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03
제703화
라온과 로만의 생사결이 끝난 직후.
글렌은 로만을 데리고 강가로 나오는 라온을 보며 손끝을 떨었다.
‘해냈구나.’
라온은 별관의 호수에서 선언했던 대로 로만과의 생사결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리스가 태어난 이후 처음 눈시울이 따가워졌다.
“허허허!”
로엔도 라온을 보며 기꺼운 웃음을 흘렸다.
“라온 도련님은 더욱 강해지실 겁니다.”
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감격스럽군.”
페드릭 역시 라온을 보며 깊은숨을 내뱉었다.
“무인으로 살기는커녕 건강하게 살기도 어려워 보였던 아이가 저리 훌륭하게 성장할 줄은 몰랐어.”
그는 실비아의 품에 안겨 있던 어린 라온을 떠올리며 싱긋 웃었다.
“좋겠다?”
페드릭이 팔꿈치로 글렌의 어깨를 툭 쳤다.
“이제 정식으로 손자라 부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실비아도 다시 딸이 되었고.”
“크흠….”
글렌은 바들바들 떨리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젠 볼 것도 없어.’
이제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라온을 손주로 챙겨줄 수 있다는 기쁨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약동했다.
“다만 그전에….”
페드릭이 주변을 둘러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정말 그 죽음의 기운을 쓰는 놈이 있는 거냐?”
“있다.”
글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위치가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 숨어 있어.”
그는 아주 은밀한 기척이 움직이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로만이 선 채로 죽고, 그를 따르던 남북맹의 채주들이 라온을 보내야 한다며 부맹주에게 반기를 들었다.
‘쓰레기는 아니었군.’
나름 마음에 차서 살려줘야겠다고 생각할 때 검은 그림자가 일어섰다.
“간다.”
글렌은 라온을 위협했던 죽음의 기운을 사용하는 검사를 향해 태화보를 밟았다. 분노를 휘감은 그의 검이 벼락이 되어 떨어졌다.
* * *
“그 이름으로 죽으라라….”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검사가 뺨에 박힌 비늘을 매만지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당신, 진짜 천마와 만난 적 있는 모양이네.”
그는 글렌의 붉은 눈동자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뇌신과 천마가 만났다는 정보는 못 들어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페드릭.”
글렌은 드래곤 투구의 검사를 무시한 채 넝마의 성자 페드릭을 불렀다.
“알고 있다.”
페드릭은 리메르가 업고 있는 라온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볼 때마다 놀랍군. 알아서 상처가 재생하고 있어. 이거 뭐 트롤도 아니고….”
그는 기이한 회복력이라고 말하며 헛바람을 흘렸다.
‘다행이군.’
글렌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에 상처와 내상이 심해서 걱정했는데, 스스로 회복을 시작했다면 큰 후유증은 없을 것 같았다.
“넝마의 성자를 대동한 채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손자를 많이 아끼는 모양이야?”
드래곤 투구의 검사는 계속 글렌을 자극을 하려는 듯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본론을 시작하지.”
글렌이 진천검 위로 붉은 뇌전을 일으켰다. 검극에서 타오르는 뇌기의 구체가 번쩍이며 공간을 비틀었다.
“아, 잠깐!”
푸른 드래곤 투구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조금만 기다려봐. 아직 올 사람도 있고, 보여줘야 할 것도 있으니까. 지금 싸우면 후회할걸?”
그는 글렌을 앞에 두고서도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
글렌은 드래곤 투구 속에서 명멸하는 푸른 안광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놈은 대체 누구지?’
지금까지 만나왔던 그 어떤 인간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질이다.
정체를 의심하던 자가 있었는데, 지닌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보니, 아예 새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무력을 지닌 자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다니….’
푸른 드래곤 투구를 착용한 놈은 지닌 무력을 다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육황오마의 수장을 짓누르는 기파를 일으켰다.
성검련주도 성검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저 검사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쉽게 보아서는 안 되겠군.’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에 전력으로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와도 상관없다. 내가 후회할 일은 없으니까.”
“아, 왔군.”
글렌이 드래곤 투구의 남자를 향해 검격을 쏟아내려고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
레이블 강 전체가 요동치더니, 강물 속에서 악운보다도 거대한 배가 솟아올랐다. 남북맹의 제1전함 청랑이었다.
쿠구구구구!
거친 물살을 아예 부숴버리며 치솟은 청랑의 뱃머리에는 적발의 청년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날 정도로 고귀한 인상을 지닌 청년은 글렌을 굽어보며 입매를 길게 말아 올렸다.
그는 허공을 땅처럼 내디디며 강가로 다가왔다. 상의를 벗은 채 어깨에는 수룡의 장포를 걸쳤는데, 바위 같은 근육으로 가득 찬 복부에 길쭉한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라온만큼이나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느껴지는 기파는 레이블 강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장대했다.
적발의 남성은 폭력적이면서도 고고한 기세를 휘감은 채 글렌의 앞에 섰다. 진천검에서 뿜어진 뇌전이 그의 앞에서 안개처럼 흩어졌다.
“드라노스….”
셰릴은 글렌의 앞에 선 청년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저 젊어 보이는 남자가 레이블 강의 수적과 테루칸 산의 산적을 규합하고 대륙의 수로를 제패한 남북맹주, 드라노스였다.
“오랜만이군. 북멸왕.”
드라노스가 글렌의 붉은 눈을 마주하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당신이 북멸이라는 이명을 얻은 이후로 처음인가.”
그는 가슴에 드러난 상처를 매만지며 웃었다.
“하아….”
드라노스는 글렌에게 고개를 까딱이고서 로만에게 다가갔다.
“여러모로 쓸만한 녀석이었는데, 아쉽군.”
그는 짧게 혀를 차고서 부릅뜬 로만의 눈을 감겨주었다.
“솔직히 로만이 패할 줄은 몰랐는데, 손주 잘 둬서 좋겠어.”
”드라노스. 죽고 싶어서 왔나?”
글렌은 남북맹주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듯 붉은 눈동자를 고요히 빛냈다.
“아니, 그쪽에 있는 라온 지그하르트 때문에 왔다.”
드라노스가 매끄러운 턱을 저었다.
“네 잘난 손자가 이쪽에 끼친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그는 손가락을 꼽으며 틸러와 해상 경매장, 로만의 일을 꺼냈다.
“너는 손자를 잘못 둔 죄로 죽게 될 거야.”
드라노스의 차분했던 눈동자 위로 푸른 격류가 일어났다.
“저 쓰레기를 믿는 건가.”
글렌이 눈동자가 드래곤 투구의 검사에게 향했다.
“너희 둘이라고 해도….”
“둘?”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픽 웃었다.
“아쉽게도 둘이 아니야.”
그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자, 어둠으로 가득 찬 천공이 얇은 유리창처럼 깨져나갔다.
파지지지직!
갈라진 균열 속에서 밤을 지우는 적색의 태양이 떠오른다. 레이블 강 전체가 낮으로 돌아간 듯 성스러운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일그러진 듯한 별자리 속에서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미청년의 가면을 쓴 남자가 강림한다.
회색 의복에 새겨진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뿔이 살아 있는 것처럼 청아한 빛을 뿜어냈다.
선과 악이 뒤섞인 듯한 요요로운 기질. 하늘이 칭송하고, 땅을 울부짖게 만드는 괴이, 타천의 등장이었다.
“타천….”
글렌이 타천을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타천을 휘감은 마나가 이전보다 더 현기롭게 일렁인다. 놈도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타천이 글렌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네가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저도 몰랐습니다. 다만 오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 터져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예. 손주분이 사고를 치셨습니다.”
그의 시선이 라온의 얼굴을 향했다.
“제 밑에 있는 수하와 붙어먹어서 오마의 정보를 쏙쏙 빼갔더군요. 덕분에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타천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특히 심하게 당해서 분노하고 있는 분도 계시죠.”
그는 뒤편에서 어깨를 떨고 있는 검은 로브의 남자를 보며 입매를 부드럽게 말아 올렸다.
“그건 그렇고. 천마의 이름을 빌리다니,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타천은 드래곤 투구의 검사를 보며 눈매를 살짝 좁혔다.
“재밌을 것 같아서.”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두 손을 모은 채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천마는 당신 생각과는 많이 다른 존재….”
“아, 잔소리는 나중에 해줘. 지금은 더 보여줘야 할 게 있으니까.”
그는 다시 글렌 앞에 서서 손가락을 튕겼다.
우우우웅!
허공에 푸른 창이 돋아나며 높고 곧은 회색 성벽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 지그하르트?”
버렌이 성벽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확실하다. 저 드래곤 투구 놈이 만들어낸 창 속에 비치는 성벽은 지그하르트의 외성이었다.
“지금 뭘 하려고….”
라온을 살피던 페드릭이 놀라서 입술을 떨 때였다. 성벽 위로 붉고, 푸른 섬광이 유성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쿠와아아아아앙!
성벽을 보호하는 오러의 장막이 솟구쳤지만, 강맹한 마나의 파동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깨져나갔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성벽이 무너지고, 그 앞으로 수를 헤아리기 힘든 백색 로브의 무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백혈교도였다.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에덴의 청귀와 적귀 그리고 투구와 가면을 쓴 간부들도 있었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암살자들도 함께였다.
“백혈교주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요양 중이라면서 저들만 보내주더군.”
그는 무너진 성벽으로 내달리는 혈귀들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빠르네. 당신에게 본부를 습격당했던 분노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나봐.”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떻게 할 거야? 여기에 있을 거야? 아니면 돌아갈….”
“큭!”
그가 지그하르트 검사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기 위해서 시선을 내릴 때 키득거리는 웃음을 소리가 들려왔다.
“얘 진짜 또라이라니까.”
리메르가 기절해 있는 라온을 보며 낄낄 웃었다.
“어떻게 말하는 대로 되지?”
“그러게. 미래라도 보고 온 건가?”
셰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지?”
드래곤 투구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절망 속에서 미치기라도 한 건가?”
“그래. 미쳤지. 나 말고 이 녀석이.”
리메르가 비웃음을 흘리며 라온을 가리켰다.
“내 제자 녀석이 너희가 찾아오는 것도, 지그하르트가 습격받는 것도 다 예측했거든.”
“에덴은 아니고 다른 쪽이기는 했지만, 규모는 비슷하니까.”
셰릴이 평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글렌 역시 대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라온을 바라보았다.
“천검대와 철전대는 여기서 길을 막는다. 광풍대는 라온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그는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 드래곤 투구를 쓴 검사의 앞을 막아섰다.
“예.”
“허허허.”
“알겠습니다!”
셰릴과 로엔, 트레빈이 글렌의 뒤로 붙으며 검을 뽑았다.
“도리안!”
“넵!”
리메르의 외침에 도리안이 강가로 달려나가 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바람을 잘 탈 것 같은 배 한 척을 꺼내서 강물 위에 내려놓았다.
“어…?”
“배, 배가 왜?”
“배에서 배가 나와?”
배 주머니에서 배가 나온 것을 본 수적들이 헛바람을 흘렸다.
“가자!”
리메르는 광풍대가 배에 올라타자마자, 가루누아를 일으켜서 배를 밀어냈다.
폭풍이 불어온 듯 돛이 팽팽하게 펼쳐지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배가 나아갔다
“쫓아가.”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검사의 중얼거림에 그의 뒤에 있던 복면인들이 움직였다.
“너희도 가라. 라온 지그하르트를 죽여.”
남북맹주의 지시에 채주들이 청랑을 타고 움직였다.
쿠우웅!
에덴 측에서는 타천이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검은 로브를 쓴 남자를 필두로 귀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글렌이 손을 젓자, 에덴과 그림자, 남북맹의 무인들을 막아서는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어딜 가려고.”
“흐음….”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글렌을 마주한 채 턱을 모로 틀었다.
“보내지 않겠다고? 이대로 싸운다면 전멸일 텐데?”
“내가 말했지 않느냐.”
글렌이 담담하게 시선을 올렸다.
“너희의 움직임을 예측했다고.”
그가 뒤를 보며 턱짓했다.
“볼 만큼 봤으면 나와라.”
글렌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에 그의 등 뒤에서 큼지막한 모자가 튀어나왔다.
* * *
“모조리 죽여라!”
10사도의 외침에 백혈교의 혈귀들이 무너진 성벽을 뛰어넘었다.
그들의 탁한 눈동자에는 본부를 습격당했던 분노가 그대로 얹혀 있었다.
“전원 전투 준비!”
외총관 일리운의 지시에 외성의 무인들이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쿠우우웅!
10사도와 일리운이 정면에서 부딪쳤다. 두 사람이 쥐고 있는 검과 창은 적의 목숨을 가르기 위해 경합하며 푸른 불똥을 튀겼다.
“감히 지그하르트를 습격하다니! 피를 마시다가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일리운이 10사도를 노려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북멸왕이 없는 지그하르트는 허수아비나 다름없으니까.”
10사도가 드물게도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입술을 씹었다.
“거기다 먼저 습격해온 건 네놈들이다.”
그는 혈교 본부에 쳐들어온 글렌과 라온을 떠올린 듯 섬뜩한 안광을 빛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구나! 가주님이 없다고 해도 네놈에겐 무리다!”
일리운이 10사도의 창을 밀어내며 고개를 틀었다.
“이곳에 막혀 내성에 닿지도 못할 것이야!”
“난 혼자 왔다고 한 적 없다.”
10사도가 일리운의 굳건한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난 책임자가 아니야.”
그의 비웃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성벽 위로 두 명의 사도가 올라섰다.
창백한 안색의 남자와 구릿빛 피부의 키가 큰 여성. 백혈교 최고 전력 중 둘, 제1사도와 2사도였다.
“1사도!”
일리운이 마른침을 삼켰다. 1사도는 확실한 초월의 경지였고, 2사도는 기복이 있지만, 초월자와 상대해도 밀리지 않을 무력을 지녔다.
거기다 백혈교도들의 뒤에는 에덴의 간부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복면인들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뚫리는 건 시간문제 같았다.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 복귀한다.”
1사도가 하얀 혈기를 폭발시키며 쇄도해왔다. 그가 손가락을 모아서 세운 수도가 머리 위로 뚝 떨어진다.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파동에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쩌어어어엉!
일격. 단 한 번의 참격을 막았을 뿐인데, 검이 부러져서 땅에 꽂혔다.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였다.
후우우우웅!
아래로 내려갔던 1사도의 수도가 사선으로 꺾인 채 솟구친다. 막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크윽….”
일리운이 입술을 깨물고 반토막 난 검을 들어 올릴 때였다.
치이이잉!
공간이 길게 갈라지고 붉은 칼날이 솟구쳤다.
쩌어어어엉!
절대 밀리지 않을 것 같았던 1사도가 뒷걸음질 쳤다.
“크으….”
그는 허공에 생겨난 균열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씹었다.
“애들은 놔두고….”
갈라진 공간 속에서 청아한 바다향이 피어난다. 아리스가 노을빛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채 시원한 웃음을 그렸다.
“이 누나랑 놀아보자고.”
“네가 왜 여기에….”
“사랑스러운 조카가 애교를 떠는데 어쩔 수 있나.”
아리스는 뺨을 붉게 물들인 채 검을 쥔 손가락을 까딱였다.
“지그하르트에 쳐들어온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 뼈에 새겨줄게.”
아리스가 홀연히 사라지더니 1사도의 눈앞에 나타나 검을 내리그었다.
“네놈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다!”
1사도도 지지 않는다는 듯 수도를 세웠다.
쿠와아아아앙!
공간을 가르는 검과 혈기로 타오르는 수도가 맞부딪치며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