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59
제659화
라온은 심통이 난 라스를 놔두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자세히 살폈다.
[상승의 무학 를 창안하셨습니다.] [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칭호 의 효과와 의 인정으로 상승의 무학이 최상승의 무학으로 성장합니다.] [가루누아를 습득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5포인트 상승합니다.]마나 회로에 새겨둔 광풍류의 흐름이 미세한 변화를 일으켰다.
스스로 일어선 바람은 생명을 지닌 것처럼 전신을 부드럽게 휘감았다가 연공실 전체를 거칠게 휩쓸고 지나갔다.
정확히 무엇이 변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광풍류의 중요한 무리가 한 차원 상승했다는 건 느껴졌다.
그 뒤를 채우는 건 능력치 상승의 효과다. 근육과 뼈가 더 단단하게 여물고 피부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감각이 날카롭게 갈렸다.
광풍류라 칭하자마자, 보상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나름 이름도 잘 지은 것 같았다.
라온은 광풍류가 최상승의 무학이 되었다는 부분을 살펴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라스.’
-왜 부르는 것이냐! 천국에서 살 놈아!
‘음….’
라스 본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칭찬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녀석에게 메시지를 가리켰다.
‘상승 무학이 최상승이 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야?’
-흥. 네놈이 만든 광풍류라는 무학은 처음부터 상승과 최상승의 영역에 걸쳐 있었느니라. 본왕이 나름 괜찮다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 다만 네놈의 허접함 때문에 마지막 조각이 조금 틀어졌느니라.
라스는 동그란 손가락을 살짝 꺾으며 고개를 저었다.
-본왕의 위대한 칭찬 덕분에 그 틀어졌던 조각이 스스로 움직여 본래 있어야 할 형태로 곧게 펼쳐진 것이니라.
녀석은 녀석은 고맙게 생각하려며 턱을 치켜들었다.
‘마지막 조각….’
라온이 광풍류를 발동했다. 아니, 생각하자마자, 바람이 저절로 차올라 손등을 휘감았다.
‘이건….’
손등을 보호하는 방패처럼 솟구친 바람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동 감각화인가?’
광풍류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광풍대 검사들과의 적합성이었다.
그들이 다른 무학을 익히고, 더 성장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조 무학을 만들고 싶었다.
그 목적이 그대로 이어져 시전자가 편하도록 감각과 공명까지 이룬 것 같았다.
지금의 광풍류는 일단 발동만 시키면 따로 운용할 필요도 없이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바람이 그의 몸에 따른다.
그것도 가루누아의 효과로 그 순간에 가장 적합한 바람이.
-공격할 때는 날카로운 바람이, 방어할 때는 굳건한 바람이 휘몰아치는군. 그것도 자동으로. 아주 개똥 같은 무학이니라!
라스는 갑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외치며 미간을 구겼다. 극찬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최상승의 무학이 될 법해.’
광아검 하나로는 감각의 무학을 만들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 부족함을 시스템이 메워주었다. 기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맙다.”
라온이 시스템이 올려 보내준 메시지를 향해 미소를 그렸다.
-저놈이 아니라! 본왕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라스가 손을 휘저으며 폴짝 뛰어오를 때였다. 기존에 있던 메시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메시지가 채웠다.
-그만 퍼주라고! 이놈 배 터진단 말이니라!
라스는 네 것도 아니면서 왜 인심만 좋냐며 비명을 질렀다.
라온은 메시지 중에서 특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중이 제일 좋은 특성 같아.’
내가 무아에 자주 빠는 것도, 상승의 영역에 들어서는 거도 전부 저 특성의 등급이 높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불의 고리 급으로 소중한 능력이었다.
‘여러모로 도움을 받네.’
사실 라스가 없었다고 해도 전생의 기억과 불의 고리가 있기에 강해지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랜드 마스터 중급에 오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고, 임무 중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을 떠올리니, 라스와 시스템에게 고마워졌다.
“고맙다.”
라온이 진심을 담아서 라스의 둥그스름한 등을 두드렸다.
-무, 무슨 짓이냐!
라스가 기겁하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녀석은 고양이처럼 고개를 홱 돌려서 혀로 등을 핥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냐!
“아니, 고맙다고.”
-취소해! 당장 취소하거라! 본왕에게 무슨 저주를 건 것이냐!
“저주가 아니라, 진심인데….”
-닥치거라! 너 같은 놈이 고맙다는 소리를 할 리가 없잖느냐!
“…….”
고마워서 고맙다고 했을 뿐인데, 저렇게 나오니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넌 날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라온이 으르렁거리는 라스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천사! 천족! 천신!
아니, 그거 칭찬이라고….
* * *
라온은 연공실을 나온 후 바로 광풍대 전원을 소집했다.
버렌, 마르타, 루난은 검사들과 함께 단상 아래에 섰고, 마크 괴튼은 단상 위에서 허리를 곧게 세웠다.
뒤늦게 도착한 리메르는 본인의 특등석인 단상의 우측에 드러누운 채 길게 하품을 했다.
라온은 검사들의 얼굴을 차례로 살핀 후 단상 위로 올라갔다.
“내가 왜 연공실에 들어갔는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광풍대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광풍대를 위한 무학의 창안이었지. 운 좋게도 그 목적을 이루게 되었다.”
라온은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광풍대의 눈을 보며 옅게 웃었다.
“진짜 미친 대주네….”
마르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무학을 일주일 만에 만들어?”
“그러게 말이야. 나도 최소한 한 달은 걸릴 줄 알았어.”
버렌은 믿기 힘들다는 말과 달리 열기를 띤 웃음을 그렸다. 그의 눈동자는 다른 검사들보다 더 뜨거운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역시 내 선택은 잘못된 게 아니었군.”
“선택?”
루난이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버렌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새로 만드신 무학의 이름은 뭐예요?”
크레인이 번쩍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광풍류다.”
“광풍? 또 광풍이에요? 신이 다 주는 건 아니네, 다른 건 몰라도 이름 짓는 센스는 너무 떨어져.”
그는 광풍밖에 모르냐면서 킥킥 웃었다.
“…그렇지.”
라온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했다. 크레인.”
“예?”
크레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광풍류라는 이름만으로는 어떤 무학인지 감을 잡기 힘드니까. 직접 보여주는 게 맞겠지.”
그 말을 하며 손가락을 까딱 올렸다.
“고유 크레인 앞으로.”
“어억….”
크레인이 턱을 바르르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누구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역시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 말은 적을수록 좋아.”
도리안이 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서 입을 가렸다.
“끄윽….”
크레인이 입술을 씹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좀비보다도 힘이 빠진 걸음이었다.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라온이 크레인을 보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난 불꽃도, 서리도 쓰지 않을 테니까.”
“저, 정말요?”
“그래.”
“으음….”
크레인은 불꽃과 서리의 오러를 쓰지 않으면 할 만하다고 생각한 듯 입술을 씹으며 검을 뽑았다.
“저도 실력 좀 늘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그가 기합을 내지르며 바닥을 박찼다.
치이이이잉!
크레인의 검에서 솟구친 예리한 검기가 어깨와 허리, 허벅지를 향해 동시에 쏘아져왔다. 빠르면서도, 현란한 움직임. 스스로 성장했다는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라온은 빠르게 쇄도해오는 크레인의 검격을 보며 방어를 하지도, 오러를 운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왼손만을 들어 올렸다.
파고들어 오는 검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손등에서 바람이 치솟았다.
푸른빛과 함께 차오른 바람의 방패가 육중한 숨결을 뿜어냈다.
퍼어어어어엉!
크레인의 검격은 손등에서 솟구친 바람을 뚫어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다.
라온이 방어에 성공한 왼손으로 수도를 세웠다. 방패를 이루던 바람이 수도의 끝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둔탁한 몽둥이와 같은 형상을 그렸다.
뻐어어어어억!
크레인은 방어할 새도 없이 복부를 얻어맞고서 단상 아래로 떨어졌다.
“끄에에엑!”
그는 배를 움켜쥔 채 비명을 질렀다.
“더, 더럽게 아프네! 그리고 방금 그 바람은 대체 뭐에요!”
크레인은 통증과 궁금증 사이에 낀 채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직접 당하고서도 무얼 맞은 건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오러가 움직이질 않았는데 왜 바람과 빛이….”
“오러는 썼다.”
라온이 크레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오기 전부터 광풍류를 발동을 시키고 있었으니까.”
“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버렌이 마른침을 삼키며 단상으로 다가왔다. 같은 바람 속성이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운 것 같았다.
“광풍류는 지금 우리가 익히고 있는 무학과는 조금 달라.”
라온이 손가락 위로 바람을 일으켰다.
“이건 무학이라기보다는 반응이지.”
“반응? 자세히 좀 설명해봐…요!”
마르타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쉽게 설명하자면 광풍류는 보조 무학이다. 너희들이 펼치는 검술을 더 강하고, 빠르고, 단단하게 메워주기 위한 보조 무학. 다만 인지를 할 필요는 없다.”
라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손가락에서 타오르던 바람이 거대한 용오름이 되어 하늘 위로 솟구쳤다.
“광풍류를 발현하기만 하면 그 뒤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자연스럽게 너희의 움직임을 보조해 줄 테니까.”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마크 괴튼이 헛바람을 흘리며 눈동자를 떨었다. 수많은 무학을 접한 그에게도 경악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광아검의 초감각을 이용했지. 물론 운이 따라준 덕이기도 하고.”
“잠깐만.”
리메르가 몸을 일으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바람이 무인을 보조해주는 무학은 많아. 하지만 아무리 상승의 무학이라고 해도 자동으로 발동되는 건 처음 듣는데, 그 광풍류라는 무학 설마….”
“예. 최상승의 무학입니다.”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최상승의 무학이라는 말에 5연무장 전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최, 최상승이라고?”
“…우리 대주 진짜 미친놈이야?”
버렌과 마르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최상승….”
루난조차 놀랐는지 그녀의 눈동자를 채우던 맹함이 녹아내렸다.
“허!”
“두, 두 번째로 만들어낸 무학이 최상승이라고?”
“그게 말이 돼?”
정신을 차린 광풍대도 믿기 힘들다는 말만을 중얼거렸다.
“다시 말하지만 운이 좋았다. 다시 만든다고 해도 나오지 않을 거야.”
라온은 정말 운이었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실제로 내 힘만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
내가 만들었던 광풍류는 상승의 끝에 도달했을 뿐 최상승에는 닿지 않았다. 광풍류가 지금의 모습이 된 건 라스 덕분이었다.
‘고맙다.’
다시 라스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이런 재수 많은 놈! 또 본왕에게 저주를!
라스는 천족의 저주를 이겨내겠다며 기이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귀찮아져서 그냥 놔뒀다.
“최상승의 무학을 만드는 건 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리메르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 바로 다음을 보여주는군. 이젠 네 한계가 어디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는 높은 경지만큼 최상승의 무학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기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였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라온이 차분히 눈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도검존 님의 무학과 가주님께서 내어주신 무학서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옅게 웃으며 리메르를 바라보았다.
“부대주님이 가장 큰 역할을 해주셨죠.”
“음? 나?”
“부대주님이 가루누아를 가르쳐주시고 영감을 주신 덕분에 광풍류의 기둥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게 없었다면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냐.”
리메르는 살짝 입술을 떨다가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었다.
“수고했다.”
그가 손가락을 흔들고 떠나려고 할 때 라온이 어깨를 잡았다.
“어디 가십니까?”
“에? 다 끝났으니까. 난 도박장에….”
리메르는 갑자기 냉기가 차오른 라온의 눈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시간 남았잖아요.”
라온이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련합시다.”
“무, 무슨 수련이야! 그리고 이런 때는 원래 멋있게 헤어지는 게 보통이잖아!”
리메르는 영웅담도 안 봤냐면서 악을 질렀다.
“영웅담 같은 건 모르겠고. 앞으로 광풍대에 예외란 없습니다.”
라온의 입매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광풍류를 발동시킬 때까지 전부 합숙이다!”
그 말에 광풍단 모두의 안색이 샛노랗게 질렸다.
“아….”
“저, 전원 합숙?”
“최상급 무학을 익힐 때까지 전원 합숙이면 내후년에도 불가능한 거 아니냐고!”
“여기서 늙어 죽을 수도 있어.”
“마, 맞아. 저런 인간이었지.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잊고 있었다….”
“야이! 엘프아! 왜 무학을 넘겨줘서 또 일을 만들어!”
“왜 영감 따위를 준 건데요!”
광풍대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라온이 아니라, 리메르에게 달려들며 악을 질렀다.
“으으….”
리메르는 제자들에게 얻어맞으면서 울상을 지었다.
“나, 나라고 저 미친놈이 최상급 무학을 만들 줄 알았냐고!”
* * *
북망산의 호랑이 바위 위.
“허허허!”
로엔이 5 연무장을 내려다보며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괜찮은 무학을 만드실 거라는 기대는 했지만, 설마하니 최상승의 무학일 줄이야!”
그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승이 문제가 아니에요.”
셰릴이 헛바람을 흘리며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무학의 발동 방식 자체가 너무도 기발해요. 고위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반자동 실드를 강화한 느낌인 것 같은데 어떻게….
그녀도 어떻게 저런 무학을 개발했는지 모르겠다며 입맛을 다셨다.
“제대로 익히기만 한다면 방어와 공격 모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셰릴은 광풍대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하며 눈빛을 번뜩였다.
“으으….”
글렌은 5 연무장을 보며 상체를 살짝 굽힌 채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역시 좋아하시네요.’
‘당연하죠. 손주가 최상승의 무학을 만들어냈으니,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셰릴과 로엔은 글렌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가주님. 조만간 라온을 불러서 칭찬을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맞습니다. 최상승의 무학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라온과 글렌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서 새로운 계책을 내놓았다.
“젠장….”
하지만 글렌은 두 사람의 예측과 달리 매서운 눈빛으로 분노를 흘리고 있었다.
“가, 가주님?”
“음….”
셰릴과 로엔은 예상을 벗어난 글렌의 반응에 눈을 부릅떴다.
“왜, 왜 그러십니까?”
“설마 라온이 만든 무학에 어떤 문제라도!”
잘못된 무학을 익히면 단전과 마나 회로가 망가질 수도 있기에 두 사람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그게 아니다.”
글렌이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학이다. 최상승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아.”
그는 대단한 무학이라며 광풍류를 인정했다.
“그럼 왜….”
“졌기 때문이다.”
글렌이 바드득 소리가 나도록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다니….”
“조금 전 라온이 말했잖느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저 망할 엘프 놈이라고!”
“어….”
“음….”
그 말에 셰릴과 로엔의 눈동자 위로 당혹스러운 빛으로 차올랐다.
“크으….”
글렌이 라온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기특해. 너무 기특한 아이다.’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최상승의 무학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의 자신도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거늘, 라온은 고작 일주일 만에 최상승의 무학을 만들어냈다.
무학을 운용하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천고의 자질이 있다는 뜻이었기에 기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 이상으로 열받는 일이 일었다.
‘리메르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
라온이 리메르에게 가루누아를 받았다고 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
다시 가서 더 좋은 무학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그런 무학 자체가 거의 드물었고, 라온과 맞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특히 보상을 줄 만한 사유가 없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왠지 모르게 불안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라온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못한 게 분해서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가, 가주님. 신경 쓰시지 마시죠.”
“예. 가주님의 이름도 불렸지 않습니까.”
셰릴과 로엔은 여전히 벙찐 표정이었지만, 어떻게든 글렌을 위로하기 위해서 고개를 저었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오직 1등뿐이다.”
글렌은 라온이 아니라, 리메르를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는다!”
“…….”
셰릴과 로엔의 눈이 짜게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