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81
제681화
쿠구구구구.
라온이 따스히 가라앉는 햇살 줄기를 느끼며 알현실로 들어섰다.
셰릴, 세레나, 트레빈과 눈인사를 하며 단상 앞으로 걸어갈 때 진무전주 발데르가 왼쪽 눈을 깜빡였다.
‘뭐야….’
헛바람을 흘리며 바로 시선을 돌렸다.
‘왜 저러는 거지?’
간부 회의 때도 그렇고 왜 틈만 나면 저렇게 눈을 깜박이는 건지 모르겠다.
연관되고 싶지 않아서 발데르의 시선을 무시하고 단상 앞에 섰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은 광풍대가 뒤에 선 것을 확인하고 글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광풍대도 같은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 일어나라.”
일어나라는 건조한 말을 들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글렌은 평소와 같이 주먹에 턱을 괸 채로 공허한 눈동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라온은 글렌의 탁한 눈빛을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가주님이 왜 저런 눈빛이 되었는지 이제야 알겠어.’
실비아를 보는 글렌의 눈동자가 더 깊게 가라앉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그는 과거를 후회하기에 현재를 보고 있지 않았다.
‘이해는 가. 나 역시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으니… 음?’
라온이 짧게 한숨을 내쉬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르신 것 같은데….
추를 단 듯 내려가 있던 글렌의 입매가 평소보다 조금 올라가 있었고, 눈빛 역시 평소보다 탁함이 덜한 것 같았다.
“광풍대주.”
다만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글렌의 부름이 들려왔다.
“예. 가주님.”
라온이 답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몬스터 토벌 임무에 나간 광풍대가 어떻게 슈페르 왕국의 국빈이 되어서 돌아온 거지?”
“국빈?”
국빈 이야기는 처음 듣기에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슈페르 왕국에서 서신이 왔다.”
글렌이 옥좌의 팔걸이에 놓여 있는 하얀 봉투를 흔들었다.
“광풍대주와 광풍대를 슈페르의 국빈으로 지정하고, 지그하르트에 납품하는 성수의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겠다는 내용이었지.”
“국빈? 광풍대 전원이?”
“한 명이 아니고, 30명이 넘는데 그걸 다?”
“국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성수 가격이 반값이면 거저라고!”
“그렇지. 슈페르 왕국의 성수는 대륙에서도 손꼽히잖아!”
간부들은 멍한 눈으로 라온과 광풍대를 바라보았다.
글렌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라는 듯 턱을 끄덕였다.
다른 간부들도 궁금하다는 듯 연한 빛이 맴도는 눈동자를 들었다.
“저희가 디바른 산에 도착했을 때 호펜 경과 성기사들이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구해주고, 정상에 올라가서….”
라온은 글렌과 간부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물론 마왕 강림이나, 그리드의 등장 같은 건 적당히 얼버무렸다.
“허어….”
“미쳤구만….”
“이제야 이해가 되네. 슈페르의 영웅 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했어.”
“신성 왕국에서 마족을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는데, 저러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왜 난리였는지 알겠군….”
간부들은 놀랍다고 말하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음, 다른 건 몰라도 신성 왕국의 신관보다 마족을 빨리 찾아내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성녀나, 팔라딘, 리메르조차 쓰러졌는데 어떻게 혼자서 싸울 수 있던 거지?”
직계 간부들은 예전처럼 무력 시위를 할 수 없기에 추한 말로 시비를 걸어왔다.
“그건….”
“안 닥치냐?”
라온이 비웃음과 함께 대답을 해주려고 할 때 발데르가 오른발로 땅을 내리찍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잡음을 끼워 넣어!”
“저, 전주님?”
“전주고 지랄이고 닥치라고! 가주님 앞이다!”
발데르가 입매를 비틀자, 직계 간부들이 찔끔한 표정으로 시선을 홱 돌렸다.
‘댁은 가주 앞에서 욕을 하고 있는데….’
라온이 눈을 끔벅이며 발데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다시 한쪽 눈을 찡긋했다.
더 웃긴 건 글렌이다. 그는 평소와 달리 발데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뭐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는데, 글렌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렸다.
“광풍대주.”
“예.”
“훌륭하다.”
글렌은 어떠한 추임새도 없이 바로 훌륭하다는 단어를 꺼내놓았다. 다른 간부들도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마족을 찾은 것도, 마기에 씌인 바우른 국왕을 꺾은 것도 딱히 대단한 일은 아니다. 허나….”
그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에서 사위를 찍어누르는 절대적인 기파가 번져 나왔다.
“크윽….”
“으….”
기둥 앞에 선 간부들이 글렌의 기파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거나 무릎을 꿇었다.
“그랜드 마스터조차 압도하는 마족과 정면에서 싸우는 일은 절대 쉬운 게 아니지.”
글렌은 서늘한 시선으로 라온의 업적을 의심하던 직계 간부들을 내려보았다.
“으음….”
“끄응….”
직계 간부들은 글렌의 기파에 허리조차 들어올리지 못하고 손만 떨었다.
“리메르와 성녀가 지쳐 있었다고 해도 일어서기 힘들 정도의 마기를 지녔다면 최소 중급 혹은 상급 마족일 것이다. 그런 고위 마족을 꺾었다는 건 네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칭송을 받을 법한 위업이다.”
글렌은 명문 검가의 주인답게 슈페르 왕국을 구한 일보다 검으로 마족을 꺾은 일을 높게 보고 있었다.
“너희 역시 마찬가지다.”
글렌의 시선이 라온의 뒤에 선 광풍대에게 흘러갔다.
“하급 수준이라고 해도 지금 너희들이 마족과 헬 하운드를 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대단한 위업을 세웠구나.”
“대, 대주님이 새로운 무학을 전수해 주신 덕분입니다.”
“광풍류가 아니었다면 그 새끼를 잡기 힘들었을 겁니다!”
버렌과 마르타는 내게 공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글렌에게 직접 칭찬을 들었기 때문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존잘 라온.”
루난은 이 와중에도 존잘이라고 중얼거리며 눈을 끔벅였다. 내 얼굴이 붉어졌다.
“과, 광풍류라면 광풍대주가 얼마 전에 만든 무학 아니야?”
“맞아. 그게 마족을 잡을 정도의 무학이었다니….”
“최상승 무학이라는 소문이 진짜였어?”
“진짜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
간부들은 광풍대의 말에 더 놀란 듯 입술을 떨었다.
“크흠!”
“크흐흐흐.”
도리안과 크레인은 사람들이 경악하는 게 즐거운 듯 콧대를 세운 채 허리를 쭉 폈다.
“대단하구나!”
발데르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쪽 눈을 깜박이는 것도 여전했다.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소름이 돋아올랐다.
“커허험!”
글렌이 크게 헛기침을 하며 오른손으로 턱과 입을 가렸다. 그의 손끝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마족을 꺾은 게 최고의 업적이지만, 놈을 먼저 찾아서 인명 피해를 줄인 것도, 슈페르의 국빈이 되어 돌아온 것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지.”
글렌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과 달리 목소리를 가늘게 떨었다.
“광풍대 전원에게 금패를 하사하고, 상승 무구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내어주겠다.”
그의 선언에 간부들이 모두 입을 떡 벌렸다.
“저, 전부 금패라고? 거기다 상승 무구라면….”
“보고를 열어주신다는 건가?”
“한두 명도 아니고, 전원? 이건 좀….”
“난 괜찮아 보이는데? 한 왕국을 살린 거잖아.”
“그래. 국빈이 되었으니, 연계도 편할 테고, 성수가 반값이면 어마어마한 이득이라고.”
몇몇 간부들은 너무 과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른 간부들. 특히 발데르가 인상 쓴 모습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
글렌은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듯 라온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광풍대를 이끈 광풍대주는 두 가지 무구를 고를 권한을 주겠다.”
* * *
따악!
글렌은 광풍대 전원에게 금패를 하사한 후 손가락을 튕겼다.
화아아아아아아!
알현실 전체에 여명 같은 금빛이 번지며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무기와 갑옷, 장신구들이 차원을 가르고 떠올랐다.
“와아….”
“이, 이건….”
“하나 같이 상승의 무구야. 눈을 뗄 수가 없군.”
광풍대와 간부들은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는 무구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그하르트의 보고 안에 있던 무구를 소환했다.”
글렌은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저었다.
“광풍대는 원하는 무구를 직접 고르도록.”
그는 무엇을 골라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감사합니다!”
광풍대는 무구에서 눈을 떼지 못함에도 먼저 글렌에게 고맙다고 외쳤다.
다만 그와 동떨어진 인물이 하나 있었다.
“돈 없었는데, 팔 거 생겼… 끄헉!”
리메르는 인사조차 없이 무기에 달려가다가 붉은 벼락을 맞고 추락했다.
-저 머저리….
라스가 살집이 오른 턱을 절래절래 저었다.
-조금 괜찮아졌나 했더니 여전하구나. 켈록!
녀석은 글러트니 앞을 막고 도망치라고 말했던 리메르를 떠올린 듯 미간을 구겼다.
‘글쎄.’
라온은 모닥불 앞에서 리메르와 나눴던 대화를 되새기며 옅게 웃었다.
“와, 미쳤다. 이 검 좀 봐! 검날이 톱처럼 갈려 있어! 무시무시한데?”
“이 갑옷은 액체처럼 출렁거려!”
“오러를 증폭시키는 귀걸이? 아, 아무리 그래도 귀걸이는 좀….”
광풍대는 알현실 이곳저곳으로 흩어져서 무구를 살피고 있었다. 즐거운 듯 모두의 입가에 긴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드디어 내 다크 피닉스를 대체할 검을 찾았군! 오늘부터 네 이름은 혼돈의 폭풍이다!”
“훗. 내 초록 물결 ver.2를 따라올 수 있을까?”
“슈퍼 학사르. 미안하다. 운명의 데스티니가 날 부르고 있어!”
이미 무기를 고르고 이름을 붙이는 검사들도 있었다. 광풍단 시절에 저 이름을 들고 소름이 돋았는데, 작명 센스들이 여전했다.
라온은 한숨을 푹 내쉬고서 무기가 없는 우측으로 향했다.
‘나한테 검은 필요 없지.’
제천검과 진혼검 그리고 천살비까지 있기에 무기는 필요 없었다.
‘그러면 뭘… 음?’
갑옷들을 둘러보는데,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얇은 옷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의가 왜 여기에 있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만져보는데, 천이 아니라 강철 같은 촉감이 느껴졌다.
다만 피부가 닿는 내부는 면티처럼 부드러웠다.
“참철포다.”
리메르가 팔짱을 낀 채로 옆으로 다가왔다.
“참철포요?”
“보기에는 평범한 옷 같지만, 충격을 흡수해주는 아티팩트지. 단단해서 한 번쯤은 목숨을 살려줄 거야.”
그는 참철포를 고르는 게 좋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가볍고 부드러워서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단순히 단단한 게 다가 아니라, 충격 흡수 능력까지 있으니, 제복 내부에 입기에 딱이었다.
라온은 참철포를 챙기고, 다음 물건을 찾아서 장신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 지 모르겠… 어?”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여러 장신구를 살피다가 눈을 부릅떴다.
‘이건….’
* * *
“설마….”
셰릴이 단상을 올려보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지그하르트의 보고를 그대로 꺼내주실 줄은 몰랐네요. 이번이 두 번째 아니에요?”
“세 번째입니다.”
로엔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첫째 도련님이 받으셨죠.”
“아!”
셰릴이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하긴 그 일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녀는 이해가 간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번 광풍대의 업적이 그 일에 못지않다는 뜻이겠지요.”
로엔이 글렌을 올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커험, 뭐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았으니까.”
글렌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떨리는 입꼬리가 초승달의 끝처럼 올라가기 시작했다.
셰릴과 로엔은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는 글렌의 미소를 보며 옅게 웃었다.
“아우 죽겠네….”
리메르가 목을 매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장비들에 대해 알려주느라 목이 다 쉬었어.”
그는 광풍대 전체의 무기를 골라주느라 힘들었다며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너 무슨 꿍꿍이야?”
셰릴이 리메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뭐가?”
“평소의 너라면 네 것만 고르고 바로 전당포로 달려갈 텐데? 왜 애들을 도와줬냐고.”
“나 부대주야. 이 정도는 해야지.”
“대주 때도 안 하던 짓인데?”
“생각이 좀 바뀌었거든.”
리메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이 바뀌어? 그게 무슨 뜻이지?”
셰릴은 가늘어진 눈빛으로 리메르를 노려보았다.
“…….”
리메르는 대답 없이 연한 미소만 그린 후 글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주님. 라온이 두 번째로 가져간 물건은 뭐에요? 저도 처음 보는 건데?”
“내가 가주가 되기 전부터 그 자리에 놓여 있던 것이다.”
글렌의 붉은 눈동자에 희미한 금광이 비쳤다.
“아니, 그 한참 전부터 있었지.”
“한참 전이라면….”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 * *
“지치네….”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글렌에 이어서 별관 식구들에게도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느라 목이 다 쉬었다.
특히 바로 신작 집필에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엔시아 때문에 더 힘들었다.
-커흑!
라스가 허공에 둥실 뜬 채로 작게 트림을 내뱉었다.
-역시 집밥이 최고이니라. 켈록!
녀석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집밥만 못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야.
“왜?”
-이제 구슬 아이스크림이나 먹거라.
라스는 실비아가 준비해둔 구슬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어머니는 왜 이런 걸 준비해서….”
실비아는 내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듯 세트로 다섯 개나 구해놓았다.
저걸 다 먹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 왔다.
-역시 우리 엄마이니라!
라스는 헤죽 웃으며 빨리 상자를 열라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후….”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구슬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냉동 상자를 열었다. 하얀 김과 함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다섯 덩이가 드러났다.
-엄마!
라스가 사랑한다고 외치며 두 손을 모았다.
마음 같아서는 먹고 싶지 않았지만, 라스가 해준 일이 있었고, 실비아의 정성이었기에 민트초코를 입에 넣었다.
-크으으으.
라스가 깊은 탄성을 흘렸다.
-이거이니라! 이 달달함 속에 퍼져 있는 시원상큼함! 텁텁한 입을 말끔하게 씻어주고 있느니라!
‘그냥 이 닦으면 되잖아.’
-그거랑 다르다고!
“후….”
라온은 상자에 들어 있던 아이스크림을 모두 먹고서 손을 내렸다.
-행복하구나. 켈록!
라스가 기분이 좋다며 배를 뒤집은 채로 허공을 떠다녔다.
“그럼 나도 배를 좀 채울까?”
라온이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배, 배를 채우다니?
“아직 폭식이 발동 안 됐잖아.”
겁먹은 듯한 라스의 눈을 보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나딘빵을 빼냈다.
-멍청한 놈.
라스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은 네 특성도 모르는 것이냐.
‘무슨 소리야?’
-네놈의 폭식은 글러트니와 달리 맛있다고 느껴야만 발동되는 것이니라. 단순히 배만 채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녀석은 앞으로 나딘빵은 못 먹을 거라며 낄낄 웃었다.
‘음….’
라온이 라스를 힐끔 보고서 그대로 나딘빵을 입에 넣었다.
-야! 인마!
라스가 뭐라고 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빵을 꼭꼭 씹어 먹었다.
역시나 나딘빵. 단번에 배가 터질 것처럼 가득 찼다.
-아, 안 돼….
라스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흘렸다.
-고, 고무 맛이 나느니라! 구슬 아이스크림이 적셔주었던 행복이 검게 타들어 가고 있느니라!
녀석은 고무 맛을 지우려는 듯 동그란 손가락으로 혀를 길게 쓸어내렸다.
“좋네.”
라온은 나딘빵을 전부 먹고서 만족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켈록! 본왕이 말했잖느냐! 폭식 발동은 안 되고, 입맛만 버렸….
라스가 따지려고 할 때였다.
[특성 이 발동됩니다.]폭식이 발동되었다는 알림와 함께 능력치와 영혼의 격이 소폭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왜?
녀석은 멍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너, 너 진짜 이 고무빵이 맛있다고?
‘응. 괜찮아.’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 잡초를 먹으면서 살기도 했기에 나딘빵 정도면 훌륭한 음식이었다.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어! 그 혓바닥 좀 보여봐라! 분명 개똥이 발라져 있을 것이니라!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돼!
라스가 믿을 수 없다며 악을 질렀다.
-자, 잠깐! 그러면 앞으로….
녀석은 분홍빛 혀를 살피고서 고개를 저었다.
‘매일 같이 나딘빵을 먹어야겠지.
-안 돼애애애애애애!
‘비명 좋고.’
라온은 라스의 비명을 들으며 침대에 등을 묻었다.
상의 주머니 속에서 붉은 실과 황금 실이 조화롭게 섞인 검 모양의 수실이 툭 떨어졌다.
-음….
울부짖던 라스가 그 수실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네놈 대체 그걸 왜 고른 것이냐?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녀석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가치?
“그래.”
라온이 수실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지그하르트 초대 가주의 물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