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77
제677화
라온은 느릿하게 가라앉는 서리 조각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마도현신이라니….’
설마 검계현신을 따라 한 거야?
라스는 항상 진법이나, 결계 따위는 모른다고 했었다.
오직 힘으로 모든 것을 깨부수던 녀석이 마기를 증폭시키는 결계를 운용한 것을 보면 내 검계현신을 보고 따라 만든 게 분명했다.
“네놈의 무학과 끈기를 보고 만들어낸 본왕의 결계이니라.”
라스는 그 물음에 답을 해주듯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냐. 네놈의 검계현신보다 본왕의 마도현신이 훨씬 아름답지 않느냐.”
녀석은 잎사귀 모양의 서리 조각을 손바닥 위로 올리며 시원한 미소를 그렸다.
‘내 검계현신이 훨씬 낫지. 다만 너한테만큼은 마도현신이 어울리긴 하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할 라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네놈이 인정하지 않을 게 뻔하다만, 본왕에게는 설중화가 제일이니라.”
라스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본인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는 듯 거만하게 턱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라온은 당당히 선 라스의 등을 보며 살짝 입술을 씹었다.
‘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라스는 내 등을 포기하지 않는 검사의 등이라 말했다.
너무도 큰 무력 차이가 나기에 수련할 때마다 라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큰 오해였다.
녀석은 속으로 내 끈기와 의지를 인정해주고 있었다.
실제로도 라스가 쏟아냈던 설중화의 참격은 내가 검은 잡은 이후로 단 하루도 빼놓지 않았던 기본 검술들의 무리를 담고 있었다.
라스의 진심을 알게 되니,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더 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아직 안 끝났으니까.”
라스가 겨울의 빛이 서린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그리드. 언제까지 죽은 척을 할 것이냐.”
녀석은 꺼뭇한 밤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도마뱀들이 찾아오기 전에 끝을 내도록 하지.”
그 말에 반응하듯 달빛이 길게 갈라지며 낡은 금화 하나가 불쑥 돋아났다.
“예전과 다르게 눈치도 빨라졌네.”
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금화에서 그리드의 여유로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 모습을 드러내라. 그리드.”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돼.”
금화에서 은은한 백광이 뿜어지며 그리드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정말 위험했었는지 그의 셔츠는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육체에도 상처가 가득했다.
“드래곤들은 바로 오지 못할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라스가 그리드를 올려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걔네한테 일이 좀 생겼거든.”
그는 살짝 늦을 거라며 손목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놈 대체 무얼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냐.”
“장사꾼이 돈 벌지 뭘 하겠어. 물론 오늘은 손해가 막심하지만….”
그리드가 가볍게 손을 털었다.
“살아남는 데도 1억을 쏟았으니까.”
‘1억?’
라온이 그 말을 들으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 천칭을 또 불러왔던 건가?’
그리드는 라스의 마도현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시 천칭을 소환해 금화 1억 개를 쏟아 넣었던 것 같았다.
“네가 꺼내 들 법한 위력의 결계였다. 천칭이 아니었다면 정말 죽었겠지. 다만….”
그리드의 목소리가 낮게. 아주 낮게 가라앉았다.
“다음에는 다를 것이다.”
그는 자신감을 넘어서 확신을 담아 읊조렸다.
“아니, 다음에는 네놈의 목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라스는 그리드의 금빛 눈동자를 노려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음….’
라온은 움직이지 않는 라스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한계인가?’
검계현신이 검사의 전력을 쏟아붓듯이 라스의 마도현신 역시 녀석이 가진 마기의 대부분을 소모했을 것이다.
남은 시간이나 마기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라스.”
그리드가 픽 웃으며 허공에서 등을 뒤로 젖혔다.
“네가 꺼내든 결계. 지그하르트의 검계현신과 비슷하던데, 너 혹시….”
그의 눈동자가 샛노란 빛으로 번들거렸다.
“인간을 키우고 있는 건가?”
“장사치 놈이 또 개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라스가 새벽에 깔린 눈처럼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본왕은 누구도 키우지 않느니라. 그저 미숙한 것들이 본왕의 품 안에 모여들 뿐이지. 잡스러운 소리를 할 거라면….”
녀석이 힘을 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 됐어. 이 이상 싸웠다간 내 창고가 바닥날 테니까. 하긴 인간을 키우는 마왕이 둘이나 있을 리는 없지.”
“둘? 그건 무슨….”
“…….”
그리드는 답을 하지 않고 연한 미소를 그렸다.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이대로라면 글러트니에게 먹힐 것 같으니까.”
“쩝….”
글러트니는 실제로 허공에 떠 있는 그리드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다음에는…아,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셨군.”
그리드가 손가락을 들다가 멈춰 섰다. 그는 우측과 좌측을 번갈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라스. 너를 알아보지 못했던 대가는 이것으로 치르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리드의 등 뒤로 금화로 쌓은 듯한 거대한 날개가 타올랐다. 숨을 옥죄이는 듯한 어마어마한 마기가 다시 밤하늘을 뒤덮었다.
후우우우우웅!
그리드는 본인의 존재감으로 라스와 글러트니의 기척을 짓누르며 서쪽으로 날아갔고, 곧이어 나타난 붉고, 푸른 번쩍임이 그 뒤를 쫓았다.
라온은 다채로운 섬광 속에서 가장 진한 빛을 뿜어내는 금색 휘광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드래곤 로드?’
익숙한 기운이다. 드래곤 로드와 드래곤들이 그리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저게 대가를 치른다는 건가.’
그리드는 라스를 의심했던 대가를 드래곤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갚겠다는 것 같았다.
‘상인이라고 했었지….’
그리드는 스스로를 장사치라 칭했으니, 이것으로 신용을 지킨다는 뜻이 분명했다.
라스는 그리드와 드래곤들의 추격전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서리의 나무 밑에서 기절해 있는 광풍대의 상태를 확인한 후 글러트니의 옆으로 다가갔다.
“글러트니. 마기를 가라앉혀라.”
“왜?”
글러트니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마뱀들이 쫓아오면 귀찮아지니까.”
“오면 잡아먹으면 되잖아. 그때처럼.”
그녀는 기대가 된다는 듯 입맛을 길게 다셨다.
‘어…?’
라온이 글러트니의 혀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얘랑 먹은 거였어?’
어이가 없으면서도 식충이가 둘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쯧.”
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땅그지처럼 돌멩이나 주워 먹고 다니다니, 네놈은 여전하군.”
“그럼 뭘 먹어야 하는데?”
글러트니는 그 말을 하면서도 마기에 휘감긴 철근을 씹어 삼켰다.
“네놈 혹시….”
라스가 글러트니의 탁한 눈동자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구슬 아이스크림이라고 아느냐?”
* * *
라스는 마기와 존재감을 가라앉힌 글러트니를 데리고,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향했다.
천장은 무너졌지만, 내부에 설치된 기둥 때문에 매장 전체가 뭉개지지는 않았다.
“들어오거라.”
라스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글러트니를 매장 안쪽으로 불렀다. 꼭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아이 같았다.
“구슬 아이스크림이 뭐야?”
글러트니는 별 관심 없는 눈빛으로 턱을 까딱였다.
“인간의 존재 이유이자, 마신의 축복이니라.”
라스는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라온이 헛웃음을 흘렸다.
‘사람이 만든 게 언제부터 마신의 축복이 된 건데!’
더 웃긴 건 인간의 존재 이유란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흐흐흥.”
라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카운터를 넘어서 아이스크림이 놓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법 장치가 고장 났는지 조금 녹았지만, 녀석은 냉기를 운용하여 다시 아이스크림을 얼렸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녀석은 신을 영접한 듯 황홀한 표정으로 숨을 헐떡였다.
“이게 아이스크림이야?”
글러트니는 양이 적다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니라! 일단 처먹고 이야기하거라!”
라스가 글러트니에게 인상을 찌푸리고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푸는 스푼을 잡았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녀석은 눈물을 찔끔 흘리고서 냉동 박스에 아이스크림을 담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 분명함에도 손놀림이 쾌검수 이상으로 빨랐다.
‘이 녀석….’
라온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담는 라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힘을 아낀 거였어.’
그리드도 힘을 숨겼지만, 라스도 전력을 꺼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강림했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던 게 억울했던 것 같았다.
정말이지 감당이 안 되는 식충이 마왕이었다.
“끝이니라!”
라스는 구슬 아이스크림의 모든 종류를 냉동 상자에 담아서 카운터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산더미처럼 솟구친 아이스크림 상자 하나를 글러트니에게 건네주었다.
“먹어보아라.”
“음….”
글러트니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바라보다가 하얀 입을 소환했다.
“이거 작아, 한 입 크기야.”
그녀는 하얀 입을 작게 벌려서 아이스크림을 넣었다.
“이런 식충이 놈이!”
라스가 참지 못하고, 글러트니의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쳤다. 텅 빈 가게 안쪽에서 빡 소리가 울렸다.
“윽….”
글러트니가 고개를 팍 숙였다가 눈동자를 굴렸다.
“왜 때려….”
“그리 무식하게 먹는 게 아니니라! 진짜 주둥이로 처먹거라!”
라스는 먹을 줄 모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
라온 역시 어벙한 표정으로 라스와 글러트니를 바라보았다.
마왕이라는 것들이 외모와 기운만 비현실적이지, 하는 짓은 바보나 다름없었다.
“으….”
글러트니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하얀 입을 지웠다. 그녀가 진짜 입술을 벌려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아삭.
아이스크림이 씹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글러트니의 탁한 눈동자가 루비처럼 선명한 빛으로 번쩍였다.
“…이거 뭐야?”
“으흐흐.”
라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진정한 맛이라는 것이니라. 식충아.”
녀석은 인간계의 모든 것에 통달한 듯 글러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맛있어. 진짜 맛있어.”
글러트니가 헤헤 웃으며 구슬 아이스크림을 연달아 먹었다.
“이거! 이 초록색 아이스크림이 진짜이니라!”
라스가 끝에 올려둔 민트초코를 가리켰다. 추천해주고 싶었는지 꽤 많은 양이었다.
“응.”
글러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민트초코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선 1초도 지나지 않아 혀를 길게 내밀었다.
“이건 별로.”
그녀가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맛알못이!”
‘맛잘알이네.’
라스가 미간을 찌푸리고,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은 즐겨라.’
라온은 글러트니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라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네 덕분에 살았으니까.’
라스가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녀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라온 지그하르트. 여기 아이스크림 값은 네놈이 치르거라.”
‘요놈이?’
* * *
라스와 글러트니는 걸신들린 듯 매장에 있던 모든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야 손을 멈췄다.
라온이 볼록 튀어나온 라스의 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무조건 배탈이다.’
라스의 육체 같지만, 결국 저 몸은 내 것이다. 빈속으로 아이스크림을 저렇게 먹었으니, 괜찮을 리가 없었다.
“끄응….”
글러트니는 아이스크림을 모두 먹은 후 아이스크림을 담고 있던 철통까지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이거 딸기 맛.”
그녀는 철통에 묻어 있는 작은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하는 듯 헤헤 웃었다.
“글러트니, 그만하고 나오거라.”
라스가 글러트니의 뒷덜미를 잡아서 끌고 나왔다.
“먹느라 잊고 있었는데, 본왕이 네게 할 말이 있느니라.”
“할 말?”
글러트니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느니라. 아까 본왕이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어떤 말?”
“네게 권능을 달라고 했지 않느냐.”
라스가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저었다.
‘저거 설마!’
라온이 라스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지금 라스의 미소를 보니, 녀석은 그 권능이 필요 없다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이 얍삽한 게….’
지켜준다고 한 건 그리드의 일이었으니, 글러트니의 권능을 얻는 건 막으려는 게 분명했다.
‘밀어내야 해.’
탐욕을 얻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폭식마저 놓칠 수는 없었다.
조용히 빠져 있던 영혼의 격을 최대한 끌어냈다.
“그거 사실….”
라스가 사이한 웃음을 그리며 말을 이어가려 할 때였다. 불의 고리가 끌어낸 영혼의 격이 녀석의 영혼을 밀어내고 육체의 중심을 되찾았다.
화아아아아아!
푸른 마왕의 육체가 사그라들고, 라온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뭐야?”
글러트니는 이미 보았던 모습이었기에 놀라지 않은 채 눈만 끔벅였다.
“그거 사실 빨리 해야 하는 일이니라. 지금 네 권능을 내놓거라.”
라온은 육체를 되찾자마자, 라스를 연기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케헤헥! 아, 안 되느니라!
솜사탕으로 돌아온 라스가 마른기침을 하며 손을 저었지만, 당연히 글러트니는 듣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먹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썼어!
녀석은 아이스크림을 다 먹느라 시간이 다 갔다며 괴성을 터트렸다.
‘후우….’
라온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정신이 흐릿해.’
마왕강림의 여파로 육체와 정신이 모두 망가진 상태였. 지금 얼마나 다쳤는지 무엇을 잃었는지도 정확히 파악되질 않았다.
다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죽더라도 글러트니의 폭식은 받아야 한다.
“넌 참 어렵게 말하네.”
글러트니가 입을 삐죽 내민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안 돼! 안 되느니라! 이놈에게 더 이상 퍼주지 말거라!
‘그러게 누가 아이스크림 그렇게 먹으래?’
-끄으응, 이런 기회가 또 언제 또 올지 모르잖느냐!
라스가 울먹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이미 끝났어.’
라온이 바둥거리는 라스를 밀어내고 있을 때 글러트니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우우우웅!
글러트니의 손아귀를 통해 끈적하면서도, 공허한 감정이 스며들어 온다.
라스의 분노, 슬로스의 나태, 엔비의 질투를 받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각이었다.
치이이익!
글러트니가 손을 떼자, 손목에는 하얀빛을 띤 꽃팔찌가 조형되어 있었다.
“다른 애들이랑 같은 모양으로 했어.’
“아, 꽃….”
라온이 탄식을 내뱉었다. 정신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라스를 밀어내느라, 원하는 형태를 말할 시간이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저것만큼은 안 줬어야 했는데!
라스는 최악이라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대신 다른 걸 좀 더 받아야겠어.
“글러트니.”
라온이 글러트니를 향해 하얀 꽃팔찌를 들어 올렸다.
“이거 빨리 개방시킬 수는 없어?”
“그거까지 하면 배고픈데….”
“그럼 구슬 아이스크림을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걸 줄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물건?”
“그래.”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금화 더미를 꺼냈다.
-이, 안 되느니라!
라스가 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놈 도와주면 너도 망해! 마계를 무너뜨릴 놈이라고!
“아이스크림 냄새가 나는 곳에 가서 이 금화를 내밀면 다 먹을 수 있어.”
라온은 라스를 무시하고 글러트니에게 금화를 보여주었다.
“오….”
글러트니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꽃팔찌를 매만졌다.
화아아아아아.
그녀가 손을 떼자, 하얀 꽃잎에 은은한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한숨 자고 나면 깨어날 거야.”
“고맙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글러트니에게 금화 더미를 넘겨주었다.
-으으, 빌어먹을!
라스가 이를 바득 갈았다.
-폭식을 얻은 네놈도, 제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더 먹을 수 있는 저 식충이도 열받느니라! 케헥!
녀석은 둘 모두를 저주하며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그래도 하나는 다행이니라.
라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
-네놈이 그리드의 탐욕까지 먹었으면 정말 괴물이 되었을 텐데, 보내주기를 잘했어.
라스는 끈기는 인정해도 꿀 빠는 건 절대 못 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시간이 없던 게 아니라, 일부러 보내준 거였어?’
-으흐흐, 네놈이 꿀 빠는 건 본왕이 막는….
녀석이 얇은 미소를 지을 때였다.
[의 호의를 받았습니다.] [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을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불가능한 위업을 이루셨습니다.]-자, 잠깐 설마….
라스의 떨림에 반응하듯 그 밑으로 메시지가 쭈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라스가 빽 소리를 질렀다.
-저것들 대부분 본왕이 한 것인데, 왜 이놈에게!
‘이 정도 보상이면….’
라온은 절규하는 라스를 보며 폭식의 꽃팔찌를 매만졌다.
‘꽃팔찌도 찰 만하지!’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