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29
제729화
육황의 수장들은 일주일 후에 열릴 육황 회의에서 데루스 로베르트의 정체를 밝히기로 다짐하며 임시 회의를 끝냈다.
[자, 잘 되겠지…?]마탑주가 걱정된다는 듯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안 돼도, 되게 해야지! 마법사 정신 몰라?]체임버가 마탑주를 노려보며 미간을 구겼다.
[아, 갑자기 소리쳤더니 머리가 띵하네.]체임버는 당이 부족하다고 외치며 새로운 막대사탕을 꺼내서 입에 물었다.
[연맹에서 회의가 열리니, 내가 할 일이 많겠군.]오그람은 귀찮지만, 힘을 써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레크로스 국왕이 옥좌에서 등을 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나도 가야 하지…?]마탑주가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안 오면 네 연구실을. 아니, 마탑을 불사를 거야.]체임버가 각오하라는 듯이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히이익….]마탑주가 어깨를 바들바들 떨면서 가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럼 회의 때 보도록 하지.”
글렌이 여기까지 하자는 듯 손을 저었다.
[그래!]마탑주는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흔들고서 화상 마법을 꺼버렸다.
[누가 방구석 폐인 아니랄까 봐. 사라지는 건 더럽게 빠르다니까. 이번에도 안 오면 정말 마탑 부수러 가야지.]체임버는 콧방귀를 뀌고서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기다리고 있으마.]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오그람과 레크로스 국왕도 짧은 인사를 마치고 영상을 종료했다.
라온은 사라지는 육황의 수장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뒤를 돌아보았다.
“…….”
글렌은 회의가 끝났음에도 옥좌 앞에 선 채로 고요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주님.”
라온이 글렌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저를 믿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입술을 씹으면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가주님의 목숨을 거시다니요!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라온이 처음으로 글렌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데루스를 잡기 위해서 몇 가지 거짓말을 지어냈기에 글렌이 목숨을 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 이해되질 않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너와 같다.”
글렌은 그것뿐이라는 듯 평온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라온이 글렌의 잔잔한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나와 같다는 게 무슨 뜻이지?’
-매번 느끼지만, 저 영감탱이는 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느니라!
라스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만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미안하지만, 오늘은 나딘빵이야.’
라온이 라스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 나딘빵? 이게 미쳤나! 천지가 맛난 음식인데, 왜 나딘빵을 먹겠다는 것이냐!
‘가주님이 목숨을 거셨어. 시간이 한참 부족해.’
글렌이 나를 믿어준 이상 그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먹고 잘 시간도 없었다.
-으으, 저 영감탱이가 진짜!
라스가 분하다는 듯 동그란 주먹을 떨었다.
“라온.”
라온이 알현실을 떠나기 위해서 몸을 일으킬 때 글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늦었으니, 저녁을 먹고 가거라.”
글렌은 함께 밥을 먹자는 듯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아….”
라온이 눈을 끔벅였다. 당장 돌아가서 수련하고 싶었지만, 글렌의 말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로엔 역시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입을 떼기도 전에 알현실 밖으로 튀어 나갔다.
-예이이이!
당연하게도 이 상황을 가장 좋아하는 건 라스였다.
-할아버지 최고이니라!
녀석은 퍽퍽한 나딘빵이 최고급 코스 요리로 바뀐 것에 글렌을 영감탱이에서 할아버지로 격상시켰다. 우유부단의 마왕다웠다.
‘진짜 질린다….’
* * *
할아버지와 손주의 저녁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조용했다.
가끔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도서관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으….’
라온은 메인으로 나온 고기를 썰면서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었다.
‘체할 것 같아.’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내가 고기를 씹는지, 고무를 씹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살살 녹느니라!
다만 라스는 행복하다는 듯 양 뺨에 손을 얹은 채 히죽거렸다.
-역시 돈 많은 할아버지가 최고이니라!
녀석은 너무 맛있다며 글렌을 계속 할아버지라 불렀다.
‘피곤하네.’
라스 때문에 더 지치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 고기를 단숨에 삼켰다.
-이, 이 맛도 모르는 놈이!
‘그래. 나 무식하다.’
라스의 불평을 무시하고, 후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글렌이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라온.”
“예. 가주님.”
라온이 허리를 곧게 세운 후 글렌을 바라보았다.
“답이 없는 고민은 무인의 마음을 좀먹는 독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내게 말하거라.”
글렌은 무엇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는 알현실에 있을 때와 다르게 부드럽게 귓가를 맴돌았다.
“아, 네….”
색이 바랜 듯한 글렌의 눈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내가 데루스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앓고 있었던 게 안타까워서 목숨을 건다고 하신 건가?’
그 이유가 아니라면 글렌이 지금 저 말을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나와 너 그리고 실비아의 시간은 가까이에 있음에도 멀리 떨어진 채 흘러갔다.”
글렌이 라온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씹었다.
“지나간 시간을 붙이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걸음을 맞춰서 걸었으면 좋겠구나.”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른다. 셰릴과 로엔의 말대로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였다.
‘다만….’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던 손주에게 저런 말을 하려 하니, 민망함에 얼굴에 뜨끈한 열이 차올랐다.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크흠!”
글렌은 라온을 직시하지 못하고,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
라온은 귓불이 단풍처럼 빨갛게 물든 글렌을 보며 손끝을 떨었다.
저 반응을 보니, 지금 글렌은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한 것 같았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실비아와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번 일이 끝난 후에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만 가보거라.”
글렌은 이만 일어나자는 듯 손을 까딱였다.
“쉬십시오.”
라온이 다시 글렌에게 인사를 한 후에 식당을 나왔다.
-하아, 이 답답한 놈아.
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또 왜?’
-오늘 같은 날에는 할아버지라고 불러야지! 밴댕이처럼 그냥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
녀석은 참으로 인간성이 모자라다고 말하며 미간을 구겼다.
‘…그게 맞아?’
전생이고, 이번 생이고 가족이라고는 실비아와 시녀들밖에 없기에 라스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그럼 지금 해야 하나…?’
오늘 글렌에게 고마운 점이 너무 많았기에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느니라!
라스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음….’
-답답한 놈! 네놈은 본왕에게 강의를 받아야 할 것 같구나!
라스는 수업료로 민트초코 열 상자를 바치라며 동그란 손을 뻗었다.
-음? 민트초코… 허억!
녀석은 갑자기 민트초코를 중얼거리다가 말고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아직 디저트를 먹지 않았느니라! 당장 돌아가거라!
라스는 이제야 후식을 먹지 않고 나온 게 생각난 듯 라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라온이 어깨를 으쓱이며 라스를 떼어놓았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빼애애액!
* * *
[…그렇게 되어서 일주일 뒤에 야수연맹 본부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어. 참여할 수 있겠지?]“물론입니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푸른 창에 비치는 체임버를 향해 잔잔한 웃음을 띄웠다.
[그럼 그때 보자고.]체임버는 막대 사탕을 든 손을 흔들고서 영상을 닫고 떠났다.
“…….”
데루스는 통신 마법이 꺼졌음에도 집무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서 이지러지는 햇살을 즐기다가 회색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데루스 로베르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로베르트 가문의 서쪽에 솟구친 루샤인 산이었다.
그는 익숙한 걸음으로 바위 뒤에 숨겨진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달 없는 밤보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암살자들이 향해 고개를 숙여왔다.
데루스는 암살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며 지하 공동에 발을 디뎠다.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공동의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핏물이 말라붙어 붉은 벽돌이 된 기괴한 공간의 중심에는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남자가 상의를 벗은 채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데루스 님을 뵙습니다.”
데루스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푸른 드래곤 투구를 쓴 남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바르디엘. 네가 이곳에 왔다는 건….”
진짜 데루스 로베르트가 바르디엘을 향해 손끝을 까딱였다.
“육황회의가 결정된 모양이지?”
그는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는 듯 옅게 웃었다.
“예. 일주일 뒤 야수연맹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합니다.”
바르디엘이 고개를 들며 체임버에게 들었던 정보를 모두 말해주었다.
“그에게서 연락은?”
데루스가 쿠바라에게 웃옷을 받으며 턱짓했다.
“아직 없습니다.”
“그런가.”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처음부터 몸에는 문제가 없었다.”
데루스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글렌 지그하르트에게 베인 것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니까.”
“음, 그러면….”
“걱정할 필요 없다. 대부분 회복했으니까. 오히려 얻은 게 있지.”
그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사이한 빛을 띤 눈동자를 굴렸다.
“그럼 회의장에는 직접 가시겠군요.”
바르디엘이 데루스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며 물었다.
“말했다시피 네가 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육황의 늙은이들의 시선을 피하지는 못한다.”
데루스가 손등으로 들어서 본인의 얼굴이 비치는 바르디엘의 뺨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외모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네 힘이 미약하기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지.”
그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며 손을 저었다.
“데루스 님. 이번 회의가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바르디엘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았다.
“알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그리고 야수연맹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심스러워.”
데루스는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늙은이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을지는 뻔하지.”
피식 웃으며 검은 장갑을 벗었다. 손등에는 이제 일자가 아니라, 십자로 그어진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모든 수를 사용해서라도 이 상처를 드러내게 할 게 분명하다.”
전쟁 중에 초재생을 사용하면서도 손등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 것을 보았으니, 이 상흔을 드러내게 만드는 게 놈들의 계획일 것이다.
‘다만 이해가 가질 않는군.’
라온 지그하르트. 그놈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어.
자신의 기습을 막아내고, 초재생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새기다니, 전생의 라온을 떠나서 놈의 진짜 정체가 궁금해졌다.
‘나를 막기 위해서 하늘이. 아니, 지옥이 보낸 사자인가.’
데루스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비웃음을 그렸다.
“그럼 벗겠습니다.”
바르디엘이 숨을 고르고서 뒤통수에 손을 얹었다.
그의 전신에서 회색 진흙 같은 덩어리가 흘러내리더니, 절세의 미남이었던 데루스의 얼굴이 냉막한 인상의 청년으로 바뀌었다.
꾸르르륵.
바르디엘은 살아 있는 것처럼 찰랑거리는 회색 진흙 덩이를 데루스에게 내밀었다. 저 액체가 고대의 아티팩트 이었다.
“그간 수고했다.”
데루스 로베르트가 도플갱어의 가죽을 받아서 상처가 난 손등에 얹었다.
치이이익.
도플갱어의 가죽이 허연 연기를 일으키며 증발하자, 그의 손등에 새겨진 두 줄의 상처가 씻은 듯 지워졌다.
파여나간 피부 자체가 되살아난 것 같았다.
“글렌 지그하르트라고 해도 이건 알아차릴 수가 없지.”
데루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손등을 매만졌다.
도플갱어의 가죽은 오러, 마법, 주술조차 무시하는 특별한 아티팩트다.
전신도 아니고, 오직 손등만을 덮었기에 아무리 육황의 수장들이라고 해도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의 기운을 꺼내게 만든다면 이 상처와 상관없이 정체를 들키겠지만, 미리 봉인해둘 것이기에 더더욱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날 의심해줬으면 좋겠군.”
먼저 의심을 했다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육황의 늙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이번 회의가 함정이기를 바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해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시녀복을 입은 채 대기하던 쿠바라가 고개를 숙였다.
“물론이다.”
데루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위해서 이번에도 레폰을 데리고 가는 거니까.”
그는 자그마한 온기도 없는 음성으로 레폰의 이름을 되뇌었다.
“너희도 뒷일을 준비해두도록.”
“예.”
“알겠습니다.”
바르디엘과 쿠바라가 고개를 숙이고서 공동에서 사라졌다.
“베오른.”
데루스가 푸른 드래곤 투구를 벗으며 우측을 향해 턱짓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텐데, 함께 갈 테냐?”
“생각 없습니다.”
베오른이 뒷짐을 진 채로 고개를 젓고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싱겁기는.”
데루스가 픽 웃으며 푸른 드래곤 투구를 허공으로 던졌다.
터어엉!
투구가 땅으로 떨어지며 지하 밑바닥에서부터 철이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육황회의라….”
데루스는 아이들의 피가 말라붙은 공동의 벽에 등을 기댄 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남은 일주일이 지루하겠군.”
* * *
라온이 새벽을 깨우는 새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화아아아.
그의 손아귀에서는 무색의 칼날이 타오르고 있었다.
-결국 완성시켰군….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썩 나쁘지는 않다만, 네놈이 만들어낸 힘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라. 통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야.
녀석은 헛일이 될 수도 있다며 손을 저었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라온이 평온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놈에게만 먹히면 그만이니까.’
라온은 차분히 숨을 고르고서 새롭게 다듬어진 죽음을 가르는 칼날을 가슴 속으로 가라앉혔다.
육체와 영혼 모두에 부담이 가는 힘이지만, 데루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데루스 로베르트.’
라온은 육황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듯 따스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피나도록 주먹을 말아쥐었다.
‘오늘 모두의 앞에서 네놈의 가면을 걷어 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