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394)
제394화
버렌은 조각나서 가라앉는 데스나이트의 육체를 보며 턱을 떨었다.
‘데스나이트가 일격에?’
저게 가능한 일이었어?
데스나이트와 검을 겨뤄보았기에 알 수 있다. 놈은 강하다. 그저 죽음의 기운만 강한 게 아니라, 검술의 경지도 높았다.
광풍단 전체와 마크 괴튼까지 가볍게 날려버리며 중귀의 특징인 녹색 화안을 드러냈던 괴물이 일격에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저놈은 대체 뭐지?’
라온이 강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귀에 오른 데스나이트를. 그것도 늪의 힘을 얻은 특별한 데스나이트를 일격에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저 망할….”
마르타가 라온을 노려보며 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괴물 자식!’
점점 더 강해지는 데스나이트의 기운에 대광풍진이 깨지려고 할 때 라온이 앞으로 나왔다.
뒤로 물러나라는 듯한 눈빛에 분하면서도 너도 당해보라는 불온한 마음을 가졌었다.
싸우면서 성장하는 데스나이트는 처음이니, 라온이라고 해도 쉽게 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평소처럼 불 지랄 얼음 지랄을 할 줄 알았는데.’
라온의 전투 방식은 지 얼굴만큼이나 화려하다. 이번에도 불과 얼음을 뿜어내며 싸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한 번의 발검술로 데스나이트의 심혼을 갈랐다.
제 눈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봤음에도 믿기지 않는 무력이었다.
“와아….”
루난은 평소보다 더 맹한 눈빛으로 동그랗게 입을 벌렸다.
“오늘은 정말 존잘 라온이네.”
엔시아가 무조건 라온 앞에 존잘이라고 붙여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별 의미 없이 불렀지만, 오늘은 정말 존잘로 보였다.
안개 속에서 휘날리는 흑룡포와 사선으로 제천검을 내리고 있는 라온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그 아름다운 외모보다 더 생각나는 건 데스나이트를 일격에 베었던 발검술이다.
그 검격에 깃들어 있던 파괴적인 힘과 정확성에 지금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부단주님! 그렇게 쉽게 잡으면 우리가 뭐가 돼요!”
“저거 정말 데스나이트 맞았어?”
“그건 맞아! 우리 다 죽을 뻔했잖아!”
“거기다 점점 강해지는 괴물이었지.”
“근데 왜 일격에 뒈지는 건데!”
광풍단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모두 눈을 부릅뜬 채 라온을 바라보았다.
“허어어….”
“내,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저게 백검룡의 진짜 실력인가….”
“대륙십이성을 발아래에 둔다더니….”
프리카를 비롯한 레인저들 역시 놀라서 늪지에 주저앉은 채 턱을 떨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도련님!”
“가, 감동적인 발검술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아와 율리우스는 활짝 웃으며 방방 뛰었고, 마크 괴튼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라온은 두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주고서,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제천검을 보았다.
‘나쁘지 않네.’
처음으로 만화공의 불꽃과 어둠에서 피어난 신성을 섞어서 발검술을 써봤는데, 그 효과가 생각 이상이다.
중귀 수준의 데스나이트. 그것도 이 늪의 힘을 받아 강화된 놈이 반항조차 못 하고 바스러질 줄은 몰랐다.
‘흑탑을 찌를 수 있는 큰 힘을 얻었어.’
발검술 한 번에 동이 날 정도로 신성력이 적지만 앞으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 얌생이 같은 놈!
라스가 이를 갈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또 뭔데.’
-네놈이 처리하면 어떻게 하느냐!
‘너도 위험하다고 했잖아.’
지 부하들이 위험하다고 손짓까지 해 놓고,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네놈이 대놓고 나설 필요 없이 뒤에서 비도만 날려 줬어도 충분했을 것이니라!
라스는 애들 기회를 빼앗는 족제비 같은 놈이라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이상한데?’
뒤에서 지원만 해줬어도 데스나이트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보다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잠시도 지루함을 못 참는 성격파탄자가 저런 말을 한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이놈이 싫어하는 거라면…아!’
라온이 라스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데스나이트를 잡고 얻을 보상 때문에 난리가 난 거였군.’
-히끅!
라스는 정곡을 찔린 듯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솜뭉치 같은 몸이 바람을 탄 듯 흔들렸다.
-무, 무슨 헛소리냐! 본왕이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어, 없지 않느냐.
‘당황하는 거 보니까 맞네.’
-아니라고, 본왕은 그런 거 신경도 안 쓰느니라….
녀석은 개미가 기어가는 듯 목소리를 낮추며 얼음꽃 팔찌 속으로 몸을 숨겼다.
예상대로다. 라스는 데스나이트를 잡은 뒤 얻게 될 능력치가 아까워서 광풍단에게 기회를 안 줬다는 헛소리를 한 것이다.
‘하여튼 귀엽지 않다니까.’
라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보았다.
텅 빈 안구에서 아주 옅은 녹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전리품이지.’
데스나이트를 잡았을 때 얻는 전리품이 바로 이 두개골이다.
안구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옅게 남아 있어서 데스나이트를 잡았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으로 굉장히 비싼 값에 팔린다.
‘혹시 모르니까. 더 챙겨놓는 게 좋겠지.’
라온이 마크 괴튼에게 손짓을 했다.
“조금 전에 잡으셨던 듀라한이랑 말의 머리를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마크 괴튼이 늪지 위에 떠있는 덩굴에 처박아 두었던 듀라한의 시체에서 머리를 가져왔다.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에서 시뻘건 눈동자가 번쩍였다.
‘이 두 개면 충분하겠지.’
중귀에 오른 데스나이트의 두개골과 이 거대한 듀라한의 머리통이 있다면 아리안 가문에서 주도권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화아아아아!
라온은 글래시아의 냉기를 극성으로 끌러 올리며 설화의 감각을 운용했다.
사방으로 기감을 펼쳐봤지만, 언데드 몬스터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늪도 가라앉고 있고.’
문제를 일으켰던 데스나이트를 제거했기 때문인지 늪의 수위도 아주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다 끝났군.’
데스나이트와 숫자가 늘어난 언데드들을 모조리 처치했고, 늪도 가라앉고 있으니, 모든 일이 끝났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라온이 데스나이트의 두개골과 듀라한의 머리통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뒤를 돌았다.
“광풍단.”
그의 부름에 내상을 가라앉히던 광풍단이 정렬했다.
“으….”
“끄응.”
광풍단은 불길함을 느꼈는지 라온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마른침만 꼴깍 삼켰다.
“아쉽게 됐다. 그래도 전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잘 봤다.”
의외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라온의 음성에 광풍단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수고했어.”
“우오오오오!”
“감사합니다!”
“역시 부단주님이야!”
라온이 추가 훈련 대신 수고했다고 말하자 광풍단의 분위기가 바람을 탄 꽃잎처럼 경쾌해졌다.
“다만….”
라온은 광풍단이 들뜨기 시작할 때 손을 들어 올렸다.
“데스나이트를 못 잡은 것도 사실이지. 난 분명 처리하라고 했으니까.”
“바, 방금 열심히 했다고.”
“그래. 최선을 다했다고 했잖습니까!”
광풍단이 떨리는 입술로 반박을 했지만, 당연히도 라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난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좋아해. 어떻게든 처치했어야지.”
“우리가 그 놈을 어떻게 처리해! 데스나이트라고!”
“그것도 보통 놈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괴물이었잖아!”
“머리가 점점 커졌어….”
버렌과 마르타, 루난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다 수련이 부족해서야. 난 일검에 벴잖아.”
“끄윽!”
“제기랄!”
“내 잠….”
괴물이라던 데스나이트를 일격에 베어버린 라온의 말이었기에 광풍단은 그 반박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돌아가는 대로 특별 메뉴를 준비해주지. 기대해.”
“흐윽….”
“빌어먹을.”
“인생 하….”
광풍단은 가문으로 복귀한 이후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성격 정말 더럽느니라.
라스가 다시 팔찌 위로 올라오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계에도 드물 정도인 사악하디 사악한 악마….
녀석이 지독하다고 말을 할 때 메시지가 튀어 올랐다.
[서로 다른 힘을 조화시켜 강한 적을 일격에 처치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포인트 상승합니다.] [발검술 성취가 상승합니다.]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처음으로 오러와 신성을 조화시켜 데스나이트를 일격에 잡았기에 주는 보상 같았다.
‘근데….’
타이밍 죽이네.
팔찌로 도망 쳤던 라스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보상이 올라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이, 이래서 안 나오려고 한 건데!
라스는 그 메시지를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저 꼬맹이들도, 본왕도 그만 좀 괴롭히거라!
* * *
아리안 가문의 알현실.
위겐은 개구리처럼 튀어나온 배에 손을 얹은 채 입맛을 다셨다.
“제대로 되고 있겠지?”
그는 불안함을 느낀 듯 손을 뻗어서 큼지막한 소갈비를 통째로 물어뜯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베인더가 시선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래도 뭔가 불안하단 말이야.”
위겐은 기름기로 떡칠된 입술을 핥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설사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상관없다니?”
“가주님의 훌륭한 언변으로 그깟 꼬마들 정도는 얼마든지 구워삶을 수 있지 않습니까.”
베인더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거기다 저희의 뒤에는 그분이 계시니, 아무리 백검룡이라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겁니다.”
“커험! 그야 그렇지!”
위겐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괜히 뇌물을 뿌린 게 아니니까.’
아리안 가문이 선대로부터 내려온 의무를 무시하고 지낼 수 있던 것도 모두 지그하르트의 간부들에게 뇌물을 뿌린 덕분이다.
이젠 열심히 돈을 뿌려서 키운 열매를 수확할 때였다.
“베인더의 말이 맞습니다!”
“라온이라는 놈이 어떤 성격인지 알았느니, 이제 쉽게 다룰 수 있을 겁니다.”
“제깟 놈들이 압박을 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겠어요. 우리 뒤에 누가 있는데!”
총관이나, 재정관, 보급관들 역시 위겐에게 아부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분께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가주님만 믿겠습니다.”
베인더는 눈꺼풀을 내려 눈빛을 감춘 채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래. 나만 믿으라고!”
위겐은 간부들의 아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안 가문의 간부들이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즐기고 있을 때 문 뒤에 서 있던 웬디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가주전을 나섰다.
* * *
라온은 천천히 열리는 아리안 가문의 성문을 보며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 안에서 데스나이트의 두개골과 듀라한의 머리통을 꺼내 버렌과 도리안에게 건네주었다.
“음?”
“히이익!”
버렌은 가볍게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받았고, 도리안은 듀리한의 머리통을 들며 기겁을 했다.
“이걸 왜?”
“이곳의 사람들도 알아야지.”
라온이 차가운 눈빛으로 성문 안쪽을 바라보았다.
“위겐과 간부들이 이 가문을 멸망시킬 뻔했다는 걸.”
열린 문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웬디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라온 님. 오셨… 어?”
고개를 숙이던 그녀는 버렌과 도리안의 손에 들린 데스나이트의 두개골과 듀라한의 머리통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데, 데스나이트! 그것도 중귀?”
웬디는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보고 실성한 듯 전신을 떨었다.
“데, 데스나이트라고?”
“저거 봐! 지, 진짜야!”
“노, 녹색 안광이면 중귀잖아!”
“저런 게 죽음의 늪에 있었다고?”
웬디의 뒤에 서 있던 검사와 주민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서, 설마 늪에 그 데스나이트가 있었던 겁니까?”
“네. 늪의 끝에 세워진 기둥에 있더군요.”
라온이 늪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목소리에 오러를 실어서 웬디만이 아니라, 성문에 모여든 모두에게 들리게 만들었다.
“프리카.”
웬디가 우측에 서 있는 프리카를 보았다. 프리카는 모두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윽….”
그녀는 여러 감정을 느꼈는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뺨과 귓불이 뻘게졌다.
“후우!”
웬디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었다. 단호해진 눈빛으로 손을 들었다.
“알현실로 가시죠.”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웬디의 뒤를 따라 가주전으로 향했다.
주민들은 영웅의 귀환을 환영하듯 환호를 지르며 광풍단에게 감사하다고 했지만, 점차 간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듀라한과 데스나이트!”
“죽음의 늪이 그렇게 변했다니….”
“위, 윗분들은 별일 없다고 했었는데….”
“거봐! 내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별일이 없는데 왜 늪의 수위가 올라가냐고!”
“포도도 시들시들해졌었지.”
“간부 놈들….”
“웬디 님께 힘을 실어 드려야 했었나.”
라온은 사위에서 전해지는 사람들의 불안함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되고 있군.’
이 가문을 바꾸기 위해서는 위에 누운 돼지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깔린 사람들의 심리도 바꿔야 한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듀라한의 머리통이 그 생각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라온은 의문과 불안이 더 크게 타오르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웬디는 노크조차 하지 않고 알현실의 문을 열었다.
회의하듯 단상 위에 모여 있는 가주 위겐과 아리안 가문의 간부들이 보였다. 상황을 보니, 이미 소식이 들어간 것 같았다.
“오오….”
위겐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 수고하셨소!”
그는 처음 왔을 때와 달리 대우를 해주듯 손을 모은 채 말을 높였다.
“고, 고생하셨습니다!”
“데스나이트를 잡다니, 광풍단의 용맹은 소문 그대로였군요!”
“이 아리안 가문을 위해 힘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부들도 파리처럼 손을 싹싹 비비며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차가운 눈빛을 보내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도리안.”
라온은 옅게 웃으며 오른쪽으로 손을 뻗었다. 도리안이 손가락만으로 들고 있던 듀라한의 머리통을 넘겨주었다.
듀라한의 머리통을 잡고, 그대로 단상 위로 던졌다.
파아앙!
단상 위에서 거짓 웃음을 흘리던 돼지들의 머리 위로 듀라한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핏물이 뿌려졌다.
“으아아아악!”
“무, 무슨 짓이야!”
“이히익! 이거 살아 있는 거 아니야!”
죽은 뒤에도 시뻘건 안광이 번들거리는 듀라한과 눈을 마주친 간부들이 기겁하며 주저앉았다.
저벅.
라온은 알현실 중앙의 붉은 카펫을 짓이기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의 어깨 위로 불편함을 담아낸 건조한 기파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허억!”
“끄으….”
“으윽!”
섬뜩한 기세에 짓눌린 간부들은 발광을 멈춘 채 곧 죽을 듯한 표정으로 덜덜 떨었다.
라온은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단상의 정상에 올라갔다.
의자에 앉은 채 버둥거리는 위겐에게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내밀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녹색불이 번쩍였다.
“끄아아악!”
당황한 위겐의 묵직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옥좌가 뒤로 넘어갔다.
“죽음의 늪 끝에서 태어난 데스나이트입니다.”
라온이 위겐이 앉아 있던 옥좌를 끌어당겨 그 위에 데스나이트의 투구를 올려놓았다.
“황전대주가 저희를 부르지 않았다면 이 머리는 당신들의 시체를 밟고서 이 옥좌에 앉게 되었겠죠.”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은 그 말을 증명하듯 아직 꺼지지 않은 녹색 불꽃을 일으켰다.
“웨, 웬디라면 그런 것쯤 처리할 수 있었을 거요!”
위겐은 의자에 세워진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입술을 떨었다.
라온의 입매에 비웃음이 피어났다.
“급도 모르는 건가.”
데스나이트 두개골의 텅 빈 안구에서 피어나는 녹안을 보고서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머리조차 비운 것 같았다.
“…저는 이길 수 없습니다.”
웬디가 뒤에 선 채로 고개를 숙였다. 가문에 대한 창피함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프, 프리카! 네가 말해봐라! 저 데스나이트는….”
“저건 중귀의 데스나이트입니다. 거기다 듀라한도 두 놈이나 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대로 쳐들어왔다면 저희는 전멸했을 겁니다….”
프리카는 조금의 가감도 없이 그가 보았던 이야기들을 전했다.
“아….”
“으윽!”
레인저들이 말해준 진실에 간부들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라온이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위겐이 앉아 있었던 옥좌에 손을 얹었다.
쿠구구궁!
손에 담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거대한 철제 옥좌가 고철처럼 찌그러져서 뭉개졌다.
“위겐 아리안 당신은 이 옥좌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지그하르트에서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당신의 지위를 박탈하겠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위겐이 어깨를 떨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사이에 더 차오른 턱살과 뱃살이 출렁였다.
“내가 이 가문의 가주인데, 네가 무슨 권리로!”
그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이를 갈았다.
“권리? 당신에게….”
“권리는 지랄!”
라온이 코웃음을 치고 입을 열려고 할 때 마르타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이 차오른 눈동자를 불태우며 단상 위를 올라왔다.
“이 돼지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돼, 돼지? 이 어린 계집이!”
“너 때문에 이 가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을 뻔했는데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
“네가 뭘 안다고…”
“알아 이 돼야지 새끼야!”
마르타는 땅을 박차고 뛰어 위겐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어어억!
위겐은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한 채 주먹에 얻어맞고 바닥에 처박혔다.
“꾸에에엑!”
그는 정말 돼지 멱따는 소리를 흘리며 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라온은 분노로 가득한 마르타의 등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옛 생각이 난 건가.’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녀가 살던 마을이 백혈교에게 멸망당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위겐이 빠진 이를 드러내며 삿대질을 해 왔다.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누가 있는데.”
라온이 서슬 퍼런 눈동자를 빛내며 단상을 걸어 내려갔다. 숨 쉬듯 자연스레 퍼지는 패왕의 기파에 알현실 전체에 오싹한 한기가 피어났다.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