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80
제680화
라온이 퍼렇게 타오르는 멀린의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위험해.’
아무리 멀린이라고 해도 마족과 관계된 일을 가볍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마왕을 강림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대륙 공적이 되는 건 당연하고, 드래곤 로드에게 쫓기게 될지도 모른다.
지그하르트도 벽이 되어줄 수 없을 테니, 말 그대로 죽음밖에 남지 않는다.
“멀린. 나는….”
“멋있어!”
약점이 잡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고 할 때 멀린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어…?”
라온의 눈동자가 멍하게 풀렸다. 지금 멀린에게 들은 말이 현실 같지 않았다.
“마왕을 강림시켜서 다른 마왕과 싸우다니, 최고잖아!”
멀린이 넋이 나간 듯한 눈동자로 허공을 올려 보았다. 라스와 그리드의 싸움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걸 다 봤다고?”
“마기 때문에 숨이 막혀왔지만 계속 견뎠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어.”
멀린이 견뎠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또 수명을 끌어온 것 같았다.
‘어이가 없네.’
-저, 저 광녀가 본왕의 얼굴을 봤다고? 으으으….
그리드와 싸울 때도 당당했던 라스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본 사람이 멀린이라 다행이야.’
멀린의 말을 들어보니, 마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만 혹시 모르니 확실히 못을 박아둬야 했다.
“멀린. 내가 마족과 관계되어 있다는 건….”
“당연히 말 안 해. 나만 알 거야.”
멀린이 날개로 본인의 몸을 끈적하게 쓸어내렸다.
“누구도 모르는 네 비밀을 나만 아는 건 오싹할 정도로 기분이 좋으니까.”
“아….”
라온이 덜덜 떨리는 동공을 내렸다.
‘왜 내 주변에는 정상인이 없는 거지?’
마왕 소환을 보고도 멋있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비밀을 독점하고 싶다니, 소름이 돋는다.
마법사들이 특이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멀린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켈록! 왜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냐.
라스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놈이 제일 미쳤으니까. 미친 것들이 모여들지!
‘그게 무슨… 음.’
라온이 반박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니 자신 역시 정상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멀기는 했다.
-케헤헤헤… 켈록!
라스가 웃다 말고 기침을 내뱉었다.
-네놈이 입 다무는 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느니… 켈록!
‘기침이나 다 하고 말해.’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멀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요즘 에덴은 어때?”
“평온해.”
멀린이 왼쪽 날개를 파닥였다.
“내가 중요 정보와 멀어진 것도 있겠지만, 조용히 병력만 모을 뿐 내부고 외부고 잠잠해. 꼭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음….”
“다만 우리 대신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한 곳이 있지.”
“거칠게 움직이는 곳?”
“백혈교.”
멀린이 들어 올린 날개로 부리를 가렸다.
“음….”
라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도 백혈교가 칼 왕국을 습격하여 국왕을 죽이고 유물을 강탈했다는 소문이 들렸었다.
지금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오마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백혈교였다.
“혈귀 놈들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백혈교주의 회복일 거야.”
“회복?”
“응. 너희 가주한테 당했던 상처가 남아 있었을 테니까.”
멀린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초월자들의 싸움은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에도 손상을 입혀. 타천도 꽤 오래 고생했었지. 뭐, 덕분에 지금은 더 강해졌지만.”
그녀는 짜증 나는 일이라며 혀를 찼다.
“그래서 백혈교주가 칼 왕국과 도시들을 습격했던 거였군.”
라온이 백혈교주의 요사스러운 얼굴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야 그녀의 움직임이 이해가 갔다.
“지금은 다 회복되고 타천처럼 더 위로 올라갔을 수도 있으니, 다시 널 노릴지도 몰라.
“날 노린다고?”
“그 모기 년이 심한 부상을 입은 것도 끝까지 널 데리고 가려던 욕심 때문이었으니까.”
멀린은 백혈교주에게 살의를 느끼는 듯 부리를 잘게 떨었다.
“그러니까 조심해.”
“그 이야기를 해주려고 찾아온 거야?”
“응.”
그녀는 오직 그것뿐이라는 듯 웃었다.
“음….”
라온은 멀린의 반응에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적이라는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꼭 동료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는 갚아야겠지.’
멀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도움을 주고 있지만, 내게 있어서 그녀의 도움은 빚이나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이 일방적인 도움을 되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음, 힘을 좀 많이 써서 이제 가봐야겠네. 힘들어하는 것 같아.”
멀린이 날개를 가늘게 떨었다.
“이 아이는….”
“…….”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멀린의 말이 이어졌다.
“지렁이를 먹고 싶대.”
“그건 있어!”
라온이 환히 웃으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낚시용 지렁이를 꺼냈다. 미리 도리안에게 받아놔서 다행이었다.
“아, 그건 안 돼.”
멀린이 단호하게 날개를 저었다.
“이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건 살아 있는 지렁이야. 사냥 기술이 없어서 그동안 먹고 싶어도 못 먹었다고 하네.”
“아니, 비도 안 오는데 갑자기 살아있는 지렁이를 구하라고 하면….”
“그럼 부탁할게!”
라온이 헛바람을 흘릴 때 멀린이 손을 흔들었다.
짹!
참새는 빨리 지렁이를 구하러 가자는 듯 손등을 가볍게 쪼았다.
-푸헤헤헤헤!
라스가 즐겁다는 듯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켈록! 하찮은 네놈에게 딱 어울리는 일이니라!
‘지렁이로 폭식 터트리기 전에 조용히 해라.’
-흐읍!
녀석은 진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듯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어휴….”
라온은 한숨을 내쉬고서 왕국 근처의 산을 올랐다.
참새에게 배 터지도록 지렁이를 먹이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이틀 뒤.
광풍대와 슈페르의 왕국의 간부들이 성문 앞에서 마주 섰다.
“이렇게 빨리 가시다니 아쉽군요.”
호펜이 아쉬운 듯 눈썹을 살짝 내렸다.
“언제까지 공짜 밥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공짜 밥이라니요! 왕국을 거덜 낸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는 진심이라는 듯 고개를 마구 저었다. 왕이 되었음에도 아직 특유의 곧은 눈빛은 그대로였다.
“농담이고, 저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아….”
호펜은 생사결 준비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년 중순쯤에 다시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라온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때는 왕국 전체에서 축제를 열어야겠군요!”
호펜은 부왕과의 생사결에서 승리한 후 찾아오겠다는 말을 알아듣고서 싱긋 웃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온이 호펜에게 가볍게 턱을 끄덕이는데, 성녀 올가가 묘한 눈짓을 해왔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고서 떠날 준비를 할 때 호펜이 뒤를 향해 턱짓을 했다.
“슈페르의 영웅들께 경례!”
성기사들이 발을 구름과 동시에 호펜의 목소리가 성벽을 울렸다.
뒤편에 서 있던 성기사와 신관들이 검을 거꾸로 세웠다.
슈페르의 인사인 합장이 아니라, 지그하르트의 검례였다.
“음….”
라온은 입술을 살짝 씹었다. 호펜과 성기사들의 검례를 보자,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른 녀석들도 같은 감정을 느낀 듯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스르르릉.
광풍대와 함께 검을 뽑았다. 칼날을 거꾸로 세워서 그들에게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광풍대와 슈페르 사람들의 얼굴에 마음을 나눈 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처억.
라온도, 호펜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대로 등을 돌렸다. 이 이상의 인사는 필요 없었다.
* * *
라온은 잔잔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제천검의 검병을 매만졌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부왕과의 결투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번 일을 통해서 나아갈 길은 찾았지만, 지금의 나는 지그하르트에 있을 때보다 약해진 상태다.
돌아가자마자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만 폭식을 얻었고, 라스의 몸에 들어가는 경험까지 했으니, 시간만 잘 사용한다면 더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수련을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안쪽 텐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침번 교대 시간이 아니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리메르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부대주님?”
라온이 눈을 부릅떴다. 불침번에 걸려도 일어나지 않을 사람이 먼저 다가오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안 주무세요?”
“잠깐 깼어.”
리메르가 눈을 반만 뜬 채 손을 저었다.
“그럼 더 주무세요. 해가 뜨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잘 거야.”
그는 잔다고 말하면서 모닥불 앞에 주저앉았다.
“라온.”
리메르는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다가 모닥불을 툭 건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내가 예전에 한 번 물어본 적 있잖아. 가주가 될 생각 없냐고.”
“예.”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메르만이 아니라, 글렌도 물어보았었고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같았다.
‘아직 모르겠다고 했었지.’
내가 강해지는 것과 광풍대와 별관을 챙기는 것, 그리고 데루스 로베르트에 대한 복수로 머리가 가득 차 있기에 지그하르트의 가주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거 지금은 어때?”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로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모르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같았다.
“그러냐.”
리메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픽 웃었다.
“나는 말이야. 네가 가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
갑자기 가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줄 몰랐기에 눈이 부릅떠졌다.
“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그하르트를 위해서.”
“그게 무슨….”
“지금 지그하르트가 육황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건 가주님 덕분이야. 압도적인 무력과 위엄으로 대륙을 짓누르고 있지. 다만….”
리메르의 녹색 눈동자가 연한 빛을 떨어뜨렸다.
“그 사람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대신 돌이킬 수 없는 과거도 얻었지.”
“…….”
과거라는 말이 나오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가주님은 강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마에 발을 들였고,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무력과 대륙 정벌에만 관심을 가지셨어. 그리고 지금은 그 시간을 후회하고 계시지.”
리메르가 짧게 입맛을 다셨다.
“그분이 가문을 확실하게 휘어잡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야. 가문 내부에 무관심했던 가주가 이제 와서 힘으로 짓누르는 걸 부끄럽게 여기시는 거지.”
그는 웃기지 않냐며 입매를 비틀었다.
“덕분에 첫째 딸은 방랑벽이 도져서 해적질을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권력과 힘을 탐하는 젊은 시절 가주님을 그대로 닮았고, 셋째 아들은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가 되어서 나돌아다니고, 넷째는 그냥 바보. 막내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리메르가 모닥불을 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가주님이 가주 직을 내려놓으시고 쉬신다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가문을 떠나시게 된다면 많은 것이. 정말 많은 것이 바뀔 거야. 아리스가 정신을 차린다면 그나마 지금 상태가 유지되겠지만, 걔는 절대 가주 자리에 오르지 않을 테니까.”
“음….”
그의 말대로 아리스는 지그하르트의 가주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생각에 가문의 문제를 모두 제압하고 정상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리메르의 목소리가 불씨를 재우듯 고요히 가라앉았다.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는 지금까지 말했던 게 장난이었던 것처럼 목소리를 길게 늘렸다. 그래서 더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메르가 손을 들어 어깨를 잡았다.
“언젠가는 네 비밀을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
“…….”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라온이 리메르의 미소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마족끼리 싸우다가 사라졌다고 말할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더니,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너 스스로도 우리를 속인다는 생각에 표정이 좋지 않았거든.”
“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그게 표정에서 드러날 줄은 몰랐다.
“네가 그 어떤 답을 해주더라도 나만큼은 네 등 뒤에 서주마. 아니, 나만이 아니야. 조장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거다. 다만 너를 믿기에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겠지.”
리메르가 광풍대가 자고 있는 곳을 보며 웃었다.
라온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말아쥐었다.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언젠가.”
신뢰라는 감정으로 가득 찬 리메르의 눈을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언젠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리메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마. 언제까지라도.”
그는 진심이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런데 부대주님.”
라온이 옅게 웃는 리메르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응?”
“요즘 왜 안 하던 짓을 하십니까?”
안 하던 일을 하면 죽는다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걱정 마라. 죽을 생각 없으니까.”
리메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꼭 보고 싶은 것도 있거든.”
그는 그 말을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라온은 그 반대로 시선을 내려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사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 * *
글렌이 팔짱을 낀 채로 단상 위와 아래를 쉴 새 없이 오갔다. 그의 안색에 어둑한 그늘이 져 있었다.
“가주님이 왜 저러시는 거죠?”
셰릴이 안절부절못하는 글렌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당연히 라온 도련님 때문입니다.”
로엔이 셰릴의 옆으로 다가가며 허허 웃었다.
“라온이요?”
셰릴이 로엔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슈페르 왕국을 구원한 영웅이라고 아주 난리가 났잖아요.”
그녀는 라온 때문에 글렌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기에 먹힌 왕과 대신관 대리, 근위 기사단장을 꺾고, 그 일을 벌인 마족까지 토벌해서 그야말로 영웅이 되었는데, 어째서….”
“그래서죠.”
로엔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손자가 오질 않으니까.”
그는 뻔하지 않냐며 턱으로 그렌을 가리켰다.
“아아. 그렇겠네요.”
셰릴도 이제 알겠다는 듯 미소를 그렸다.
“무, 무슨 헛소리들을 하는 것이냐!”
글렌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족과 싸우게 되면 마기에 의한 상처가 심각하게 남을 수도 있다.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걱정했을 뿐이다!”
그는 20살이 넘은 검사들에게 성장기라고 말하며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 신성 왕국이잖아요. 우리보다 잘 조치해줬을 겁니다.”
셰릴은 성장기라는 말이 재밌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허허허.”
로엔 역시 그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허허롭게 웃었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어딜 가든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요.”
“마족의 존재를 처음 알아차린 것도 라온 님이라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걔가 감 하나는 타고났죠. 전에 저와 함께 임무에 나갔을 때도 성자님의 위치를 바로 찾아냈죠.
셰릴은 예전 라온과 함께 임무에 나갔던 일을 말하며 눈동자를 슬쩍 돌렸다.
“무학적인 재능만이 아니라, 영웅이 될 기질 자체를 타고나신 듯합니다.”
로엔도 라온을 칭찬하며 단상 위로 시선을 들었다.
“커허험!”
글렌은 끊임없이 움직이던 다리를 그 자리에 세운 채 헛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다만 이제 내성이 생긴 듯 웃음을 보이지도 입꼬리를 떨지도 않았다.
“어?”
“흠….”
셰릴과 로엔이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알현실 문이 열리고 비연회주 채드가 들어왔다.
“가주님. 광풍대가 정문 앞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가라앉아 있던 글렌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 올라갔다. 고요히 가라앉아 있던 화산이 한순간에 폭발한 듯한 모양새였다.
셰릴과 로엔은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나군요.’
글렌은 두 사람이 놀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환한 웃음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주전으로 들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