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471)
제471화
라온은 단상 위에 서서 연무장을 굽어보았다.
광풍대 검사들이 각자 공간을 나눈 채 글렌에게 받은 무학을 연마하고 있었다.
눈앞에 적이 있는 듯 살벌한 기세. 검사들은 초식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했다.
‘조언할 필요가 없군.’
평소 정신이 산만한 도리안과 크레인조차 극도로 집중하여 검을 휘두르고 있을 정도이기에 조언이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았다.
‘하긴 이게 당연하지.’
라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나운 검명이 몰아치는 우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서 저런 훈련을 하고 있으니까.’
버렌, 마르타, 루난이 마크 괴튼과 대련을 벌이고 있었는데, 너무 과격하여 실전을 보는 듯했다.
“으아아아아!”
버렌이 오러가 가득 차오른 검으로 마크 괴튼의 목을 노렸다. 삭풍검의 절기. 삭절추혈이었다.
캬앙!
마크 괴튼이 목을 향해 굽어지는 버렌의 검날을 쳐낸 순간 좌측에서 마르타가 공간을 파고들어 왔다.
치이이잉!
마르타의 검에 맺힌 타이탄의 오러가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마크 괴튼의 어깨를 찔러 갔다.
터엉!
마크 괴튼이 발뒤꿈치로 보법을 밟았다. 마르타의 기습을 흘리는 절묘한 한 수였지만, 아직 그녀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우우우웅!
찰나의 순간 광폭화를 일으키며 검에 맺힌 오러의 크기를 대폭 늘렸다.
“으음!”
마크 괴튼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신음을 흘리며 어깨에 오러의 방패를 만들었다.
쩌어어어엉!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마르타가 뒤로 튕겨 나갔다.
치이이잉!
마크 괴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르타를 향해 도를 내리쳤다.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도격이 마르타를 가르려는 순간 바닥과 허공에서 은빛 서리가 피어나며 그의 매서운 도를 막아섰다.
쩌저저적!
산산조각으로 깨진 얼음 조각들이 푸른 오러를 휘감은 채 마크 괴튼을 향해 쏟아졌다.
“절묘하군….”
마크 괴튼이 오러의 막으로 서리를 깨부수는 것에 집중하자, 우측에서 매서운 검기가 공간을 찔러왔다.
후우우우웅!
루난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서늘한 눈빛으로 마크 괴튼의 하체를 노리고 있었다.
“그대로 가!”
“뒤를 받쳐줄게!”
마르타와 버렌이 루난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달리며 각자의 절기를 내리쳤다.
“아직 멀었어.”
마크 괴튼이 입술을 깨물며 거대한 오러의 불러왔다.
쿠와아아앙!
강렬한 도격과 검격들이 맞부딪치며 무시무시한 오러의 파동이 일어났다.
양보 따위는 없었다.
버렌, 마르타, 루난은 전력의 마크 괴튼을 꺾고 싶어 했고, 마크 괴튼은 강기 없이 세 사람을 이기고 싶어했기에 모두의 눈동자엔 투지만이 가득했다.
라온은 머리칼을 스치는 거친 바람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저러고 싸우는데, 멍하니 있을 수가 없지.’
마크 괴튼과 세 조장은 하루종일 일대일 대련과 삼대일 대련을 반복한다.
옆에서 죽어라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 다른 검사들도 전장에 나온 것처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아와 율리우스가 도괴에게 기초적인 가르침을 받고 있었는데, 별관에 있을 때와 달리 눈빛에 진중함이 가득 차 있었다.
저 아이들 역시 실전을 겪으며 무력과 정신 모두 성장한 것 같았다.
‘이제야 좀 무력대 같네.’
조장들은 추가훈련까지 하면서 모범을 보이고, 그 모습을 본 조원들도 해가 질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후배도 선배들의 등을 보며 달리고 있기에 완벽한 무력 단체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딱 하나만 빼고.’
라온이 인상을 구기며 뒤를 돌아보았다.
“흐아아아암!”
리메르가 단상 위에 드러누운 채 입이 찢어질 듯 하품을 하고 있었다.
“후우….”
조장도, 조원도, 총무도 다 최선을 다해서 수련하고 있는데, 놀고먹는 대주를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단주님.”
라온이 눈을 가늘게 내리며 리메르를 불렀다.
“나 대준데?”
“단주 때와 변하질 않아서 아직 단주인 줄 알았네요.”
“그러냐.”
리메르는 느긋한 성격답게 ‘그럴 수 있지 뭐.’라고 중얼거렸다.
“대주님은 수련 안 하십니까?”
“지금 하는 중이잖아.”
“예?”
조금 전까지 꾸벅꾸벅 졸아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저 귀때기. 슬로스가 보면 친구 먹자고 할 놈이니라.
라스는 슬로스와 리메르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수련을 하신다는 겁니까?”
“심상 수련.”
리메르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 위로 진한 뇌기가 번쩍이며 튀었다.
“내 심상 속에서 뇌기와 바람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생각하고 있는 중….”
“입에 침이나 닦아요.”
“어, 응.”
리메르가 소매로 입가를 쓱쓱 문질렀다.
“어쨌든 나는 수련 중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일이나 하셔.”
부끄럽다는 표정도 없는 걸 보면 그릇 하나는 거대한 사람이다.
라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시선을 돌렸다.
‘하긴 바보는 아니니까.’
저렇게 보여도 몸을 망가뜨릴 사람은 아니다. 리메르에게 신뢰 아닌 신뢰를 보내면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내가 할 일이라….’
육체는 건드릴 필요가 없고, 검술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단련하는 중이며, 명상을 통해 심상까지 다듬고 있었다.
딱히 부족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아직 큰 빈틈이 하나 있었다.
‘속성의 연계.’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불과 얼음은 상반되는 속성이다.
육체와 마나회로, 단전이 강하게 단련되어 있어도 만화공을 사용한 뒤 글래시아를 운용하면 내부에 매서운 충격이 올 수밖에 없었다.
‘아픈 건 참을 수 있지만, 운용이 느려.’
전생부터 고통에는 익숙하기에 통증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불을 사용한 뒤 바로 냉기를 쓰다 보면 오러의 운용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지게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해.’
검계현신에 불과 얼음을 동시에 사용하려면 두 속성을 한 번에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 보였다.
‘그럼….’
라온이 눈을 내리감았다. 단전에 깃들어 있는 상반되는 두 기운을 동시에 운용해보았다.
찌지지직!
단전과 찢어질 듯 아려오지만, 오러의 양은 적고, 운용 속도는 느리다.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몇 번 쓰기는 했지만, 운이 좋았지.’
불과 냉기를 모두 사용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죽음을 각오했기에 몸이 망가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매번 그렇게 싸울 수는 없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역시 이쪽이야.’
스스로 과제를 찾아낸 라온의 눈동자에 진한 불길이 번쩍였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불과 냉기를 운용할 때 단전과 마나회로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차분히 살피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은 모양이네.’
리메르는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라온이 집중할 수 있도록 그의 주변을 바람으로 막아주었다.
* * *
암시장 카멜룬 지부.
햇볕이 스치는 듯한 선명한 조명 아래에서 서류를 살피던 데닝로즈가 고개를 들었다.
“10사도?”
그녀의 물음에 두 손을 모으고 있던 정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가 라페킨 산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후우….”
데닝로즈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혈교도 다시 움직이는 건가? “멀린에, 10사도, 괴혈마까지. 여기저기서 아주 난리가 났네.”
한동안 조용히 있던 오마의 간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주오령까지 등장했기에 조만간 큰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백경은 어때?”
“희극제가 직접 움직인 덕분에 평판이 가라앉는 건 멈췄습니다. 손해를 최소한으로 막은듯합니다.”
“바퀴벌레 같은 양반이네.”
데닝로즈가 혀를 찼다.
‘역시 쉽게 볼 상대가 아니야.’
라온이 흑탑에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을 풀어서 백경의 명성을 땅에 처박았지만, 희극제는 그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며 망가지던 백경의 평판을 살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벌어졌는데, 그걸 바로 해결하다니, 놀라운 행동력이었다.
“괜히 지금까지 지하에서 숨어서 버틴 게 아닌 모양이야.”
데닝로즈가 장미 문양의 안대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것도 여는 거겠지.”
그녀가 우측에 놓여 있던 편지 봉투를 들었다. 중앙에 새하얀 고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건 설마….”
정보원이 그 편지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그래. 백경에서 온 초대장이야.”
데닝로즈가 편지를 흔들며 옅게 웃었다.
“곧 열릴 신주오령 설립 축제에 초대한다는군.”
그녀가 편지의 끝을 살며시 구기며 눈매를 좁혔다.
“이쪽 정보를 다 빼가 놓고 이딴 초대장을 던지다니, 면상 한번 두껍다니까.”
“가실 겁니까?”
“글쎄.”
데닝로즈가 편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릴 때 집무실 문이 열리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노파가 들어왔다.
“그걸 왜 고민하는 게냐. 당연히 가야지.”
“사, 사부님?”
데닝로즈가 눈을 크게 뜨며 일어섰다. 암시장주가 올 줄은 몰랐는지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부님이 어떻게 여기에….”
“뭘 그리 놀라느냐. 내가 못 올 곳에 온 것도 아니고.”
암시장주는 느긋한 걸음으로 데닝로즈의 앞자리에 앉았다.
“근처에서 열리니 멀리 갈 필요도 없잖느냐. 참석하거라.”
“하지만 그냥 부르는 게 아닐 겁니다.”
“카멜룬 인근은 우리의 안방이니, 더더욱 당당하게 나가야지. 물론 준비는 철저히 하고.”
“아….”
데닝로즈가 고민할 때 암시장주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그 아이가 보여 주었지 않느냐. 안방에 찾아와서 건방을 떨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암시장주는 볼 때마다 다른 면을 보여주는 아이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죠.”
데닝로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이 어떻게 희극제를 무너뜨렸는지 들었기에 그에게는 감탄만 나왔다.
“아, 그건 생각해 보았니?”
“예? 어떤….”
암시장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온. 그 아이와 잘해볼 생각 없냐고 물었잖느냐.”
“예에?”
데닝로즈가 책상을 부술 듯이 내리치며 일어났다.
“뭘 그리 놀라. 전에 말했잖느냐. 생각이 있으면 내가 직접 북멸왕께 서신을 보낸다고.”
“아, 아니에요! 전혀 마음 없어요!”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저었다.
“흐음,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 인연도 있고, 둘 다 얼굴도 좋고, 능력도 좋아서 잘 어울릴 듯한데.”
“전 해야 할 일이….”
“뭐,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암시장주의 미소에 데닝로즈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원래 좋은 사람은 빨리 채가야 하는 법인데, 어릴 땐 그걸 모르지.”
그녀는 알아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이번 일은 철저하게 준비해서 암시장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렴. 초대받았으니, 제대로 똥을 칠해줘야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암시장주의 서늘한 음성에 데닝로즈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그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갈 때 잘 꾸미고 가거라.”
“예?”
“내 생각에 지그하르트에선 라온이 올 것 같거든. 넌 그 아이에 비해 조금 나이가 있으니까. 살짝….”
“사부님!”
* * *
지그하르트에도 새해가 찾아왔다.
성벽조차 뚫어버리는 북풍이 몰아치고 있음에도 5연무장은 광풍대 검사들의 땀과 투지로 가득 차 있었다.
라온은 해가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같은 검술을 수련하는 검사들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많이들 변했어.’
같은 자리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검사들의 실력은 이전과 격이 달라졌다.
미숙했던 무학이 자리를 잡았고, 오러의 흐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모두는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이제 1년 남았나.’
라온이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없는 하늘이 꼭 2년 전의 가젤 강을 보는 듯했다.
‘부왕과의 결투라.’
시간을 벌기 위해서 3년을 말했지만, 그날이 이젠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그랜드 마스터의 벽은 요원하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난 아직 열기와 냉기를 동시에 쓰기 힘드니까.’
심상 속에 약간의 불과 서리를 담아내는 건 성공했지만, 불과 얼음을 동시에 운용하는 건 지금도 힘들었다.
‘왜 그것만 안 되는 건지….’
검술 경지가 상승했고, 창궁검의 초식을 두 개나 더 익혔으며, 단전과 마나회로가 더 단단해졌음에도 두 속성의 전력을 동시에 일으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에 리메르에게 받았던 바람의 기운만 더 강해진 요상한 상황이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기에 검술과 심상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르렁.
라온이 심상 속에서 검술을 다듬으려고 할 때 뒤편에서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자, 리메르가 침낭 속에서 자고 있었다. 차라리 방에 가서 자지, 왜 여기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 사람도 정말 대단하다니까.’
해가 바꿀 동안 저 상태 그대로라는 것에 감탄이 나왔다.
-본왕이 말했잖느냐. 저놈 정도면 슬로스랑 친구 해도 된다니까? 그냥 그 산에 보내는 게 어떠냐?
라스가 사이 좋게 처자기만 할 거라며 인상을 구겼다.
‘그럴지도.’
라온이 피식 웃으며 다시 심상 수련을 하려 할 때였다.
연무장 문이 열리고, 로엔이 들어왔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단상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부대주님.”
“예. 별관에서 뵌 이후에 처음이니까.”
라온이 단상에서 내려와 로엔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라면….”
“가주님께서 광풍대의 책임자를 부르십니다.”
“그럼 제가 아니라….”
뒤를 돌아보았다. 리메르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침낭이랑 통째로.
“와, 언제 갔대?”
-저 영감이 온 순간 사라졌느니라.
‘진짜 그 인간….’
로엔에게 감각이 집중된 순간 도망친 것 같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엘프였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로엔이 평소의 미소를 그리며 등을 돌렸다.
“총관님.”
유아와 율리우스를 가르치던 도괴에게 단상을 가리키며 지도를 부탁했다.
“알겠다.”
도괴는 걱정 말라는 듯 손을 저으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라온은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로엔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일로 책임자를 부르시는 거죠?”
“아무래도 새로운 임무 같습니다.”
“임무….”
하긴 때가 됐지.
철전대를 구출한 이후 몇 달이 지났으니, 새로운 임무를 맡을 때가 됐긴 했다.
사실 다른 대들이 임무에 나간 것을 생각해 보면 내실을 다질 시간을 많이 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떤 임무려나.’
요새 워낙에 많은 전쟁이 일어나다 보니, 어디에 갈지 예상이 되질 않았다.
새로운 임무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알현실 앞이었다.
로엔인 직접 문을 열어주며 손으로 안을 가리켰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서 중앙에 깔린 카펫을 밟았다.
글렌은 단상 위 옥좌에 앉은 채 주먹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자세였지만,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달라진 것 같았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이 단상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네게 맡기고 싶은 임무가 있어서 불렀다.”
“명하십시오.”
고조 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들었다.
“광풍부대주.”
글렌이 팔걸이에 올려져 있던 하얀 봉투를 들어 올렸다.
“깽판 한 번 더 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