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04
제704화
쯧.
아리스는 쇄도해오는 1사도의 수도를 밀어내며 짧게 혀를 찼다.
‘뼈가 울리는군.’
제1사도는 백혈교의 2인자답게 안정된 초월의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맨손으로 공간참을 막아내는 것을 보면 절대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못 잡을 상대는 아니야.
아리스가 부서진 성벽을 뭉개버리며 나아가 1사도의 심장을 향해 검극을 찔러넣었다.
후우우웅!
1사도는 기다렸다는 듯 수도를 내리쳤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하는 듯한 손끝에서 이글거리는 열기가 타올랐다.
‘혈염결인가?’
혈기를 불태우며 파괴력을 극한으로 높이는 백혈교의 절학, 혈염결이 분명했다.
쩌어어어엉!
아리스는 공간참을 연속으로 그어서 1사도의 혈염결을 지우고, 칼끝으로 반격을 찔러넣었다.
치이이잉!
1사도의 관자놀이에서 튀어나오는 기습적인 공간검이었다.
“조잡하군.”
1사도는 이미 공간검에 익숙해진 듯 손등으로 관자놀이에서 솟구친 공간검을 차단했다.
그는 방어 후 보법을 밟아서 아리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손을 쓰기에 유리한 근접전을 노린 것이다.
“아쉽게도….”
아리스가 1사도의 수도를 어깨 위로 흘려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근접전이 내 장기거든!”
그녀가 공간을 비틀었다. 1사도의 공세를 뒤편으로 젖혀버리고, 검 자루로 놈의 가슴을 후려쳤다.
뻐어어억!
명치를 얻어맞은 1사도가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라도 된 듯 바로 땅을 밀어내고 돌진해왔다.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좀비 새낀가?”
아리스가 짓쳐 들어오는 1사도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아무리 자루로 쳤다고 해도 뼈가 뭉개졌을 텐데, 조금의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냐. 아예 뼈와 살을 발라주마!”
그녀는 어금니를 지그시 씹으며 1사도의 수도를 향해 검격을 쏟아냈다.
쿠와아아아앙!
검과 수도가 사선으로 격돌하며 주홍빛 기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주변에서 싸우던 지그하르트 무인과 백혈교도들이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 나갔다.
“하.”
아리스가 혈기에 흔들리는 검을 털어내며 턱을 모로 저었다.
“백혈교의 2인자답네. 지랄 맞게 강해.”
“2인자?”
장난을 치듯 지그하르트 무인들을 쓰러뜨리던 2사도가 픽 웃었다.
“저 인간은 2인자 아닌데?”
2사도는 개소리말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1사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너희한테 부교주 같은 게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아리스가 2사도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딴 게 어디 있어. 교주가 신인데, 2인자는….”
2사도가 백혈교의 2인자에 관한 말을 할 때였다. 아주 미세한 휘파람 소리 같은 게 귓속을 어지럽혔다.
“찾았다네. 저쪽이야.”
그녀는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며 혀로 붉은 입술을 핥았다.
“여기는 맡긴다.”
2사도는 1사도에게 가볍게 손짓을 하고서 하얀 기류가 되어 사라졌다.
“잠깐 저쪽이면….”
아리스가 2사도의 등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설마?’
외성도, 내성도 아닌 땅. 지그하르트 본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별관이 있는 방향이었다.
‘안 돼!’
본관의 무인들과 원로원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성에 배치해 두었다.
별관에도 강한 무인들을 놔두었지만, 2사도를 막아내기에는 무리였다.
‘사람이 없어.’
발데르는 외부 정찰에 나갔고, 데니어는 본관에서 대기하고 있기에 별관을 돕기는 어려웠다.
도괴 역시 외성을 막고 있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실비아가 나름 성장하고 있다지만, 현재의 무력으로 2사도를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아리스가 영류공간보를 밟았다. 공간을 가르며 2사도를 쫓아가려고 할 때 허공에서 새하얀 손이 튀어나왔다.
퍼어어엉!
1사도가 혈기를 터트려서 영류공간보의 흐름을 막아섰다. 발이 억지로 멈춰지면서 속에서 아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꺼져!”
아리스는 통증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1사도의 목을 향해 참격을 쏟아냈다.
쩌어어어엉!
하지만 1사도는 아리스의 절실함을 알아차린 듯 방어를 굳힌 채 그녀의 길만을 막아섰다.
“너희는 알아야 한다.”
1사도의 눈빛이 서늘한 색으로 가라앉았다.
“백혈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뼈저리도록 알려주마.”
“안 비키면 죽는다.”
아리스가 입술을 비틀며 검을 검집에 밀어 넣었다. 가슴을 완전히 가린 자세로 무릎을 굽혔다.
“검계현신.”
그녀는 단 하나의 검으로 이 전투를 끝내겠다는 듯 입술을 씹었다.
“멸절.”
검집에서 솟구친 칼날이 달빛을 담은 듯 우아한 자태로 뻗어나간다.
여신의 콧날처럼 고아한 투로 속에서 적을 말살하겠다는 섬뜩한 의념이 폭발했다.
“공혈.”
1사도의 손아귀에서 백광의 불꽃이 타오른다. 하얀 아지랑이 속에서 세계를 불태워버릴 듯한 파멸의 기운이 뿜어졌다.
쿠와아아아아앙!
공간을 가르는 절대의 참격과 생멸을 지져버리는 혈기가 정면에서 부딪쳤다.
* * *
“후우….”
실비아가 낮은 숨을 내뱉으며 전투용 제복을 여몄다.
‘언니를 상대할 사람이 있었다니….’
성벽 부근에서 거대한 기운이 충돌하는 게 이곳까지 전해져왔다.
적 중 전력을 드러낸 아리스를 막을 수 있는 괴물이 있는 것 같았다.
‘라온의 말이 정말이었어.’
라온은 생사결을 떠나기 전 오마가 습격해올 수도 있으니, 대비해두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그 아이의 말대로 오마가 쳐들어온 것 같았다.
“마님….”
헬렌이 다가와서 가늘게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시녀들 모두 별관의 지하에 대비시켜두었어요. 이제 마님도….”
“아니, 난 여기 남아야 해.”
실비아가 헬렌을 보며 옅게 웃었다.
“하, 하지만….”
“괜찮아.”
그녀가 헬렌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적들도 이곳까지는 오지 않을 거야. 만약 온다고 해도 정찰대일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별관은 지그하르트 내부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있다.
적들은 지그하르트 본관이나, 외성에 있는 시민들을 공격하려고 할 테니, 이곳까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저도 여기에….”
“너도 들어가 있어.”
실비아가 입매를 굳힌 채 검병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에 잡힌 검이 푸른 빛이 되어 정원의 나무를 훑고 지나갔다.
촤아아악!
나뭇가지 하나와 그 위에 서 있던 검은 복면인이 툭 떨어졌다.
“크헉….”
암살자로 보이는 복면인은 붉은 핏물이 돋아나는 목을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퍼어억!
실비아는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쳐 복면인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녀는 죽은 복면인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오마가 아니야.’
라온을 낳기 전 성검련을 제외한 오마 전체와 부딪쳐 보았다. 그중 이런 이들은 없었다.
‘설마 라온을 노렸다는 그 세력인가….’
성검련을 제외한 오마 넷과 부딪쳐봤기에 알 수 있다. 이 복면인은 오마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야왕 오그람을 공격했다는 놈들이 분명했다.
후우우우웅!
실비아는 거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우측에서부터 날카로운 기세를 두른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쿠우우웅!
아리스가 배치해준 무인들이 길을 막아주었지만, 적들이 너무 많아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긴 먹을 게 없는데?”
실비아가 콧잔등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정원 앞으로 나아가자마자, 암살자들과 백혈교도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촤아아아악!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아래에서부터 검을 올려 그었다.
칼날에 휘감긴 바다색 오러가 스쳐 지나가자, 암살자와 백혈교도의 머리가 툭 떨어졌다.
자연스러움 속에 살기를 숨긴 유려한 검술이었다.
실비아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입술을 씹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손속이 약해지면 그 피해는 호위 무인들과 시녀들에게 전해진다. 이 정원을 뚫리지 않는 성벽으로 만들어야 했다.
오러를 아끼지 않은 채 다가오는 백혈교도와 에덴의 귀신 그리고 암살자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하아….”
실비아가 쌓여가는 시체를 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뭐지?’
왜 별관으로 적이 몰려오는 거지?
별관에는 보물도, 지켜야 할 사람도 없다. 왜 이곳으로 적들이 모여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촤아아아악!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암살자와 백혈교도들은 별관을 둘러싼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면 고맙지.’
실비아가 검을 살짝 내리며 입맛을 다셨다.
‘곧 본관의 무인들이 지원을 올 테니까.’
본관 측에 있는 무인들이 이쪽으로 와준다면 시녀들을 지킬 필요 없이 앞으로 나가서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음?’
실비아가 잠시만 견디자고 생각하며 호흡을 고를 때였다.
후우우웅!
백혈교도 사이에서 머플러처럼 하얀 기류를 휘감은 큰 키의 여성이 나타났다.
찢어진 로브를 걸친 구릿빛 피부의 미녀였는데, 보고만 있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붉은 눈에 찬란한 금발. 딱 알겠네.”
구리빛 피부의 여성이 실비아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구나? 실비아 지그하르트가.”
그녀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운 웃음을 그렸다.
실비아가 자세를 낮추며 마른침을 삼켰다.
‘사도….’
그것도 평범한 사도가 아니다. 팔이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로 사나운 기파를 뿜어내는 것을 보면 2사도가 분명했다.
‘저 자는 막을 수 없어.’
2사도에게서 나를 죽이겠다는 살의가 느껴진다. 지금의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우리가 네 잘난 아들한테 망신을 좀 당했거든. 그 빚을 좀 갚아줘야겠어.”
2사도가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그녀의 손짓에 멈춰있던 백혈교도들이 별관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라온에게 단전을 받은 건 이 별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는 싸움이라고 해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비키세요. 제가 싸우겠습니다.”
실비아가 호위 무인들을 물리고 2사도의 앞으로 걸어갈 때였다.
촤아아아악!
소름이 돋아오르는 절삭음과 함께 혈교도로 이루어진 우측 포위망이 깨져나갔다.
흐릿한 핏물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카룬 지그하르트. 중무전에 갇혀 있어야 할 죄인이 섬뜩한 살의를 피워냈다.
치이이이잉!
카룬의 검끝이 가늘게 흔들리는 순간 중앙에 서 있던 복면인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 채 쓰러졌다. 2사도를 압도하는 극악의 살기였다.
철벅.
그는 뜨거운 핏물을 짓밟으며 2사도를 향해 다가갔다.
“오, 오빠….”
실비아가 오싹할 정도로 달아오른 카룬의 눈동자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카룬 지그하르트?”
2사도가 악귀처럼 일그러진 카룬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유폐되었다고 들었는데.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녀가 손가락을 풀며 입매를 비틀었다.
“훗날 어떤 죄를 물어도 상관없다.”
카룬의 이마 위로 두꺼운 힘줄이 돋아났다.
“더러운 잡것들이 지그하르트의 땅을 밟는 건 죽어서도 못 본다.”
그가 피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2사도에게 돌진했다.
“일이 더럽게 꼬이네!”
2사도가 미간을 구기며 카룬의 검을 향해 주먹을 꽂아넣었다.
“주절거리지 말고 죽어라.”
카룬은 얇디얇은 검으로 2사도의 주먹을 짓누르며 건조한 안광을 번뜩였다.
“검계현신 제왕.”
* * *
파지지지직!
강대한 충격 때문인지 지그하르트 전역의 전투를 보여주던 푸른 창이 일시에 꺼졌다.
글렌은 2사도와 마주 섰던 카룬을 떠올리며 눈을 내리감았다.
‘카룬….’
카룬이 실비아를 보호하듯 나서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망가졌던 가족 관계가 조금씩이나마 돌아오는 것 같아서 손끝이 떨렸다.
당장 돌아가서 두 아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계획대로 안 된 모양이네.”
큼지막한 마녀 모자 속에서 튀어나온 영화의 대마법사 체임버가 비웃음을 흘렸다.
“하긴 라온 그 녀석 머리 굴리는 걸 보면 지그하르트답지 않더라고.”
그녀는 드래곤 투구 속에서 번들거리는 안광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영화의 대마법사께서 뭘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왔지?”
푸른 드래곤 투구 속에서 조롱기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구 때문이겠어. 너 새끼 때문이지.”
체임버가 입 안에 있는 막대사탕을 콰득 씹어먹으며 눈매를 좁혔다.
“내가 근육 돼지를 놀리기는 해도 나름 애정이 좀 있거든.”
그녀의 눈동자 위로 섬뜩한 살의가 피어났다.
“사지를 뜯어서 죽여줄게.”
“죄송하지만, 당신은 제가 맡고 싶군요.”
타천이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검사의 앞으로 나왔다. 그가 쓴 미청년의 가면이 부드러운 웃음을 그렸다.
“대마법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두어야 발카르를 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하고 싶으면 해봐.”
체임버가 외모에 어울리는 싱긋한 웃음을 지은 순간 천지가 뒤바뀐다.
강이 하늘을 날고, 대지가 거꾸로 들린 채 비상했다.
“그 유명한 역천세계인가요?”
타천이 손가락을 휘돌리자, 일그러지던 하늘과 땅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간다.
초월에 이른 마법사들은 이 세계 자체에 영향을 주는 마법을 그려냈다.
“그럼 우리는 이쪽인가.”
남북맹주가 뒷목을 주무르며 앞으로 나섰다.
“아니. 잠깐 쉬고 있어.”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검사가 앞으로 나서며 손을 저었다.
“육황오마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데리고 올 수 있는 최선은 저 꼬마 마법사겠지.”
그는 타천과 경합하는 체임버를 올려보며 픽 웃었다.
“다른 이들은 영역을 지키고 있어야 할 테니까.”
“…….”
글렌은 대답 없이 고요히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뭐,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지만.”
푸른 드래곤 투구의 검사가 장갑을 안쪽으로 당기며 죽음의 기운으로 타오르는 칼날을 세웠다.
“우리 일대일로 해볼까?”
“보고 싶은 게 생겼다.”
글렌이 진천검을 들었다. 하얀 칼날 위로 핏빛 뇌광이 폭발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