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89
제689화
라온은 천 조각에 막혀 있는 하얀 물결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건 뭐지?’
혈기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공격성을 띠지 않아서 정체가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혈령통로다.”
글렌이 붉은 눈동자에 하얀 물결을 담은 채 입술을 달싹였다.
“혈령통로라면….”
“백혈교의 혈귀만 이용할 수 있는 차원문이지.”
그는 백혈교가 만들어낸 이동 마법이자, 주술이라며 눈매를 찌푸렸다.
“너도 본 적 있어.”
리메르가 턱으로 하얗게 찰랑이는 혈령통로를 가리켰다.
“우리가 처음 10사도를 만났을 때 놈이 나타난 방식이 혈령통로니까.”
“아….”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였군.’
리메르의 말을 들으니, 10사도와 7사도가 바닥의 핏물 속에서 튀어나왔던 일이 떠올랐다.
백혈교는 대놓고 차원문을 이용할 수 없기에 이 혈령통로를 이용하여 장거리 이동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10사도가 사용한 혈령통로와 눈앞에 있는 혈령통로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때 본 혈령통로는 붉었는데?”
“나도 이렇게 하얀 혈령통로는 처음봐.”
리메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둘 중 하나겠지. 백혈교주가 만든 통로든가, 이 아래에 백혈교의 본부가 있든가.”
그는 본인의 예측을 확신하듯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은….”
셰릴이 리메르를 돌아보며 검병 위에 손을 얹었다.
“이 통로로 들어가면 백혈교주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렇겠지요.”
로엔의 인자한 눈빛 위로 칼날에 선 듯한 섬뜩함이 흘러내렸다.
다만 글렌은 혈령통로가 아니라, 천 조각에 붙어 있는 죽음의 기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죽음의 기운인가?”
그는 검게 일렁이는 오러가 죽음의 기운임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맞습니다.”
라온은 혈령통로가 막히지 않도록 바닥에 진혼검을 꽂아 넣고, 천 조각을 빼내서 글렌에게 건네주었다.
“도검존의 무덤 앞에서 저를 공격했던 그 기운입니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오그람은 백혈교주에게 패한 게 아니라, 데루스 로베르트의 기습에 당한 것이다.
“맞네. 그거야!”
리메르도 확신한 듯 눈썹을 살짝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공격했던 놈이 백혈교주와 싸우던 오그람 님을 기습한 것 같습니다.”
“…….”
글렌의 붉은 눈동자가 용암보다도 진한 열기로 타오른다. 그는 오그람이 비겁한 술수에 당한 것에 깊은 분노를 토해내는 것 같았다.
“후….”
라온은 이를 바득 가는 리메르와 셰릴, 로엔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찾아서 다행이야.’
데루스가 기습했다는 증거도 찾았고, 오그람을 구출할 수 있는 길도 발견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모두 달성했기에 빠르게 뛰던 심장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래. 그 멍청이가 그냥 당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글렌이 천 조각을 매만지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백응투의 조각에 격해무와 죽음의 기운을 담았으니, 혈령통로가 닫힐 수가 없지. 여전히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야.”
“동감합니다.”
라온이 글렌의 손에 잡힌 백응투의 조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
데루스 로베르트와 백혈교주의 눈을 피해서 이런 대비를 해놨다는 것만 보아도 오그람의 심계를 엿볼 수 있었다.
“너도 마찬가지다.”
글렌이 이쪽을 보며 턱을 주억였다.
“예에?”
라온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그람이 이곳에 수작을 부렸는지는 나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어떻게 찾은 거지?”
“격해무 덕분입니다.”
손가락 끝으로 격해무의 기운을 끌어냈다.
“격해무는 최상승의 무학이지만 빛도, 형태도, 기파도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만이 존재하는데, 이 아래에서 그 미세한 기질이 느껴졌습니다.”
“격해무를 배운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을 텐데? 그 경지에 올랐다고?”
“심상의 세계에서 오그람 님을 만난 덕분입니다.”
이건 심상의 세계에서 본 오그람 덕분에 이룬 경지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백응투의 조각은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끙….”
글렌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 대주가 배우는 거 하나는 누구보다 빠르지.”
리메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흘렸다.
“라온보다 격해무 경지가 높은 사람은 오그람 님밖에 없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
셰릴이 옅게 웃었다.
“내 쌍검술도 바로 따갔으니까. 질리는 녀석이지.”
그녀는 옛 생각이 떠오른 듯 눈동자를 살짝 가라앉혔다.
“허허허.”
로엔은 그저 기껍다는 듯 웃었다.
“크흠!”
세 사람이 웃기 때문인지 글렌도 헛기침으로 불편한 기색을 지우고, 입매를 살짝 들어 올렸다.
“문제는 이 통로를 어떻게 여느냐 입니다.”
라온이 진혼검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리는 혈령통로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다 백혈교에서 이 통로가 닫히지 않은 것을 알고, 함정을 파놓았을 수도 있어서….”
“그건 아닐 것이다.”
글렌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혈령통로는 차원문과 달리 일회용이다. 백혈교주와 백혈교 놈들은 오그람을 사로잡았다는 기쁨에 이 통로가 닫히지 않았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야.”
“확실히….”
허기가 진 상태에서 진수성찬이 깔려 있는데, 작은 쥐구멍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글렌의 말대로 함정일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였다.
“그렇다고 함정이 없는 건 아니지.”
“예?”
“이 통로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그게 무슨….”
라온이 눈을 부릅떴다. 글렌의 입에서 위험하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백혈교 본부에는 혈기로 이루어진 진법이 설치되어 있다. 혈기를 지니지 않은 자의 기력과 체력을 빼앗는 절진이지.”
글렌이 손가락을 들어서 반원을 그렸다.
“예전 백혈교의 본부에서 육황에 그리 뒤지지 않는 세력을 지녔던 벨란 왕국의 국왕이 진법에 압도당한 채 죽었던 적도 있지.”
“아….”
저 말을 들으니, 전생에 데루스가 백혈교주를 비웃었던 때가 떠올랐다.
[백혈교 본부 위치를 들킨 거? 당연히 벨란 국왕을 끌어들여서 피를 빨려고 한 일이었다. 그곳에 설치된 괴마무상혈진은 깰 수 있는 게 아니야. 천천히 혈기에 잡아먹힐 뿐이지. 독거미 같은 여자야.]라온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데루스의 웃음 소리를 지우며 미간을 구겼다.
아무래도 놈은 그때부터 백혈교주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다 저 안에는 이 죽음의 기운을 뿌린 놈도 있을지 모르고, 오그람의 상태 또한 위중할 것이다.”
글렌이 백응투의 조각을 털어내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럼 전투가 아니라….”
“그래. 시간을 정하고, 오그람을 구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싸울 시간은 많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보니, 무적이라고 생각되는 글렌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여러 계획를 거친 후 판단을 내리는 것 같았다.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아깝네요. 오그람 님만 괜찮으면 다 베어버리고 싶은데….”
셰릴이 아쉽다며 손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그래도 꽤 놀 수 있을걸.”
리메르가 옅게 웃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허허. 놀러 가는 게 아닙니다.”
로엔이 흥분한 듯한 리메르의 어깨를 잡았다. 세 사람은 백혈교 본부에 들어가는데도, 꼭 소풍을 나가는 것처럼 가벼운 웃음을 그렸다.
다만 지금은 저들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이 혈령통로는 저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모르는….”
“힘으로 열면 그만이다.”
글렌이 손가락을 내린 순간 붉은 벼락이 번쩍이며 종이 한 장 들어가기도 버거워 보이던 혈령통로가 내 키만큼이나 길게 벌어졌다.
파지지직!
라온이 혈령통로를 비틀어서 쥐어짜는 붉은 뇌전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미쳤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건 사람의 입을 손으로 찢어서 2m 가까이 벌린 것과 다름없는 무식한 짓이었다.
아티팩트나, 혈령통로의 흐름을 이해해서 길을 열 줄 알았는데, 오직 힘으로 개방시키다니, 지금 보니 글렌은 라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이제 안쪽에서도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글렌은 길게 찢어진 혈령통로를 보며 눈썹을 내렸다.
“이 통로가 완전히 닫힐 때까지의 시간은 15분. 그 안에 오그람을 찾아서 나와야 한다.”
“15분이면 충분하죠.”
“다 쓸어버리고도 남는 시간이네.”
“허허, 오랜만에 허리를 좀 펴야겠군요.”
리메르와 셰릴, 로엔은 여전히 평온했다. 글렌이라는 존재를 완벽하게 신뢰하는 것 같았다.
“라온.”
글렌이 마지막으로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앞에서 시간을 끌 테니, 너는 오그람을 찾아라.”
“예?”
예상을 벗어난 지시였기에 눈이 부릅떠졌다.
“이곳도 네가 찾았지 않느냐.”
글렌이 혈령통로를 가리키며 턱을 주억였다.
“백혈교주의 성격상 새로운 백혈교 본부도 굉장히 넓을 것이다. 15분이라고 해도 다 뒤지기 어려우니, 네가 기척을 죽인 채 찾는 게 안전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가 휘파람을 불듯 입술에 손가락을 얹었다.
“위기에 처한다면 광풍대의 신호를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믿겠다.”
글렌의 믿겠다는 말은 이상하게도 가슴을 깊게 울렸다.
“그럼 가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글렌이 먼저 혈령통로로 들어갔다. 오늘 일을 통해 그의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오그람 못 찾아오면 네 금화 다 내 거!”
리메르는 남자들의 약속이라고 말하고서 두 번째로 들어갔다.
“걱정하지 마. 저놈이 네 금화 뺏으면 손목을 잘라줄 테니까.”
셰릴이 고운 눈웃음을 쳤다. 그녀는 섬뜩한 말을 내뱉고서 혈령통로에 몸을 던졌다.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군요.”
로엔은 허허로운 웃음 속에 오싹할 정도의 살기를 숨긴 후 혈령통로에 내려갔다.
“후우….”
라온은 숨을 고르고서 마지막으로 통로에 들어갔다. 어둠을 지나는데, 갑자기 글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광풍대의 신호?’
리메르라면 모를까. 글렌이 광풍대의 신호를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왜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어둠이 걷히고, 새하얀 휘광이 치솟핬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거대한 왕성이 보인다.
하얀 커튼으로 이 공간 전체를 덮은 듯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설원처럼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다.
‘뭐가 이렇게 똑같이 생겼지?’
건물들이 비슷한 구석이 너무 많아서 오그람을 찾으려면 꽤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대앵! 대앵! 대앵!
글렌의 말대로 침입이 확인된 듯 거대한 종소리가 백혈교 본부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라온이 기척을 죽인 채로 하얀 땅에 내려섰다. 백사장처럼 고운 모래가 밟히는 게 느껴졌다.
‘지금 모래가 중요한 게 아니야.’
생각해야 하는 건 발에 밟히는 모래도, 건물들이 비슷한 점도 아니었다.
‘몸이 무거워.’
이곳에도 괴마무상혈진이 설치되어 있는지 서 있는 것만으로 오러가 빠져나가고, 감각이 확연히 떨어졌으며, 육체가 몇 배나 무겁게 느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글렌과 리메르, 셰릴, 로엔은 진법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듯 그야말로 파괴를 일으키고 있었다.
저들의 주변으로 다가온 백혈교도들이 한 줌 핏물이 되어 가라앉았다.
‘내게 시선이 빠지지 않게 힘을 써주시는 거야.’
저들은 내가 움직이기 편하도록 일부러 과한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라온은 글렌과 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혈귀들이 없는 우측으로 달려갔다.
“…….”
글렌은 라온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서 바로 앞에 있던 하얀 탑을 향해 벼락을 내리쳤다.
쿠와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지며 탑이 반 토막 난 채 추락했고, 그 아래에 있던 혈귀들이 탑의 잔해에 깔린 채 숨이 끊어졌다.
“모조리 나오거라!”
이 포효는 단순히 시선을 끌기 위해서도, 백혈교주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놈.’
라온을 노렸다는 죽음의 기운을 사용하는 검사. 그 망할 새끼를 부르는 외침이었다.
‘감히 내 손주를 노려?’
라온에게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소중한 손주를 건드린 그 망할 자식이 나온다면 단숨에 쳐죽일 생각이었다
“당장 나와라!”
글렌이 벼락 줄기를 뿜어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백혈교 본부 자체를 박살 낼 것처럼 장대한 기파를 퍼뜨렸다.
“어….”
리메르가 글렌의 뒤에서 떨떠름하게 눈을 끔벅였다.
“시간 끌기라면서요….”
* * *
‘와….’
라온은 백혈교 본부를 말 그대로 때려 부수는 글렌의 벼락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가주님이 오그람 님과 저렇게 친했나?’
지금 글렌은 오그람을 공격한 백혈교에 분노한 듯, 거의 폭주하고 있었다.
본래의 힘을 내기 힘든 건 물론이고, 오러 소모도 막심한 이 공간에서 저렇게 움직인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오그람 님을 못 찾으면 나도 위험할지도….’
헛웃음을 흘리며 백혈교 본부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탑 위로 올라갔다.
‘뭐가 이렇게 다 비슷하지?’
처음 온 공간이기도 했지만, 건물들이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처럼 같은 형태로 올라가 있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모두가 혈기를 지니고 있어서 기감으로 찾는 것도 무리였다.
‘격해무로 찾는 것도 힘들어.’
결국 인질로 잡는 수 밖에 없나.
사도를 사로잡는 건 무리였기에 대주교나, 주교를 찾고 있을 때였다.
오른손에 쥐고 있던 진혼검이 짙은 혈기의 냄새를 맡고서 서글프면서도 분노에 찬 검명을 울렸다.
이곳에 있는 혈귀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졌다.
‘잠깐만….’
라온이 바르르 떨리는 진혼검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혈기를 지니고 있다면….’
없는 사람을 찾으면 되잖아.
이곳에서 혈기가 없는 사람은 오그람뿐이니, 그 기척을 찾으면 될 것 같았다.
‘할 수 있어?’
우우우웅!
진혼검은 맡겨달라는 듯 자신에 찬 검명을 일으키고서 요기를 아주 얇게 저며서 사방으로 퍼뜨렸다.
이곳이 조용했다면 요기가 들켰겠지만, 글렌과 세 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에 누구도 진혼검의 요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찌이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혼검이 강렬한 진동을 일으키며 요기의 길을 그렸다.
‘저건가?’
서쪽 끝에 성당 같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진혼검을 믿고 그 건물을 향해 움직였다.
건물 앞에 몸을 숨긴 채 설화의 감각을 운용했다.
‘내부에 둘. 오그람 님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서 오그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런데 남은 하나가 하필이면….’
라온은 오그람을 지키듯 서 있는 혈귀의 기질을 느끼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저쪽 역시 구면이었다.
‘10사도….’
10사도 특유의 각지면서도 끈적한 혈기가 느껴졌다.
다만 놈의 기운은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강맹했다.
밖이 시끄러운데 나와보지도 않는 것을 보면 오그람을 지키는 데 집중하거나, 연공 중인 것 같았다.
‘그럼 정면에서 싸울 필요 없이….’
암살로 가볼까.
이 건물에는 창문이 없지만, 이 단단한 문을 이용하면 딱히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후우….’
라온이 천천히 숨을 골랐다. 내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 후 하얀 철로 이루어진 문을 온 힘을 다해서 걷어찼다.
콰아아아앙!
인간을 초월한 육체에 오러까지 더해졌기에 강철의 문이 그대로 뜯겨나가 10사도에게 날아갔다.
번쩍!
연공을 하듯 눈을 감고 있던 10사도가 수도를 세웠다.
콰드드득!
그의 손에 걸린 철문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는 순간 문 뒤에서 샛노란 빛이 번뜩였다.
라온이다. 그가 역수로 쥐고 있던 진혼검의 칼날 끝에서 무형의 참격이 뻗어나갔다.
촤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