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49
제 749화
라온은 본관 앞을 가득 채운 검사들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중무전만이 아니라, 지그하르트 가문 전체 가 이곳에 모여든 것 같았다.
“다들 중무전주를 보려고 온 건가?”
“맞아요.”
도리안이 씹던 빵을 삼키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무전주께서 초월에 오르면 지그하르트 가 오황 중 유일하게 세 명의 초월자를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내성, 외성, 봉신가 할 것 없이 모두가 카룬 님의 이름을 떠들고 있다구요.”
그도 흥분되는 듯 주먹을 꽉 말아쥐 었다.
“음!”
버렌은 카룬에 대한 기대감이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앙다문 채 어깨를 떨었다.
-빠, 방이 니 라!
라스는 카룬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 도리안이 흘린 방 부스러기를 보며 군침을 삼 켰다.
‘식빵 하나 가지고 왜 이러는 거야….’
-다 네놈 때문이잖느냐!
녀석이 빽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네놈이 매일같이 나딘방을 처먹어서 입 안 이 다 헐었느니라! 무얼 먹어도 고무 맛밖에 안난다고!
라스는 인권을 보장하라며 머리에 하얀 띠 를 둘렀다.
-각성하라! 본왕은 식사권의 보장을….
‘마왕이 인권은 개불.’
라온은 각성하라고 외치는 라스를 밀어버리 고, 가주전 앞으로 걸어갔다.
“이대로면 구경할 자리도 없겠는데?”
“대주님 ! 이쪽으로 오세요!”
잘 보이는 자리를 찾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 고 있던 크레인이 손을 흔들었다.
‘하여튼빠지는 곳이 없다니까.’
라온이 픽 웃으며 크레인의 옆으로 다가갔 다.
“중무전주께서 알현실에 들어간 지 30분이 넘었으니, 곧 나오실 거예요.”
크레인은 조금만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을 거라며 입맛을 다셨다.
“어, 어떻게 됐을까요?”
도리안이 마른침을 삼키며 두 손을 맞잡았 다. 그는 카룬이 초월에 오르는 것도, 오르지 못하는 것도 기대하는 것 같았다.
“글쎄.”
라온이 긴장한 버렌을 보며 손끝을 매만지 고 있을 때 가주전의 안쪽에서 절제된 구두 소 리가 들려왔다.
저벅.
온 감각을 집중시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깔끔히 다려진 제복을 입은 카룬 지 그하르트가 모습을 드러 냈다.
“아….”
카룬의 붉은 눈동자를 본 순간 깨달았다. 그 는 이제 자신과 다른 영역을 밟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올라갔구나.
라스가 확인을 해주듯 고개를 끄덕 였다.
-기파가 이미 안정되어 있느니라. 의념과 이미지를 꽤 잘 잡은 모양이니라.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좋은 결과를 냈 다며 카룬의 성취를 인정했다.
‘그렇게 보이네.’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 였다.
‘변한 수준이 아니야. 아예 다른 사람 같 아.’
고요하게 가라앉은 카룬의 눈동자 속에서 시계추처럼 정교한 칼날이 번뜩이는 것 같았 다.
예전처럼 사납고, 거센 기세를 드러내지 않 았음에도 소름이 돋아올랐다.
‘지금은 못이기겠군.’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카룬과 결투를 벌였다면 승패는 반 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길 수 없다. 필패였다.
“아, 아버지.”
버렌도 카룬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끼 고입술을 떨었다.
“조금이나마 나아간 모양이군.”
카룬은 버렌의 실력이 늘어난 것을 단번에 파악하고서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아, 아닙니다.”
버렌이 민망하다는 듯 앞머리를 매만졌다.
“네 덕분이겠지.”
카룬의 시선이 버렌을 넘어 그 뒤에 서 있는 라온에게 향했다.
“고맙다.”
“예…?”
라온이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고맙다고 한거야? 저거만한 인간이?’
들어서는 안 되는 저주의 말을 들은 것처럼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저 아이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도 이 짧은 순간에 성장하는 건 힘든 일이지.”
카룬은 라온의 가르침을 높게 평가하며 눈 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3조장이 스스로 찾은 길입니다.”
라온은 버렌을 높여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가.”
카룬은 이전과 달리 버렌에게 관심이 생긴 듯 시선을 돌리며 턱을 끄덕였다.
“저, 저기 아버지. 초월에는….”
버렌이 카룬에게 한발 다가가며 모두가 궁 금해는 질문을 던졌다.
“닿았다.”
카룬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오오!”
“저, 전주님! 축하드립니다!”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드디어 지그하르트에 세 번째 초월자가!”
중무전의 검사들과 직계들이 카룬에게 모여 들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축하드립니다!”
오마와 전쟁 중이었고, 지그하르트가 강해 지는 일이었기에 다른 파벌의 검사들 역시 진 심 어 린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고맙다.”
카룬은 정말 성격이 바뀐 듯 오만하거나, 고 압적이지 않게 잔잔한 음성으로 사람들의 인 사를 받아주었다.
“라온 지그하르트.”
그는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아주고서, 라 온의 앞으로 다가갔다.
“말씀하십시오.”
라온이 대해처럼 잔잔한 카룬의 눈을 보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지금은 내가 앞서가지만, 언젠가는 네게 따라잡히겠지.”
카룬의 시선이 뭉툭하게 굽어졌다.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자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 금의 카룬을 따라잡으려면 바다 하나는 건너 야 했다. 먼 훗날의 일이었다.
“아니, 너는 그리 멀지 않은 순간에 분명 이 영역에 도달할 것이다.”
카룬은 확신을 하듯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왜 칭찬을 하고, 띄워주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허나 옥좌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그의 고요했던 눈빛이 파도를 맞은 듯 요동 치기 시작했다.
“네가 나와 같은 경지. 혹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른다고 해도 지그하르트의 옥좌는 나의 것 이다.”
“지금 그건….”
라온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 카룬은 모두가 있는 앞에서 지그하르트의 가주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선언이다.”
카룬은 자신이 있다는 듯 건조하게 턱을 끄 덕였다.
“그럼 사람을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지그하르트의 옥좌에는 욕심이 없으니까.”
라온은 진심으로 가주에 대한 생각이 없었 기에 차분히 눈을 내리감았다.
-맞느니라!
라스가 벌떡 일어서서 어깨에 내려섰다.
-요놈의 관심은 오직 검술분이니라! 이 정 도면 집착이자, 사랑이니라!
녀석은 음식에도 관심 좀 주라며 양손을 팔 랑였다.
“아니. 너와 나는 금색의 옥좌 앞에서 칼을 겨누게 될 것이다.”
카룬은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확신이 깃든 웃음을 보였다.
“기다리겠다.”
그는 절도 있게 손을 내리고서 중무전으로 향했다.
“저, 전주님!”
“기다려주십시오!”
중무전 검사들과 직계들은 라온을 한 번씩 쳐다보고서 카룬의 뒤를 따라갔다.
“라온.”
버렌은 카룬의 등을 보며 주먹을 꾹 말아쥐 었다.
“아버지께 인정받겠다는 내 목표는 바뀌지 않았어.”
“알고 있어.”
“삭풍검에 어울리지 않는 정교함과 절도 있 는 검술.”
그가 자신감이 담긴 미소를 그렸다.
“포기하지 않을 거야. 꼭 조화시키겠어.”
버렌은 결심한 듯 중무전이 아니라, 5연무 장으로 돌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그가 귀족스러운 검술을 포 기하지 못한 이유는 카룬에 대한 존경심 때문 이었던 것 같았다.
‘아버지와 아들이라….’
라온은 반대편으로 떠나가는 카룬과 버렌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두 번째 삶에서도 아버지를 겪어보지 못했 기에 자신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확신을 담고 있던 카룬의 붉은 눈을 떠올리 며 눈썹을 내렸다.
‘카룬은 왜 나와 가주 자리를 놓고 싸운다고 한거지?’
무얼 본거야….
라온은 자정이 되기 전에 가주의 연무장을 찾아갔다. 글렌은 평소와 달리 먼저 연무장에 와서 밤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이 글렌의 등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카룬과 만났다고 하더구나.”
글렌이 등을 돌렸다. 그는 카룬과의 대화를 알고 있는 듯 옅은 미소를 그렸다.
“예. 초월에 올라섰더군요.”
라온은 고요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카룬의 기 세를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 였다.
“어떻게 보았느냐.”
“조용하지만,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밤 의 숲을 보는 기분이 었습니다.”
“제대로 보았구나.”
글렌은 눈썰미가 좋다며 손을 까딱였다.
“초월에 닿을 거라 기대는 했다만, 예상 이 상의 성취를 얻었더구나. 그 아이의 재능이 드 디어 개화했어.”
그는 라스와 비슷한 말을 하며 웃었다. 두 사람은 같은 경지였기에 보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았다.
“라온. 너는 닿을수 있겠느냐?”
“예.”
라온은 머뭇거림 없이 답을 하며 고개를 숙 였다.
“분명 멀고, 높은 산이지만, 못 오를 정도는 아닙니다.”
오늘 카룬을 보고 확실히 느꼈다. 초월은 분 명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닿을 수 없는 하늘이 아니 었다.
“너다운 대답이로구나.”
글렌은 기 대한 답이 라며 두 손을 모았다.
“헌데 카룬이 가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데, 너는 정말 옥좌에 관심이 없는 것이냐.”
“예”
라온은 이번에도 단답을 하며 시선을 내렸 다.
“제 가장 큰 목표는 어머니를 직계에 올리 는 일이 었습니다. 그걸 위해서 가주 자리가 필 요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 습니 다. ”
“그래. 그거면 됐겠지.”
글렌도 가주의 자리는 억지로 맡는 게 아니 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럼 지금 네가 궁금해할 건 자아의 방이 겠지.”
그가 뒷짐을 진 채로 앞으로 걸어왔다.
“아쉽게도 자아의 방은 한동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구나.”
글렌은 카룬이 너무도 많은 것을 가져갔다 며 입맛을 다셨다.
“내년에 쓴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허리를 숙였다. 뼈가 아프지만, 카룬 을 보고 예상했던 바였기에 담담하게 받아들 였다.
“그럼 오늘 수련을 시작하지. 이번에 가르 쳐줄 검술은 마정검이다.”
글렌이 진중한 자세로 진천검을 봅았다.
“성검련에서 유출된 최상승 검술이다. 아무 리 너라고 해도 꽤 고생해야 할 것이야.”
그는 각오를 하라는 듯 검으로 하늘을 겨누 웠다.
스르르릉.
라온은 초월에 닿은 카룬과 옥좌에 대한 생 각을 지워버리고, 차분히 제천검을 들어 올렸 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잔불처럼 고요히 타올 랐다.
“준비됐습니다.
바다가 메워진 듯 제멋대로 솟구친 거대한 숲속을 키가 큰 여성이 나아간다.
검은 오크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 지 않았지만, 피부가 하얗고 탄력이 있어서 젊 다 못해 어린 나이 같았다.
오크의 투구를 쓴 여성의 걸음을 따라 수풀 이 갈라지고, 나뭇가지가 길을 열어준다. 엘프 라도 되는 듯 숲 자체가 여성을 환영하는 듯한 모습이 었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여성의 뒤를 따르는 존 재들이다. 비옥한 숲과 땅에서 성장한 몬스터 들이 그녀를 쫓으며 천천히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코볼트, 오크, 놀에서 트롤과 오우 거 같은 대형 몬스터들까지. 서로 죽자사자 싸 워야 할 괴물들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진군만 을 하고 있었다.
휘이익!
그 기이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녹색 뱀 투 구의 남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각성한 왕은 다르네.”
그는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가면의 주술을 이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끝 내주잖아. 이래서 데리고 온 거 였어?”
“아니. 몰랐는데?”
옆에 선 쌍두귀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 개를 저었다.
“어미의 피가 괜찮으니, 적귀나 녹귀로 쓸 만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을 분이야. 그린 스 킨만이 아니 라, 몬스터 자체를 지배할 줄은 나 도 몰랐지.”
그는 얻어걸렸을 분이라며 픽 웃었다.
“운이 좋군. 저것까지 포함해서.”
녹색 뱀 투구의 남자가 뒤에 지켜보고 있는 절혼검을 가리켰다.
“아, 저건 보고 가져온 거야.”
쌍두귀가 뒤를 돌아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오러는 미약한데도, 검술이 미친 수준이었 거든.”
그는 다시 싸워보고 싶었다며 입맛을 다셨 다.
“너희는 여전히 변태네.”
녹색 뱀 투구의 남자가 콧방귀를 뀌고서 팔 짱을 풀었다.
“저거 시간을 좀 조절해야겠는데, 너무 빨 리 모이면 놈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알고 있어.”
쌍두귀는 걱정 말라며 손을 저었다.
“세력이 얼마나 모일지 궁금하지만, 가봐야 겠군. 일이 더럽게 많아.”
녹색 뱀 투구의 남자는 에덴에서 본인만 바 브다며 미간을 구기다가 사라졌다.
고오오오.
녹색 뱀 투구의 사내가 떠나자, 절혼검은 손 끝을 떨다가 오크 투구를 쓴 여성의 뒤를 따라 갔다.
쌍두귀는 절혼검의 등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본능인가? 아니면….”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라온은 5연무장의 어둠을 밝히는 수십 개의 검광을 보며 옅게 웃었다.
‘많이들 발전했군.’
-솔직히 말해서 3달 전과는 아예 딴판이니
라.
라스는 광풍대의 무력과 정신이 극명하게 달라졌다며 고개를 끄덕 였다.
‘나도 이 정도로 변할 줄은 몰랐어.’
광풍대는 더는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지키듯 유아와 율리우스를 제외한 모 두가 마스터의 벽을 넘어섰다.
버렌과 마르타, 루난 그리고 마크 괴튼도 마 스터 최상급의 벽 앞에 도달했기에 5연무장에 서 수련한 검사 모두가 진일보했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 었다.
‘경지의 변화가 없는 건 나분인가.’
그래도 조급할 필요는 없지.
무력 경지는 그대로라고 해도 글렌에게 여 러 검술을 배우며 만검의 성취가 크게 상승했 다.
새로운 묘리도 늘었고, 몇 가지 검술은 실전 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특히 마정검.’
성검련의 검술이라는 마정검은 신기할 정도 로 자신에게 잘 맞았다.
마정이라는 이름처럼 사이함 속에서 장중함 이 깃들어 꼭 전생과 현생의 삶을 묶어둔 듯한 느낌이었다.
라온은 검사들의 열기를 가슴속에 간직한
채 가주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은은한 조명 속에서 마정검을 몇 차례 펼쳐 내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글 렌이 들어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라온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오는 길에 5연무장을 보고 왔다.”
글렌이 손으로 인사를 받아주며 다가왔다.
“다들 발전했더구나. 나증에 들어온 두 아 이를 제외하면 모두의 경지가 상당해.”
그는 3달 동안 밤낮없이 수련한 광풍대가 대견하다며 은은한 미소를 보였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제….”
라온이 고개를 저을 때 글렌의 손이 올라갔 다.
“새로운 임무를 맡아도 괜찮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