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09
제709화
“검귀 렉타르. 그대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글렌의 목소리가 무저갱에서 기어 올라온 듯 끈적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영혼에 차오른 분노가 강맹한 기파가 되어 사위를 휩쓸었다.
“당신도 이번 일에 관여한 건가?”
글렌은 라온을 습격한 일과 관여되어 있다면 당장 죽이겠다는 듯 진천검을 들어 올렸다.
“글렌 지그하르트.”
렉타르는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글렌의 손에 잡혀 있는 붉은 단검을 바라보았다.
“진혼검이 왜 당신에게 있는 거지?”
그 역시 물러서지 않은 채 피가 말라붙을 정도로 건조한 기파를 일으켰다.
쿠구구구구구!
글렌과 렉타르의 웅대한 기파가 경합하며 허공에 검으로 갈라낸 듯한 균열이 돋아났다.
“가, 가주님! 멈추십시오!”
리메르가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디뎠다. 그는 두 초월자의 기파가 맞부딪치는 공간으로 들어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검귀는 적이 아닙니다!”
“마, 맞습니다! 오히려 저희를 구해주셨습니다!”
“싸울 필요 없어요!”
버렌과 마르타도 리메르의 뒤를 따라가 고개를 저었다.
“너희를 구해주었다고?”
글렌은 렉타르에게 겨눈 진천검을 내리지 않은 채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예. 남북맹 부맹주가 수로를 우회해서 저희를 추적해왔는데, 검귀 님이 막아주신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버렌이 마른침을 삼키며 렉타르가 헬구룸을 막아주었던 일을 설명했다.
“음….”
글렌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렉타르를 겨누던 진천검을 내렸다.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렉타르는 글렌이 소중하게 안아 든 진혼검을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에, 에덴과 남북맹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버렌이 렉타르에게 시선을 돌리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라온을 저 해적선으로 옮기려고 할 때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나타난 악양귀와 남북맹의 베오른이라는 남자에게….”
그는 렉타르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강환이 폭발한 후 바로 라온을 찾기 시작했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
렉타르의 서늘했던 안색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의 노회한 눈동자가 파도를 맞은 것처럼 크게 출렁였다.
“떠, 떠내려갔을 뿐이지 분명 살아 있을 거예요! 이런 곳에서 죽을 놈이 아니야!”
“응.”
마르타는 라온이 죽지 않았다고 말하며 주먹을 내리쳤다. 루난 역시 라온을 믿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으.”
렉타르가 어금니를 씹은 채 시선을 돌렸다. 빠르게 강을 훑어내리는 그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
글렌은 꼭 울음을 참는 듯 구겨진 렉타르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저 눈빛은 무얼 뜻하는 거지?’
렉타르의 반응과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치이이잉!
사라졌던 렉타르가 눈앞으로 쇄도해오며 검을 휘둘렀다. 단숨에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즉살의 검격이었다.
쩌어어어엉!
글렌은 진천검을 들어 렉타르의 검격을 막아냈다. 진심인지 밀고 들어오는 칼날이 오싹하리만큼 강맹했다.
“글렌 지그하르트.”
렉타르가 이를 갈며 검에 담긴 힘을 증폭시켰다. 검신 위로 무색의 불길이 타올랐다.
“제 손자도 지키지 못하고, 뭐 하는 짓이냐!”
그는 격정을 느낀 듯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내칠 거면 확실하게 내치고, 품을 거면 확실하게 품었어야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슨 생각인 거냐고!”
렉타르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의념까지 일으켜 글렌을 밀어냈다.
“가주님!”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셰릴과 로엔이 눈을 부릅뜬 채 달려 나왔지만, 글렌이 손을 저어서 두 사람을 막았다.
“….”
글렌은 진한 분노를 드러낸 렉타르를 보며 진혼검을 잡은 왼손에 힘을 주었다.
‘라온과 무슨 관계지?’
렉타르의 검에서 전해져오는 감정은 슬픔과 분노만이 아니라, 후회도 얹혀있었다. 꼭 거울 속 자신을 보는 듯했다.
“너는 누구지?”
이름과 소속을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라온과 어떤 관계인지를 알고자 하는 질문이었다.
“이번 일에 성검련과 흑탑은 움직이지 않았다.”
렉타르가 거칠게 검을 쳐냈다. 그는 글렌을 강 쪽으로 쳐내며 사나운 눈동자를 세웠다.
“오그람의 패배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는 육황과 차이가 없었어! 이런 상황에서 라온을 지키지 못한 건 무능의 극치다!”
그가 검집이 깨진 진혼검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라온이 정말 죽었다면 남북맹도, 그림자도, 그리고 당신도 내가 죽일 것이다.”
렉타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 하류로 내려갔다.
“스, 스승님!”
무스턴과 성검련의 검사들은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전함을 움직여 렉타르의 뒤를 쫓았다.
“가주님.”
“괜찮으십니까?”
셰릴과 로엔이 글렌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기막 때문에 렉타르와의 대화를 듣지 못한 듯 걱정스러운 눈빛만을 보냈다.
“별일 아니다.”
글렌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렉타르와 검을 부딪친 덕분에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다.
“죄송합니다. 제가 기감을 풀지만 않았어도….”
리메르가 글렌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는 후회가 된다는 듯 꽉 말아쥔 주먹을 떨었다.
“…….”
글렌은 말없이 리메르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가 누구보다도 가장 심한 충격을 받았을 테니, 지금은 해줄 말이 없었다.
“천검대, 광풍대, 철전대는 이곳에서 수색을 계속하라.”
“알겠습니다.”
“꼭 찾아내겠습니다.”
셰릴과 트레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영감.”
체임버가 글렌에게 다가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라온이랑 검귀는 무슨 관계야? 저쪽이 진짜 할아버지라도 되는 것 같던데?”
그녀는 기막을 뚫고, 대화를 들은 듯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른다. 그러니….”
글렌이 렉타르가 떠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저쪽도 알아봐야겠어.”
* * *
콰아아아아아!
검이 그어 내린 공간이 극이 다른 자석처럼 비틀어져 가라앉는다.
공간 사이에 걸려 있던 백혈교도들은 반으로 갈라진 채 회색에 가까운 핏물을 뿌렸다.
“쯧.”
아리스는 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짧게 혀를 찼다.
‘튀었군.’
백혈교도와 암살자들은 모두 죽였지만, 1사도는 상처를 입은 채 도망쳤다. 놈을 잡고 싶지만, 지금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리운. 뒤는 맡긴다.”
아리스는 외총관 일리운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별관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검계현신 때문에 힘이 빠져서 속도가 나오지 않는 게 너무도 답답했다.
쿠와아아아앙!
육체에 부하가 걸리는 것도 무시하고 움직이고 있을 때 별관의 정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땅이 무너질 듯 뒤틀리며 하늘 위로 회색 연기가 솟아올랐다.
“저건….”
아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검을 휘저었다. 칼날에서 피어난 바람이 연기를 밀어내며 정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지가 검의 형태로 깎여나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백혈교도와 암살자, 에덴의 귀신들이 형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죽어 있었다.
파여나간 대지의 끝이자, 별관 앞에는 카룬이 실비아를 보호하듯 검을 세우고 있었다.
“카룬.”
아리스가 인상을 찌푸린 카룬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설마 실비아를 구하러 온 거야?”
그녀는 본인이 말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마, 맞아요. 오빠가 오셔서 구해….”
“아니다.”
카룬이 아리스를 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저 이 땅을 더럽히는 쓰레기들을 놔둘 수 없었을 뿐이다.”
그는 실비아와 상관없이 지그하르트를 습격한 놈들을 처리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손을 털었다.
“동생이 걱정되어서 온 건 아니고?”
아리스가 놀리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카룬이 검을 고쳐 잡으며 콧잔등을 구겼다.
“뭐 이유가 어쨌든….”
아리스가 앞뒤로 선 카룬과 실비아를 보며 옅게 웃었다.
“가족끼리 보기 좋네.”
그녀는 동생들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흥!”
카룬이 콧방귀를 뀌고서 뒤를 돌았다.
“어디가?”
“다른 쓰레기들이 아직 남았으니까.”
그는 지그하르트에 침입한 적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며 북망산 쪽으로 움직였다.
“쟤는 지그하르트 참 좋아한다니까. 이해가 안 돼.”
아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아, 네.”
실비아가 낮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쳐들어올 줄은 몰랐네.”
아리스는 어이가 없다고 말하며 손을 털었다.
“네 아들 정말 기똥차긴 하다. 이런 것도 예상하고.”
“어릴 때부터 저보다 현명했으니까요.”
실비아는 라온의 칭찬이 기쁜 듯 웃었다.
“그래. 생사결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갔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걱정 안 해요.”
그녀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실비아는 라온이 좋아하는 메뉴로 저녁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나도 가도 되지?”
“그럼요!”
두 사람은 미소를 마주하며 별관으로 들어갔다.
* * *
라온이 베오른의 검에 가슴을 찔렸던 순간.
-에라이!
라스가 솜사탕 머리를 벅벅 비비며 분노의 기운을 일으켰다.
-나중에 민트초코 스무 박스로 돌려받을 것이니라! 스무 개가 아니라! 스무 박스이니라! 백 개라고!
민트초코를 외치며 분노의 기운으로 라온의 심장을 뚫으려는 하얀 칼날을 막아 세웠다.
‘젠장!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니!’
라온이 기절한 상태였기에 마신강림은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지금 녀석의 육체에 들어간다면 폭주를 일으켜서 수면 위에 있는 귀때기와 광풍대 아이들까지 죽이게 될 것이다.
인과율이 어그러져 다시 영혼에 큰 충격을 입더라도 지금은 간접적으로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회복했는데 또 기절하게 생겼… 음?
라스가 분노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다 말고,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라온과 그의 가슴을 뚫으려는 칼날 사이로 푸른 빛의 물방울이 돋아났다.
-저 물방울은….
자신이 일으킨 분노가 아니다. 물방울은 대자연의 마나가 스스로 응집된 듯한 부드러운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라온을 찌른 인간의 수준으로는 물방울이 칼날을 막아주고 있다는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뭔지는 몰라도 다행이군.’
물방울 덕분에 많은 분노를 운용하지 않았어도 라온을 검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적발의 인간은 라온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강환을 일으켰다.
쿠와아아아앙!
놈의 검극에서 돋아난 강환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라온의 전신을 휩쓸었다.
-으랴랴랴랴!
라스가 나름의 기합을 내지르며 서리를 불러왔다.
분노가 스며든 서리의 벽으로 강환의 폭발을 막아내려는데, 다시 한번 순수한 물의 기운이 움직였다.
화아아아아!
서리의 벽 위로 물의 기운이 얹어지며 조금 전처럼 적은 분노만으로 강환의 폭발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강환의 위력이 강대했기에 라온은 강물 깊숙한 곳으로 빠졌고, 그의 앞섬 있던 진혼검이 큰 충격을 받은 채 강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체 누가….
라스는 진혼검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내렸다. 조금 전 도움을 주었던 물의 기운은 저 방향에서 올라왔었다.
화아아아.
어둑한 강물 속에서 푸른 안광이 번쩍이더니, 가라앉는 라온을 꽉 잡아주는 작은 손이 나타났다. 오리발처럼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너, 너는!
라스가 푸른 안광을 빛낸 괴인의 정체를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온이 목숨을 구해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던 물고기 꼬맹이였다.
-오랜만이니라! 그러니까… 이름이 까, 깜깜이였던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대충 부른 깜깜이가 손가락을 세우더니 푸른빛을 띤 원을 그렸다.
우우우웅!
녀석의 손짓에서 피어난 동심원이 하나로 겹쳐지더니, 다른 장소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라온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자, 잠깐만!
수면 위에 있던 귀때기가 내려오려고 해서 멈추라고 말하려는데, 물고기 꼬마는 라온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듯 쳐다보지도 않고, 동그란 차원으로 들어갔다.
-안 되느니라! 이번에는 또 어디로오오오오… 꼬르르륵!
코로 물을 마시는 듯한 괴로운 감각을 느끼다가 눈을 뜨자, 시야가 확 트이는 밝은 장소가 보였다.
-여기는?
물속에 마을을 세웠는지 연한 물살이 스쳐 가는 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색이 있는 자갈로 쌓은 듯 아기자기한 건물들이었다.
-이런 집은 언제 지은 거지?
예전 라온과 함께 왔을 때와는 아예 다른 곳이 되었다.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자, 물고기 꼬마가 라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요 녀석은 하나도 안 변했네.
라온이 깜깜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청루족 꼬마는 여전히 작고 귀여웠다.
“라온….”
깜깜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피를 흘리는 라온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녀석의 손에서 빛이 돋아나자, 라온의 상처가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아니, 외모 말고 다른 쪽이 변했군.
깜깜이가 지닌 물의 기운은 이 강 자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최상위 주술사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적발의 인간이 터트린 강환을 막아낼 때도 저 물의 기운 덕분에 분노를 아낄 수 있었다.
-참 운도 좋은 놈… 어?
라스가 라온을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눈을 부릅떴다.
-이놈은 또 무엇이냐.
여유를 가지고 살펴보니, 라온의 무력이 잠을 자기 전과는 격이 다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을 텐데, 이 정도로 변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더 어이가 없는 건….
더 신기한 건 지금도 강해지고 있다는 것.
라온은 기절한 상태에서도 성장하고 있었다. 단순히 나태나 폭식의 효과가 아니라, 무력 자체가 솟구치고 있었다.
-이놈….
라스가 라온의 멱살을 쥔 채로 미간을 깊게 구겼다.
-혼자 뭘 처먹었길래 이렇게 강해진 것이냐! 당장 일어나서 본왕에게 내놓거라!
* * *
라온은 하늘에서 돌아가는 여덟 개의 불의 고리를 보며 입술을 매만졌다.
‘심상의 세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로만과의 생사결 이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기절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심상의 세계로 들어온 건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기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쁜 일은 아니지.
심사의 세계에 다시 오게 된 덕분에 내가 무엇을 얻었고,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개벽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
로만이 이름을 지어준 검계현신 개벽은 평범한 검술이 아니다.
내가 쌓아 올린 검술 자체를 투영하는 무학이었기에 검술 경지가 높아질수록 개벽 역시 크게 성장한다.
미완의 무학이자, 끝없이 성장하는 무학. 심상의 세계를 현실에 쏟아붓는 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만과의 결전을 통해 성장한 지금이라면 이전보다 더 강한 개벽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개벽만 강해진 게 아니지.’
라온은 이전보다 더 높게 솟구친 검의 싹을 보며 웃었다.
‘전반적인 검술 자체가 성장했어.’
기본 검술부터 만화공의 무학과 창궁검까지 내가 익히고 있던 모든 검술 경지가 상승했다.
이번 생사결은 내게 주어진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장한 검술을 펼치려고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
우측 하늘에서 시뻘건 화염이 타올랐고, 좌측 땅에서 푸른 서리가 솟구쳤다.
불꽃과 서리는 심상의 세계를 반으로 가른 채 서로를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우우우웅.
화염과 냉기 사이에 낀 녹색 바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을 떨었다.
라온은 심상의 세계가 좁다는 듯 난동을 부리는 불꽃과 서리를 보며 입매를 말아 올렸다.
‘이제 알겠네.’
내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릴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