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16
제716화
30분 전.
라온은 레이블 강 상류에서 피어나는 오러의 파동을 느끼자마자, 기척을 가라앉혔다.
우우우웅!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기운을 단전에 밀어 넣고, 불의 고리를 운용하여 영혼의 격마저 내리눌렀다.
‘이 정도면 어때?’
라온이 민트 초코를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라스에게 손짓했다.
-하아아아안참 모자르니라.
라스는 그 정도로는 안 된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놈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통하겠지만, 나딘빵 영감 같은 초월자들은 단번에 찾아낼 것이니라.
녀석은 전투 중에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면서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네.’
라온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가람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람아. 부탁할게.”
“응. 걱정마!”
가람이가 믿어달라는 듯 고개를 꾸벅이고서 물갈퀴가 맺혀 있는 손을 펼쳤다.
그의 손아귀에서 피어나는 빛이 강물과 이어지더니 푸른색의 안개를 피워냈다.
화아아아!
연하게 솟구친 안개는 어린 청루족의 손짓을 따라 라온에게 휘감기더니, 그를 강물과 같은 색으로 물들였다.
“허….”
라온은 햇볕이 맺히는 듯 투명해진 팔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미쳤네.’
가람이의 주술은 단순히 보호색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존재감까지 땅 밑까지 가라앉혔다.
지금 자신의 기척은 개미보다도 작아진 상태였다.
멀린이 망혼귀와 언데드 군단에게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도 이 물의 주술 덕분이었다.
‘이번에는 어때?’
-저 깜깜이 정말 물건이로구나.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의 물이나 다름없는 존재감이니라. 이 수준이라면 너희 영감도 집중하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니라.
녀석은 전장에서는 글렌도 찾기 힘들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람이라니까.’
라온이 라스의 이마를 툭 치고서 강물 속으로 내려갔다.
준비도 끝났으니, 이제 전장으로 가야 할 때였다.
“가람아. 가자.”
“응.”
가람이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 손을 잡았다. 녀석은 나를 이끌고 강물을 빠르게 나아갔다.
물의 주술 덕분에 오러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그하르트와 남북맹의 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
라온은 오러 대신 분노의 마안을 운용하여 전장을 살펴보았다.
지그하르트의 검사들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남북맹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지그하르트가 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본왕의 수하들이 저기에 있느니라!
‘버렌, 마르타, 루난….’
라스의 말을 듣고 남북맹 본부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광풍대의 세 조장이 보였다.
버렌, 마르타, 루난은 섬뜩할 정도로 살벌한 기파를 일으키며 남북맹을 휩쓸었고, 광풍대 검사들도 조장들의 뒤를 따라 수적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모두의 무력이 한층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다.
‘나 때문인가?’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광풍대 옆에서 검을 세우고 있는 우울한 눈매의 금발 여인이 보였다.
-저거 엄마이니라!
‘어, 엄마가 왜….’
실비아다. 지그하르트에 있어야 할 그녀가 광풍대를 지켜주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다 네놈 때문이지 않느냐! 왜 그렇게 잠을 쳐 자 가지고!
‘음….’
당장 달려가서 슬퍼하는 실비아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안 된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찌직.
라온은 피나도록 입술을 씹고서, 시선을 돌렸다. 강의 중심에서 검과 창을 부딪치는 글렌과 드라노스를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곳으로 가야해.’
데루스 로베르트라면 이미 이 전장에 자리를 잡고, 글렌이 빈틈을 보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놈보다 많이 느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라온은 실비아와 광풍대를 만나고 싶은 감정을 내리누르고 가람이에게 고갯짓을 했다.
“응.”
가람이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글렌과 드라노스가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주었다.
쿠우우우우웅!
물속에 있었음에도 초월자들이 일으키는 오러의 파동에 전신이 으스러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오러를 끌어낼 수 없었기에 가람이가 물의 주술을 운용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팔이나 다리 하나는 뜯겨나갔을 것이다.
‘괜찮아?’
‘응.’
가람이는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주었다.
-가람이 놈. 꽤 강해졌구나.
라스가 처음으로 가람이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겁만 많은 꼬맹이에 불과했는데, 몰라보게 변했어.
녀석은 대견하다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미안해.’
라온이 가람이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가람이, 실비아, 광풍대, 글렌 그리고 지그하르트의 모든 검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지금은 나갈 수 없다.
‘데루스를 잡아야 하니까.’
지금 나서지 않는 건 단순한 복수심 때문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데루스를 놓친다면 육황 전체가 계속 농락당하게 될 테니, 놈을 죽이거나, 최소한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증거 하나는 만들어 놓아야 했다.
쿠구구구구구!
글렌과 드라노스가 전력을 드러낼수록 전해져오는 압박이 강해진다.
다치지도 않은 가슴에서 핏물이 배어 나올 정도였다.
‘크으….’
라온이 가람이의 손을 잡고, 억지로 버티고 있을 때 글렌이 검계현신을 운용했다.
‘왔다.’
긴장감을 전신에 두르며 아주 천천히 제천검을 뽑았다.
천의무봉의 인뢰와 지결에 드라노스가 속절없이 밀려났다.
고오오오오!
마지막으로 글렌이 천검을 내리치려는 순간 라온이 가라앉혔던 만화공과 글래시아의 오러를 극성으로 끌어내며 수면 위로 올라갔다.
‘보고 반응하면 늦어.’
데루스는 글렌이 천검을 펼치는 순간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놈이 나보다 빠르기에 움직임을 예측하고 앞서서 검을 휘둘러야 한다.
치이이이잉!
수면이 가까워졌을 때 글렌의 등을 향해 쇄도해오는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예상대로 데루스는 글렌이 천검을 사용하는 때를 노리고 있었다.
검계현신 개벽.
라온은 데루스의 칼날이 글렌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 상단전을 개방했다.
심상의 세계를 현실에 불러오며 쌓아 올린 기운과 무학을 단숨에 쏟아부었다.
쿠구구구구!
장대한 빛을 뿜어내는 금색의 여명이 죽음의 기운을 담아낸 칼날을 막아섰다.
쿠와아아아아앙!
검과 검 사이에서 시뻘건 파동이 터져 나오며 세계가 뜯겨나가는 듯한 새까만 균열이 돋아났다.
“네, 네놈이 어찌!”
푸른 드래곤 투구 속에 드러난 데루스의 눈동자가 파랑을 맞은 듯 격하게 흔들렸다.
“여기까지다.”
라온은 데루스의 경악에서 전해져오는 통쾌한 감정까지 분노로 전환하여 제천검에 담았다.
쿠구구구!
하지만 놈이 펼쳐내는 죽음의 기운이 너무도 강했기에 역으로 기습을 했음에도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입에서 검은 핏물이 튀어나오고, 팔다리가 잘려 나갈 듯한 통증이 일었다.
‘아주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돼!’
글렌이라면 내가 버티는 이 찰나의 순간에 천검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투웅!
시선을 돌려 글렌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당황한 와중에도 내 의사를 알아차리고, 손목을 꺾었다.
고오오오오!
천검의 방향이 뒤틀린다. 오직 드라노스를 노리던 무적의 검격이 데루스와 드라노스의 사이의 공간을 향해 뻗어나갔다.
“크윽!”
“넌 못 간다.”
데루스가 암습을 포기하고 물러나려고 할 때 라온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치아아아앙!
제천검에서 피어나는 불길과 서리가 무시무시한 파동을 일으키며 데루스의 전신을 휩쓸었다.
* * *
“벼락의 신이 강물에 잠기고, 불타는 검이 깨져 나간다라….”
희극제 아리엘은 팔짱을 낀 채로 글렌의 죽음과 지그하르트의 패망을 뜻하는 일월성서의 노랫말을 되뇌었다.
“이러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건가.”
푸른 드래곤의 투구를 쓴 남자는 단순히 정보만 사는 게 아니라, 백경에 한 가지 제안을 얹었었다.
당시에는 신뢰할 수가 없어서 거절했었는데, 글렌이 죽는다는 저 예언을 보니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지금의 신주오령은 여러 가지로 애매한 상태니까.’
신주오령에도 초월자들은 존재하지만, 육황오마의 전력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특히 해적왕은 아리스 지그하르트의 수하고, 사검마는 팔이 잘려서 제 실력을 낼 수 없기에 앞으로의 판단이 중요했다.
“하아.”
아리엘이 손을 내리며 깊은숨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나.’
지그하르트는 육황 전력의 4분지 1 이상이다. 오그람이 패배한 상태에서 글렌까지 무너진다면 이미 균형의 추가 깨져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준비를 해야겠군.’
합당한 결론을 내리고 일월성서를 닫으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우.
글렌과 지그하르트의 패망을 새겨놓았던 핏물이 살아 있는 듯 일어서더니, 서로 뒤엉키며 누군가의 얼굴을 그렸다.
검붉게 젖은 얼굴과, 시퍼렇게 가라앉은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에 튀어나온 뿔까지. 인간이 아닌, 악마의 형상이었다.
찌지지직!
핏물은 길게 찢어진 악마의 입을 그리다가 일월성서의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허억!”
아리엘은 핏물 때문에 난장판이 된 책상을 보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건….”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건 자신의 인생에서도 오직 한 번. 라온 지그하르트의 천기를 읽으려고 했을 때뿐이었다.
‘놈이 구한 거야!’
일월성서의 페이지가 찢어진 것을 보면 죽었다고 알려진 라온이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음에서 건져 올린 게 분명했다.
“아아….”
등골 사이로 오싹한 소름이 돋아오르고, 전신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라온 지그하르트.”
아리엘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으며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너는 대체….”
* * *
라온은 무거운 고개를 들어 글렌의 천검이 지나간 공간을 바라보았다.
드라노스는 상반신이 피범벅이 된 채 해령창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데루스 로베르트는 아예 복부가 뜯겨나가 살벌할 정도의 핏물이 쏟아내고 있었다.
다만 놈의 푸른 드래곤 투구는 미세한 금만 새겨졌을 뿐 여전히 놈의 얼굴을 가려주고 있었다.
“라온….”
글렌이 라온을 부르며 손을 뻗으려고 할 때 그의 입에서 시꺼먼 핏물이 튀어나왔다.
억지로 천검의 방향을 돌리느라 내상이 심해진 것 같았다.
“사, 살아있었구나….”
글렌은 본인의 내상보다도 라온이 살아 돌아온 것에 감격한 듯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그만이 아니라, 남북맹 본부에 있던 사람들도 이쪽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실비아와 마르타, 유아는 눈물을 흘렸고, 리메르와 버렌은 무어라 소리를 질렀으며, 루난과 마크 괴튼은 말없이 입술을 씹었다.
멈춰버린 전쟁 속에서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조금 전에 깨어났습니다.”
라온은 지그하르트 검사들에게서 전해져오는 감정의 격류를 느끼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중에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적부터 처리하죠.”
그 말을 하고서 드라노스와 데루스를 바라보았다.
‘상황이 애매하군.’
나와 가주님의 내상도 심각하지만, 상대는 더 큰 부상을 입었다.
먼저 회복해서 움직이는 쪽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래. 일단 이 상황을 끝내야겠지.”
글렌이 입술에서 흘러내린 핏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었다고?”
데루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어떻게?”
“친구를 잘 뒀거든.”
라온이 제천검을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떨리는 손아귀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잠깐, 저놈….’
데루스의 심리를 예측하며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놈의 손등에 있는 십자 모양의 상처가 보였다.
세로 상처는 지금 새겨졌지만, 가로 상처는 오늘 난 게 아니었다.
‘저거 설마….’
데루스의 상처를 보니, 내가 죽었던 전생이 떠올랐다.
목이 잘리고도 잠시 살아 있을 때 놈의 손등에서 보았던 검흔과 똑같은 위치였다.
“주, 죽일 수 있다고 했잖느냐! 내가 어떻게 견뎠는데!”
드라노스가 데루스를 노려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저놈이 살아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데루스가 라온을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그가 허공을 올려보며 인상을 구겼다.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거냐! 지금이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데루스의 외침이 울리자, 먹구름 낀 하늘이 길게 갈라지며 청아한 햇볕을 두른 타천이 내려섰다.
“글렌 지그하르트의 죽음을 보았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타천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눈으로 라온을 내려보았다.
“다만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군.”
그가 손을 펼치자, 허공에서 가면과 투구를 쓴 남북맹의 간부들이 튀어나왔다.
우우우우웅!
강물 위에서는 혈령 통로가 열리고, 순백의 드레스를 두른 백혈교주와 사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글렌 지그하르트가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저 정도면 내가 먹을 수 있겠어.”
백혈교주는 새하얀 안광을 빛내며 입맛을 다셨다. 사도들도 지그하르트 검사를 막기 위해서 짙은 혈기를 일으켰다.
“빠르게 처리해! 시간을 줘서는 안 돼!”
데루스는 완벽했던 계획이 깨진 것이 불안한 듯 거칠게 손짓했다.
우우우웅!
데루스, 백혈교주, 타천, 남북맹주가 동시에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
죽음의 기운과 혈기, 고위 마법과 수룡이 글렌과 라온을 집어삼킬 듯이 쇄도해왔다.
쿠우우우웅!
글렌이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막기 힘들 정도의 공세가 뻗어 나올 때 에메랄드빛 물결이 솟구치며 공간을 갈랐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낭랑한 음성과 함께 푸른 차원이 열린다.
이전보다 더 큰 마녀 모자를 쓰고 나타난 영화의 대마법사 체임버가 타천과 남북맹주의 공세를 다른 차원으로 흘려보냈다.
치이이잉!
그 반대편에서는 말의 투레질 소리와 함께 검은빛의 섬광이 솟구쳤다.
흑마를 탄 묵검존 레크로스가 허공을 격하고 나아가 데루스의 죽음의 기운을 쳐내고, 백혈교주의 혈기를 갈랐다.
“오마라는 이름조차 추하구나.”
레크로스는 냉랭한 눈빛으로 오마의 수장들을 굽어보았다.
“체임버! 레크로스!”
백혈교주가 글렌과 라온의 앞에 선 체임버와 레크로스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크으….”
데루스가 새롭게 나타난 육황의 초월자를 보며 손끝을 떨었다.
“어떻게….”
“쓰레기들이 쓰레기 같은 짓 할 줄 알고 대기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체임버가 입술을 말아 올리며 손뼉을 쳤다.
“아직 다 안 왔어.”
레이블 강 주변의 마나가 부드럽게 응집되며 푸른빛의 차원이 열렸다.
우우우웅!
강물 바로 아래에서 열린 차원을 밟고 야왕 오그람과 가로나가 걸어나왔다.
“라온!”
오그람은 라온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네 녀석이 죽지 않았을 줄 믿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의 싸움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며 시원한 웃음을 그렸다.
우우우웅!
새로운 차원이 열릴 때마다 오웬 왕국의 기사단과 발카르의 마법 병단이 튀어나와 전열을 갖췄다.
마지막으로 열린 차원에서는 시얀과 세이피아의 엘프들이 깃털처럼 부드럽게 날아올라 강물에 내려섰다.
차아아앙!
시얀의 손아귀에서 튕겨 오른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부풀어 오르더니 거대한 여신의 형상을 그렸다.
머리카락이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자애로운 미소의 여신, 물의 정령왕이 레이블 강에 강림했다.
“라온 님! 이프리트를 부르세요!”
시얀은 물의 정령왕의 손아귀에 올라탄 채 이프리트를 부르라고 외쳤다.
“이프리트.”
라온이 앞으로 손을 내밀며 이프리트를 떠올리자, 그의 등 뒤로 홍염이 타오르며 거대한 형상을 그렸다.
화아아아아아!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적발을 뒤로 넘긴 사나운 인상의 미남자가 홍염을 걷어내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치이이이익!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강림에 강물이 모조리 증발할 것처럼 새하얀 수증기를 일으켰다.
“형님을 건드린 게 저놈들입니까?”
이프리트는 눈앞의 적을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는 듯 이를 갈았다.
그의 주변에서 출렁이는 홍염이 무시무시한 열기를 퍼뜨렸다.
“광풍대!”
리메르의 외침에 광풍대가 거침없이 땅을 박찼다.
“대주를 수호하라!”
버렌과 마르타, 루난 그리고 광풍대의 검사들은 광풍류를 극성으로 운용하며 라온에게 달려갔다.
“라온!”
“조카!”
실비아와 아리스도 섬광처럼 나아가 라온의 옆에 섰다.
쿠구구구구!
어느새 라온과 글렌 주변으로 대륙 최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세력이 모여들었다.
“이, 이게 무슨!”
백혈교주가 주변을 가득 채운 육황의 무인들을 보며 붉은 입술을 씹었다.
“…미끼를 잘못 물었군요.”
타천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끄으으!”
남북맹주는 믿고 싶지 않은 듯 해령창을 잡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
데루스는 말없이 살기로 가득 찬 안광만을 뿜어냈다. 놈은 이 급박한 상황에 당황하고, 분노하면서도 빠져나갈 구석을 찾고 있었다.
“보여주죠.”
라온은 주변을 둘러싼 현세의 인연과 다시 나를 죽이려는 전생의 악연을 차례로 바라보고서 제천검을 들었다.
“육황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