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50
제750화
라온은 제천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에 오래 있긴 했지.’
일반적으로 무력대가 임무에서 복귀하면 부 상 정도에 따라 2주에서 1달가량 휴식을 취한 후 바로 다음 임무를 맡는다.
광풍대가 거 의 4달 동안 수련만 할 수 있던 건 글렌의 배려 덕분이 었다.
‘검대원들이 실전을 치를 때도 되었고.’
현 광풍대의 무력은 두말할 것 없이 강하다.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 둘, 마스터 상급 넷, 유아와 율리우스를 제외한 모두가 마스터 이 상이기에 지그하르트 최강의 무력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검대원 모두가 4달 동안 수련과 대련 만 했기에 실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임 무를 받기 에는 적절한 때 였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제천검을 아래로 내리며 글렌을 바 라보았다.
“다음 간부 회의에 참여해서 임무를 받겠습 니다.”
“그럴 필요 없다.”
글렌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광풍대가 해야 할 임무는 이미 정해졌으니 까.”
그는 본인이 결정을 내렸다며 시선을 내렸 다.
“어떤 임무입니까?”
실전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임무의 내용 도 중요했기에 바로 질문을 던졌다.
“흑탑의 층주와 성검련의 검주가 만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글렌의 붉은 눈동자가 마른 핏물처럼 건조 해졌다.
“비연회와 암시장의 교차검증이 끝났으니, 확실한 정보다.”
“층주와 검주가 만난다면….”
라온이 눈매를 찌푸렸다. 흑탑과 성검련이 만난다고 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 뻔한 이유지.”
글렌이 라온의 표정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검 혹은 검술과 아티팩트를 교환하는 자리 일 것이다.”
그는 두 세력이 거래를 할 것이라며 입매를 비틀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라온이 글렌의 시선을 쫓으며 턱을 주억였 다.
‘성검련은 검에 미쳤고, 흑탑은 마기와 아티 팩트에 미쳐있지.’
성검련과 흑탑은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니, 만나서 물품을 거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너희들의 임무는 흑탑과 성검련의 거래 현 장을 습격해서 검술과 아티팩트를 강탈하고, 검주와 층주를 제거하는 일이다.”
글렌은 두 세력을 상대해야 하니, 쉽지 않을 거라며 눈썹을 내렸다.
“할 수 있겠느냐?”
“하겠습니다.”
라온이 글렌의 서늘한 눈빛을 마주하며 은 은한 미소를 그렸다.
“어려워야 굴리는 맛이 있죠.”
흑탑과 성검련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험난 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자신과 광풍대의 무력 을 시험하기에는 적절한 임무였다.
-으으, 변태 같은 놈이니라….
라스가 질린다는 듯 어깨를 떨었다.
-본왕의 수하들이 불쌍하느니라!
녀석은 언젠가 구해주겠다며 손을 번쩍 들 어올렸다.
“장소는 어디입니까?”
라온은 라스를 뒤로 던져버리고 글렌에게 다가갔다.
“남서쪽에 위치한 무법지대 홀람이다. 다만 일시는 확실하지 않아.”
글렌은 미리 가서 대기를 해야 할 거라며 눈 매를 찌푸렸다.
“비연회주가 내일 광풍대를 찾아갈 테니, 자세한 정보는 그에게 듣거라.”
“알겠습니다.”
라온이 글렌에게 들었던 정보를 되뇌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 수업을 시작하지.”
글렌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조금 아쉽네요.”
라온이 짧게 입맛을 다셨다. 이 시간 덕분에 많은 검술의 묘리를 깨달을 수 있었는데, 마지 막이라고 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커험!”
글렌이 귓불을 빨갛게 물들인 채 헛기침을 했다.
‘저건 나와 함께 있고 싶다는 뜻인가?’
손주가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쉽 다고 하니,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고, 얼굴에 열이 차올랐다.
떨리기 시작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렸다.
“네, 네가 적절한 공을 세운다면 계속 가르 치지 못할 것도 없다.”
글렌은 가늘어지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흔 들리는 시선을 돌렸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온이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치며 고개 를 끄덕였다.
“크음.”
글렌은 다시 라온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무력, 인성, 성격 그리고 자신을 닮은 외모까 지.
단 하나도 모자라지 않은 손주의 모습에 저 녁을 먹지 않았음에도 배가 불러왔다.
다만 저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키려면 지금 부터는 진지하게 나아가야 했다.
“그럼 오늘 수업을 시작하마.”
글렌은 화산 같은 얼굴의 열기를 내리며 긴 숨을 토해냈다.
“마지막 수업에는 언제나 시험이 있는 법이 지.”
그의 얼굴에 흐르던 웃음이 싸늘하게 가라 앉았다.
“네가 배우고 쌓았던 모든 것을 부딪쳐 보 거라.”
글렌은 건조한 음성을 뱉으며 진천검을 들 어 올렸다.
라온이 입에 고인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 다.
‘모든것….’
글렌은 리메르와 치렀던 대련과 달리 한순 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검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럼하나 밖에 없지.’
검계현신 개벽.
만검에 따라서 성장하는 개벽으로 글렌의 시험에 답하게는 유일한 방법이 었다.
-네놈의 말이 맞느니라.
라스가 글렌을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저 영감은 네가 지닌 무력 그 자체를 느끼 고싶은 것이니라.
녀석은 어딘가 부러운 듯한 목소리를 흘리 며 미간을 구겼다.
‘알겠어.’
라온이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서 글렌의 앞
에 섰다.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키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이 세상에 글렌 지그하르트 한 명만이 존재 하는 듯 하늘이 지워지고, 땅이 가라앉으며 시
간이 느려진다.
눈앞에 보이는 건 오직 최강의 무인분이었 다.
“검계현신 개벽.”
언령과도 같은 말을 꺼내며 제천검을 내리 그었다. 은빛 칼날이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는 순간 심상의 세계에서 쌓아 올린 검과 검술을 모조리 끌어냈다.
치이이이잉!
정검과 마검이 교차하듯 맞물리며 새하얀 검로 속에 어둠이 차오른다. 허나 제천검에 깃 든 기운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며 더 찬란하면서도 선명한 황금빛을 불러왔다.
쿠구구구구!
끝을 알 수 없는 장대한 검격이 뻗어나가며 땅의 축이 뒤틀리고, 담벼락이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쿠와아아아앙!
제천검을 막아선 글렌의 진천검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라온이 대견하다는 듯 굳어졌던 표정을 미소로 바꿨다.
“네 길은 바르지 않지만, 옳은 길이다.”
글렌이 손목을 틀어 올리자, 라온의 개벽이 신룡처럼 솟구치며 보랏빛 새벽하늘에 어둑한 여명을 일으켰다.
“하악….”
라온이 깊은 숨을 토하며 주저앉았다. 한순 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서 있을 힘도 없 었다.
‘변한건가….’
자신은 그리 성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 데, 개벽의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졌다.
만약 이 검계가 리메르와의 대련 때 나왔다 면 그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훌륭하다.”
글렌이 잘게 떨리는 진천검을 털어내며 웃
었다.
“특히 검술 성취가 발군이야. 초월자라고 해도 검술만으로 널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 다.”
그는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 여주었다.
“아….”
“네가 숨 쉬듯이 행해온 노력은 네 육체와 영혼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 토대는 네가 초월에 오르는 순간 폭죽처럼 터지게 될 테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글렌은 라온의 걱정을 모두 알고 있는 듯 부 드러운 목소리로 조언을 해주었다.
“그럼 시험은….”
“당연히 통과다. 이제 나가도 되겠어.”
그는 광풍대를 잘 부탁한다며 라온의 어깨 를 두드렸다.
라온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 렌에게 검술을 인정받으니, 수많은 보상을 받 았을 때보다 더 기뻤다.
약동하는 심장이 느껴질 정도였다.
“출발하는 날 아침에 광풍대와 함께 가주전 으로 오도록 하거 라.”
글렌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서 연무 장을 떠났다.
“후우….”
라온은 박살난 연무장 바닥에 대자로 드러 누웠다.
“재밌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줄 상대가 있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다, 다음에는….
라스가 어깨 위로 내려오며 동그란 눈동자 를 굴렸다.
-본왕이 받아줄 수도 있느니 라.
‘응?’
-네놈의 검계 말이니라! 다음에는 본왕이 받아주겠다고!
녀석은 전력을 다해서 덤벼도 괜찮다며 동 그란 손을 까딱였다.
‘갑자기 왜?’
-네, 네놈이 전에 한 말도 있고. 크흠, 여러 가지로….
라스는 민망한 듯이 시선을 홱 돌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야식은 안 먹을 거야.’
-야식 때문이 아니야!
녀석은 멱살을 잡으며 빽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한놈아!
“비연회주입니다.”
비연회주 채드가 무거운 걸음으로 단상 위 에 올라갔다. 그는 열기를 두른 검사들의 눈을 마주하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임무는 성검련과 흑탑의 거래를 습격 해서 두 세력을 제거하는 위험한 일입니다. 위 치는 무법지대 홀람이고….”
채드는 임무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하며 서류를 넘겼다.
“홀람은 무법지대답게 경비도 없고, 사방이 뚫려 있어서 어디로든 도망칠 수 있습니다. 거 래하는 순간에 잡지 못한다면 놓칠 수 있으니, 대비를 해두셔야 할 겁니다. 거기다 그 지역을 지배하는수장들이 있어서….”
그는 주의해야할 점까지 말해준 후 뒤로 물 러 섰다.
“그럼 광풍대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이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온은 탐색하는 듯한 눈빛을 감추고, 채드 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흑탑과 성검 련?”
“둘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가?”
“…쉽지 않겠는데?”
검사들은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에서도 두 세력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 다.
짜악
라온이 단상 앞에 서서 크게 손뼉을 쳤다. 검사들이 잡담을 멈추고, 허리를 세운 채 시선 을 들어 올렸다.
“모두 들었듯이 이번 임무는 쉽지 않다. 흑 탑과 성검련를 모두 제거하고, 물건을 탈취해 야 하니, 위험한 건 당연하고, 계획과 실행도 완벽하게 행해야 한다. 검대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면 실패 할 수 밖에 없는 임무 지.”
“으윽…”
도리안이 눈동자를 시계추처럼 흔들며 마른 침을 삼켰다.
“하지만!”
라온이 손을 내려서 제천검의 검병을 잡았 다.
“이 임무는 가주님께서 직접 광풍대에 내려 주셨다. 우리를 믿고 있다는 뜻이지.”
글렌이 신뢰하고 있다는 말에 검사들의 눈 빛이 칼끝처럼 매섭게 번뜩였다.
“이번 임무를 통해서 너희가 쌓아 올린 무 력을 아낌없이 드러내라. 광풍대가 대륙 제일 의 무력대라는 것을 보여줄 때다.”
라온이 제천검을 뽑아서 하늘을 겨누었다.
치리리링!
검사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검을 뽑아서 하 늘을 찔렀다.
서른 개가 넘는 검강이 동시에 타오르며 하 늘을 뚫어버리는 듯한 거대한 대검이 솟구쳤 다.
“허!”
뒤로 물러서 있던 채드는 검대 전원이 마스 터에 오른 신비하다 못해 기괴한 장면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어이가 없군….’
광풍대 검사들 대부분이 마스터가 되었다는 정보는 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감탄을 넘 어 경악이 튀어나왔다.
라온의 말대로 대륙 제일의 무력대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쪽에 줄을 대놓기를 잘했다니까!’
비연회주는 라온의 널찍한 등을 보며 파리 처럼 양손을 비볐다.
‘내 인생은 폈구나!’
다음날 새벽.
라온은 글렌을 찾아가기 전 별관 뒤편의 호 수 위에서 마정검을 펼쳐냈다.
최상승 검술답게 익히면 익힐수록 다른 모 습을 보여주었고, 마음이 편해져서 요즘에는 마정검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캬아앙!
마정검의 마지막 초식을 펼쳐낸 후 뒤를 돌 았는데, 실비아가 쟁반을 든 채 멍하니 서 있 었다.
“어머니?”
“아! 미, 미안.”
그녀는 이제 정신을 차린 듯 본인의 뺨을 가 볍게 두드렸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아니란다.”
실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들고 있 던 쟁반을 내밀었다.
“임무에 나가는 길에 배가 고프면 안 되니, 준비했어.”
그녀는 식기 전에 먹으라면서 아직 김이 올 라오는 토스트를 내밀었다.
다만 실비아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이번 임무 내용을 알기에 걱정스러운 것 같았 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온은 실비아가 준비한 토스트를 받으며 웃었다.
“지금은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안 질 것 같 으니까.”
“…그래.”
실비아는 믿겠다는 듯 언제나와 같은 미소 를 보여주었다.
“조심히 다녀오렴.”
그녀는 언제나처럼 믿겠다고 말하고서 힘없 는 걸음으로 별관으로 돌아갔다.
-엄마의 웃음이 가짜이니라.
라스도 실비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눈매를 찡그렸다.
‘그러게.’
라온이 토스트를 한입 씹었다.
-아니니라! 이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토스 트를 보니, 완전 정상이니라!
라스는 걱정할 것 없다며 팔을 번쩍 들어 올 렸다.
-고급 햄, 고급 치즈! 엄마의 맛이니라!
녀석은 실비아의 맛은 돈의 맛이라며 히죽 거렸다.
“흠….”
반 남은 토스트를 한입에 삼키고서 입맛을 다셨다.
‘임무를 끝낸 후에 물어봐야겠군.’
걱정스럽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라온은 기름이 묻은 손을 털어내고서 출발 을 알리기 위해 가주전으로 향했다.
“대주 라온 지그하르트 이하 광풍대. 가주 님의 명에 따라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 니다.”
알현실 중앙에 선 라온과 광풍대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음!”
글렌은 정돈된 눈빛을 드러낸 광풍대를 굽 어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같이 헌양하군.’
이제 미숙함을 보이는 아이들은 없었다. 하 나 같이 백전노장 같은 기세를 내뿜으니, 험난 한 임무임에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다만 광풍대를 소환한 건 저 모습을 보기 위 해서가 아니었다.
‘라온.’
직계가 된 이후로 첫 임무에 나가는 손자를 간부들 앞에서 격려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 다.
“크홈. 그….”
글렌이 이틀 동안 다듬어둔 조언을 꺼내려 고 할 때 진무전주 발데르가 앞으로 나섰다.
“못 본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구나!”
발데르는 장하다는 듯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너희라면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허 리를 접어버릴 수 있겠지! 다만 흑탑 놈들은 조심해라! 언제나 추잡한 수법을 부리는 놈들 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라온이 첫 번째로 조언을 해준 발데르를 향 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 돌아오면 술 한 잔 하자고!”
발데르는 술잔을 들이키는 제스처를 취하며 껄껄 웃었다.
“크으….”
글렌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저 망할 놈이….’
첫 조언은 자신의 것이 었는데, 저 무식한 아 들놈이 치고 들어와서 다 망쳐버렸다.
‘아니, 괜찮아.’
발데르의 말은 조언이라기보다 덕담에 가까 웠다. 첫 번째로 칠 필요가 없었다.
“후우.”
글렌이 심호흡을 한 후 입술을 떼려고 할 때 중무전주 카룬이 턱을 들어 올렸다.
“분명 너희는 강하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 을 정도지. 허나 그게 방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임무에 나갔다면 상대가 토끼로 보여도 사자를 상대하듯 칼을 휘둘러라. 모든 순간에 전력을 다하도록.”
카룬은 발데르와 달리 정중한 어조로 광풍 대에 필요한 조언을 꺼냈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라온은 카룬과 잠시간 눈을 마주치다가 고 개를 숙였다.
착.
글렌이 손을 들어 본인의 이마를 쳤다. 두 아들 놈이 각자 첫 번째 덕담과 첫 번째 조언 을 해주었다.
미리 준비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사르르 녹아 내렸다.
“다, 다녀 오거라.”
그는 결국 준비한 말을 꺼내지 못한 채 힘없 이 손을 휘저었다.
“에휴….”
상황을 파악한 리메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예. 전원 무사히 복귀하겠습니다.”
라온은 다짐을 하듯 검례를 취하고서 알현 실을 나섰다.
“대단한 놈‘이야. 어떻게 그 꼬맹이들을 마 스터까지 키운 거지?”
발데르는 본인이 마스터에 오른 것보다 광 풍대가 더 빠르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형님은 왜 갑자기 조언이야? 철이 좀 들었나?”
“네 입에서 나올 소리냐?”
카룬은 콧방귀를 뀌고서 등을 돌렸다.
“다 알고 있거든? 버렌을 불러서 따로 가르 쳤다며! 무슨 심경의 변화냐고!”
발데르는 카룬을 놀리듯 그의 옆에 따라 붙 으며 히죽거렸다.
“쓸데없는 소리는 네 머릿속에서나 굴리도 록.”
카룬은 발데르를 밀어버리고, 알현실 중앙 에 섰다.
“가주님. 저는 이만돌아가보겠습니다.”
“아, 저도요! 할 일이 있어서.”
두 사람이 글렌에게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 을 나가려고 할 때 문이 부서질 것처럼 거세게 닫혔다.
“어딜 가느냐.”
글렌의 눈동자가 원수를 보듯이 뻘겋게 타 올랐고, 목소리는 얼음장을 두른 듯 서늘하게 깔렸다.
“너 희 둘은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