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19
제719화
“성검련주!”
백혈교주가 성검련주를 부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너 미쳤어? 뭐 하는 짓이야!”
그녀는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하얀 이를 드러냈다.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는 겁니까?”
타천이 성검련주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북멸왕을. 글렌 지그하르트를 죽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돕기는커녕 적을 살려주다니, 대체!”
언제나 평온히 가라앉아 있던 그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렸다.
[성검련주.]드래곤 로드가 성검련주를 굽어보며 황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좁혔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뜻이지?]그는 글렌을 향하던 분노를 성검련주에게 드러내며 허연 김을 내뿜었다.
“…….”
데루스 로베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푸른 드래곤 투구 속에서 조용히 눈동자를 굴렸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꼈다만….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저놈도 또라이로구나.
‘그러게.’
라온은 성검련주가 아니라, 데루스의 가라앉은 시선을 살피며 입술을 매만졌다.
‘당황했군.’
데루스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저 눈빛을 볼 때 성검련주의 행동에 크게 놀란 상태였다.
‘성검련주의 언행이 놈의 예측을 벗어났다는 뜻이겠지.’
데루스는 글렌의 암습을 실패하자마자, 타천과 백혈교주를 불러와서 바로 글렌을 죽이라고 외쳤다.
즉, 체임버와 레크로스 국왕이 이 자리에 나타날 것을 알고, 최대한 빨리 글렌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물론 오웬과 발카르의 개입이 빨랐던 덕분에 두 번째 습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막아냈지만, 데루스는 그때도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드래곤과 성검련주가 찾아올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드래곤과 성검련주가 찾아온다면 글렌만이 아니라, 전장에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 놈은 여유롭게 시간을 끌었을 것이다.
‘다만….’
검에 미친 성검련주가 놈의 예측을 벗어났어.
데루스도 성검련주가 이쪽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듯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저놈의 망가진 표정을 두 번이나 보게 될 줄이야.’
암습을 막아냈을 때에 이어서 데루스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한 번 더 마주하자, 들끓던 가슴이 시원하게 가라앉았다. 내상이 회복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글렌 지그하르트를 살려줬다고?”
성검련주가 오연한 눈빛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단체로 머리에 칼이라도 맞은 거냐?”
그는 오마의 수장들을 굽어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데루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성검련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저도 이해하기 힘들군요.”
타천이 쓰고 있는 미청년의 가면이 의문을 품고, 어둑한 색으로 물들었다.
“지금 북멸왕의 상태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글렌의 안색을 보라고 말하며 미간을 좁게 구겼다.
“생사결 때 만들어 두었던 내상을 심화시켰고, 계속된 싸움으로 체력적으로도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검계까지 사용해서 이제는 두려워할 게 없는데….”
“검계?”
성검련주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허공으로 띄웠다. 그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역시 너는 모르고 있군.”
“예?”
타천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저 괴물이 내상을 입고, 검계를 사용해서 약해져? 개소리를 잘도 하는군.”
성검련주의 비웃음을 따르듯 그의 검이 시끄러운 검명을 울렸다.
“확실하게 말해주지. 내가 살린 건 글렌 지그하르트가 아니라, 네놈들이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 위로 오싹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게 무슨….”
데루스 로베르트가 성검련주를 보며 눈썹을 가늘게 내렸다.
“너희 둘은 알고 있을 텐데?”
성검련주의 눈동자가 백혈교주와 드래곤 로드를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
“글렌 지그하르트의 진정한 검은 내상이나, 오러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본인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입술을 비틀었다.
“이상하지 않나? 평소라면 물불 안 가리고 글렌에게 달려들 저 단세포가 구경꾼처럼 멀리 떨어져서 오그람과 놀고 있는 게?”
성검련주가 백혈교주를 보며 픽 웃었다.
“브레스의 위력을 줄이면서까지 저 먼 하늘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드래곤들도 마찬가지고.”
그는 드래곤 로드에게 시선을 돌리며 손을 저었다.
“저놈들이 저렇게 겁을 먹은 이유는 글렌 지그하르트의 진정한 검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성검련주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떠 있는 장검의 칼날을 매만졌다.
“백혈교주가 위험을 무릅쓰고 오그람을 습격한 이유도, 흑탑주가 미친 듯이 아티팩트를 모으는 이유도, 중립을 유지해야 할 드래곤이 너희에게 엉덩이를 붙인 이유도 전부 다 글렌 지그하르트의 검술이 원인이지.”
사실을 말하는 듯 담백한 음성에 타천과 데루스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럼 당신이 우리를 살렸다는 건….”
“글렌이 진짜 실력을 드러내는 순간은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너희들의 시야를 가리는 때였으니까.”
성검련주가 허공에 뜬 장검의 칼날을 매만지며 웃었다.
“저 여우 같은 노인네는 단 일검으로 너희 모두를 죽일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그런가? 글렌 지그하르트.”
그가 글렌에게 턱을 까딱였다.
“…….”
글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백한 안색으로 성검련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라온이 글렌을 돌아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인가…?’
생각해보니 글렌은 마지막 성검련주가 나타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당황하지 않았다.
저 말대로라면 성검련주의 등장에 놀란 것도 위험해서가 아니라, 준비했던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타천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
[…….]하지만 백혈교주와 드래곤 로드는 성검련주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북멸왕이 연기를 했다라….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군.”
데루스는 마법사인 타천과 달리 바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입술을 씹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북멸왕의 속을 읽은 거지?”
“나도 글렌 지그하르트와 같은 경지에 올랐으니까.”
성검련주가 두 팔을 펼친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는 글렌처럼 검에 삶과 영혼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며 웃었다.
“같은 경지라고…?”
라온이 자신에 찬 성검련주의 눈빛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라스!’
-아니니라.
라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나딘빵 영감탱이가 위이니라. 다만 저놈도 도마뱀 놈들이 말하는 균형을 비트는 수준까지는 들어갔구나.
녀석은 그래도 부족하다고 말하고서 길게 하품을 뱉었다.
“알아들었으면 꺼져라.”
성검련주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너희가 이뻐서 살린 것도 아니니까.”
“그럼 왜 브레스를 막은 거지?”
라온이 성검련주를 보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너희 같은 원숭이들에게 글렌 지그하르트의 검은 너무 아까우니까! 놈의 진정한 검을 맛볼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는 환희에 찬 눈빛으로 양팔을 벌렸다. 입에서 미쳤다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건 싫은데?”
데루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옆으로 물러섰다.
“그렇게 대단한 검술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 제약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너는 원숭이가 아니로군. 아니, 나름 상대하는 맛이 있는 검사겠어.”
성검련주가 데루스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네 말대로다. 당연히 제약이 있지. 하지만 우리 같이 검에 삶을 바친 이들에게는 그런 제약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는 죽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중얼거리고서 글렌의 앞에 섰다.
“네가 낸 숙제는 풀었다. 글렌 지그하르트.”
성검련주의 손짓에 그의 장검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떠올랐다.
“숙제라….”
글렌이 성검련주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너는 만날 때마다 미쳐가는군.”
“검에 미치는 건 행복한 일이지.”
성검련주가 눈을 반쯤 내리감은 채로 단숨을 내뱉었다.
“물러나라.”
글렌의 손짓에 오마와 대치하고 있던 발카르 왕국의 마법사와 오웬 왕국의 기사들 그리고 야수연맹의 무인들이 그의 뒤로 물러섰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영감….”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군.”
레크로스 국왕, 체임버, 오그람이 글렌의 뒤로 물러섰다.
다만 세 사람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긴장을 풀지 않았다.
“라온.”
글렌은 육황의 수장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라온에게 손짓했다.
“내 옆에 서거라.”
“예? 그게 무슨….”
“너에게는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아주 작은 소리로 다시 보여주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하고서 피 냄새가 섞인 숨을 내뱉었다.
“그 아이를 죽일 생각인가?”
성검련주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미안하지만, 아직 나는 내 힘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거든?”
“걱정 마라.”
글렌이 차분히 시선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테니까.”
글렌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입술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여유롭게 손을 저었다.
“좋다. 아깝기는 해도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만찬이 차려져 있으니까!”
성검련주가 두 손을 모으자, 그의 장검 위로 찬란한 빛이 피어난다.
묵색의 빛과 함께 솟구친 어마어마한 오러가 이 세계를 갈라버릴 듯한 거대한 칼날을 세웠다.
“으으….”
라온이 하늘을 올려보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성검련주의 어검에는 글렌이 펼쳐내는 천검 이상의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미쳤군.’
성검련주의 기운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음에도 호흡이 멈춰버리고, 영혼이 찢겨나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저 괴물의 검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정말 괜찮으신 건가?’
옆에 서 있는 글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입술에서는 죽은 피가 흘러내렸다.
지친 연기를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괜찮을 것이니라.
라스가 진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희 잘난 영감을 믿어라.
녀석은 끝까지 지켜보라는 듯 어깨에 내려앉았다.
‘음….’
그러고 보니 라스는 글렌과 만난 이후로 한 번도 광풍대의 걱정을 하지 않았다.
데루스가 노리고 있다고 경고만 해주었을 뿐, 내가 받을 보상에 대한 분노만 드러냈었다.
녀석의 눈에는 이미 이 전쟁의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알겠어.’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흔들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는 듯 선명한 붉은 눈동자를 드러내며 허리를 곧게 세웠다.
* * *
“이번에야말로 결착을 짓겠다.”
성검련주의 진중한 의지와 함께 그의 장검이 움직인다.
흑색 칼날 위로 솟구치는 장대한 기파 속에 이 세계의 모든 검과 검술을 먹어 치우겠다는 욕망과 환희가 타올랐다.
“혼마경.”
성검련주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담아낸 그 자신만의 검. 대륙의 검술을 모두 발아래에 두겠다는 절대의 검식, 혼마경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글렌은 성검련주의 삶을 집대성한 새로운 차원의 어검술을 보며 고요히 호흡을 갈무리했다.
‘정말 그 영역에 들어섰군.’
성검련주는 자신했던 대로 이전과는 다른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영혼이 한 차원 높은 곳에 나아갔다는 게 느껴졌다.
죽이려고 한 검술이었는데, 숙제를 풀고 왔다니, 저처럼 미친놈은 둘도 없을 것이다.
“크윽….”
성검련주에게서 전해지는 기파에 라온의 입술에서 핏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라온.”
글렌이 라온의 어깨를 잡아주며 차분히 눈을 떴다.
“괜찮다.”
지금 보여줄 무학은 라온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검술이었다.
끝없이 차오르던 분노를 지우고, 행복과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손주를 떠올리며 그려낸 영혼의 검이었다.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거라.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온에게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다정한 목소리를 전하며 진천검을 세웠다.
쿠구구구구!
이 세계 자체를 갈라내려는 성검련주의 혼마경을 향해 자신이 쌓아 올린 무와 삶 그리고 영혼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
진천검이 나아간다. 찬란한 빛도, 장대한 오러의 파동도 없다.
검은 적을 벤다는 존재의 이유처럼 섬뜩한 칼날을 세운 채 그저 나아가기만 했다.
하지만 그 작은 검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달랐다.
먹구름이 갈라지고, 해일이 가라앉으며, 성검련주의 혼마경이 지워진다.
천지를 뒤덮은 거대한 어검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성검련주의 눈동자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의 입 밖으로 붉은 핏물이 터져 나왔다.
“지금이다!”
백혈교주는 글렌의 검이 지나가자마자, 마라혈식관음을 소환해 응집시켜둔 혈기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우우우우웅!
타천 역시 기회를 보았다고 생각한 듯 신성과 어둠을 결합한 회색의 마법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아아!
드래곤 로드와 고룡들도 다시 한번 끌어모은 브레스를 내리쳤다.
“추잡한!”
“이놈들이!”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놔두도록.”
레크로스 국왕과 오그람, 체임버 그리고 정령왕들이 예상했다는 듯 도우려고 할 때 글렌이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천천히 진천검을 그었다.
화아아아아!
글렌이 베어내는 건 적의 오러나 무학이 아니다. 그 뒤에 선 존재 자체. 영혼을 갈라내는 검이었다.
[모, 모두 물러나라!]“빌어먹을!”
“저, 저게 뭐야!”
드래곤 로드와 오마의 수장들은 글렌의 검이 일으키는 신기에 경악하며 수하들을 버리고 몸을 빼냈다.
“크윽!”
데루스 로베르트가 손목에 끼고 있던 팔찌를 던지며 사위로 죽음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쩌어어어억!
하지만 글렌의 진천검은 무색의 파동을 일으키며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을 베어냈다.
후우우.
새하얀 검의 물결이 지나간 장소에는 그 무엇도 남아나지 않았다.
“이 검의 이름은….”
글렌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는 곧 사라질 것처럼 흐릿한 눈빛으로 따스한 미소를 그렸다.
“심검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