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56
제756화
‘저게….’
라온이 마랑군의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인간의 형상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흑탑주라고?’
확실히 저 괴기스러운 안개는 마랑군과 차원이 다른 격을 두르고 있었다. 영혼이 어둠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 목걸이가….’
라온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흑백의 구슬 목걸이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었나?’
흑탑주 정도 되는 인물이 이런 사소한 거래에 신경을 쓸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백귀검주가 가져온 이 목걸이가 생각 이상으로 귀한 아티팩트였던 것 같다.
‘그럼 이게 생명줄이 되어 줄지도 몰라.’
정말 흑탑주가 이 구슬 목걸이를 노리고 왔다면 목숨을 건 거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성무검결과 창라검을 놔두고, 흑백의 안개가 경합하는 구슬 목걸이만을 잡았다.
“라온.”
리메르가 손끝을 떨며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절대 앞으로 나오지 마!”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말하며 탁한 숨을 토해냈다.
“부대주님….”
-흐음….
라온이 죽음을 각오한 듯한 리메르의 등을 보고 있을 때 라스가 짧게 입맛을 다셨다.
-폼잡는 귀때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건 진짜가 아니니라.
‘진짜가 아니라니?’
-네놈에게 기습당한 저 머저리의 마기를 이용해서 분신을 현현 시킨 것뿐이니라.
라스는 진짜가 아니라, 분신일 뿐이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다만 저놈의 마기는….
녀석은 무언가를 느낀 듯 인상을 깊게 찌푸렸다.
‘분신…?’
분신이라고?
라온은 라스의 말을 속으로 되뇌며 인간의 모습을 갖추는 검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기운이 작아.
흑탑주가 지닌 영혼의 격은 이 공간 자체를 찌부러뜨릴 정도로 거대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마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라스의 말대로 마랑군의 마기를 운용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저 마기를 다 소모하면 저 분신도 사라지는 건가?’
마랑군의 마기를 이용해서 흑탑주가 튀어나왔으니, 저 마기가 모두 사라지는 순간 흑탑주의 강림도 풀릴 것 같았다.
-당연하지.
라스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생충도 숙주에서 먹을 게 없어지면 떨어져 나가지 않느냐.
‘그럼 해볼 만해.’
현재 오황오마의 상황, 그리고 데루스와 성검련주에게 들었던 흑탑주의 성격과 움직임을 생각해보니,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답이 도출됐다.
‘침착하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듯 머리와 입을 잘 놀리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라온이 호흡을 안정시킬 때 검은 안개 속에서 섬뜩한 안광이 번쩍였다. 그 눈빛을 마주한 것만으로 전신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라온 지그하르트.”
검은 안개를 휘감은 흑탑주는 리메르가 아니라, 라온을 보며 건조한 음성을 내뱉었다.
“또 네놈이구나.”
그의 목소리는 기이하게도 귀가 아니라, 머리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죽어서도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흑백지주를 내놓아라.”
흑탑주는 라온이 가진 구슬 목걸이를 달라고 말하며 손끝을 움직였다.
“하, 무슨 개소리야.”
리메르가 턱을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우리 목숨줄인데, 주기는 뭘 줘! 라온 절대 넘기지 마!”
그도 목걸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눈썹을 내렸다.
“그럼 너희 둘을 죽이고 가져가면 되겠군.”
흑탑주의 손아귀에서 새까만 마기가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라온이 흑탑주의 살의를 견디며 제천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저건 허세야.’
진짜 흑탑주라면 눈빛만으로 자신과 리메르를 죽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앞에 있는 건 마기로 만들어낸 분신일 뿐이다.
이길 수는 없지만, 질 것 같지도 않았다.
저벅.
라온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라온!”
리메르가 기겁을 하며 어깨를 잡고 길을 막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괜찮습니다.”
라온이 리메르를 향해 평온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음….”
리메르는 라온의 가라앉은 눈빛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길을 비켜주었다.
“흑탑주.”
라온이 흑탑주와 열 걸음 떨어진 장소에서 멈춰 섰다.
“불면 날아갈 솜사탕 같은 놈이 언제까지 허세만 부릴 거야.”
안개를 휘감고 있는 흑탑주를 향해 흑백지주라는 목걸이를 흔들었다.
후우우웅!
흑탑주가 턱을 까딱이자, 그의 손아귀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튀어나와 흑백지주를 휘감았다.
“그럴 줄 알았다.”
라온이 입술을 씹으며 창궁검을 발검술로 운용했다.
칼끝에서 솟구친 푸른 서리가 어둠의 불길을 갈랐다.
쩌어어억!
흑탑주가 일으킨 불길은 결국 흑백지주에 닿지 못한 채 흩어졌다.
‘크으….’
라온이 부러질 것처럼 아려오는 손목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저 정도 마기로 이런 위력이라니….’
괜히 오황오마가 아닌 듯 흑탑주는 자그마한 마기로 자신의 전력을 압도하는 위력의 불길을 만들어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단숨에 잿더미가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버틸 만해.’
놈은 저 마기도 다 쓸 수 없을 테니까.
흑탑주의 목적은 마랑군의 복수가 아니라, 흑백지주를 챙기는 것이다.
저 목걸이를 본체가 있는 곳까지 이동시키기 위해서 힘을 아껴야 할 놈의 심리를 이용해야 했다.
후우우웅!
흑탑주의 몸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더니,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마법이나, 무학을 뛰어넘은 아예 새로운 개념의 힘 같았다.
치리리리링!
라온은 제천검과 진혼검의 날을 기울여서 흑탑주의 공세를 흘려내며 뒤로 물러섰다.
다만 놈의 힘이 너무도 강해서 전망대의 벽을 부수고 밖으로 튕겨 나갔다.
“마지막 기회다.”
흑탑주가 멈춰 선 채로 안개로 이루어진 손가락을 까딱였다.
“흑백지주를 내놓아라.”
“기회는 개뿔.”
라온은 입가에서 흐르는 핏물을 털어내고서 픽 웃었다.
“너 진짜가 아니잖아.”
턱을 들어 올리며 흑백지주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진짜가 아니라니?”
리메르가 무슨 말이냐는 듯 눈매를 좁혔다.
“저게 진짜 흑탑주였다면 저희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마랑군의 마기로 만들어진 흑탑주의 분신입니다.”
라온은 흑탑주의 비밀을 밝히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워낙 괴물이다 보니, 저 정도 마기로도 초월적인 무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피면 기운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어요.”
“아….”
리메르도 흑탑주의 마기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 듯 눈을 부릅떴다.
“눈치가 빠른 놈이로구나.”
흑탑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낮은 숨을 내뱉었다.
“네 말대로 이 육체는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그의 갈라진 목소리에 짜증이 돋아났다.
“손해를 감수한다면 이곳에 본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흑탑주는 지금 당장 본체를 현현 시킬 것처럼 오싹한 눈빛을 드러냈다.
“…….”
라온은 억지로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했다. 격하게 뛰려는 심장을 불의 고리로 내리누르며 라스를 불렀다.
‘저 말이 진짜야?’
-거짓은 아닐 것이니라.
라스가 흑탑주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분신과 본체의 위치를 바꾸거나, 본체를 바로 강림시키는 건 마족에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저놈 말대로 마기의 증발을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라.
녀석은 흑탑주를 마족처럼 여기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빨리 말했어야지!’
-헹! 본왕이 왜 그래야 하느냐!
라스는 재밌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히죽였다.
-빨리 본왕을 강림시키거라! 저런 분신 따위는 당장에 얼려줄 테니까.
녀석은 오랜만에 직접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며 손을 휘저었다.
‘젠장….’
마왕강림을 꺼냈다가는 초월이 한참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은 자신의 손에서 해결해야 했다.
‘일단 본체를 가져오는 걸 막아야 하는데….’
진짜 흑탑주가 강림한다면 자신만 죽는 게 아니라, 광풍대. 아니, 이 홀람에 있는 모든 인간이 죽을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라온이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라스와 흑탑주의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손해?’
둘 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놈이 정말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곳에 올까?’
성검련주는 흑탑주가 강해지기 위해서 아티팩트를 쓸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흑백지주로 인한 이득이 크다면 놈은 손해를 받아들이고 강림할 것이다.
‘다만….’
아티팩트를 얻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입는다면 오지 않을 거야.
현재 오마는 글렌에게 큰 피해를 입고, 오황의 존재를 피해서 숨어버린 상태다. 저 부분을 이용해야 했다.
‘라스.’
-왜 부르느냐.
‘저놈 지금은 본체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맞지? 기감도 줄어들었을 테고.’
-말했지 않느냐. 지닌 마기 수준밖에 쓸 수 없다고.
라스는 몇 번 말하냐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그럼 길은 있어.’
라온이 불의 고리를 극성으로 공명시켰다.
연무장에서 수련할 때처럼 마음을 안정시킨 후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해봐.”
얼마든지 해보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내가 못 할 것 같은가.”
흑탑주의 흐릿한 동공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의 기운이 급격하게 증폭되며 투기장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정말 할 거야?”
라온은 여전히 여유로움을 두른 표정으로 턱을 까딱였다.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누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흑탑주가 비웃음을 흘렸다.
“네놈을 죽이고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으니까.”
“영혼이 베인다면?”
라온이 역으로 흑탑주를 비웃으며 손을 내렸다.
“뭐?”
“이번 임무는 내가 지그하르트의 직계가 된 후 처음으로 맡은 일이다. 직계로서의 자세와 무력, 전략을 시험하는 자리지.”
혀를 씹어서 흑탑주의 거센 기파를 버티며 고개를 까딱였다.
-네, 네놈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라스가 불안함을 느낀 듯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시험에는 시험관이 있는 법이지.”
라온은 흔들리기 시작한 흑탑주의 눈동자를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그럼 내 뒤에 누가 있을까?”
라온이 그 말을 하며 하늘을 가리켰다.
“설마….”
흑탑주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기세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글렌 지그하르트인가!”
“…….”
라온은 대답 없이 연한 웃음을 그렸다.
“내가 신호 하나만 보내면 심검이 날아와서 네놈의 영혼을 가를 것이다.”
남북맹과의 전쟁에 온 이들이나 우리엘이라면 글렌이 심검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겠지만, 흑탑주는 그곳에 없었기에 더 쉽게 먹혀든 것 같았다.
-아, 아니야!
라스가 동그란 손을 붕붕 저었다.
-요 얌생이 천족 놈이 또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이라! 뒤고, 위고 아무것도 없느니라!
녀석이 절대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당연히 흑탑주는 듣지 못했다.
“네, 네놈… 음?”
주변을 빠르게 살피던 흑탑주의 눈동자가 리메르의 앞에서 멈춰 섰다.
“거짓이었군. 저 엘프 놈은 아예 모르는 것 같은데?”
흑탑주는 리메르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이 얌생이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놈이 나왔구나!
라스가 헤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때기 놈이 도움이 되는 일이 다 있다니!
녀석은 칭찬을 해주겠다며 리메르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서 괜한 말을 할 필요는 없어.’
말이 많아지면 빈틈이 나오고, 의심이 강해진다. 지금은 더 강하게 나갈 때였다.
“그니까 못 믿겠으면 본체 불러오라니까?”
라온이 흑탑주를 보며 눈썹을 내렸다.
“네 강림이 빠를지, 가주님의 검이 빠를지 따져보자고.”
불안함이 차오른 뇌리와 반대로 담담한 안색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흑탑주는 차를 마시는 듯 여유로운 라온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이놈은 뭐지.’
라온 지그하르트의 표정에는 자그마한 그늘도 없었고, 심장이 빠르게 뛰지도 않았다. 허세가 아니라, 정말 사실인 것 같았다.
특히 저놈은 리메르와 달리 자신의 현현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를 보였기에 더더욱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대륙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라온 지그하르트가 저 정도로 거짓말을 잘할 것 같지 않았다.
“분신에 맞아도 충격이 클 텐데, 본체의 영혼이 찢기면 어떻게 될까?”
라온은 서로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보자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음….”
흑탑주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지금 당해서는 안 돼.’
글렌의 심검에 당한다면 아티팩트를 모으며 쌓아 올린 영혼의 격과 마기가 모두 허사가 된다.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는 몸을 사려야 했다.
“라온 지그하르트. 너는 내가 반드시 죽여주마.”
흑탑주가 라온의 얼굴을 뇌리에 새겨놓을 듯 차디찬 눈동자를 번득였다. 그가 이대로 사라지려는 듯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갖췄다.
-으아아아악!
라스가 본인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이 멍청아! 다 왔는데, 왜 돌아가는 것이냐! 지금 팰 수 있다고!
녀석은 머리에 돌이 가득 찬 놈뿐이라며 악을 질렀다.
“어딜 가려고?”
“뭐?”
안개 속에서 녹아내리던 흑탑주가 눈매를 찌푸렸다.
“무슨 뜻이냐.”
“내가 왜 가주님이 계신다고 말했을 것 같아?”
라온이 흑탑주를 보며 제천검을 휘돌렸다.
“가만히 있으면 네가 얻어터지고 쫓겨나는 꼴을 봤을 텐데, 왜 말해줬을 것 같냐고.”
“…….”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도망칠 길을 열어줬으면 뭐 하나는 줘야지?”
그 말을 하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
라스가 라온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네, 네놈 지금 삥까지 뜯는 것이냐?
녀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턱을 부르르 떨었다.
“뭐든 내놔봐. 안 그러면….”
라온이 신호를 보낼 것처럼 제천검으로 하늘을 겨눴다.
“가주님이 내려오실 테니까.”
“크윽.”
흑탑주의 눈동자가 뜀뛰기를 하듯이 하늘과 땅을 왕래했다.
“이 건방진….”
“불러?”
“끄으윽….”
“부른다?”
“자, 잠깐!”
“똑딱똑딱.”
라온이 이빨을 튕기자, 제천검의 검극에 붉은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야, 얄밉다!
라스가 두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뺨을 뜯고 싶을 정도로 얄밉느니라!
“빌어먹을 놈!”
흑탑주도 라스와 같은 생각인 듯 혀를 깨물다가 안개 속에서 검은 책자 하나를 던졌다. 흑뢰검이라는 이름의 검술서였다.
-저, 저 호구 새끼!”
라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흑탑주를 향해 호구라고 외쳤다.
“다시 말하마.”
흑탑주가 안개 속에서 새하얀 얼굴을 드러낸 채 이를 갈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네놈도, 글렌 지그하르트도 모두 내 손으로 죽여주마!”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서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마랑군의 시체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어후….”
라온이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라온.”
리메르가 어벙한 눈으로 라온을 불렀다.
“저, 정말 가주님이 오신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요?”
라온이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글렌은 호랑이 잡는 법을 알려준 후 호랑이 굴에 밀어 넣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와서 보호해줄 리가 없었다.
“그럼 다 허세였다고?”
“그렇죠.”
“너 진짜 미친놈이야?”
리메르는 본인도 속았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직업을 잘못 찾은 거 아니냐며 헛웃음을 흘렸다.
-전부 다 저 호구 놈 때문이니라!
라스가 동그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본왕보다 더한 호구는 처음….
녀석이 멍청하다고 말하려고 할 때 눈앞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위대한 업적을 이뤄내셨습니다.] [모든 능력치….] [특성….]-으어어억!
‘미안한데….’
라온은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라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너보다 더한 호구는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