기에 평온한 안색으로 늪을 밟고 섰다.
“여기는 쉽네.”
“그러게.”
“물에서 연습했으니까. 늪지 정도야 간단하지.”
크으, 수련한 보람이 있어. 가슴이 웅장해진다.“
광풍단원들도 버렌과 마르타, 루난의 뒤를 따라 늪지를 밟았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늪지 위에 뜬 본인들의 모습에 감탄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직 어려워요.”
“끄응….”
유아와 율리우스는 마크 괴튼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늪지 위에 설 수 있었다.
라온이 앞으로 나가서 뒤를 돌았다. 광풍단과 눈을 마주치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너희들이 늪지에 서 있을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인지 알고 있겠지? 내가 다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잖아.”
그 말에 광풍단의 눈동자에 샛노란 광기가 타올랐다.
“크으윽!”
“진짜 개고생을 했는데….”
“열받아. 할 말이 없는 게 더 열받아!”
“저 얄미운 자식….”
광풍단은 라온에게 수없이 당한 기억에 입술을 깨물면서도,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에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가자.”
라온이 피식 웃으며 서쪽을 손짓했다.
“아리안 가문에서 마중을 나오겠지만,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지.”
그의 손짓을 따라 광풍단이 아리안 가문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라온에 대한 열이 차오른 속과 달리 늪지를 걷는 광풍단의 걸음은 평지를 걷는 듯 부드러웠다.
* * *
아리안 가문의 가주전.
지그하르트보다 더 화려한 붉은색 방안으로 황색 제복을 입은 검사가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 지그하르트에서 출발한 지원대가 가문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검사는 단상을 보며 날카로운 눈동자를 빛냈다.
“레인저들을 보내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
단상 위에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차가운 눈빛만 쏘아져 왔다.
“네가 그들을 불렀으니, 그것도 네 마음대로 하지 그러냐.”
“가주님….”
“늪지의 수위가 높아지고,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나는 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귀찮게 지그하르트를 부르다니!”
단상 위에서는 화가 가득 차오른 음성이 터져 나왔다.
“별일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백성들에게 큰 피해가 갑니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가문과 늪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너야 밖에서 검을 휘두르면 그만이지만, 그들을 맞는 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어린놈들에게 알랑방귀를 뀌는 게 쉬운 일인지 아느냐!”
“…죄송합니다.”
“쯧.”
단상 위에 있던 남성이 혀를 차고 손을 저었다.
“내가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끝은 봐야겠지. 레인저와 마차를 가지고 가서 지그하르트 검사들을 맞이하도록.”
“감사합니다.”
검사가 고개를 숙였다. 바로 일어나서 알현실을 나가는데, 뒤에서 작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정말 왜 저렇게 귀찮은 일을 벌이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러게요. 검열만으로도 짜증 나는데….”
“이 늪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웬디는 예전부터 일을 저지르는 걸 좋아했죠.”
검사는 못 들은 척 입술을 꾹 깨물며 가주전을 나섰다. 외부로 나가니 두 명의 레인저가 기다리고 있었다.
“프리카.”
“예.”
그녀의 부름에 적발의 레인저가 고개를 숙였다.
“부탁할게. 조심히 모셔와.”
“걱정하지 마세요.”
프리카라 불린 레인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웰리스, 장난은 치지 말고.”
“제가 지그하르트 분들께 어떻게 장난을 쳐요. 자연의 신고식에 몇 명이 빠질지는 모르지만….”
웰리스라 불린 흑발의 레인저가 히죽 웃었다.
“그거 하지 말라고.”
“제가 안 건드려도 알아서 빠질 텐데요?”
“프리카. 너만 믿을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프리카가 고개를 숙이고서 웰리스와 레인저들을 데리고 동쪽 성문을 향했다.
그들의 뒤에는 발에 물갈퀴가 달린 말이 따라왔다.
“가자!”
레인저들은 말이 끄는 마차에 큼지막한 짐들을 실은 뒤에 아리안 가문을 떠났다.
“후우….”
여검사는 떠나는 레인저를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웰리스가 저런 표정으로 나가면 꼭 몇 명씩은 진흙 범벅이 되어서 이곳으로 오게 된다.
얼굴들을 보니, 이번에도 신고식 삼아 장난을 칠 생각인 것 같았다.
‘적당히 끝내야 할 텐데.’
* * *
프리카가 바닥에 차오른 늪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쪽도 늪의 수위가 높아졌네.”
“오도 가도 못하고 있겠는데?”
웰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로 손짓을 했다. 말을 몰며 따라오던 레인저들의 속도가 빨라졌다.
“누가 올 것 같아?”
프리카가 이마까지 드리운 수풀을 치우며 옆을 보았다.
“글쎄. 지그하르트에서 우리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단 중에서 하나가 오겠지.”
아리안이 지그하르트의 봉신 가문이기는 하지만 서로 왕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이쪽도 딱힌 큰일이 벌어진 건 아니었기에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보내는 상납금이 얼만데, 좀 되는 사람을 보내겠지. 최근 가장 유명하다는 광풍단이 오는 거 아니야?”
“그 귀한 사람들을 별것도 아닌 이쪽에 보내겠냐. 적당한 단을 보냈겠지.”
“혹시 모르잖아. 뭐, 누가 오던 꽤 고생하겠지만.”
웰리스가 볼을 긁적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거야 그렇지.”
프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대륙 중심과 다르니까.’
아리안 가문은 사방이 다 늪지로 채워져 있다. 지금은 그 수위까지 올라서 이곳에서 오랜 기간 산 레인저들도 늪지 부츠가 없다면 움직이기 힘들었다.
말 그대로 자연의 신고식. 아무리 지그하르트에서 온 무인들이라고 해도 지금 이곳을 이동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금 더 속도를 높여. 오늘 안으로 동쪽 늪지를 벗어난다.”
“예!”
프리카의 지시에 웰리스와 레인저들은 쉬지 않고 동쪽의 끝으로 달렸다.
오후가 다 끝나고 저녁이 될 때쯤 그들의 앞으로 다수의 인영이 나타났다.
“정지!”
앞장서서 달리던 웰리스가 손을 들어 모두를 멈춰 세웠다.
“뭐지?”
프리카가 앞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우리 말고 나갔던 정찰대가 있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아리안 가문에 있는 정찰대라고 해봐야 셋이다. 나머지 둘이 나갔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으니, 저들이 정찰대일 리는 없었다.
“상인들도 아니야.”
웰리스가 이런 상황에 움직일 상인들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계하고 대기.”
프리카가 등에 메고 있던 활을 들며 숨을 골랐다.
처음에는 지그하르트의 검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늪지를 가볍게 걸어오는 모습을 볼 때 이곳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레인저들더 자세를 낮추고 경계를 하고 있을 때 안개가 걷히고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금발적안의 굉장한 미남자였는데, 사람이 아닌 듯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귀신이라고 생각하며 시선을 내릴 때 그의 가슴에 박힌 불타는 검의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지그하르트?’
그럼 저 사람은….
바로 떠올랐다. 지금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젊은 무인 중 하나 백검룡 라온 지그하르트와 광풍단이 분명했다.
‘그, 그런데 왜….’
라온 지그하르트야 마스터의 경지이니 이곳을 걷는 게 문제없지만, 그 뒤에 있는 다른 검사들도 평지처럼 자연스럽게 늪을 걸어오고 있었다.
어린 두 아이는 조금 버거워 보였지만 광풍단 모두는 특수 부츠를 신은 자신들보다 더 평온하게 늪을 걸었다.
“어….”
“뭐, 뭐지?”
“늪지를 저렇게 쉽게 걷는다고?”
“이게 무슨….”
웰리스와 레인저들도 깜짝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허!”
프리카는 활을 든 손을 내리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들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