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497)
제497화
라온은 기감의 범위를 좁히며 성검련주의 제자를 살폈다.
그림자에 적신 듯한 남색 머리칼 아래로 비치는 녹색 눈동자에서 정광이 흘러넘쳤다. 다른 오마와 달리 사이함이 스며들지 않은 무학을 쌓은 게 느껴졌다.
‘어려 보이지만 초고수야.’
빈틈없이 꽉 조여진 기도와 물이 흐르는 듯한 유연한 오러의 움직임만 보아도 성검련주의 제자가 마스터를 뛰어넘은 괴물이라는 게 느껴졌다.
“듣던 대로 주둥이 하나는 잘 놀리는구나.”
성검련주의 제자가 매끈한 턱을 만지며 코웃음을 쳤다.
“다만 착각이 심해.”
그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서늘한 눈동자를 굴렸다. 무력만큼이나, 정신적 수양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착각?”
라온이 성검련주의 제자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무슨 착각을 했다는 거지?”
“련주께서는 분명 네놈들을 데리고 오라고 명하셨지만, ‘어떻게’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즉, 시체로 가져가도 아무 상관 없다는 거지.”
성검련주의 제자의 입매가 비틀어짐과 동시에 그의 발밑에서 섬뜩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육체를 짓누르고, 심장을 억죄는 의념이 깃든 살의였다.
“음….”
라온이 쇠사슬처럼 엉겨 붙어오는 살의를 느끼며 눈매를 찡그렸다.
‘역시 그랜드 마스터인가.’
의념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을 보니, 처음 느꼈던 대로 성검련주의 제자는 마스터의 벽을 뛰어넘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강자였다.
경지에서 큰 차이가 벌어져 있기에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버틴다.’
성검련에는 내가 의념을 사용한다는 정보가 없을 테니까.
지금은 영혼의 격으로 의념을 견디면서 기습을 할 기회를 노리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저놈도 벽을 넘었을 뿐 높은 경지는 아닐 거야.‘
외모로 보았을 때 마흔을 넘지는 않은 듯 보인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벽을 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 성검련주의 제자는 아직 그랜드 마스터 초입을 벗어나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후….’
라온이 가는 숨을 내쉬며 성검련주의 제자와 눈을 마주했다.
“너 이름은?”
“뭐?”
“이름이 뭐냐 물었다.”
“…….”
성검련주의 제자는 대답은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흑야검신의 제자라는 놈이 스스로 이름을 밝힐 용기도 없는 건가? 참으로 한심….”
“클라우드다.”
입가에 비웃음을 띄울 때 성검련주의 제자 클라우드의 입이 열렸다.
“그래. 클라우드.”
라온이 클라우드라는 이름을 힘주어 뱉으며 고개를 틀었다.
“거짓말을 하려면 머리를 잘 굴려야지.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주절거리면 쓰나.”
“무슨 말이냐.”
“성검련주가 날 죽이고자 했다면 난 저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다.”
입꼬리를 길게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가 날 알아보고서도 살려두었다는 건 원하는 게 있다는 뜻이지. 내 재능이든, 검술이든 혹은 둘 다 일수도.”
자의식 과잉 따위가 아니다. 성검련은 뛰어난 검과 검술을 얻기 위해서 남녀노소 상관없이 죽일 수 있는 검귀들. 죽인다면 데리고 갈 이유가 없었다.
“…….”
클라우드의 시선이 칼날이 맺힌 듯 섬뜩하게 가라앉았다. 저 눈깔을 보니, 성검련주의 제자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도 들었지.”
그는 이 역시 정보대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을 텐데, 누구한테 그런 정보를 들었지?”
“혈검주가 네놈의 재능이 대륙 제일이라고 하더구나.”
클라우드는 혈검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손목을 매만졌다.
“혈검주?”
혈검주가 누구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릴 때 놈의 말이 이어졌다.
“허나 그건 네놈이 나와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의 입가에서 피어난 미소와 함께 그의 살의가 눈에 보일 정도로 짙어졌다.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네놈이 어린 나이에 마스터 최상급에 올랐다고 해도 그랜드 마스터의 벽을 넘는다는 보장은 없지. 일찍 마스터에 올랐어도 그랜드 마스터에 닿지 못한 버러지들은 산처럼 쌓여 있으니까.”
그가 건조한 음성을 흘리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네게 알려주마. 진짜 재능이 무언인지를.”
조금 전부터 재능이라는 단어를 연달아 내뱉는 것을 보니, 본인의 재능에 강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재능은 넘치겠지.’
성검련주가 평범한 놈을 제자로 받을리 없다. 젊은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것만 보아도 클라우드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라온이 오른쪽 어깨 위에 드러누워 하품을 하는 라스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호구왕과 함께하는 나는 못 이기지.’
아낌없이 주는 라스와 함께라면 대륙 최강의 재능이고 뭐고 다 씹어먹을 자신이 있었다.
“누가 더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온이 발로 바닥을 문대며 턱을 모로 틀었다. 조롱하듯 클라우드를 굽어보며 말을 이었다.
“네 수준으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걸 보면 난 올해 안에 가능할 것 같은데.”
“너….”
클라우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진다. 재능이라는 단어가 그의 역린인 것 같았다.
다만 흥분해서 달려들지 않는 것을 보면 무위에 맞는 수양은 쌓은 듯 보였다.
라온이 가볍게 혀를 차며 클라우드의 뒤에 서 있는 무인들을 살폈다.
‘성검련주의 제자를 보호하는 호위들인가.’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 같이 고수들이었고, 마스터도 여럿 있었다. 클라우드를 보호하는 호위들이 분명해 보였다.
고오오오.
놈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뒤편으로 기감을 펼쳤다.
‘남은 무인이 많지 않아.’
광풍대가 후미에 서서 사람들을 보호했기 때문에 중립 세력과 많은 숫자의 민간인들이 이미 멀리 나아간 상태였다. 여기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모두 보호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저놈을 데리고 멀찍이 떨어져야겠군.’
그랜드 마스터가 펼치는 강환이 잘못 떨어지면 민간인은 물론이고, 광풍대도 몰살이다.
이곳은 광풍대에게 맡기고 클라우드를 유인해서 멀리 떨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라온이 마음을 정한 후 버렌과 루난, 마크 괴튼에게 동시에 오러 메시지를 보냈다.
[저 재능무새는 내가 끌고 갈 테니까. 남은 놈들을 부탁한다.]그 말을 하자마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 없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나름 보법에 자신이 있거든.”
라온은 제천검을 검집에 넣은 후 텅 비어 있는 우측으로 발목을 돌렸다.
“네 재능이 그렇게 대단하면 한 번 따라와 보던가.”
가장 빠른 태화이보를 운용하며 전력으로 대지를 박찼다.
“나 잡아봐라.”
-미친놈인가….
라스가 헛바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망둥이 같은 놈이!”
클라우드가 이를 바득 갈며 뒤를 돌았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전부 정리해 놔!”
그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마자, 라온이 튀어나간 방향으로 몸을 던젔다. 명검처럼 정련된 육신이 빛살이 되어 숲을 갈랐다.
라온은 등에 따끔한 살기가 닿는 것을 느끼며 꽉 다문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클라우드가 냉랭한 얼굴로 쫓아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아무 생각 없이 도망친 게 아니다. 클라우드의 말을 따져볼 때 성검련주가 정말 원하는 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아니라, 나였을 테니까.
다른 이들을 모두 죽여도 목표물을 놓치면 임무에 실패하기에 당연히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모두가 저곳에 남은 건 아쉽지만.’
클라우드의 호위도 따라오기를 바랐지만, 그건 욕심이었던 것 같다. 광풍대가 잘 싸워주기를 바라며 성벽이 사라질 때까지 발을 멈추지 않았다.
“흥.”
일행과 한참 떨어진 공터에서 발을 멈추자, 클라우드가 인상을 구기며 대지로 내려섰다.
“재능을 따지며 도망치더니, 여기까지가 한계인 모양이로군.”
일부러 멈췄을 뿐인데, 클라우드는 본인이 보법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입가에 비웃음을 걸었다. 무력은 강하지만 정신적으로 파고들 곳은 많아 보였다.
“성검련주가 잡아오라고 한 건 나 혼자였지?
라온이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차게 웃었다.
“그렇게 속을 쉽게 들켜서 성검련의 후계자가 될 수 있겠어? 위에 있는 놈들에게 먹히는 거 아니야?”
“그 주둥이 닥쳐라!”
클라우드가 미간을 구기며 검병 위에 손을 얹었다. 조금 전과는 격이 다른 기파가 느껴진다.
놈의 육체와 오러가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우.
라온은 클라우드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마주하며 차분히 숨을 골랐다.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야해.’
클라우드는 본인의 재능을 증명하기 위해서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일격에 당할지도 모른다.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극성으로 끌어 올리며 제천검의 검병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말라붙은 마른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라온과 클라우드가 동시에 검을 뽑았다.
두 사람에게 거리 따위는 상관없었다. 의지가 세워진 순간 이미 상대의 심혼을 향해 검이 나아가 있었다.
발검술 대 발검술.
웅혼한 오러가 휘몰아치는 칼날이 서로의 목을 향해 불을 뿜었다.
* * *
버렌은 천천히 다가오는 성검련의 검사들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마스터가 많아.’
검에 맺힌 섬뜩한 기운을 보니, 스물 중 다섯이 마스터였고, 그중 하나는 마스터 중급 이상에 오른 듯 보였다.
가장 강한 놈은 마크 괴튼이 상대해준다고 해도 남은 넷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성검련주의 제자를 지키는 수신호위들이에요.”
데닝로즈가 인형처럼 무덤덤한 검사들의 얼굴을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의 그림자에서 흑의를 입은 무인들이 솟구쳤다.
“저희도 싸울게요.”
그녀는 한쪽을 맡겠다고 말하고서 본인의 호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카시아!”
엔시아의 외침에 나무 위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렸다.
“광풍대 분들을 도와줘.”
“명을 받듭니다.”
카시아라 불린 호위는 엔시아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좌측에서 다가오는 마스터의 앞을 막아섰다.
‘이러면 조금 여유가 생기는… 어?’
버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수신호위들 뒤편으로 백혈교도와 성검련의 검귀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쉬운 싸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았다.
“개진.”
“개진!”
대광풍진을 열며 중앙에서 발을 굴렀다. 대지에 찍힌 족적이 신호가 된 듯 수신호위들이 바람을 이끌며 달려왔다.
‘마르타….’
마르타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지금 일어나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기적을 바라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지금은 광풍대의 힘으로 싸워야 했다.
“도리안 너는 마르타만 지켜.”
“아, 알겠습니다.”
버렌은 마르타를 업고 있는 도리안을 뒤로 보낸 후 진의 전방으로 나아갔다.
“이것들은 죽여도 상관없다.”
수신호위 대장으로 보이는 무인이 검을 들어 올리며 학살을 지시했다.
“내가 있는 한 누구도 죽일 수 없다!”
마크 괴튼이 거센 기합을 지르며 수신호위 대장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큰 피해를 일으키기 전에 먼저 막으려는 것 같았다.
쩌어어어엉!
벽란도의 절기 휘아첨람이 천공을 가르는 벼락이 되어 떨어져 내렸지만, 수신호위 대장은 검을 비틀어서 쳐올리는 것만으로 그 공세를 버텨냈다.
“그 실력으로?”
“난 무력이 아니라, 인내로 버티는 놈이니까.”
“조잡하군.”
수신호위 대장이 차디찬 웃음을 흘리며 검을 그어 내린다. 사선으로 쏟아지는 검격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마크 괴튼의 전신을 노려왔다.
“크으!”
마크 괴튼은 도를 십자로 휘두르며 방패와도 같은 도막을 일으켰다.
쩌저저저저정!
수신호위 대장의 검격이 끝을 모르고 떨어졌지만, 마크 괴튼은 입술을 씹은 채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
버렌은 마크 괴튼의 등을 보며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마크 경 버텨주세요.’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쪽도 여유가 없었다.
성검련의 검사들은 본인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근접하자마자 강렬한 오러를 일으키며 검격을 쏘아냈다.
쩌어어어엉!
수신호위들 사이에 마스터가 두 명이나 끼어있었기 때문에 첫 번째 검격을 막은 것만으로 대광풍진이 깨질 것처럼 출렁였다.
‘이대로는 안 돼.’
마르타가 없고, 도리안도 빠졌기에 진법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중무형!”
버렌은 광풍진을 가장 방어력이 높은 형태로 바꾸며 눈앞으로 다가온 수신호위를 향해 바닥에서부터 검격을 쳐올렸다.
후우우웅!
대지의 무거움을 담은 삭풍이 나아갔지만, 상대의 강기를 가르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콰과과과광!
공격 뒤에 다가온 역습에 광풍진이 파도를 맞은 돛단배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망할….’
버렌이 피나도록 주먹을 말아쥐었다.
‘이 상태로도 버티지 못하면 답이 없는데.’
대광풍진 중무형은 거북이가 등껍질에 숨어 있는 것처럼 버티다가 기습을 가하는 형태인데, 적의 공세가 너무 난폭해서 이대로 등껍질이 깨질 것 같았다.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진법의 중심을 유지하는 루난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르타 없이 홀로 진법을 보호하고 있어서 충격이 심할 텐데, 신음 한번 흘리지 않고 버티는 게 용했다.
화아아아아!
루난은 탁한 숨을 내쉬며 냉기를 일으켰다. 진법을 더 단단하게 만들면서 적의 움직임까지 제어하는 서리의 안개였다.
다만 서리 속에서도 적의 공세는 멎질 않았다. 두 마스터의 강기가 연달아 터지며 진법의 중심이 기울어졌다.
“크윽!”
버렌이 어금니를 지그시 씹었다.
‘이대로라면 몰살이야.’
마스터 둘에 익스퍼트 최상급이 열. 그리고 아귀처럼 달려드는 성검련 검사와 백혈교도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방어만 하다가 목을 내어주게 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무인들 역시 도와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광풍대가 오롯이 이겨내야 할 시련이었다.
‘어쩔 수 없어.’
버렌이 검을 휘돌리며 전방으로 나아갔다.
“광결형으로!”
방어가 아닌, 공세 위주의 진법으로 전환하며 검을 내리치던 마스터의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쩌어어어엉!
역시나 마스터. 전력의 삭풍검으로 기습을 했음에도 어깨가 부러질 것처럼 아려왔다.
살기가 없던 마크 괴튼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다. 상대의 악독한 기세가 육체를 억죄고 있었다.
“멍청한 놈. 두더지처럼 숨어 있었으면 조금은 더 버텼을 텐데.”
수신호위가 비웃음을 흘리며 검을 휘돌렸다.
“그럼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죽었겠지.”
“검의 성취를 따지지 않고, 동료 따위를 생각하니, 너희가 그 모양인 것이다.”
그가 섬뜩한 미소와 함께 강기가 휘감긴 검을 내리쳤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검격이지만 그래서 무서웠다.
쩌어어어엉!
속도가 너무 빨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바로 검을 들어 올려 막아섰다.
찌지지지직!
강기가 검기를 자르며 무시무시한 압력을 일으켰다.
“크으윽….”
버렌은 지끈거리는 단전에서 억지로 오러를 뽑아내며 턱을 부르르 떨었다.
“네놈은 라온 지그하르트와 다르다. 주제를 알아라.”
성검련의 마스터는 냉랭한 음성을 흘리며 검을 내리찍었다.
이대로 검과 함께 두 동강을 낼 기세였다. 강기의 파동에 검을 쥔 손과 어깨에서 핏물이 치솟았다.
‘라온 지그하르트와 다르다고?’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처음 라온을 보았을 땐 그를 무시했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었을 땐 따라잡고 싶었으며, 지금에 와선 그 등을 받쳐주고 싶을 뿐이다.
‘많은 것을 받았으니까.’
난 라온을 무시하고 조롱했지만, 그녀석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아버지보다, 형제들보다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녀석을 위해서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칠 수도 있었다.
라온의 뒤를 받쳐주기는커녕 사소한 지시조차 이루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버렌이 악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강기의 파동 때문에 옷이 찢어지고, 머리가 산발이 된다. 기합이 아닌 비명까지. 귀족적인 자세를 사랑하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었다.
“헛수고다!”
성검련의 마스터가 입매를 비틀며 강기를 쏟아낸다. 억지로 버티던 무릎이 꺾이고, 등이 굽어졌다.
하지만 자유를.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까. 심장과 단전이 거세게 박동하며 고고한 바람을 끌어냈다.
“크으윽!”
버렌이 이를 악물며 검을 들어 올렸다. 반쯤 깨져나간 검에 검기가 쌓이고 쌓이며 장대한 푸른 빛을 일으켰다. 숲을 뒤흔드는 삭풍과 함께 나아간 강기가 역으로 성검련 마스터의 검을 뚫고, 그의 가슴을 갈랐다.
쩌어어어억!
검사의 가슴에서 붉은 핏물이 쏟아져내렸다.
“후욱….”
버렌이 입안에 고인 피를 내뱉으며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는 나 같은 멍청이와 비교할 수도 없는 놈이다.”
그는 본인의 검에 휘감긴 찬란한 빛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네 입에서 나온 말을 사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