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18
제718화
“하아…….”
라온이 제천검을 내리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직 손맛이 남아 있다. 드라노스의 목을 벤 건 자신의 창궁대연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드라노스가 본인의 목을 매만지며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지닌 기운을 모조리 쏟았는데, 어떻게….”
그는 목숨을 걸었음에도 창궁검을 막지 못한 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흘렸다.
“내가 저런 애송이에게……!”
드라노스가 라온을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으려는 순간 그가 억지로 유지하던 목의 상처가 두껍게 벌어졌다.
“빌어먹을…….”
드라노스의 목에서 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목이 물과 자갈이 맞닿는 강가로 떨어졌다.
쿠우웅!
머리를 잃은 드라노스의 육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테루칸 산과 레이블 강을 제패하고, 대륙 중앙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도적들의 왕, 남북맹주 드라노스는 결국 라온의 검에 숨이 끊어졌다.
글렌이 아닌, 라온의 검에 드라노스가 죽을 줄은 몰랐기 때문인지 사방에서 터져 나오던 오러의 기파가 멎었다. 전장에 선 모든 이들이 이쪽을 보며 숨을 죽였다.
“라온….”
실비아가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드라노스가 죽은 것보다 라온이 살아남은 것에 안도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 미친놈은 오자마자 주인공 역할이야?”
마르타가 눈가를 훔치느라 살짝 젖은 주먹을 흔들었다.
“항상 그랬잖아. 맛있는 건 다 저 녀석 차지였지.”
버렌은 이제야 돌아온 것 같다며 웃었다.
“존잘 라온!”
루난도 이제야 안정을 찾은 듯 평소의 맹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였다.
“역시 우리 조카야!”
아리스가 부맹주 헬구름을 막으면서도 잘했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남북맹주의 죽음으로 광풍대와 지그하르트 검사들 모두가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들의 검에 북방의 굳건한 기파가 깃들었다.
“매, 맹주!”
헬구룸이 목을 잃은 드라노스의 시체를 보며 턱을 덜덜 떨었다.
“아, 안 돼….”
“맹주님!”
“아아….”
“드라노스 님이 어떻게 이 강에서….”
남북맹의 채주와 수적들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드라노스의 시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멍청한 새끼!”
백혈교주가 강물에 처박힌 드라노스의 머리를 보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이제 네년 차례다!”
“모기처럼 찌부러뜨려주마!”
레크로스 국왕과 오그람은 흔들리는 백혈교주의 공간을 파고들어 장대한 검격과 묵직한 권격을 내리찍었다.
“크윽….”
백혈교주가 손을 부르르 떨며 뒤로 밀려 나가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
“하아,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군요.”
타천이 튕겨나간 백혈교주를 살피며 짧게 혀를 찼다.
“네 걱정이나 하시지!”
체임버가 사탕을 이로 씹어 먹으며 마나의 장막을 펼쳤다. 타천이 운용하는 마나를 억제하는 그물이었다.
“음….”
타천이 점차 다가오는 마나의 그물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이건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그는 눈동자를 굴리며 혀를 찼다.
“누가 풀어준대? 너는 그 안에서 죽는 거야!”
체임버는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타천을 휘감은 그물 위로 붉고, 푸른 구체를 쏘아냈다.
쿠와아아아아앙!
데루스는 드라노스의 죽음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차분한 눈빛으로 이프리트와 엘라임의 공세를 회피하는데 집중했다.
“라온 지그하르트!”
헬구룸이 등을 돌렸다. 그는 지쳐있는 라온을 잡으려는 듯 거세게 땅을 박찼다.
“죽여 버리겠다!”
“어딜!”
아리스가 공간을 뛰어 넘으며 헬구룸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촤아아아악!
그녀가 단숨에 뽑아내는 공간의 참격에 헬구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크아아악!”
헬구룸이 비명을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는 내상까지 심하게 도진 듯 검은 피를 토했다.
“이제야 빈틈을 보이네.”
아리스는 나이를 헛으로 먹은 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헬구룸의 등에 칼을 꽂았다.
“커헉….”
헬구룸은 라온에게 닿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놓쳤다.
저벅.
라온이 헬구룸에게 다가가서 시선을 내렸다.
“저, 절대 네놈을 용서하지 않겠….”
“누가 누구를?”
그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로만을 모욕한 것도, 나를 습격한 것도 전부 너희들의 선택이었다.”
“아….”
라온의 건조한 눈빛에 헬구룸이 마른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남북맹을 무너뜨린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자멸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야.”
비릿한 웃음을 그리며 제천검을 내리쳤다.
“아….”
헬구룸이 마지막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드라노스와 마찬가지로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죄송합니다.”
라온이 아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와중에도 남의 탓을 하는 꼴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헬구룸은 정정당당히 생사결에 임하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던 로만까지 모욕했다.
나를 습격했던 것보다 그와의 결투가 시궁창에 처박혔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이런 빌어먹을!
라스가 얼굴을 붉히며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너 갑자기 왜….’
-왜긴 왜야! 네놈이 초월자 둘을 죽였으니, 보상이 어떻게 터질지 감도 안 잡히느니라! 이거 어쩔 거야!
‘별거 아니겠지. 나는 마지막에만 힘을 썼을 뿐인데.’
-저 망할 시스템이 네놈만 챙겨주지 않느냐! 막타만 쳤어도 다 퍼줄 게 분명 하느니라!
녀석은 막타 자체를 막았어야 했다며 바득 이를 갈았다.
-으아아아아!
“괜찮아.”
라스가 혼자 난동을 부릴 때 아리스가 옆으로 다가오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다 용서할 수 있으니까.”
그녀는 아무 것도 상관없다고 말하며 자신을 꽉 끌어안았다. 붉은 머리카락에서 피어나는 시원한 바다 향에 들끓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아리스 님….”
“이제는 그렇게 부를 필요 없잖아.”
아리스도 그동안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지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이모. 고마워요.”
라온이 아리스의 떨리는 어깨를 잡으며 이모라고 말해주었다.
“꺄아아아아! 드디어 들었어!”
아리스는 지금이 전장이라는 것도 잊은 듯 방방 뛰며 웃었다.
“커흠!”
글렌이 헛기침을 하고서 시선을 돌렸다.
“이곳은 전장이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그가 데루스 로베르트를 가리키며 미간을 좁혔다.
“가장 위험한 놈이 남았다.”
글렌은 이프리트와 엘라임의 협공을 어렵지 않게 흘려내는 데루스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놈 회복 능력이 정상이 아니다.”
그는 데루스의 회복 능력이 인간의 격을 초월해 있다고 말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내상까지 회복한 거예요?”
아리스가 글렌의 시선을 따라가며 헛바람을 흘렸다.
“죽음의 기운에, 저런 회복 능력이라니, 인간이 맞기는 한 건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음….”
라온이 복부의 검상을 빠르게 치유한 데루스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저 능력은 뭐지?’
전생의 데루스에게는 저런 회복 능력이 없었다.
남들처럼 상처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었는데, 어디서 저런 회복 능력을 얻은 건지 모르겠다.
‘내상까지 치유되다니….’
트롤처럼 특별한 재생력을 지닌 몬스터도 내상을 치유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데루스는 이프리트와 엘라임의 공세를 견뎌내면서도 외상만이 아니라, 내상까지 회복했다.
지금도 놈은 얼어붙거나, 화상을 입은 살점을 떼어내면서 힘을 회복하고 있었다. 인간 대 정령의 전투가 아니라, 괴물 대 정령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흐음….
라스가 데루스의 움직임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거 어디서 봤는데?
‘봤다고?’
-그렇느니라. 죽음의 기운은 그렇다 치고, 저 재생 능력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니니라.
녀석은 특이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마족이야?’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라스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뭐, 상관없어.’
라온이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저놈을 잡은 후에 물어보면 되니까.’
글렌과 아리스 그리고 두 명의 정령왕이 있다 보니 아무리 데루스라고 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빠르게 끝내지.”
글렌이 가벼운 턱짓을 하고서 데루스에게 다가갔다.
“예.”
라온은 아리스와 함께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쿠와아아아아아!
데루스는 이프리트의 홍염과 엘라임의 월수를 서로 부딪치게 만들어서 몸을 빼냈다.
두 명의 정령왕에게 끼인 채로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
“후우….”
데루스가 죽음의 기운이 타오르는 검을 아래로 기울이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설마 그쪽도 공격하려고?”
그는 이프리트와 엘라임의 뒤에 선 라온과 글렌, 아리스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바로 죽이지는 않으마.”
글렌이 데루스를 담은 시선을 가늘게 좁혔다.
“네게는 묻고 싶은 게 많으니까.”
그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며 진천검을 겨누었다.
“이프리트는 계속 공격하고. 시얀 님은 방어를 맡아주세요.”
“네에. 에, 엘라임 부탁해….”
시얀이 손끝을 내리자, 엘라임이 뒤로 물러서며 월수로 이루어진 오브를 만들었다.
“조심하십시오. 저 인간 보통 놈이 아닙니다. 제 홍염마저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프리트는 자존심이 상한 듯 눈매를 찌푸렸다.
“고마워.”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글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희는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가지.”
글렌이 먼저 데루스에게 접근하려고 할 때였다.
쿠와아아아아아!
먹구름이 낀 창공에서 거대한 섬광이 떨어져 데루스와 글렌 사이를 갈라놓았다.
찌지지지직!
스파크가 차오른 먹구름 속에서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황금빛 용이 보였다. 드래곤 로드였다.
[전쟁을 멈춰라!]드래곤 로드의 강대한 의념에 다시 한번 전장의 투기가 멎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이 이상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봐줄 수 없다고.]그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글렌에게 사나운 의념을 쏘아냈다.
“나도 말했을 텐데?”
글렌이 드래곤 로드를 올려보며 서슬 퍼런 안광을 드러냈다.
“한 번 더 방해하면 너희부터 죽이겠다고.”
[결국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자는 건가?]“누가 권주를 내밀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그는 깊은 착각을 하고 있는 드래곤 로드를 비웃었다.
“음….”
라온은 글렌과 드래곤 로드를 차례로 살피며 입술을 씹었다.
‘좋지 않아.’
지금 글렌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다. 데루스만이 아니라, 드래곤 로드와도 싸운다면 큰 문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잠시만요.”
라온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드래곤 로드와 글렌의 시선을 받으며 데루스를 노려보았다.
“이번 전쟁의 원인은 전부 저 드래곤 투구를 쓴 인간 때문입니다.”
손가락을 들어서 데루스를 가리켰다.
“저자만 처리한다면 앞으로 이런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번 한 번만 물러나 주십시오.”
드래곤은 이 세계의 균형을 조율하는 수호자다. 현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지는 않을 테니,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다.
[카이바르를 죽인 인간이로군.]드래곤 로드는 거대한 눈동자를 뒤틀어 라온을 굽어보았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래. 지금 상황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지. 그러나….]그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다.]“대체 왜….”
[며칠 새에 초월자들이 연달아 부딪치며 세계의 균형이 크게 무너진 상태다. 이 이상 거대한 힘이 작용한다면 다시 복구할 수 없을 것이다.]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틀어 먼 북쪽을 바라보았다.
[북쪽의 빙하가 녹았고, 남해의 색이 급변했으며, 중부의 산이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다. 이 이상의 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하지만 저놈을 놔두었다가는 더 큰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라온이 다시 생각하라고 말하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불가하다.]드래곤 로드는 이번에도 안 된다고 말하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렇게 살 줄은 몰랐는데.”
데루스 로베르트가 드래곤 투구의 뿔을 매만지며 웃었다.
“같은 드래곤이라고 살려주는 건가?”
그가 글렌과 라온을 조롱하듯 고개를 까딱였다.
“당신들 설마….”
라온이 드래곤 로드를 올려보며 입술을 씹었다.
“오마에 붙은 겁니까?”
그게 아닌 이상 데루스의 죽음을 막을 리가 없었다. 지금 저놈이 궁지에 몰린 건 누가 봐도 뻔했으니까.
[헛소리!]드래곤 로드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말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물러나라. 이게 마지막 기회다.]그는 진심이라는 듯 사나운 마나의 흐름을 일으켰다.
“붙어먹은 게 맞다.”
글렌이 드래곤 로드의 거대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안색을 굳혔다.
“최강의 종족? 그저 추함이 가득한 종족일 뿐이다.”
그는 역겹다고 말하고서 진천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막을 테면 막아봐라. 너희부터 죽여줄 테니까.”
글렌은 내상을 입은 상태임에도 얼마든지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럼 어쩔 수 없겠군.]드래곤 로드가 날개를 펼치자, 붉고 푸른빛이 번쩍이며 그의 뒤로 네 마리의 드래곤이 공간을 이동해서 나타났다. 하나 같이 카이바르보다 거대한 고룡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
드래곤 로드와 네 마리의 고룡이 거대한 주둥이를 벌렸다. 시꺼먼 목구멍에서 각기 다른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래곤 브레스였다.
“비켜!”
“저를 놔두고 어디를 가시려구요?”
체임버가 글렌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타천이 길을 막은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기랄!”
“꺼져라! 모기 년아!”
“나 따라다닐 때는 언제고!”
레크로스 국왕과 오그람도 백혈교주에게 뒤를 잡힌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이프리트! 시얀 님!”
“알고 있습니다!”
“네, 네!”
라온의 외침에 이프리트와 엘라임이 홍염과 월수를 끌어냈다.
불길과 물길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은 채 브레스를 막을 거대한 장벽을 세웠다.
쿠와아아아아아!
드래곤 로드와 네 마리의 고룡은 어린 정령왕을 무시하듯 그대로 브레스를 쏘아냈다.
다섯 줄기의 장대한 광채가 하늘과 대륙을 잇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젠장!”
아리스가 욕을 내뱉으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검계현신 멸절!”
그녀가 어금니를 깨물며 검을 뽑은 순간 하늘과 땅을 잇는 공간이 갈라졌다.
찌지지직!
하지만 드래곤들이 뿜어내는 브레스의 위력이 너무도 강대했기에 정령왕들이 만들어낸 벽과 멸절도 반쯤 꺾인 채 밀려나기 시작했다.
“…….”
글렌은 정령왕과 아리스가 밀려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뒤를 돌지 않았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드래곤이 아니라, 데루스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계속 그러고 있다가는 다 죽을 텐데?”
데루스는 팔짱까지 낀 채로 턱을 까딱였다.
“안 도망칠 테니까. 일단 막지 그래?”
그는 라온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핥았다.
-저놈, 너와 영감을 노리고 있느니라.
라스가 짙은 살의가 느껴진다고 말하며 콧잔등을 좁혔다.
‘알아.’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데루스는 글렌과 나를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안 됩니다!”
라온이 데루스를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놈에게 시선을 떼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알고 있다.”
글렌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눈빛을 고요히 가라앉혔다.
“이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라온이 제천검을 다잡고 뒤를 돌았다.
‘또 개벽을 쓰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어.
글렌은 데루스를 막고 있어야 한다. 브레스는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후우….”
숨을 몰아쉬고 개벽을 운용하려고 할 때였다.
치이이이잉!
하늘 위에서 새까만 장검이 떨어져 브레스와 정령왕의 힘이 경합하는 공간을 갈랐다.
쿠와아아아앙!
브레스와 정령왕의 힘을 동시에 지워버린 장검은 살아 있는 생명처럼 떠오르더니, 우측으로 날아가 한 남자의 손아귀에 잡혔다.
타오르는 듯한 적발에 오싹할 정도로 샛노란 금안. 젊고 아름다운 외모 속에 절대의 검력을 지닌 초월자 성검련주였다.
“성검련주!”
백혈교주가 성검련주를 보며 환한 웃음을 그렸다.
“안 온다고 하시더니, 역시 돌발적이시군요.”
타천이 반갑다는 듯어깨를 으쓱였다.
“이거 이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데루스는 완전히 상황을 역전했다는 듯 시원하게 웃었다.
“…….”
글렌의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가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었다.
“빌어먹을!”
라온이 입술을 씹었다.
‘일이 이렇게 되다니….’
성검련주는 오마에서 천마와 비교되는 강자이자, 글렌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최강의 검사다.
드래곤까지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성검련주는 무리였다.
지금 이 전장에서 저 괴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찰팍.
성검련주가 고요히 가라앉은 파도를 걸어와 전장의 중심에 섰다.
“전부 꺼져라.”
그는 육황이 아니라, 오마와 드래곤을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글렌 지그하르트와 라온 지그하르트는 내 먹잇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