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06
제706화
우우우우웅!
멀린이 그려낸 마법진 위로 형형색색의 마법들이 타오른다. 하나의 주문으로 수백 개의 마법을 운용하는 다중 영창. 그녀의 특기인 마법 폭격이었다.
불꽃과 물, 바람과 땅으로 이루어진 사대속성만이 아니라, 빛과 어둠까지 담아낸 수백 개의 마법들이 망혼귀의 언데드 군단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쿠구구구구!
멀린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음에도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자그마한 오차도 없이 원하는 위치에서 모든 마법들을 터트렸다.
콰과과과과광!
하늘과 강이 연달아 폭발하며 허공에 칼질을 한 듯한 균열이 돋아났고, 강물이 증발한 수증기가 벽처럼 솟구쳤다.
“하아아….”
멀린이 하늘까지 치솟은 수증기의 벽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맞히기는 했지만, 위력이 약해.’
마법 써클이 고정된 심장에 큰 충격을 입었기에 마법의 위력이 못 봐줄 정도로 약해졌다. 평소의 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젠장!”
전신이 불에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일어났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육체의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정신적인 고통. 라온이 이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속이 아려왔다.
‘내가 멍청했어.’
타천은 라온과 부왕의 생사결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생사결 당일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기에 안심하고 평소처럼 정보를 캐내려고 할 때 갑작스럽게 타천의 기습을 받았다.
일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큰 충격을 입었지만, 미리 준비해둔 분신으로 몸을 갈아탄 덕분에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만약 라온이 도망칠 준비를 해놓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거나, 사로잡혔을 것이다.
‘도망쳤어도 결국 이렇게 되었지만….’
망혼귀는 내가 라온을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놈이 함정을 파놓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우웅!
머리 위에서 불어온 거친 강바람이 수증기와 먼지를 가라앉히며 망혼귀의 모습이 드러났다.
“모기가 물어도 이것보다는 아프겠군.”
망혼귀는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로브를 털어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단단한 뼈의 벽을 소환하는 흑마법 본월로 마법 폭격을 막아낸 것 같았다.
그래도 놈이 운용하던 언데드 군단의 절반 정도는 마법 폭격에 녹아내렸다.
저것들만 모두 지워버린다면 라온이 이곳을 벗어나기 수월해질 것이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망혼귀가 멀린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
“네년을 놔두고 라온 지그하르트를 쫓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너뿐이다.”
그는 욕망과 혐오가 차오른 눈빛으로 손을 저었다.
“바로 죽이지도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은 고통을. 나보다 더 지독한 고통을 느끼게 할 것이야!
“이거 어쩌나. 난 고통 같은 거 못 느끼는… 커헉.”
멀린이 허리를 굽힌 채 시뻔건 피를 토했다.
‘이 상태면 오래 못 버텨….’
가슴뼈가 안쪽으로 조여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육체와 정신이 한계에 달해서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곧 정신을 잃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 돼.’
죽는 게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죽는다면 망혼귀의 악의가 라온에게 향할 것이기에 이대로 죽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수단을 써서라도 저놈을 죽여놓아야 한다.
“고통을 못 느낀다? 그러면 라온 지그하르트를 잡아서 고문하면 되겠지.”
망혼귀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 라온의 배를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놈이 아파하는 걸 보면 네년도 고통스럽겠지.”
“닥쳐!”
멀린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손을 펼쳤다. 그녀의 등 뒤로 피어나 있던 마법진들이 다시 한번 선명한 빛을 뿌렸다.
“그 꼴로 화염구나 던지겠어?”
망혼귀가 비웃음을 그리자, 언데드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괴물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쿠구구구구구구!
본 가고일과 레이스가 하늘 위에서 쏟아지고, 강에서는 본 만타쿤과 본 샤크몰이 솟구친다.
언데드 군단의 틈 속에서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진 본드래곤의 브레스까지 날아들어 도망칠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험한 상황은 자신이 바라던 그림이었다.
우우우웅!
멀린은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을 보며 길게 펼쳐두었던 마법진의 날개를 접었다. 그녀의 손아귀 위로 수백 개의 마법진이 중첩되며 기형학적인 도형을 그려졌다.
그 위에서 피어나는 건 찬란한 백광. 어둠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신의 창이었다.
대소멸마법 궁그닐.
음과 양의 경합을 통해 오직 파괴라는 의념만을 지닌 절대의 마법이 언데드 군단을 부수고, 망혼귀를 향해 뻗어나갔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궁그닐이 망혼귀 앞에서 폭발한 순간 어둠이 가라앉고, 낮이 돌아올 정도로 세계가 밝아졌다. 강 주변을 메우고 있던 언데드들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후우우우우!
망혼귀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의 왼쪽 상반신이 가위로 도려낸 것처럼 잘려 나가 있었다.
“커헉….”
다만 놈은 언데드의 이능을 가진 귀신답게 피를 토하면서도 육체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하악….”
멀린이 입술을 씹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 끝을 내야해.’
궁그닐 자체가 미완성이었기에 저 상태로 만든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놈의 부상이 심할 때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야 했다.
“죽… 커헉!”
멀린이 마나를 운용하다가 시꺼멓게 죽은 피를 토했다. 그녀는 입만이 아니라, 코와 눈에서도 피를 흘리며 전신을 떨었다.
“멍청한 년.”
망혼귀가 피에 젖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
“아직도 네년이 정상인 줄 아는 거냐!”
그가 악을 지르며 오른손을 뻗었다.
퍼어어억!
멀린의 몸이 크게 휘청이며 그녀가 쓰고 있던 노파의 가면이 반으로 갈라졌다.
핏줄이 보일 정도로 새하얀 피부를 지닌 어린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다. 절세라는 표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미모였는데, 특이하게도 반쯤 내리감은 눈동자에 붉은 십자가가 맺혀 있었다.
“미안. 라온….”
그녀는 마지막까지 라온의 이름을 담으며 강물 속으로 추락했다.
“너는 죽어서도 벗어나지… 크흑!”
망혼귀가 염력으로 멀린을 들어 올리려다가 힘이 빠진 듯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꺼내와!”
그가 직접 힘을 쓰는 대신 뒤로 손짓하자, 가고일 한 마리가 하강하여 멀린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뻗었다.
후우우우웅!
가고일의 발톱이 멀린의 어깨를 뚫으려고 할 때였다. 강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멋대로 솟구치더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만드는 자욱한 안개와 반투명한 물방울을 일으켰다.
“뭐, 뭐야!”
망혼귀가 입술을 씹으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안개는 허공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그가 본 드래곤을 탄 채로 직접 강물로 내려갔다.
하지만 보이는 건 강물 위에 떠 있는 가고일 뿐이다. 녀석이 잡으러 갔던 멀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건가?’
아니야! 분명 기절했어!
멀린은 라온을 본인의 목숨보다도 아낀다. 그런 미친년이 도망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건 마법이 아니야.’
강가를 채운 안개와 물방울은 마법이 아니라, 자연이 직접 일으킨 듯한 유연한 흐름을 보였다. 멀린의 마법은 절대 아니었다.
“뒤져!”
망혼귀가 남아 있는 언데드들을 모조리 소환하며 이를 바득 갈았다.
“이 강을 전부 다 뒤집어서라도 그년을 찾아!”
그의 금빛 눈동자가 광기로 차올랐다.
“절대! 절대 놓치지 않는다!”
* * *
파아아아앙!
멀린의 바람을 탄 도리안의 배가 강물에 닿으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만 뒤에서 쫓아오는 적은 보이지 않았다. 전부 멀린에게 모여든 것 같았다.
“대, 대충 세도 언데드가 천 마리는 넘어 보였는데, 버틸 수 있을까요?”
크레인이 뒤를 돌아보며 턱을 떨었다.
“아! 제가 멀린을 걱정하는 건 아니고….”
그가 실수했다는 듯 어깨를 숙였다.
“멀린이 우리를 구해준 건 사실이니까. 걱정한다고 문제 될 건 없지.”
리메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사,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더 걱정이네요.”
도리안이 불안한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마법사잖아. 적당히 싸우다가 도망칠 수 있을 거야.”
버렌이 본인의 머리를 헝클이며 입술을 씹었다. 말과 다르게 불안한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마르타가 뒤를 돌아보며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뭐?”
“멀린이 도망칠 일은 없어.”
“응….”
루난이 마르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 여자는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
두 사람은 드물게도 의견을 맞춘 채 입술을 씹었다.
“하아….”
리메르가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주물렀다.
“지금은 믿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라온이 한 말도 있고.”
“대, 대주님이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도리안과 크레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른 광풍대 검사들도 궁금하다는 듯 상체를 기울였다.
“강을 벗어나지 않으면 웬만해선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했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이 있다나?”
리메르가 레이블 강을 가리키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
“그래.”
그도 정확한 건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계속 가자. 이제 약속 장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네. 그런데….”
도리안이 조종대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가 좀 망가져서 속도가 느려졌어요. 수리할 재료는 있는데….”
“이대로 가.”
리메르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협곡만 넘어가면 다시 강이 넓어지니까. 얼마 남지 않았어.”
“예!”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조종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조장들과 광풍대도 라온을 에워싼 채로 긴장을 풀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협곡이 끊어지고, 바다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레이블 강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
“곧이다. 조금만 더 참….”
리메르가 지쳐가는 광풍대를 격려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 닿을 듯한 물보라와 함께 강물 속에서 거대한 전함이 솟구쳤다. 잠수 능력을 지닌 남북맹의 제1 전함 청랑이었다.
파아아아앙!
청랑과 부딪친 도리안의 배가 부서질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크윽….”
리메르가 도리안의 배를 뒤로 밀어내며 입술을 씹었다.
‘여기서 청랑이라니….’
청랑에 부딪친 충격으로 배에서 삐걱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리 오러로 막지 않았다면 아예 바스러져서 모두가 강에 빠졌을 것이다.
“드디어 잡았구나!”
청랑의 뱃머리에 타고 있던 남북맹 부맹주 헬구룸이 입술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그렸다.
“어, 어떻게….”
도리안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조종대를 쥐고 있는 손을 떨었다.
“너희 괴물을 피해서 길을 돌아왔지.”
헬구룸은 글렌을 피하기 위해서 아예 다른 길로 움직였다고 말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네놈들이 갈 곳은 뻔하니까.”
그는 강에서 남북맹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듯 짙은 살기를 일으켰다.
“거기 싸움도 치열할 텐데, 왜 여기까지 쫓아오냐.”
리메르가 억지로 비웃음을 보였다.
“그놈이 우선이다.”
헬구룸이 페드릭이 안고 있는 라온을 가리키며 미간을 구겼다.
“라온 지그하르트가 이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놈이다.”
그는 무조건 죽여야 할 존재라며 입술을 씹었다.
“너는 여자고, 남자고 인기 많아서 좋겠다.”
리메르가 라온의 어깨를 잡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이 수로만 넘어가면 길을 막아줄 수 있는 병력과 속도가 빠른 전함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걸렸다는 게 뼈아팠다.
‘싸우는 수밖에.’
전투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곳에서 싸우면서 대기 병력이 와주기를 바라는 게 최선이었다.
“전투 준비!”
리메르의 외침에 광풍대가 검을 세웠다. 강바람을 그대로 두른 듯한 서슬 퍼런 예기가 검사들의 눈동자에 담겼다.
“그대로 가져다 박아!”
헬구룸은 강이라는 전장을 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 도리안의 배 자체를 박살 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쿠구구구구!
청랑이 도리안의 배를 잡아먹을 것처럼 돌진해 올 때 강물 위로 시꺼먼 그림자가 떠올랐다. 모두의 시선이 멍하니 하늘로 올라갔다.
“어…?”
“저, 저게 뭐야!”
“배! 배다!”
바닷속에서 올라온 청랑을 비웃듯이 하늘 위에서 검은빛을 띤 전함이 떨어지고 있었다.
흑색 전함은 도리안의 배 앞으로 하강하여 청랑의 앞을 가로막았다.
쿠우우우웅!
청랑과 흑선이 부딪치며 두 전함의 뱃머리가 마른 장작처럼 꺾여나갔다.
“저 배는….”
리메르는 흑선의 중심에 새겨진 별이 깃든 검의 문양을 보고 입술을 떨었다.
“성검련!”
헬구룸도 성검련의 문양을 보고서 눈을 부릅떴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너희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그는 당장 물러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성검련이라는 이름의 뜻을 알고 있나?”
뱃머리 앞으로 훤칠한 인상의 청년이 나섰다. 검귀의 제자이자, 새롭게 검주가 된 무스턴이었다.
“뭐?”
“우리가 칭송하는 성스러운 검은 예리한 칼날도, 절대의 검술도 아니다.”
무스턴이 헬구룸을 마주 본 채로 고개를 저었다.
“성검이란 진정한 검사를 향한 찬사와 예찬. 쓰레기 같은 수적 놈들이 성검을 이룰 검사에게 더러운 손을 뻗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눈을 뽑겠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오만과 질투로 점철되어 있지 않았다. 라온을 닮은 듯한 청아한 빛으로 헬구룸을 굽어보고 있었다.
“하아….”
헬구름이 이를 바득 갈았다.
“오늘따라 귀찮은 것들이 몰려드는구나!”
그는 이를 바득 갈며 작살처럼 쥔 창을 내던졌다. 창날 위로 타오른 폭풍 같은 강환이 무스턴을 지워버릴 것처럼 쏘아져 나갔다.
카드드드득!
하지만 그의 창격은 하얀 검 한 자루 앞에서 무너져 강물만을 후려쳤다.
파아아아앙!
솟구쳤다가 가라앉은 강물 뒤로 백발 노검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성검련의 혈검주 검귀 렉타르였다.
“렉타르….”
헬구룸이 턱을 부르르 떨었다.
“네, 네놈까지 방해를….”
“네놈이 먼저 내 제자를 건드렸지 않느냐.”
렉타르의 발밑에서부터 아지랑이 같은 기파가 타오른다. 검의 귀신이라는 이명이 부족할 정도로 오싹한 살의였다.
“이건 정당방위다. 남북맹의 잡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