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99
제699화
콰아앙!
강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북맹 무인들이 땅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너 이 새끼! 방금 뭐라고 했어!”
“건방진!”
“저분이 어떤 분이신데 혀를 놀려!”
긴 흑발이 걸레처럼 헝클어진 중년인과 수도승 복장을 한 민머리의 노인 그리고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청발의 청년이 각자 창과 작살, 검을 꼬나쥔 채 강물 위를 달려왔다.
라온은 남북맹 무인 중에서도 강맹한 기파를 뿜어내는 세 사람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아는 얼굴들이군.’
이곳에 오기 전에 조사한 남북맹 명부에서 얼굴을 본 기억이 난다.
흑랑채주, 백산채주, 무랑채주로 산채와 수채를 통솔하는 남북맹의 간부들이었다.
강자들이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로만에게 감각을 집중했다. 내 뒤를 막아줄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앙!
트레빈, 버렌, 루난, 마르타가 바람을 타고 나와 채주들을 막아섰다.
“야이! 쌍놈의 새끼들아! 어디서 기습이야! 뒈지고 싶어?”
마르타가 바드득 이를 갈며 매서운 시선을 쏘아냈다.
“도적이라는 근본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로군.”
버렌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혀를 찼다.
“죽여줘?”
루난조차 섬뜩한 한 마디를 흘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물러나라. 일대일 결투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트레빈이 세 명의 채주를 굽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리메르와 셰릴은 강가에서 움직이지 않는 대형 채주 둘을 견제하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어린놈들이! 비켜!”
흑랑채주가 트레빈을 밀어붙이며 악을 질렀다.
“어이구. 늙어서 좋겠네. 허리는 펴지시나?”
마르타가 흑랑채주를 비웃으며 본인의 허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지그하르트 검사들과 남북맹 무인들은 맞대고 있는 무기 사이로 서로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흑랑채주.”
부왕 로만이 흑랑채주를 보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저놈한테 건방지다고 한 건가?”
“예! 삼합이라니! 주제를 모르는 놈입니다! 부왕께서 상대할 가치가 없는….”
“뭘 모르는군.”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저놈을 살려둔 이유가 바로 저 건방짐 때문이다.”
“예?”
“라온 지그하르트와 생사결을 약조한 이후로 같은 방법으로 살아남으려는 머저리들이 넘쳐났다. 허나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았지. 그 이유를 아나?”
“어….”
흑랑채주는 대답하지 못하고 턱을 떨었다.
“저 눈 때문이다. 누구도 저놈 같은 광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로만은 라온을 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광기?”
라온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매를 찡그렸다.
“그래. 3년 전 이 자리에서 생사결을 말할 때 네놈의 눈은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위험한 순간만 벗어나자고 생각하는 쓰레기들과는 격이 다른 미친놈의 눈빛이었어.”
로만은 이 순간이 너무 기쁘다는 듯 광소를 터트렸다.
“모두 물러나라. 라온 지그하르트는 내게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으니까.”
“으윽….”
“죄, 죄송합니다.”
그가 손을 젓자, 흑랑채주를 비롯한 남북맹의 무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할 필요는 없다. 식전 요리로 꽤 재밌었으니까. 안 그런가. 라온 지그하르트.”
“그래. 나쁘지 않았어.”
라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너희도 돌아가도록.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생사결을 끝까지 지켜봐.”
리메르가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해주던 말을 광풍대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알겠습니다.”
버렌이 고개를 숙이고서 마르타, 루난, 트레빈과 함께 다시 좌측 강가로 돌아갔다.
“삼합을 돌려준다라. 너는 그 일을 빚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로군.”
로만이 본인의 어깨를 주무르며 턱을 모로 틀었다.
“빚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빚이다.”
라온이 흥미로워하는 로만의 눈동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빚을 지우고 나서야 거리낌 없이 생사결을 벌일 수 있어.”
“그렇다면 받아들여야겠지. 너는….”
로만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악운이 나타났던 방향에서 회색 전함 한 척이 파도를 가르며 다가왔다.
“저건….”
라온이 점차 가까워지는 전함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전함의 간판 위에서 로만보다 강대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부맹주의 배다.”
로만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저었다.
“안 오나 했더니, 역시나 왔군.”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거칠게 발을 굴렀다.
“부맹주라고?”
“그래. 도적 그 자체인 놈이니 주의하는 게 좋을 것이다.”
로만은 부맹주를 조심하라고 말하며 미간을 구겼다.
“물론 오늘은 아니야. 부맹주가 지랄을 떤다면 내가 먼저 막아줄 테니, 걱정마라.”
그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쿠구구구구.
잠시 후 악운만큼이나 거대한 전함이 강가에 들어섰고, 간판 위에서 회백색 머리칼의 노인이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내려섰다.
노인의 얼굴에는 기이할 정도로 많은 주름이 그어져 있었지만, 육체는 강철을 쌓아 올린 듯한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자가 남북맹의 부맹주 헬구룸인가.’
역시 초월자로군.
헬구룸은 남북맹의 2인자답게 초월에 올라선 초고수였다. 그가 걸어올 때마다 공기가 훅 가라앉는 것 같았다.
“…….”
강가에 닿은 헬구룸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속을 헤집는 듯 매서운 눈동자를 마주하자 전신이 마비된 듯 따끔거렸다.
‘가주님의 기세도 견뎠는데, 이 정도야.’
차갑게 웃으며 불의 고리를 공명시키자, 헬구룸이 일으켰던 압박이 씻은 듯 사그라들었다.
“음….”
헬구룸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흑랑채주의 안내를 받고 화려해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라온이 다시 로만에게 집중하려다가 우뚝 멈춰섰다. 이상하게도 헬구룸의 뒤에 따라온 적발의 청년에게 눈길이 갔다.
‘강해.’
젊은 나이 같았는데, 느껴지는 무력이 강대했다. 로만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그랜드 마스터 중급을 넘어선 고수였다.
‘저런 놈이 있었나?’
[라온.]신기하다고 생각할 때 셰릴의 오러 메시지가 들려왔다.
[부맹주가 무슨 짓을 해도 막아 줄 테니까. 부왕과의 전투에 집중해.]라온이 셰릴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검대주님의 말대로야.’
부맹주든, 숨겨두었던 고수든 지금은 다른 곳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각쟁이는 더 없나?”
라온이 레이블 강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분위기 깨지 말고, 올 사람 있으면 더 불러.”
“없다. 만약 맹주가 오더라도 멈추지 않을 테니 신경 쓰지 말도록.”
로만은 누가 와도 계속 싸우겠다고 말하며 적룡부를 다잡았다.
“그럼 시작하지.”
라온이 로만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삼합 결투라. 솔직히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만, 재밌을 것 같구나.”
로만이 적룡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강대한 기파가 솟구쳤다.
태풍을 마주한 듯 레이블 강이 거세게 흔들렸다.
“첫 번째 무락참이다.”
그가 레이블 강을 쪼개버릴 기세로 적룡부를 내리친다. 섬뜩하게 갈린 도끼날 위에서 검붉은 불길이 돋아났다. 3년 전 리메르의 등 뒤에서 보았던 무학이었다.
치이이이이잉!
라온은 강을 지워버릴 듯 쏟아지는 적룡부를 향해 제천검을 세웠다.
하얀 검날을 물들이는 건 글래시아의 냉기. 푸르게 너울지는 서리 물결이 폭급한 도끼를 막아섰다.
쿠와아아앙!
땅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폭발했지만, 강물의 파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제천검에 실려 있던 냉기가 적룡부의 힘을 모두 감당했다는 뜻이었다.
“유검인가.”
로만이 다시 적룡부를 어깨에 걸친 채 눈썹을 내렸다.
“아니, 단순한 유검이 아니야. 여러 가지를 섞었군.”
그는 알겠다는 듯 턱을 주억였다.
“유검에 절검 그리고 둔검까지 담았어. 재주가 많이 늘었구나.”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라온이 아직 충격의 여파가 남은 손아귀를 털어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오직 힘만 추구하던 도끼질에 균형이 깃들었어.”
로만은 힘과 속도로 적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싸워왔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는 재주 많은 검사처럼 도끼질에 유려함과 현묘함을 더해냈다.
‘위험한데.’
자칫 잘못하면 생사결을 치르기도 전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위험해도 멈출 수는 없었다.
‘빚을 졌으니까.’
로만이 생사결이라는 조건을 받았던 건 리메르가 삼합 결투에서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빚부터 털어내야 후회없이 생사결을 치를 수 있다.
“두 번째 와라.”
라온이 제천검을 중단에 두고서 턱을 까딱였다.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다!”
로만이 살벌한 웃음을 그리며 적룡부를 들었다. 도끼날을 휘감고 있던 검붉은 오러가 구체의 형태로 응축된다.
강환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부왕의 절기, 악굉잔부였다.
스으으으.
라온이 숨을 멈춘 채 제천검을 쥐고 있는 손목에 힘을 주었다. 왼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칼날보다도 예리한 불꽃을 일으켰다.
강환과 강환. 예리함과 무거움의 격돌이다. 검과 도끼가 아닌 오러가 만들어낸 극한의 무리가 상대의 숨결을 찢어발겼다.
쿠와아아아아앙!
제천검과 적룡부 사이에 응축되어 있던 기운이 폭발하며 투명한 강물이 하늘까지 솟구쳤다.
촤아아아아아!
강물로 이루어진 소나기가 쏟아지고, 청아했던 하늘 위에 먹구름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무력이 기상에 영향을 일으킨 것이다.
“으으….”
“저, 정말 20대 초반 맞아? 저게 무슨!”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로만 님의 도끼를 정면에서 막아내다니….”
“저게 용살자 라온 지그하르트인가.”
남북맹의 채주들은 부왕의 절기에도 밀려나지 않는 라온을 보며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저 영감 기력도 좋네. 더 강해진 거 아니야?”
“맞아. 부대주님과 삼합 결투를 벌일 때와는 격이 달라졌어.”
“이 생사결 쉽지 않겠군.”
지그하르트의 검사들 역시 로만의 패악적인 무력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크하하하하!”
로만이 빗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불길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점점 흥이 동하는구나! 3년을 참은 보람이 있어!”
그가 적룡부를 옆으로 세운 채 입술을 말아 올렸다.
고오오오오!
적룡부의 도끼날 위로 붉은 기류가 타오르자 숨이 턱 막혀왔다. 검붉은 강환이 폭주한 듯 부풀어 오르고, 대기를 비틀어내는 나선의 회전이 일어났다.
“마지막 악부공환격이다!”
로만이 적룡부를 내리찍자, 도끼날에 압축되어 있던 강환이 장대한 빛살이 되어 뻗어나갔다. 무학으로 만들어내는 괴랄한 위력의 포격이었다.
치이이이잉!
라온이 찌르기를 하듯이 오른발과 오른손을 동시에 내질렀다. 발목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근력을 허리와 등 근육으로 이어서 제천검을 뻗어냈다.
화아아아아!
검극에 응집되어 있던 불길의 구체가 무시무시한 파동과 함께 쏘아져 나갔다.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식.
제2형 중천포.
인력을 쌓아 올린 중천포와 회전이 깃든 악부공환격이 정면에서 맞부딪치자, 레이블 강 전체가 뒤흔들리고, 강물이 증발하듯 부글거리며 끓어 올랐다.
쿠와아아아아앙!
작은 산과 같은 크기를 이루던 라온과 로만의 오러가 한계에 달한 듯 균열을 일으키더니, 천지를 뭉개버릴 듯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강물이 대해가 된 듯 출렁이고,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다.
“괴, 괴물들.”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찼어….”
“이게 아직 시작도 안 한 거라고?”
남북맹의 무인들은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며 턱을 바르르 떨었다.
“삼 합.”
라온이 제천검을 아래로 기울였다. 떨리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턱을 치켜들었다.
“받아냈다.”
“인정하지.”
로만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과 나 사이에는 어떠한 빚도 없다.”
그 역시 떨리는 손아귀로 적룡부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
라온이 단숨을 내뱉으며 아직도 저려오는 어깨를 풀었다.
‘강하군.’
삼합 결투를 통해서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의 로만은 분명 나보다 더 놓은 곳에 올라서 있었다.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네놈도 즐거운 모양이로구나. 나 역시 그렇다.”
로만이 미소 짓는 라온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는 적룡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래. 이유를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오는군.”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무릎을 굽힌 채 제천검을 좌측 어깨 뒤로 젖혔다.
고오오오오오!
라온과 로만은 시간을 멈춘 듯 전투 태세를 갖춘 후 움직이지 않았다.
10초, 1분, 10분 그리고 30분이 지났음에도 두 사람은 손끝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변하는 건 오직 기파. 두 무인의 기파만이 끝없이 상승하며 허공에 자욱한 뇌전을 일으켰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상대의 실력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바로 목이 날아갈 거야.”
“호각이라는 건가?”
“모르겠어. 보고만 있어도 숨이 안 쉬어져….”
지그하르트의 검사들과 남북맹의 무인들은 라온과 로만의 대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빠지지직!
강뚝 사이에서 응집되던 스파크가 강렬한 폭음을 일으킨 순간 라온과 로만이 움직였다.
쿠와아아아앙!
벼락처럼 쏘아진 두 사람의 육체가 레이블 강 중심에서 부딪치며 막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