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22
제722화
카룬이 가주전을 거쳐서 중무전으로 걸어갈 때였다.
지그하르트에 남아서 본관을 지키고 있던 데니어와 발데르가 그에게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데니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전쟁은 어떻게 끝난 거요? 애들 상태를 보니까. 가뿐하게 이기고 온 것 같은데?”
발데르가 오른쪽 어깨를 뒤로 돌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잘 끝난 편이다.”
카룬은 고고한 성향답게 길고, 험난했던 전쟁을 한 마디로 압축했다.
“그렇게 짧게 답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 좀 해주쇼! 댁들 연락도 없이 돌아와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도 모른다고!”
발데르가 답답하다고 말하면서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룬의 뒤에 서 있던 비연회주 채드가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번 전쟁으로 남북맹주가 사망했고, 다른 오마의 수장들도 죽거나, 한동안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중무전주님의 말씀대로 압도적인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채드가 손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역시 다른 오마 놈들이 끼어든 모양이군.”
발데르는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며 미간을 깊게 구겼다.
“오마 중 누가 왔지?”
“타천과 백혈교주,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그림자의 수장까지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래곤 로드까지 끼어들었죠,”
“드래곤 로드? 그 망할 참견쟁이가 거기까지 왔어? 그 도롱뇽 새끼들 우리만 방해하는 것 같은데….”
그는 드래곤 로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우리만 방해하는 게 맞았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드래곤은 지그하르트의 적입니다.”
“응? 적이라고?”
“비연회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발데르와 데니어가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저희가 남북맹 본부에 쳐들어갔을 때….”
채드는 두 명의 전주와 그 뒤에 있는 지그하르트의 검사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그게 진짜야?”
발데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턱을 부르르 떨었다.
“라온 녀석이 초월자를 막아서 아버지를 구해냈다고?”
“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초월자의 검을 견뎌내셨습니다. 가주님도 인정하시더군요.”
채드는 본인이 말하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른침을 삼켰다.
“…….”
데니어는 채드의 말을 들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안색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허 그 녀석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발데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부왕을 꺾고,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칭찬이 마려운데, 아버지를 구했다니, 어떻게 되먹은 꼬맹이야!”
그는 라온이 난 놈은 난 놈이라고 외치며 웃었다.
“댁은 왜 이렇게 조용해? 안 놀랍소?”
발데르가 입가에 미소를 내건 채로 데니어를 툭 쳤다.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어. 네 말대로 대단한 아이다. 어디에서도 그런 재능은 볼 수 없을 거다.”
데니어가 옅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니어.”
말없이 서 있던 카룬이 데니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안색이 창백하다. 이전의 습격 때 부상이라 입은 거냐?”
“아닙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조금 현기증이 났을 뿐입니다.”
데니어는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그래.”
카룬은 건조한 눈빛으로 관자놀이를 매만지는 데니어를 지켜보았다.
“이제 실비아와 라온이 직계가 되는 건 시간문제겠군.”
발데르가 히죽 웃으며 카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만큼은 형도 막을 수 없을 거요.”
그는 카룬을 놀리듯이 턱을 치켜들었다.
“막을 생각 없다.”
카룬은 발데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음? 진짜?”
발데르가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끔벅였다.
“이제 형도 라온에게 끌리는 건가?”
“아니, 싫다.”
카룬이 단호하게 답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놈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밀려올 정도로 싫다.”
“그런데 왜….”
“라온은 가주님을 구하고, 남북맹주의 목을 베었다. 그런 활약을 눈앞에서 보았는데도 그 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내 손으로 지그하르트의 이름값을 떨어뜨리는 짓이다.”
그는 라온이 싫은 것보다 지그하르트의 이름이 망가지는 게 더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발데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난 오마 놈들보다도 드래곤들을 때려죽이고 싶소.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고 봐야 하나?”
그는 근처에 있는 드래곤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겠다고 외치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근처 산맥에 하얀 도롱뇽 한 마리가 살고 있을 텐데, 그놈부터 찢어버려야겠군.”
“발데르.”
카룬이 서늘한 시선을 들어 올렸다.
“북방에 있는 고룡의 둥지를 찾아봐라.”
“고룡? 형이랑 둘이라고 해도 고룡은 힘들 거요. 초월자가 아닌 이상….”
발데르가 안 된다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걱정 마라. 초월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어…?”
“바, 방금 뭐라고….”
데니어와 발데르가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가주님의 검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폐관에 들었다가 나오면 그 영역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카룬은 초월의 벽을 부술 확신이 있다는 듯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발데르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입술을 떨었다.
“초월이라니….”
데니어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른 입술을 축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미리 고룡의 둥지를 알아보도록.”
카룬은 발데르에게 지시를 내리고서 시선을 돌렸다.
“버렌.”
그는 채드의 옆에서 어색하게 멈춰선 버렌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광풍대 조장 중에서 네가 가장 약하더구나. 한 수 이상 차이 나던데, 그게 네가 보여준다고 했던 결과인가?”
카룬의 붉은 시선이 차갑게 얼어 불었다.
“그건….”
버렌이 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젠장.’
할 말이 없어.
카룬의 말에 대꾸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자신의 무력은 마르타와 루난에게 뒤처져 있고, 둘을 따라잡을 길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따라와라.”
카룬이 등을 돌린 채 중무전으로 향했다.
“하, 하지만 저는 광풍대에….”
“누가 너를 받아주겠다고 했느냐. 네 녀석의 한심함을 고쳐주고 싶을 뿐이다.”
그는 싫으면 가라는 듯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어서 가시지요.”
채드가 옅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아, 네.”
버렌이 채드와 발데르, 데니어에게 고개를 꾸벅이고서 카룬의 뒤를 따라갔다.
“저 인간 갑자기 왜 저래?”
발데르가 검지를 머리에 가져다 간 채로 빙글빙글 돌렸다.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이번 전쟁을 겪으시며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 듯합니다.”
채드는 조금 떨어져서 걸어가는 카룬과 버렌 부자를 보며 옅게 웃었다.
“…….”
데니어는 그 둘의 등을 보며 눈빛을 고요하게 가라앉혔다.
* * *
라온은 시녀들이 모두 잠들고 난 후에 별관 뒤편의 호수로 나왔다.
-커흑!
라스가 통통하게 차오른 배를 매만지며 만족스럽게 입맛을 다셨다.
-외식도 좋지만, 최고는 역시 집밥이니라! 어딜 가도 이 집밥만 한 게 없느니라!
녀석은 후식으로 먹었던 망고 맛 아이스크림도 좋았다고 말하며 히죽 웃었다.
‘너희 집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본왕의 집, 본왕의 엄마, 본왕의 시녀들이니라!
라스는 별관 자체가 다 자기의 것이라며 동그란 손을 붕붕 휘저었다.
‘에휴, 마음대로 생각해.’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실비아를 엄마라고 부르는 놈이니, 무슨 말을 해도 통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여기는 왜 나온 것이냐? 네놈도 지쳤으니 쉬어야….
‘급격하게 성장했으니까. 지금 내 수준을 파악해둬야지.’
모든 능력치가 50포인트 오르고, 만검의 성취도 크게 상승했으며, 여러 특성의 등급까지 올라갔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인하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 그걸 지금 하겠다고?
‘그래.’
-이거 진짜 미친놈 아니야! 전쟁에서 돌아온 당일에 수련을 하는 또라이가 어디에 있느냐!
라스는 인간계는 물론이고, 천계와 마계에도 없을 거라고 말하며 악을 질렀다.
‘여기 있잖아.’
라온이 스스로를 가리키고서 제천검을 뽑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본 검술부터 펼쳐보았다.
후우우웅!
새벽 공기를 가르는 칼끝이 내 피부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전신이 더욱더 가벼워졌는데, 육체라는 그릇의 한계를 벗어나 그 위로 나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육체 능력과 감각의 세밀함이 훨씬 더 좋아졌군.’
라온이 손끝에 힘을 주며 옅게 웃었다.
‘50포인트가 한 번에 올랐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포인트가 늘어날수록 그 효용이 줄어든다고 해도 단숨에 50포인트가 차올랐으니,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으로.’
라온은 기본 검술에 이어서 광아검과 설풍검결 그리고 창궁검까지 그려낸 후 제천검을 내렸다.
‘검술 성취 역시 격이 달라졌어.’
쾌검, 중검, 변검, 환검 등 만검의 묘리들이 제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내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이니, 다 회복된다면 지금보다 더 수준 높은 검술을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우.”
라온은 만족스러운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성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군.’
이번 전쟁 덕분에 몇 년 동안 수련해야 할 경지를 단번에 뛰어넘은 것 같았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다만 그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데루스 로베르트의 일그러진 표정이 정말 맛있었지.’
글렌을 죽이려고 했던 데루스의 계획이 무너지고, 놈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게 내가 강해진 것보다 몇 배는 더 기뻤다.
-어후! 징한 놈.
라스가 질린다는 고개를 저었다.
-다 끝났으면 이제 들어가거라. 본왕은 졸리느니라.
녀석은 길게 하품을 하고서 얼음꽃 팔찌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어.”
라온이 제천검을 중단에 새운 채 이번에 얻은 특성 을 운용했다.
화아아아아!
차디찬 검신을 타고 순백의 기운이 피어난다. 안개처럼 희미하지만, 오묘한 힘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기다리고 있어라. 데루스 로베르트.’
라온은 고요하게 솟구치는 새로운 기운을 느끼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네 목을 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 *
데루스 로베르트가 소리 없이 집무실을 나섰다.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태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고요히 가라앉았고, 푸른 장포는 금방 다린 듯 뻣뻣했다.
“아버지!”
데루스가 차분한 걸음으로 위층에 올라가려고 할 때 거친 보법을 밟으며 레폰 로베르트가 달려왔다.
“들으셨어요? 육황이 이겼대요!”
레폰 로베르트는 정보처에서 상황을 듣고 온 듯 격한 흥분을 토해냈다.
“그것도 그냥 이긴 게 아니라….’
그는 새의 날개처럼 양팔을 펼친 채 남북맹 본부에서 일어났던 모든 상황을 꺼내놓았다.
“글렌 지그하르르를 구하고, 남북맹주의 목을 벤 게 라온 님이니까. 이 전쟁은 그분이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레폰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구나.”
데루스 로베르트는 흥분한 막내아들이 귀엽다는 듯 인자한 웃음을 그렸다.
“우리가 대기하는 역할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 라온 님이 드래곤 투구를 쓴 놈의 기습을 막아내는 걸 제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
레폰은 전장에 가지 못한 게 화가 난다는 듯 입술을 씹었다.
“레폰. 아쉬운 건 알겠지만, 우리의 역할도 전쟁에 참여한 이들 못지않게 중요했단다. 다른 오마를 막기 위한 방파제가 되어야 했으니까.”
“알고 있어요. 그냥 아쉽다는 것뿐이에요!”
그는 로베르트 가문이 맡은 임무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며 웃었다.
“알면 되었다.”
데루스가 옅은 미소를 그리며 레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라온 님 이명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용살자 정도로는 그분을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레폰은 라온에게 새로운 이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턱을 매만졌다.
“아직도 광풍대주를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당연하죠. 저만이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는 라온의 명성이 하늘까지 오르고 있다며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흠, 그럼 네가 한번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 본래 이명은 팬들이 만드는 법이니까.”
“제가 감히 그래도 될까요?”
레폰은 부끄럽다는 듯 팔을 꼬았다.
“좋은 이름이 만들어진다면 광풍대주도 좋아할 것이다.”
“그, 그럼 다음 육황회의에도 저 데리고 가주셔야 해요?”
“알겠으니, 이제 가서 쉬거라. 밤새 정보처에서 대기하고 있었지 않느냐.”
“넵!”
그는 데루스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힘찬 발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와중에도 라온의 이명을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여러 단어를 중얼거렸다.
데루스는 따스한 눈빛으로 레폰을 바라보다가 위층에 있는 가주의 서재로 향했다.
그는 서재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은은하게 내려오는 새벽 달빛 아래에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댄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데루스 로베르트의 은색 눈동자와 푸른 드래곤 투구 속의 은빛 눈동자가 고요하게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