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12
제712화
“나는 둘 다 놓을 생각이 없어.”
라온이 담담하게 읊조리고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일단 전쟁이 끝나기 전에 남북맹 본부에 무조건 가 있어야 해.’
본래라면 전쟁 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육황 상위에 위치한 지그하르트와 오마에서도 하위권에 자리 잡은 남북맹의 전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번 일의 뒤편에서는 데루스 로베르트와 타천이 움직이고 있다.
추잡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들이기에 분명 다른 수작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그 수작의 대상은….’
가주님이겠지.
데루스 로베르트와 타천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지그하르트의 주인이자, 뇌신이라 불리는 글렌 지그하르트다.
놈들은 이번 전쟁을 기회로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이려고 할 게 분명하기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막아야 했다.
‘그리고….’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시며 눈을 내리감았다.
‘멀린도 죽게 놔둘 수 없어.’
멀린의 스토킹에 질렸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에덴과 오마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내 목숨을 살려준 적도 많았기에 이번에는 내가 멀린을 구해야 할 때였다.
“응!”
가람이는 둘 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하겠다고?
‘그래. 지금의 나라면 둘 다 가능해.’
라온이 차분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상처도 회복했고, 깨달음도 정리했으니까.’
가람이의 치료와 덕분에 외상과 내상이 모두 완치되었고, 부왕 로만과 생사결을 치르며 얻은 깨달음과 심상의 세계에서 이뤄낸 성취도 모두 내 것이 되었다.
지금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그게 무슨 성장이냐! 아직 본왕의 발톱만도 못한데!
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왼쪽 눈을 찡그렸다.
‘넌 나랑 아예 비교도 안 했잖아. 발톱이면 많이 성장했는데?’
라온이 방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칭찬 고맙다.’
-치, 칭찬 아니니라! 발톱이 아니라, 발톱 때이니라!
라스는 절대 칭찬이 아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래. 그래.’
녀석이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확신이 든다. 그동안 내가 이룬 성취는 마왕도 놀랄 정도인 게 분명했다.
-끄으응, 말투가 더 건방져졌느니라.
‘난 원래 이랬는데?’
-더! 더라고 더!
라스가 귓를 잡아당기며 이를 드러냈다.
-어떻게 된 놈이 볼수록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어? 난 네가 구해준 게 고마워서 가문으로 복귀하면 민트초코 10박스 사주려고 했는데?
-똥잘 라온이니라!
‘…똥잘?’
-아! 존잘!
녀석은 루난과 엔시아가 숨 쉬듯 내뱉는 존잘도 기억 못 하고 똥잘이라 외쳤다.
일부러 그런 건지 마왕 주제에 기억력이 달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민트초코 10박스면 본왕도 인정….
‘이제 조용히 좀 해.’
라온인 달라붙는 라스를 밀어내고 가람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람아. 여기 가젤 강이지?”
“응. 가젤 강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야.”
가람이는 누구도 찾을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가면 여자를 숨겨둔 장소랑 전쟁터까지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
“우리가 여기에 있고, 가면 여자는 요기, 전쟁터는 이 끝이야.”
녀석이 물을 이용해서 가젤강과 레이블 강이 닿아 있는 해도를 그려주었다.
-꽤 돌아가야 하는군.
라스가 지도를 보며 눈매를 찡그렸다. 녀석의 말대로 멀린을 찾으려면 협곡 사이를 우회해서 가야 했다.
-그래도 저 깜깜이 녀석의 주술을 이용하면 바로 갈 수 있지 않느냐?
‘그건 이 둥지로 올 때만 쓸 수 있는 주술이야. 그리고 가람이라니까.’
가람이의 이동 주술은 복귀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나갈 때는 직접 움직여야 했다.
“여기에 해골도 많은데, 진짜 강한 인간이 숨어 있어.”
가람이가 멀린을 숨겨둔 강을 가리키며 입술을 떨었다.
“계속 가봤는데, 움직이질 않아.”
“그렇겠지.”
가람이가 말하는 강한 인간은 망혼귀다. 놈은 멀린을 찾기 전에는 그 주변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말고 안내해줘.”
라온이 가람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
“그 뼈다귀는 내가 처리해줄게.”
끊임없이 부활하며 언데드 대곤을 부리는 망혼귀는 굉장히 귀찮은 존재다. 이 기회에 완전히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제… 음?”
출발하자고 말하려 할 때 허리 부근이 허전했다. 진혼검을 찾으려는데,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가람아. 혹시 빨간 단검을 못 봤어?”
“단검?”
가람이는 뭔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네놈이 죽을 뻔한 강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니라.
라스는 상황이 다급해서 누구도 신경 쓸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아쉽게도 지금 진혼검을 찾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와야 할 것 같았다.
라온이 제천검을 허리에 여맨 후 청루족의 집을 나섰다. 햇살이 이지러지는 수면 위를 올라가서 가람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안내를 부탁할게. 먼저 가면을 쓴 여자부터.”
“응!”
가람이는 믿어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먼저 나아갔다.
터어엉!
라온이 가람이의 뒤를 따라 수면을 박찼다. 몸에 무게가 사라진 듯 끝없이 뻗어나간다.
주술을 사용하며 앞서간 가람이를 순식간에 따라잡을 정도였다.
“엑?”
가람이가 위를 올려보며 눈을 부릅떴다.
“지, 지금 제일 빠르게 가는 건데?”
녀석은 당황한 듯 입술을 떨었다.
“그래. 이 속도로 계속 가줘.”
라온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이 속도라면….
라스가 눈을 끔벅이며 옆으로 붙었다.
-가는 길에 민트초코 하나 빨아도 될 것 같은데?
‘하아….’
라온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저 멍청함을 보니, 라스가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민트초코 1년 압수.’
-엑! 노, 농담이었느니라!
‘2년 압수.’
-끄에에에엑!
* * *
“으으….”
실비아는 작은 전함 하나를 더 부순 후 깨져나간 갑판에 주저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들어….’
체력도, 오러도 한계였다. 정신력으로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지만, 지친 육체 때문에 검을 휘두르기도 힘들 것 같았다.
‘너무 무리했나.’
라온의 원수를 찾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던 게 잘못이었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행동을 할 테지만.
‘남북맹주와 부맹주 그리고 베오른.’
라온의 죽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저 세 사람이다.
남북맹주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습격을 지시한 부맹주와 라온을 찌른 베오른 만큼은 직접 죽이고 싶었다. 아니, 내가 죽여야 한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실비아가 입술을 씹으며 시선을 돌릴 때 전함의 남북맹 전함 사이에서 거대한 흑선이 솟구쳤다.
남북맹주의 전함 청랑과 비슷할 정도의 크기였다.
‘저 배는….’
마른침을 삼키고서 눈동자에 오러를 담았다. 시야가 급격히 확장되며 흑색 전함의 끝에 선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회백색 머리카락과 단단하게 자리 잡은 근육질의 육체 그리고 손에 든 장창까지. 이곳에 오면서 들었던 남북맹 부맹주 헬구룸의 모습과 동일했다.
“저놈….”
실비아가 몸을 일으켰다. 리온의 원수를 보자, 꺼져가던 불씨가 살아난 듯 인공 단전에서 광대한 마나가 폭발했다.
‘놈도 부상을 입었어.’
헬구룸은 검귀 렉타르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 아직 낫지 않은 듯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놈을 잡을 기회였다.
터어어엉!
실비아가 전함을 무너뜨린 후 강물에 내려섰다. 지금까지와 달리 다른 배를 모두 무시하고, 헬구룸의 전함만을 향해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아!
끝없이 내리꽂히는 마법포와 화살, 작살들은 무시했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으깨지는 통증 속에서도 달리는 데만 집중하여 부맹주의 전함 위로 올라섰다.
“너는….”
헬구룸이 붉은 비단처럼 피에 젖은 실비아의 머리카락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금발적안. 실비아 지그하르트인가.”
그는 비웃음을 그리듯 입꼬리를 길게 말아 올렸다.
“여긴 왜 왔지? 아들을 따라가고 싶은 건가?”
“헬구룸!”
실비아가 비명 같은 포효를 지르며 달려들 때 헬구룸의 우측에 있던 흑발의 검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쩌어어어어어엉!
벽처럼 세워진 흑발 검사의 오러가 실비아를 거칠게 밀어냈다.
“크윽….”
실비아가 뒤로 튕겨 나가며 갑판에 핏물을 토했다.
“네 아들은 제 주제는 알던데, 너는 그보다도 못하구나.”
헬구룸이 길게 혀를 찼다.
“당연하지.”
실비아가 피나도록 입술을 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내 아들은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그녀가 검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남아 있는 오러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실비아의 검격은 이번에도 흑발 검사 앞에서 막힌 채 나아가질 못했다.
“내가 보이지도 않는 건가?”
흑발 검사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비켜!”
“하아, 백운의 이름을 받은 후 이런 무시는 처음이군.”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백운?”
실비아가 백운이라는 이름을 되뇌이며 입술을 떨었다.
‘백운채주라니….’
기척이 너무 약해서 몰랐어.
백운채주는 남북맹에서도 이름 높은 그랜드 마스터. 그가 중앙의 전장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헬구룸을 호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문제는 그 하나만이 아니다. 그랜드 마스터는 아니어도 마스터 급 여럿이 헬구룸의 옆에 붙어 있었다.
“하악….”
실비아가 뒤로 밀려나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실수야.’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인데, 원수에 눈이 멀어서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분노로 끌어 올린 기운이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벌써 한계인가?”
헬구룸이 차디찬 웃음을 그리며 시선을 돌렸다.
“지금 가면 네 아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외롭지는 않겠구나.”
그는 백운채주에게 끝을 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으아아아아아!”
실비아가 부러져라 이를 씹으며 헬구룸에게 달려들었다.
“끝이다.”
백운채주가 실비아의 목을 베려고 할 때 무색의 검격이 번뜩였다.
콰아아아아앙!
강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백운채주가 뒤로 밀려나가 난간에 등을 부딪쳤다.
“누, 누구냐!”
백운채주가 턱을 떨며 시선을 들어 올릴 때 갑판 위로 카룬 지그하르트가 내려섰다.
“명예도 모르는 쓰레기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나?”
카룬 지그하르트의 붉은 눈동자가 백운채주를 향해 구붓하게 떨어졌다.
“오, 오빠.”
“멍청한 것. 물러나 있어라.”
그는 한심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서 백운채주의 앞에 섰다.
“네, 네놈은 카룬….”
“그 입 다물어라.”
카룬의 검날이 흔들리자, 백운채주의 가슴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쓰레기의 주둥이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그는 홀로 차를 마시는 듯 우아한 자태로 칼날을 내렸다.
“크으윽!”
백운채주가 가슴의 상처를 지혈하며 뒤로 물러섰다.
“오징어도 아니고, 빛만 보면 죽여달라고 따라붙는구나.”
헬구룸은 잘되었다는 듯 앞으로 나오며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인성만큼이나 그 얼굴도 추하군.”
카룬은 더러운 오물을 보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지그하르트의 애새끼들은 하나 같이 주둥이가 험하구나!”
헬구룸이 카룬에게 창을 내지르려고 할 때였다.
촤아아아악!
글렌과 남북맹주의 싸움에서 지그하르트 검사들을 보호하고 있던 아리스가 공간을 가르고 뱃머리 위에 나타났다.
“야.”
아리스가 헬구름을 굽어보며 입술을 뒤틀었다.
“니 새끼가 저질렀다며?”
그녀는 강물이 밀려날 정도로 지독한 살의를 뿜어내며 검을 들었다.
“아리스 지그하르트….”
헬구룸도 아리스는 쉽게 볼 수 없는 듯 콧잔등을 구겼다.
“베오른이라는 새끼는 어딨어. 너야?”
아리스가 백운채주를 보며 사나운 시선을 드러냈다.
“내, 내가 아니다….”
백운채주는 아리스의 강대한 기파에 질린 듯 턱을 떨었다.
“그 새끼도 데리고 와. 너랑 그 베오른이라는 놈은 뼈조차 남기지 않고 씹어 줄 테니까.”
“베오른은 이곳에 없다.”
헬구룸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를 암살한 후 남북맹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는 베오른이 남북맹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하! 숨겨주시겠다?”
아리스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는 남북맹 자체를 멸망시키려고 여기 왔는데? 숨겨도 소용없어. 다 찾아서 죽일 거니까.”
그녀가 뒤에 있는 카룬과 실비아에게 손짓했다.
“실비아. 아직 할 수 있지? 복수는 직접해야하는 법이야.”
“네. 할 수 있어요.”
실비아가 피에 젖은 입술을 씹으며 아리스와 카룬의 옆에 나란히 섰다.
“지그하르트의 남매가 얼마나 지랄 맞은지 보여주자고!”
아리스가 갑판을 무너뜨리며 헬구룸에게 달려들었다.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
“나는 빼라.”
카룬인 미간을 구긴 채 백운채주를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 * *
레이블 강의 서쪽 협곡.
본래 굽이치는 파도만이 가득해야 할 협곡은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 몬스터들이 물길처럼 흐르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꼭 무언가를 찾는 듯 끊임없이 시선을 돌리며 협곡 전체를 포위하고 있었다.
“젠장!”
언데드들을 지켜보고 있던 망혼귀가 바드득 이를 갈며 주먹을 내리쳤다.
‘멀린.’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멀린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이후 강 전체를 수색했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하늘에서는 본 가고일과 레이쓰가 날아다녔고, 땅에서는 스켈레톤들이 배회했으며, 강물 속에서는 샤크몰과 에비아르가 돌아다녔음에도 멀린의 머리카락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찾은 거라고는 멀린이 쓰고 있던 반토막 난 노파의 가면뿐이었다.
‘라온 지그하르트를 잡아두었어야 했는데….’
지금 멀린은 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상처를 회복하고 있을 것이다.
라온을 잡아두었다면 그 망할 계집을 부를 수 있었을 텐데, 놈이 죽었다는 것에 속이 쓰렸다.
‘빌어먹을!’
망혼귀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고 있을 때 강물 속에 있던 본 샤크몰에게서 신호가 들어왔다.
‘또 쓸데없는 거면 대가리를 떼어버려야지.’
주먹을 말아쥐며 자신의 눈과 샤크몰의 시야를 연결했다.
화아아아!
아무것도 없는 강물 속에서 푸른빛 물방울이 떠오르는 게 보였다.
‘이딴 걸로 왜… 음? 잠깐만!’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데, 멀린이 사라질 때 나타났던 물방울이 떠올랐다.
다시 보니, 그 물방울과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찾았다! 저기야!’
어떻게 저곳에 숨어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곳에 멀린이 있는 건 분명했다.
“드디어 네년을 잡는구나.”
망혼귀가 입술을 길게 말아 올렸다. 본 드래곤을 타고 멀린이 있을 강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누군가가 수면 위를 걸어오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아악.
그 고요한 소리에 망혼귀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협곡의 끝에서 금발적안의 검사가 다가온다.
강물을 땅처럼 밟아오는데, 자그마한 물결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자체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라온 지그하르트?”
죽었다고 알려졌던 놈이 멀쩡한 모습으로 멀린이 숨어 있는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망혼귀가 머리를 부여잡은 채 광소를 터트렸다.
“잘됐군! 두 연놈을 모두 씹어 삼킬 수 있겠어.”
그가 키득 웃으며 손짓하자, 하늘과 땅, 강을 배회하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우우우우웅!
망혼귀는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아공간 속에서 두 번째 본 드래곤을 소환했다.
쿠오오오오오!
어둠의 마나에 휘감긴 본 레드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죽었다고 소문을 내다니, 여전히 깜찍한 짓만 골라서 하는구나.”
두 마리의 본 드래곤과 함께 떠오른 망혼귀가 라온을 굽어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멀린도 네놈이 숨겨두었나?”
“…….”
라온은 대답 없이 강물 아래만을 바라보았다.
“좋다. 어차피 네놈도 가만히 놔둘 생각 없었으니까! 멀린과 함께 서로를 고문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어주마!”
그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하늘과 땅, 강물을 뒤덮은 언데드 대군이 라온에게 달려들었다.
우우우우웅!
망혼귀는 라온의 무력을 알고 있었기에 방심하지 않고, 본 드래곤들에게도 브레스를 쏘라는 지시를 내렸다.
쿠구구구구구!
본 드래곤 두 마리가 어둠의 마나로 타오르는 브레스를 동시에 내리꽂았다.
저벅.
라온은 밀려 들어오는 언데드 군단과 브레스를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며 제천검을 뽑았다.
치이이이이잉!
제천검이 짙은 섬광이 되어 나아간다.
태양의 불길이 깃든 듯한 금색의 선이 좌에서 우로 그어질 때마다 그 앞에 존재하는 언데드 군단이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지워졌다.
차아아아앙!
시꺼먼 브레스마저 갈라버린 제천검의 검극이 망혼귀를 스치고 지나간 순간 그의 목이 뚝 떨어졌다.
“나를 잡고 싶다면….”
라온은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망혼귀의 육신을 보며 피 한 방울 맺히지 않은 검을 내렸다.
“진짜 드래곤이라도 데리고 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