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15
제715화
광풍대 검사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수적과 산적들을 찢어버리며 남북맹 본부로 입성했다.
“도망치는 새끼들도 죽여! 한 놈도 남기지 마!”
마르타가 광풍진의 최전방에서 타이탄 오러를 일으켰다. 광풍류의 바람이 깃든 그녀의 검격에 남북맹 무인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여긴 적진이다. 흥분을 가라앉혀.”
버렌은 분노를 드러내면서도 광풍진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푸른 삭풍을 일으켜 은밀하게 다가오던 남북맹 살수들의 목을 갈랐다.
스으으으!
루난은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직 검을 휘두르는 데만 집중했다.
그녀의 애검 설화가 유려한 선을 그릴 때마다 수적들의 육체가 새하얗게 얼어붙은 채 뜯겨 나갔다.
“끄아아악!”
“괴, 괴물들이야….”
“이게 약관을 갓 넘은 놈들이라니….”
세 명의 조장과 마크 괴튼을 앞세운 광풍대의 돌진에 남북맹 무인들은 비명과 신음을 흘리며 후퇴만을 반복했다.
쿠구구구궁!
광풍대 검사들이 남북맹 건물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할 때 안쪽에서 서늘한 기세를 풍기는 노년의 무인들이 튀어나왔다.
전대 채주와 부채주를 맡았던 남북맹의 원로들이었다.
“어린 것들아.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느냐!”
“하룻강아지도 오줌을 가릴 줄 알거늘.”
“내가 은퇴할 때 태어나지도 않은 것들이 감히….”
남북맹 원로들은 이마에 깊은 주름을 드러낸 채 이를 갈았다.
소수였지만, 한 명 한 명이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밀고 들어간다.”
버렌은 원로들의 거센 기파를 느끼고 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삭풍을 불러왔다.
“못 이길 상대가 아니야.”
라온은 언제나 강자를 상대로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등으로 내린 가르침은 광풍대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당연하지!”
마르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광폭화를 극성으로 운용했다. 그녀는 원로에게 돌진해 거침없이 검을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앙!
3배가량 부풀어 오른 타이탄의 오러에 남북맹의 원로의 무릎이 꺾일 것처럼 흔들렸다.
“어, 어린 년이!”
원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마르타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어린 년?”
마르타가 비웃음을 그리며 입술을 밀어 올렸다.
“이 어린 년도 생사결 이후의 기습이 추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너희 도적놈들은 모르나 보지?”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원로를 밀어붙였다.
촤아아악!
남북맹의 원로는 마르타의 패기에 밀려 일검을 허용했다. 그의 가슴에 시뻘건 검흔이 돋아나고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크헉, 네, 네년이….”
“너희는 당당히 죽을 자격도 없어.”
마르타가 입술을 씹으며 원로의 목을 갈랐다. 그녀는 바닥을 적시는 핏물을 보며 콧잔등을 구겼다.
‘빌어먹을. 라온 지그하르트!’
엄마를 찾아주겠다고 했잖아! 네가 죽으면 어떻게 해!
마르타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송곳니로 씹으며 중앙에 선 원로를 향해 돌진했다.
후우우웅!
루난이 오른 눈에 안대를 쓴 원로를 향해 설화를 찔러넣었다.
“크윽, 어떻게 이런 냉기를….”
안대를 쓴 원로는 설화에 깃든 서리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손에 동상을 입은 채 뒤로 물러섰다.
“…….”
루난은 설화에서 피어나는 차디찬 냉기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강해졌어.’
벽을 부수고, 한층 더 높은 곳에 도달했다는 게 느껴진다.
자신만이 아니라, 광풍대 전원이 벽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다.
하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그 성취감을 나눠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어버렸으니까.
우우우우웅!
루난이 그림을 그리듯 설화를 길게 펼쳤다. 새하얀 검날 위에서 피어나는 서리의 꽃봉오리가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 흩뿌려진다.
화아아아아아!
라온의 화령을 본따서 만들어낸 그녀만의 서리꽃이 전장을 휘감으며 원로들의 팔과 다리를 시퍼렇게 얼려버렸다.
“허억!”
“이, 이게 뭐냐!”
“미친….”
남북맹의 원로들은 꽁꽁 얼어버린 팔과 다리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오러를 일으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냉기였다.
치이이이잉!
루난은 안대를 쓴 원로의 목을 가르고, 피에 젖은 설화를 들어 올렸다.
“가자!”
그녀의 격한 외침에 광풍대 검사들의 눈동자에 서슬 퍼런 투지가 피어났다.
“조장들의 뒤를 따라가!”
“라온의 원수를 갚자!”
검사들은 세 조장 덕분에 원로들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고 지닌 실력을 모두 펼쳐냈다.
촤아아악!
실비아는 우측에서 강기를 쏘아내려는 남북맹 원로를 베어내고서 허리를 들었다.
그녀는 들소처럼 나아가는 어린 검사들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광풍대….’
라온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풍대 아이들을 보자 가슴을 뜨겁게 달구던 분노가 가라앉고, 냉정한 이성이 자리를 잡았다.
광풍대는 라온이 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저 아이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베오른을 찾는 것을 멈추고, 주변을 맴돌며 강자들을 처치했다.
쿠와아아앙!
지그하르트의 검사들이 남북맹 본부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 우측에 있던 3층 건물의 문이 부서지고, 남북맹 부맹주 헬구룸이 걸어 나왔다.
“라온 지그하르트! 그 망할 새끼가 문제다!”
그는 핏물이 맺혀 있는 붕대를 뜯어버리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그놈이 죽인 부왕, 원로원주, 렉터만 있었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헬구룸은 다 라온의 탓이라고 말하며 거세게 발을 굴렀다.
“으으….”
실비아가 눈동자에 핏발을 세운 채 입술을 씹었다.
“다 너 때문이잖아! 죽여 버리겠어!”
버렌이 드물게도 이성을 잃은 채 헬구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삭풍검을 내지르려고 할 때 카룬이 길을 막아섰다.
“아, 아버지?”
버렌은 카룬의 가라앉은 눈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심장을 분노로 채우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식혀라. 이곳은 전장이다.”
카룬은 건조한 목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저자는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맞아. 저놈은 내 거거든.”
아리스가 뒤에서부터 걸어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 저 영감은 나한테 맡겨줘.”
그녀는 주먹을 바르르 떠는 실비아의 어깨를 두드리고서 헬구룸의 앞에 섰다.
“계속 도망만 치네. 너 초월자 맞아? 도망자 아니야?”
아리스는 헬구룸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휘저었다.
“검귀 놈에게 입은 부상만 아니었어도 너 따위는 일격으로 죽였을 것이다!”
헬구룸은 부상 때문이라고 말하며 사나운 눈빛을 드러냈다.
“네가 검귀 영감한테 얻어터질 때 나도 1사도와 싸웠거든?”
아리스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너는 그냥 실력이 딸리는 거야.”
“닥쳐라!”
“이제 도망칠 곳도 없겠다. 끝을 내자고.”
아리스가 검병에 손을 얹으며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었다.
“오냐!”
헬구룸이 두 손으로 잡은 창대를 아래로 기울였다.
창날에서 시퍼런 오러의 불길이 솟구치며 주변 건물들이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죽어라!”
그가 창을 내지르는 순간 푸른 소용돌이가 돋아나 아리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의 피부가 갈라지고, 시뻘건 핏물이 튀어나왔다.
아리스는 헬구룸의 무시무시한 창격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채 왼발을 앞으로 뻗었다. 검집에서 뽑혀 나오는 검날 위로 무색의 차원이 열렸다.
* * *
콰르르릉!
글렌의 진천검에서 천공을 뚫어버리는 뇌전이 치솟는다.
검술이 아니라, 자연 재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벼락 줄기가 사위를 휩쓸었다.
우우우우웅!
드라노스가 해령창으로 네 마리의 수룡을 불러왔다.
그는 스스로 쌓아 올린 무학과 해령창에 깃든 마법을 완벽하게 조화시켜 새로운 영역의 창술을 펼쳐냈다.
쿠와아아아아아!
글렌의 검격과 드라노스의 창격이 경합하며 하늘과 강을 잇는 듯한 시꺼먼 선이 돋아났다.
막대한 오러의 파동에 공간 자체가 뜯겨 나간 것이다.
파지지지직!
하지만 비등한 격돌은 오래가지 않았다. 글렌의 뇌전이 더 짙은 빛을 뿌리며 드라노스의 수룡을 씹어 삼켰다.
“크으윽!”
드라노스는 날개가 찢겨나간 새처럼 추락하여 강물 위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발이 닿을 때마다 폭발이 일어난 듯 강물이 솟아올랐다.
치이이잉!
글렌이 허공으로 왼발을 내디뎠다. 극성에 이른 태화보. 이동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이미 드라노스의 앞에 이르러 진천검을 뻗어내고 있었다.
무학의 개념을 초월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드라노스도 남북맹의 주인답게 인지를 넘어서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쾌속하게 해령창을 꺾어 짓쳐들어오는 진천검의 투로를 막았다.
글렌과 드라노스가 극한에 이른 속도로 격돌하며 붉은빛과 푸른빛이 천지에 뻗어나갔다.
쩌어어어엉!
오러의 파동 이후에 소리가 따라온다. 두 초월자는 소리보다 빠른 영역에서 검과 창을 부딪치고 있었다.
구구구구구!
강물이 저절로 일어나 폭풍을 불러오고, 하늘에 시꺼먼 먹구름이 차올라 태양을 가렸다.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 듯한 괴이한 광경이었다.
콰아아앙!
글렌이 어깨에서부터 내리친 참격에 드라노스가 무릎이 꺾일 정도로 몸을 기울인 채 밀려 나가 강물에 발을 적셨다.
“크으으….”
드라노스가 해령창을 쥐고 있는 손을 떨며 피나도록 입술을 씹었다.
“이대로 끝날 줄 아느냐!”
그가 해령창을 휘돌리자, 네 개로 늘어난 창날에서 여섯 마리의 수룡이 솟구쳐 하늘과 강을 뒤덮었다.
“내가 죽더라도 너만큼은 데리고 갈 것이다!”
“검계현신.”
글렌은 드라노스의 말을 무시하고 진천검을 세웠다.
“천의무봉.”
그의 나지막한 외침은 세계를 바꾸지도, 태양과 달을 띄우지도 않았다.
달라진 건 오직 하나. 글렌이라는 인간이 무학의 경지를 초월한 신검으로 화해있었다.
이 세상에 오직 그 홀로 존재하는 듯한 압도적인 기파가 뻗어나왔다.
“또 그거냐!”
드라노스가 질린다고 말하며 해령창을 내뻗었다.
창날이 불러온 여섯 마리의 수룡이 무시무시한 오러를 일으키며 글렌의 전신을 휘감았다.
스으으윽.
존재 자체를 말살할 듯한 창격 앞에서 글렌이 손에 쥐고 있는 뇌전의 광검을 들었다.
“인뢰.”
글렌의 서늘한 음성과 함께 붉은 참격이 나아간다. 수평선을 따라 펼쳐지는 벼락의 칼날이 여섯 마리 수룡을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갈라버렸다.
“크으으, 아직이다!”
드라노스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창대를 휘돌린다. 푸른 광채가 깃든 오러가 주변 강물을 모조리 빨아들인 채 글렌에게 뻗어나갔다.
쿠구구구구!
어마어마한 압력에 글렌의 육체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 이 강 전체가 그를 죽이겠다는 살의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결.”
글렌은 초월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압력 속에서 뇌전의 광검을 그었다.
검의 신이 강림한 듯 유려한 자태로 떨어지는 칼날이 푸른 오러의 해일과 그 뒤에 있는 남북맹 본부를 반으로 갈랐다.
“이것으로 끝이다.”
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 건조한 시선을 내렸다.
“커헉….”
드라노스는 인뢰와 지결에 충격을 받은 듯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고, 지닌 기운을 모조리 폭발시켰다.
쿠구구구구!
드라노스가 해령창으로 레이블 강을 찌르자, 하늘과 강을 잇는 물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는 남아 있는 기운을 모조리 뿜어내 거대한 오러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끝? 아니! 네놈의 끝이다!”
드라노스의 기운과 레이블 강의 수기를 담아낸 오러의 구체가 강대한 빛과 함께 나아간다.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에 허공이 뜯겨 나간 듯한 상흔이 돋아났다.
고오오오오!
글렌은 자신을 지워버릴 듯 쇄도해오는 드라노스의 극의를 향해 뇌전의 광검을 그어 내렸다.
“천검.”
* * *
글렌이 천검을 읊조린 순간 반파 되어 있던 전함에서 시체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빛을 먹어 치우는 듯한 푸른 드래곤 투구가 씌워져 있었다.
데루스 로베르트. 그는 단 한 순간도 이 전장을 떠나지 않았다.
끝없이 글렌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죽일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렸다.
죽음의 기운으로 존재감과 기척을 지우고, 맨몸으로 초월자들의 파동을 견뎌냈다.
바늘구멍보다도 작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극심한 통증 속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바로 지금을 위해서.’
데루스 로베르트는 죽음의 기운으로 검을 세운 채 소리 없이 강물을 나아갔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야.’
직접 싸워보았기에 알 수 있다. 글렌 지그하르트는 빈틈이 없는 완벽한 무인이다.
특히 그의 검계현신 천의무봉은 무적을 논해도 이상하지 않을 무학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하다는 게 그 빈틈이었지.
글렌은 천검을 내리칠 때 상대에게 온 힘과 정신을 집중한다.
즉, 그 순간이 뇌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스으으으.
데루스는 전장의 투기 속에 살기를 감춘 채 글렌의 등 뒤를 파고들었다.
드라노스에게만 집중하던 글렌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간다. 지금에서야 나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글렌은 지금도 전력을 다해서 드라노스에게 천검을 펼쳐내고 있었다.
그에게 1초 아니, 0.1초만 있었어도 검격의 방향을 돌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찰나의 순간조차 남지 않았다.
치이이이잉!
데루스가 글렌의 심장을 향해 죽음의 기운이 타오르는 검을 찔러 넣었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계획 이상으로 완벽한 암습이었다.
‘끝이다.’
글렌의 죽음을 확신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릴 때였다.
우우우웅!
글렌이 밟고 있는 강물 속에서 새하얀 검신이 솟구친다.
라온 지그하르트. 죽음에서 돌아온 검사가 다시 한번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하늘을 이끌겠다는 제천검의 칼날 위로 금색의 불길이 타오른다.
검계현신 개벽.
먼 옛날 어둠을 지우고, 하늘을 열었다는 개벽의 그 순간처럼 죽음을 이겨내는 황금빛 광망이 레이블 강을 밝혔다.
쿠와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