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94
제694화
[새로운 특성 이 생성되었습니다.]라온은 마지막에 떠오른 특성 메시지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
은 데루스 로베르트의 죽음의 기운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성이 분명했다.
‘이게 갑자기 왜 나한테…아!’
설마 맹주님의 몸속에 남아 있던 죽음의 기운을 흡수해서?
오그람의 마나 회로에 흩어져 있던 죽음의 기운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만화공과 불의 고리 속에 녹아들었다.
그때 흡수된 기운이 죽음을 이겨내는 불꽃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만화공의 불길이 타오르는 동안 죽음의 기운이 입히는 피해를 감소시킨다.
라온은 특성의 설명을 확인하고서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특성의 이름을 보고 느꼈던 대로 죽음을 이겨내는 불꽃은 데루스의 기운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득인데.’
데루스가 운용하는 죽음의 기운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존재에게는 극상성이 되는 힘이다.
오그람의 경우처럼 스치기만 해도 생기와 정신력을 앗아가는 사이한 힘이었기에 그것을 이겨낼 특성이 생긴 건 굉장한 이득이었다.
지금도 내 목표는 데루스 로베르트의 몰락이었기에 그 일을 이루기 위한 초석을 단단히 다진 기분이었다.
‘다른 것도 확인해볼까.’
라온이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다른 메시지도 확인했다.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포인트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특성 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새로운 칭호 가 생성되었습니다.]‘역시나 내가 해온 일에 대한 보상을 주는군.’
성장한 특성이나, 새롭게 생겨난 칭호를 보면 시스템의 보상은 내가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주어졌다.
시스템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보상을 내려주는 것 같았다.
‘라스의 말대로라면 이지를 가진 것 같은데….’
라스는 항상 시스템을 패버리고, 부숴버린다고 말했다. 지금 그 말을 떠올려보면 시스템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것 같았다.
‘한번 만나보고 싶네.’
시스템과 저 메시지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직접 만나서 보답하고 싶었다.
‘라스가 어떤 반응을 할지도 궁금하고.’
내가 본인이 만든 시스템과 더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그 솜사탕이 어떤 발버둥을 칠지 기대가 되었다.
‘야.’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며 얼음꽃 팔찌를 가볍게 두드렸다.
‘넌 언제까지 잘 거냐.’
있을 때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라스가 사라지니 고무 맛이 나지 않는 나딘빵을 먹는 것처럼 심심했다.
팔찌를 한 번 더 치고서 시선을 내리자, 아직도 싸우고 있는 글렌과 오그람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
오그람이 이해가 안 된다며 미간을 구겼다.
“내가 라온을 팔아먹을 것도 아니고, 그냥 의손주로 삼아서 잘해준다니까!”
“백혈교주 따위에게 얻어터지는 약골은 필요 없다!”
글렌은 의손주 따위는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라온의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왜 네놈이 난리야!”
“내가 말한다고 네놈의 패배가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지.”
“끄응, 2대1이었는데….”
오그람은 기습을 당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중얼거리며 입술을 씹었다.
“육황이라는 이름을 걸었다면 2대1이 아니라, 20대1이라고 해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
글렌은 말싸움에서 이겼다는 듯 들어 올린 턱을 까딱였다.
“할 말 다 했으면 회복에나 집중하도록. 곧 육황회의가 열릴 텐데, 그 꼴로 참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
“화상회의로 하는 건가?”
“그럴 수밖에. 지금 육황이 한 장소에 모였다가는 본진이 습격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여러모로 실례를 저질렀군.”
오그람은 씁쓸한 한숨을 내쉬고서 검에 꿰뚫렸던 가슴의 상처를 매만졌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어 올릴 수가 없어.”
“그런 놈이 라온을 의손주로 삼겠다고 떠든 것이냐?”
“그, 그건 다르지! 내가 해주고 싶은 게 많아서….”
그가 글렌에게 변명을 하려고 할 때 부맹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맹주님. 가지고 왔습니다.”
부맹주는 손에 들고 있는 얇은 책자와 나무로 만든 목갑을 오그람에게 건네주었다.
“수고했다.”
오그람은 부맹주에게 받은 책자와 목갑을 바라보다가 라온에게 손짓했다.
“라온. 이쪽으로 오거라.”
“예.”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오그람의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받거라.”
오그람은 방금 받은 책자와 목갑을 그대로 내밀었다.
“예? 이걸 왜….”
“야수연맹의 맹주를 구했는데, 말로만 보답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가 시원하게 웃으며 책자와 목갑을 가볍게 흔들었다.
“이 책은 백련신권이라는 이름의 초상승의 권법이고, 목갑 안에 든 건 야수연맹 최고의 영약 명련단이다. 부담 없이 받아다오.”
오그람은 머뭇거림 없이 책자와 목갑을 던졌다.
“어….”
라온이 헛바람을 흘리고서 허공에 뜬 백련신권의 책자와 목갑을 받았다.
목갑 내부에서 진한 열기가 느껴졌다. 오그람의 말대로 상승의 영약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무학서는 받겠지만, 이 영약은 맹주님께서 드시고 몸을 빨리 회복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하며 목갑을 다시 오그람에게 내밀었다.
“크흐흐흐!”
오그람이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봤지? 이래서 라온을 의손주로 삼고 싶다는 거야.”
그가 글렌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명련단을 눈앞에 두고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하는 놈은 라온뿐일 거다.”
오그람은 대견하다는 듯한 눈빛을 드러내며 라온이 내민 목갑을 돌려주었다.
“나는 명련단을 세 번이나 먹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같은 영약을 먹을 때마다 효율이 크게 감소하지. 지금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물건이다.”
“음….”
그의 말대로 같은 영약을 반복해서 복용하게 되면 그 효율이 반감된다.
오그람이 정말 3번을 먹었다면 그에게 명련단은 하급 영약만도 못한 물건일 것이다.
“받아라. 손 떨어진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고개를 숙이고서 백련신권의 무학서와 명련단이 든 목갑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커허흠!”
글렌은 라온이 오그람의 칭찬을 들은 것에 기분 좋은 듯 입매를 떨면서 헛기침을 흘렸다.
“어떠냐. 이 정도면 내가 라온의 의조부가 될 자격은….”
“개소리.”
글렌은 언제 기분이 좋았냐는 듯 사납게 눈썹을 내렸다.
“나와 생사결을 벌이고 싶은 것이냐?”
“잘 대해주겠다고 해도 난리를 치는군.”
오그람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하하….”
육황의 절대자 사이에 낀 라온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럴 거면 직접 나서서 살뜰하게 챙겨주던가.”
리메르가 헛웃음을 뱉으며 셰릴에게 귓속말을 흘렸다.
“영감탱이가 질투만 많아서…힉!”
그는 찢어진 듯한 글렌의 눈동자를 마주하고서 헛바람을 흘렸다.
“아직 어색하신 거겠지.”
셰릴이 낮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고.”
리메르는 짜증이 난다면서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글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이번엔 잊지 않았다.
“여기까지 따라오신 것을 보면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거야.”
셰릴은 연한 빛을 띤 눈으로 어색한 할아버지와 손주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육황회의는 언제 열리지?”
오그람이 손을 뒤로 짚으며 글렌을 바라보았다.
“체임버의 성격이라면 오늘 당장 연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아.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에는 시작할 것이다.”
글렌은 며칠 내로 회의가 열릴 거라며 손가락을 내렸다.
“가주님.”
라온이 글렌을 부르며 살짝 시선을 내렸다.
“저도 육황회의에 참석할 수 있겠습니까?”
데루스 로베르트는 오그람을 구출했다는 정보는 얻었어도, 오그람이 깨어난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놈이 당황하고, 경악하는 얼굴을 꼭 보고 싶었다.
“참석할 수 있겠습니까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지.”
오그람이 당연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네가 나를 구하지 않았더냐.”
“저 짐승의 말이 맞다. 너는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글렌도 거절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라온이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육황회의에서 맹주님의 부상 상태를 비밀로 하는 게 어떨까요?”
“설마… 육황회의에 참석하는 간부 중에 그 검사 놈의 세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글렌은 라온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예.”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작이 아니라, 그놈 자체가 육황이지만.’
아직 증거가 없기에 데루스에 대한 것은 말할 수가 없었다.
“라온의 말대로 숨기는 게 좋겠군.”
오그람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내 성격을 파악하고 있더구나. 육황의 높은 곳에 세작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
“알겠다. 네 말대로 하지.”
글렌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라온이 글렌과 오그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만 나가보거라. 모두.”
글렌은 오그람과 따로 할 말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예.”
라온은 맹주의 궁을 나서며 입매를 가늘게 말아 올렸다.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네.’
데루스 로베르트가 회의에 참여할 오그람을 보고 어떤 반응을 할지 기대가 되었다.
* * *
“너도 정말 많이 변했군. 아니,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오그람이 떨리는 손을 내리며 피식 웃었다.
“라온이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냉혈한 그 자체였는데, 이리 변한 것을 보면 저 아이가 네게 큰 영향을 준 모양이로군.”
그가 라온이 나간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아이는 무력 이상의 따스함을 지니고 있으니까. 네가 그런 얼굴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조금이지만 부럽구나.”
“크흐흠!”
글렌이 헛기침을 길게 내뱉으며 눈동자를 내렸다.
“부러우냐?”
“뭐?”
“라온을 손자로 둔 게 부럽냐고 물었다.”
“…방금 부럽다고 말했잖느냐.”
“훗!”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
“무학 재능은 고금제일에, 인망도 두텁고, 선하면서 효심도 깊지.”
“나도 알고 있….”
“거기다 나도 파악하지 못한 신비로운 능력도 있다. 네놈 정도는 서른이 되기 전에 뛰어넘을 것이야.”
“아니, 그니까 부럽다고 말했는데.”
“잘생기기는 또 기가 막히게 잘생겼지. 대륙 제일은 무학적 재능이 아니라, 라온의 외모를 말하기도 하는….”
“아, 그만 좀 해! 짜증 나서 못 들어주겠… 음.”
오그람이 손을 젓다가 힘이 빠진 듯 어깨를 내렸다.
“오그람.”
글렌이 바르르 떨리는 오그람의 팔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어느 정도냐.”
“반. 혹은 그 이하다.”
오그람은 힘이 빠진 본인의 손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백혈교주의 흡혈도 문제지만, 죽음의 기운이 너무 컸어. 내 몸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생기와 심상을 녹여버렸다.”
그는 위험한 힘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멍청한 놈.”
글렌은 목소리에는 조롱이 아닌 탄식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번졌다.
“그래. 멍청했지.”
오그람이 천장을 올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잠시 감출 수는 있어도 깨진 균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는 오래 속일 수 없을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구나.”
글렌이 오그람을 굽어보며 혀를 찼다.
“어차피 네놈은 육황에서도 그리 큰 전력이 아니었어.”
그가 그대로 등을 돌려서 출구로 향했다.
“몸조리나 잘하도록.”
“가라.”
글렌은 오그람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서 맹주의 궁을 나섰다.
“손주라….”
오그람은 몰라보게 밝아진 글렌의 안색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내가 저놈의 가족관계를 부러워하게 될 줄은 몰랐군.”
* * *
라온은 맹주의 궁 밖으로 나와서 백련신권의 무학서를 확인했다.
‘뭐지?’
너무 쉽게 읽히는데?
최상승의 무학서라고 해서 난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쉽게 느껴지지?”
가로나가 시원하게 웃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알았어?”
“백련신권의 바탕이 격해무거든. 형제라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을 거다.”
그는 훗날 누구의 주먹이 더 매운지 겨뤄보자며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권법은 네가 이기겠지.”
“형제는 그런 개념이 통하지 않잖아.”
가로나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고맙다. 형제.”
그는 백련신권의 무학서를 살피는 라온을 바라보다가 허리를 깊게 굽혔다.
“형제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보냈을 거야.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가로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오늘부터 내 목숨은 형제의 것이다. 형제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이 목숨을….”
“네가 예전에 말했지.”
라온이 열기를 띈 가로나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형제끼리는 고맙다고 말할 필요 없다고. 인사 정도면 충분해.”
그 말을 하며 가로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혀, 형제! 형제가 형제라고 말하는 건 처음이다! 형제!”
“괜히 했나….”
가로나가 한 호흡에 형제 소리를 네 번이나 내뱉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형제!”
“좀 떨어져!”
라온은 엉겨 붙는 가로나를 밀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흐윽….”
리메르가 라온과 가로나를 보며 코를 훌쩍였다.
“잘 컸어. 훈련생 시절의 라온이었다면 형제 소리는 절대 안 했을 텐데.”
그는 기특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가 보면 네가 키운 줄 알겠네.”
“내가 키웠거든?”
“아니지. 라온은 알아서 잘 컸어.”
“으윽….”
“뭐, 그래도.”
셰릴이 가로나에게 시달리는 라온을 보며 따스하게 웃었다.
“저 아이가 저런 웃음을 그리는 건 보기 좋네. 네 말대로 처음에는 차가웠으니까.”
“허허허. 그게 아닙니다.”
로엔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도련님은 그저 사람과의 거리를 잡기 어려우셨을 뿐입니다. 누구처럼요.”
그가 맹주의 궁을 나오는 글렌을 돌아보며 웃었다.
“준비들하도록. 이만 떠나야 하니까.”
“버, 벌써 가십니까?”
가로나가 헛바람을 흘렸다.
“너무 아쉬운데.”
“아니, 지금 가시는 게 맞다.”
부맹주가 손에 수정구를 든 채 고개를 저었다.
“육황회의가 내일 정오에 시작한다고 하니까.”
* * *
다음날 정오.
라온은 검은 예복을 입고 가주전으로 향했다.
알현실 내부에는 셰릴, 로엔 그리고 데니어와 발데르가 먼저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라온은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셰릴의 옆에 가서 섰다.
“곧 시작합니다.”
비연회주 채드가 턱짓을 하자, 검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알현실 중앙에 푸른 빛을 띤 다섯 개의 창을 띄웠다.
우우우우웅!
1분 정도가 지난 후 첫 번째 푸른 창에서 본인의 몸보다 큰 마녀 모자를 쓴 체임버가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나 보이지?”
그녀는 손가락을 까딱이고서 막대사탕을 입 안에 넣었다.
지지지직!
체임버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두 번째 푸른 창이 번쩍이고서 오웬의 국왕 레크로스를 비쳤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일로 다시 만난다는 게 안타깝군요.”
그는 기사답게 절도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화아아아.
세 번째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데루스 로베르트였다. 그는 말없이 창백한 안색으로 인사만을 해왔다.
라온이 데루스의 연기를 보며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네놈의 가면이 어떻게 깨지는지 지켜봐 주마.’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누른 채 허리를 세웠다.
우우웅!
네 번째 창이 검게 번쩍인다.
다만 다른 사람처럼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만 흘러나왔다.
“다들 오랜만….”
검은 화면 속에서 암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마탑주인 것 같았다.
“방구석 폐인 자식아! 당장 나와!”
“나중에….”
체임버가 당장 나오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마탑주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지지직!
마지막 다섯 번째 푸른 창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수연맹 쪽 화면은 매번 저렇네.”
체임버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야왕께서 당했다면 부맹주가 참여하는 건가?”
레크로스 국왕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지. 연락도 걔가 받았으니까.”
체임버가 레크로스 국왕의 말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지직!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수연맹 쪽의 창이 번쩍이더니, 시원한 웃음을 그리는 오그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 때문에 모여줘서 고맙군.”
오그람이 다섯 명의 초월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 뭐야! 당신이 왜 거기에 있어!”
“무사하셨던 겁니까?”
“야, 야왕?”
체임버, 레크로스 국왕, 마탑주가 기겁하며 헛바람을 흘렸다.
“어떻게 된 거야! 백혈교에서 도망친 거야?”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오….”
체임버와 레크로스 국왕은 놀람과 기쁨을 동시에 드러냈다.
마탑주도 모습을 보이려는 듯 검은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아….”
다만 데루스는 달랐다. 놈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검게 물든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
라온은 흔들리기 시작한 데루스의 가면을 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그래.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오늘은 즐거운 육황회의가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