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500)
제500화
라온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든 클라우드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좋은 수련이 되겠어.’
클라우드는 재능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지금처럼 내 검술들의 빈틈을 찌르거나, 검술을 따라 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놈의 심리를 이용한다면 지금 익히고 있는 검술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무학의 성취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는 잘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다.”
클라우드가 바람이 휘몰아치는 검을 들어 올리며 차게 웃었다.
“네 검술이 전부 내 것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는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까딱였다.
“개소리 마!”
라온은 분노한 표정을 연기하며 클라우드를 향해 만화공의 불꽃을 휘감은 제천검을 내질렀다.
광기에 물든 제천검의 칼날이 시뻘건 섬광이 되어 날아간 순간 클라우드의 검이 뚝 떨어졌다.
캬아아앙!
클라우드는 가볍게 제천검을 쳐내고, 가늘게 휘어진 검신으로 예리한 반격까지 가해왔다.
설풍검결의 두 번째 초식 백선휘첨과 비슷한 흐름의 검격이었다.
“말했지? 네놈의 검술은 이제 내 것이라고.”
클라우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본인의 검술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듯 깔보는 표정이었다.
“음….”
라온이 그런 클라우드를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따라 한 수준이 아니야.’
다른 묘리까지 더했어.
백선휘첨은 본래 절검과 쾌검의 묘리를 이용하여 적의 검술 흐름을 빠르게 잘라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클라우드는 백선휘첨에 예검의 묘리까지 적셔서 화염의 강기를 날카롭게 베어냈다.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난 재능이었다.
‘그 재능 덕분에 단점이 노골적으로 보이네.’
설풍검결의 진의는 적의 검술 흐름을 끊어 버리는데 있다.
클라우드의 백선휘첨은 분명 호쾌하게 나아갔지만, 예리함을 더하느라 속도가 부족하여 검을 완벽하게 밀어내지 못했다. 예검을 더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면….’
라온이 손목을 틀어 땅을 치려던 제천검을 다시 세웠다. 왼발을 앞으로 뻗어서 땅을 찍었다. 대퇴부의 마나회로에 따끔할 정도의 기운을 모으며 오른손에 든 제천검을 내뻗었다.
후우우우웅!
설풍검결의 두 번째 초식 백선휘첨을 다시 운용했다. 이번에는 쾌검과 절검 사이에 정검의 묘리를 끼워 넣었다.
“소용없다니까!”
클라우드가 새하얀 대지를 긁으며 검을 쳐올렸다. 이번에 따라 하는 건 광아검이다. 사나운 감각검의 흐름을 제대로 담아냈다.
‘하지만.’
네 생각과는 조금 다를 거야.
라온은 입매를 비틀며 새로운 백선휘첨을 끝까지 쏟아냈다.
붓으로 내리그은 듯한 푸른 바람의 선이 클라우드가 펼쳐낸 검격의 빈틈을 정확하게 후려쳤다.
캬아아아앙!
검과 함께 몸이 밀려 나간 클라우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사이에 개량을 했다고?”
그는 떨리는 손목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재능무새에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누가 이기는지 계속해보던가.”
라온이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손을 털었다.
“건방진!”
클라우드가 눈동자를 뻘겋게 물들이며 달려든다. 흥분한 듯 보이지만, 움직임에는 빈틈이 없다. 역시나 그랜드 마스터였다.
후우우웅!
놈의 검이 허공을 부유하는 듯 굽어지며 강맹한 바람과 강기를 뿌렸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설풍검결의 절기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
‘이쪽은 균형이 부족해.’
놈이 바꾼 설풍검결의 절기는 분명 막강한 위력을 지녔지만, 너무 많은 묘리가 담겨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유검을 운용하여 클라우드의 검격을 흘려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뽑아먹을 게 많아.’
클라우드의 검격 하나하나에는 여러 검술의 묘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부딪치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되고 있었다.
‘더 뽑아내야 하는데.’
놈이 강환을 운용하기 시작하면 지금 같은 여유를 부리기 어렵다. 그전까지 최대한 많은 무학을 얻어야 했다
“또 도망치는 것이냐?”
클라우드가 입매를 비틀며 추적해온다. 보법의 속도가 빠르다. 설풍검결에 깃든 풍검의 묘리까지 두른 듯했다.
“그 다리부터 잘라주마!”
클라우드가 우측으로 파고들어 오며 손목을 휘돌렸다. 놈의 검이 기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하체의 급소 열 곳을 동시에 노려왔다.
‘이거라면….’
라온이 보법의 속도를 낮추며 제천검을 휘감은 열기로 화염의 벽을 쌓았다. 두껍게 솟구친 염주벽의 불꽃이 클라우드의 검격을 모조리 튕겨냈다.
“그건 이미 본 초식이다!”
클라우드가 검을 꽉 말아 쥐며 단숨에 내지른다. 빛살처럼 쏘아진 칼날이 염주벽의 중심을 꿰뚫었다.
콰드드득!
중심에 구멍이 뚫린 불꽃의 장벽이 봄눈처럼 녹아내렸다.
‘염주벽의 단점은 중심이 약하다는 거지.’
불이라는 속성으로 만든 장벽이었기에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공세는 막아도 일검에 집중한 공격에는 쉽게 뚫렸다.
‘그걸 개선하려면….’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그쪽으로 오러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꿔야겠어.
화염의 벽을 쌓아두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공세에 맞게 변화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화아아아아!
라온은 염주벽의 개선을 머리에 새기고서 제천검을 휘돌려 화염의 꽃송이를 피워냈다.
다수와 소수를 상대할 때, 그리고 일대일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초식 화령을 어떻게 막아낼지가 궁금해졌다.
“이것도 받아봐라!”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면서 클라우드를 향해 붉게 물든 강기의 조각을 휘날렸다.
“얼마든지 깨주마!”
클라우드는 검 위로 패검의 묘리를 두른 채 쇄도하여 무시무시한 규모의 폭풍을 일으켰다.
‘이거 괜찮네.’
클라우드의 검격은 패검과 중검, 흡검을 이용하여 중앙에 막대한 오러를 응집시키는 시꺼먼 폭풍을 만들어냈다.
쿠와아아아앙!
화령과 강기의 폭풍이 맞부딪치며 무시무시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라온은 하늘까지 솟구치는 연기를 보며 불의 고리를 끝없이 휘돌렸다.
‘패검과 중검, 흡검으로 만드는 폭풍이라….’
쓸만하겠어.
화령과 저 검술 묘리들을 조화 시킨다면 진정한 화염 폭풍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이이이….
라스는 화령을 가르고 나타난 클라우드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왜 갑자기 검술을 퍼주는 건데! 멀쩡했던 놈들이 왜 너만 만나면 호구가 되냐고!
녀석이 절규하듯이 머리를 말아쥐었다.
-이유가 뭔데!
* * *
쩌어어엉!
클라우드는 라온의 검격을 내치며 어금니를 지그시 씹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저놈이 아직도 서 있는 건데!
라온의 검술을 부수는 것으로 모자라, 더 나은 방식으로 개량하여 재연까지 해주었다.
본인의 검술이 적의 손에서 더 날카롭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정신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뭐야!
라온은 내가 깨부수고, 재연했던 검술을 다시 개량해서 펼쳐냈다.
정말 화가 나는 건 놈이 개선시킨 검술의 빈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짧은 순간에 한 번 깨진 검술의 단점을 지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놈이 새로 만든 검술은 따라 하기도 어려워서 손이 꼬이고, 발까지 어지러워졌다.
라온의 정신을 부수려고 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내 정신이 망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설마 놈이 나를….’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라온이 역으로 자신을 농락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 인정하면 재능에서 밀린다는 뜻이니까.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절대로!’
련주님은 제자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다. 사제 관계 따위는 흑야검신 앞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에 불과하다.
그분이 제자를 받은 이유는 본인을 흥미롭게 만드는 검술을 만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뿐이다.
이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더 뛰어난 재능이 나온다면 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였다. 절대 질 수 없었다.
치이이이잉!
클라우드가 발검을 하듯 검을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칼날에 깃든 시꺼먼 기류가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패검과 충검의 묘리가 깃든 흑야마검의 절초 악륜출세였다.
후우우우웅!
강렬한 파동이 라온을 휩쓸 때 놈의 검이 반대의 회전을 일으켰다. 붉게 물든 칼날에서 악륜출세와 흡사한 투로가 펼쳐졌다.
쿠와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대지가 종잇장이 된 듯 조각나며 뭉개졌다. 시꺼먼 먼지 속에서 라온이 인상을 찌푸린 채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클라우드가 거친 숨을 내뱉는 라온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저 자세….’
라온은 아까부터 계속 내상을 입은 것처럼 몸을 숙였지만, 쓰러지지도 않았고, 심하게 떨리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즉, 중상은커녕 경상도 입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놈이 펼쳐낸 검격. 용이 불을 뿜는 듯한 초식에서 악륜출세와 비슷한 흐름과 폭발력이 느껴졌다. 이게 우연일 리가 없었다.
“네놈 설마….”
클라우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서 입술을 달싹였다.
“내 검술을 따라 한 것이냐….”
“무, 무슨 소리야.”
라온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연기하지 마라! 장포만 찢어졌을 뿐 다친 곳은 없지 않느냐! 거기다….”
검을 쥔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네놈이 펼쳐낸 검술에 내 묘리를 넣었잖느냐! 이 도둑놈아!”
“아….”
라온이 느긋하게 허리를 펴며 입맛을 다셨다.
“들켰나?”
그는 지금까지 밀렸던 게 모두 연기일 뿐이었다는 듯 한쪽 눈을 깜박였다.
“조금만 더 얻었으면 뭔가 느낌이 올 것 같았는데, 아쉽네.”
라온은 깨달음이 오기 직전이었는데, 아깝게 됐다며 싱긋 웃었다.
“끄으으윽….”
클라우드가 피나도록 입술을 씹었다. 지금까지 남들에게 해온 짓이지만, 반대로 당하니 속이 터질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감정이 들었다.
‘두려움.’
저 괴물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른다는 공포에 오싹한 소름이 등골을 스쳐 내려갔다.
‘죽여야 해! 무조건!’
클라우드가 땅을 박찼다. 련주가 살려오라고 했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검 위로 오러를 끝없이 쏟아부었다.
치이이이잉!
칼날에서 타오르던 강기가 찌그러질 것처럼 응집되며 흑색의 광채를 뿜어냈다. 강환 혹은 광륜이라 불리는 그랜드 마스터의 무위가 찬란한 빛을 발했다.
강기를 세우는 라온을 향해 강환의 빛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 * *
쿠와아아아앙!
지축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파가 사위를 짓뭉개고, 라온이 바닥을 구르며 튕겨 나갔다.
“크헉….”
일격을 막았을 뿐인데, 내상을 입었다. 의념을 담은 강환을 정면에서 막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자신감이 과했나. 아니, 그보다….’
너무 갑작스럽게 왔어.
클라우드가 검격에 살기를 싣긴 했지만, 그게 진심은 아니었다. 살려서 데리고 오라는 성검련주의 명령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공격은 정말 죽이겠다는 의념을 검에 담았다.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너라면 화가 안 나겠느냐! 눈앞에서 다 빼앗아 가는데!
라스가 눈매를 찡그렸다.
‘난 아까 웃었잖아.’
클라우드가 설풍검결을 따라 했을 때 솔직히 가슴이 뛰었다. 놈을 통해서 검술을 발전시킬 생각에 자연스레 웃음이 그려졌었다.
-네놈은 변태니까!
‘아니….’
아니라고 말을 하려 할 때 먼지 폭풍을 가르고 클라우드가 튀어나왔다.
무시무시한 속도의 보법과 함께 쏘아지는 검격 위로 오싹한 빛이 번쩍였다.
‘강환.’
라온이 입술을 씹으며 염주벽을 일으켰다. 클라우드 덕분에 얻은 깨달음을 통해 벽의 크기를 줄이고 중앙에 힘을 집중시켰다.
쿠와아아아앙!
하지만 강환 앞에서는 빈틈을 채운 강기의 벽도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소용없다.”
클라우드가 조각난 염주벽을 몸으로 뚫고 들어온다. 놈의 장포가 펄럭이는 소리가 뒤늦게 들리는 듯했다.
‘빨라.’
강기를 운용할 때 육체까지 강해지듯 강환을 꺼내 들자 놈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피하면 죽어.’
어설프게 피했다간 강환에 빨려들어 몸이 분해될 것이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했다.
쿠우우웅!
크게 진각을 밟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클라우드의 검격이 제 궤도에 오르기 전에 만화공 적섬을 그렸다.
찌지지지지직!
검날 앞에 솟구친 시뻘건 광채가 클라우드의 강환과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앙!
막대한 충격파에 대지에 거대한 구덩이가 돋아나고, 오색 스파크가 허공을 뒤덮었다.
“크윽….”
라온이 입가로 흘러내린 핏물을 닦으며 제천검을 다잡았다. 쉴 시간이 없었다. 클라우드가 다시 쇄도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천검을 시곗바늘처럼 돌린 후 중단에 세웠다. 원을 그리던 칼날이 흐릿하게 새겨지며 시뻘건 불꽃을 토했다.
만화공 백화.
적섬삼십육검.
일검에 삼십육방을 찌르는 만화공의 절기가 라온의 육체와 함께 나아갔다.
화아아아아아!
새빨간 화염이 대기를 불태웠지만, 클라우드의 강환 앞에서는 시든 꽃처럼 사그라들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치지지지직!
라온은 묵직한 족적을 새기며 뒤로 밀려났다.
‘강해.’
강환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만검을 제대로 운용하여 빈틈마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정면으로 싸운 이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부터가 진짜인가.’
클라우드의 조급함과 열등감은 강환 앞에서 묻혀버렸다. 지금부터는 빈틈없는 적이라 생각하고 싸워야 했다.
“재능? 검술? 이젠 다 의미 없다.”
클라우드가 바드득 이를 갈며 강환이 휘몰아치는 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는 힘으로. 오직 힘으로 짓눌러주마!”
강자의 여유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찢어버리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음….”
라온이 클라우드의 검에 맺힌 강환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의념의 힘은 비슷하지만, 강환이 강기를 압도하고 있기에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정면 대결을 피하며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다만….’
아직 얻을 건 있어.
클라우드가 강환을 운용하면서 그의 검술이 비틀림 없이 원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놈이 가진 만검의 흐름을 살피기엔 전보다 지금이 나았다.
“죽어라.”
클라우드가 검격이 그림자를 두른 듯 시꺼먼 궤적이 되어 쇄도해왔다.
끼이이이잉!
묵빛 강환이 심장에 닿으려는 순간 왼손으로 진혼검을 뽑았다. 칼날과 검집이 마찰하며 요사스러운 검명이 폭발했다.
“크윽!”
진혼검으로 울리는 청우가 클라우드의 신경을 자극하며 놈의 움직임을 아주 잠시 지체시켰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후우우우웅!
클라우드의 검이 지나는 투로를 피해낸 뒤 젖혀두었던 제천검을 쏘아냈다.
우측 어깨에서부터 손목까지 이어지는 일직선의 찌르기. 냉랭한 밤공기를 가르고 들어간 칼날 위에서 불꽃의 광채가 치솟았다.
콰아아아아아!
클라우드 덕분에 위력이 증폭된 염룡결이 무지막지한 화염을 토해냈다.
찌지지지직!
하지만 이번에도 클라우드의 검환을 뚫리지 않았다. 오싹한 빛을 휘두르며 불꽃을 녹이고, 오히려 역공을 들어왔다.
‘막을 시간이….’
다른 계책을 생각하기엔 무리다. 제천검과 진혼검 양쪽 모두에 냉기를 담아 사선으로 그어 내렸다. 서리연의 참격이 연달아 뻗어나가며 클라우드의 검과 맞부딪쳤다.
쿠우우우웅!
네 번의 검격이 터졌음에도 손목이 꺾이고, 어깨가 터져나갈 것 같은 충격이 전해져왔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심한 내상에 순간 두 검을 놓칠 뻔했다.
‘역시 정면은 힘들어.’
위력 자체가 다르다. 검강으로 검환을 꺾는 건 무리였다. 더군다나 오러의 양까지 저쪽이 위였기에 정면으로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실 이것도 기적이지.’
지금 이렇게 버티는 것도 시스템으로 얻은 능력치로 성장한 육체와 불의 고리 그리고 의념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몸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이제 끝이 보이는군.”
클라우드가 뱀처럼 미끄러져 다가와 검을 내리친다.
트드드득!
왼발을 뒤로 빼며 유검의 묘리를 담았다. 바람과 함께 뻗어나간 부드러운 칼날이 클라우드의 검환을 흘려냈다.
쿠와아아아앙!
클라우드의 검이 땅을 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대지에 박아 둔 다리가 떨렸다.
‘역시.’
강환에 집중하느라 검술의 흐름과 조화는 약해졌다. 그 틈을 노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클라우드의 강렬한 검격이 허리를 노리고 들어온다. 아예 전신을 으깨버리겠다는 의념까지 깃들었다.
하체에 힘을 빼고. 바람에 몸을 맡겼다. 다가오는 검격을 막는 게 아니라 흘린다고 생각하며 진혼검으로 설풍검결의 은해섭풍을 펼치고, 제천검으로 백영섬을 그었다.
설풍검결이 검격을 흘리고, 뒤이어 찾아온 강환은 백색 그림자가 지웠다.
쿠구구구구!
하지만 클라우드는 멈추지 않았다. 눈동자에 시뻘건 광망을 채운 채 정면으로 짓쳐들어왔다.
두 손으로 잡은 검에서 타오른 의념이 섬뜩한 칼날을 세웠다.
‘흘리기엔 늦었어.’
라온이 이를 바득 갈면서 제천검으로 적섬을 내리긋고, 진혼검으로 중천포를 터트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터진 정면 격돌에 허공에 비틀린 듯한 균열이 그어지고, 검은 강기의 폭풍이 치솟았다.
라온은 어둑한 폭풍을 이용하기로 했다. 물러서지 않고, 강기의 파도 속에서 먼저 검격을 내질렀다.
쩌저저정!
셰릴에게 배웠던 쌍검술의 묘리를 담아 지금까지 배우고, 만들었던 절기들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하지만 강환의 흐름은 잘리지 않았다. 꺼뭇한 광륜이 거센 울림을 일으키며 강지를 찢고 들어왔다.
쿠와아아아앙!
라온은 강환이 만들어낸 우악스러운 압력에 밀려나며 검은 피를 토했다.
“후욱….”
중단전 아래부터 하단전 위까지. 배 전체가 아릿한 것을 보니, 심한 내상이었다.
“이제야 끝이 보이는구나.”
클라우드가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걸음에 실린 무게에 대지가 우는 듯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밟았어야 했는데.”
놈이 아직도 강환이 휘몰아치는 검을 들어 올렸다. 방심 따위는 없는 듯한 매서운 눈빛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발악을… 어?’
장대한 빛이 뿜어지는 강환이 휘어지는 모습을 보자, 불의 고리가 폭발할 듯이 거센 공명을 일으켰다.
몸 전체가 무거워지며 시야가 어둑하게 가라앉는다.
지금까지 나와 클라우드가 펼쳐냈던 검술들의 궤적이 뇌리를 훑고 지나가며 붉고, 푸른 벼락이 떨어뜨렸다.
‘드디어 얻었다.’
클라우드의 강환이 아니라, 그의 검술에 스며들어 있던 묘리들이 화상처럼 머리에 새겨졌다.
부족했던 한 조각이 채워지며 심상의 세계에 두 자루의 검이 떠올랐다.
“후우….”
라온이 탁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제 포기한 것이냐?”
클라우드가 찡그린 이마를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선택은 나쁘지 않구나. 하지만 이미 늦었어. 네놈만이 아니라, 네 수하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그는 위험요소들을 확실하게 치우겠다고 말하며 섬뜩한 눈동자를 굴렸다.
“고맙다.”
라온이 제천검과 진혼검을 역수로 잡으며 흐릿한 미소를 흘렸다.
“뭐?”
“네 덕분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어.”
제천검에 만화공을 두르고, 진혼검을 글래시아로 휘감으며 두 검을 대지에 박아 넣었다.
쩌어어어억!
뜯겨 나간 대지의 균열을 청홍의 빛이 채우며 하늘에 닿는 기둥을 세웠다.
심상에 세계에 떠오른 두 자루 검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미완성의 검계현신.
신마조화결.
별빛이 차오른 밤하늘이 무너진다.
일그러진 태양이 떠오르고, 뒤틀린 달이 솟구친다.
일월이 교차하는 여명의 순간.
제천도, 진혼도 아닌, 염화와 서리로 타오르는 신검과 마검이 그와 함께 했다.
“오라.”
새로운 신화를 여는 검사의 웅혼한 음성이 검게 물든 대지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