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58
제758화
“대련?”
카룬이 라온을 보며 눈매를 깊게 찌푸렸다.
“왜 내게 대련을 신청하는 거지?”
그는 무조건 거절할 생각은 아닌 듯 먼저 이유를 물었다.
“지금 제 무력이 초월자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라온은 거대한 호수처럼 흔들림이 없는 카룬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허리를 곧게 폈다.
“임무에서는 제 실력을 다 드러내지 못했으니까요.”
마랑군은 도망칠까 봐 기습했기에 실력을 다 보지 못했고, 투귀와 백귀검주는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오른 무력이 아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베어버릴 수 있었다.
적의 검술을 통해서 안계를 넓혔고, 결투 경험은 쌓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모두 꺼내지 않았기에 불완전 연소를 한 기분이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지그하르트에 복귀하기 전부터 카룬에게 대련을 신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카룬이라면 충분하고도 남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아 올린 감이 카룬에게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에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앞으로 초월자와 부딪칠 일이 많을 테니까.’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해.
오마의 수장급은 움직이기 힘들지만, 아랫급 초월자들과는 만날 가능성이 높다.
미리 부딪쳐서 자신의 실력을 파악해둔다면 훗날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으으음.”
카룬은 대련에 대한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다물었고, 글렌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탁한 신음을 흘렸다.
“조카!”
발데르가 라온을 부르며 크게 발을 굴렀다.
“나는 하루종일도 싸워줄 수 있다. 지금 덤벼도 좋아!”
그는 알현실에서 싸워보자는 듯 두 손을 팔딱였다.
“…다음에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온은 멍한 눈으로 발데르를 바라보다가 거절의 미소를 그렸다.
‘발데르도 나쁘지 않지만, 카룬이 먼저야.’
발데르 역시 초고수였기에 맞붙는다면 전력을 다해야 하겠지만,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자신에게 패배를 알려줄 수 있는 초월자 카룬과 붙어서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었다.
“조카도 취향이 까다롭구만.”
발데르가 짧게 혀를 차고서 카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냥 좀 해주쇼.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라온과 대련을 해주라고 말하며 어깨를 까딱였다.
“아버지….”
버렌도 부탁한다는 듯 카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라온 지그하르트.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카룬이 생각을 마친 듯 천천히 말문을 텄다.
“나는 네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버렌을 바라보다가 라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빚이라니, 그게 무슨….”
라온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속으로 복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빚을 졌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내가 계획했던 악행이 들키고, 영구적인 징계를 받았을 때 의무실의 천장을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카룬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먼저 꺼내며 지그시 눈을 내리감았다.
“가주를 향하는 계단이 무너졌다고 여겼다. 처음에는 너를 저주했고, 아버지를 원망했고, 수하들에게 분노했다.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다고 절규하며 스스로를 괴롭혔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원인은 나였고, 모든 결과는 내가 만들었다는 것을. 그제야 보이더구나.”
그가 가볍게 쥔 주먹으로 본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잃은 건 그저 사소한 것일 뿐이고, 진정한 보물은 아직 내 영혼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물이라면….”
“지그하르트다.”
카룬이 담담하게 시선을 들어 글렌과 그의 옥좌를 바라보았다.
“추하게 쌓아 올린 거죽을 벗으니,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지그하르트가 보였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추한 길을 걸었는지도 알게 됐지. 아마 그대로 가주가 되었다면 나는 죽어서도 후회했을 것이다.”
그가 다시 라온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네가 나를 멈춰준 덕분이다.”
카룬의 예리한 시선에 자그마한 온기가 돋아났다.
“고맙다.”
“음….”
라온은 카룬의 고요한 눈빛을 마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정도로 변했던 건가.’
카룬이 초월에 오른 건 그가 본래부터 그랜드 마스터의 극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카룬은 무력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아무래도 그의 한계는 단순한 초월이 아닌 것 같았다.
“주, 중무전주님?”
“전주님께서 저런 말씀을….”
“저, 정말 형님이 맞소? 도플갱어 아니야?”
직계들과 발데르도 카룬의 말에 경악한 듯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
버렌의 눈빛이 반짝이는 열의로 타올랐다. 카룬을 존경하던 훈련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번에 그 빚을 갚도록 하마.”
카룬이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글렌을 올려보았다.
“광풍대주의 대련 신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는 허가해달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
글렌은 말없이 본인의 아들과 손자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는 스스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카룬은 글렌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서 등을 돌렸다.
“바로 가도 되겠지?”
그는 턱을 까딱이고서 먼저 알현실을 나섰다.
“물론입니다.”
라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알현실을 나섰다.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힘든 대련이 될 것 같았다.
“주, 중무전주님!”
“대주님!”
“라온!”
“우리도 봐도 되지?”
간부들과 광풍대도 그들의 뒤를 따라서 알현실을 떠났다.
“괜찮을까요?”
리메르가 카룬의 변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
글렌이 단상을 내려오며 눈꺼풀을 내렸다. 그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카룬의 눈빛을 떠올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
라온은 가주의 연무장에서 카룬과 마주 선 채로 낮은 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루어질 줄은 몰랐는데.’
카룬이 대련을 해줄 이유가 없기에 실제로 싸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본인의 심경을 솔직히 말하고 빚을 갚겠다고 하니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조카, 너무 긴장하지 마!”
발데르가 크게 손을 휘둘렀다.
“설마 죽이겠냐고!”
그는 가족을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
버렌도 카룬을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본왕이 보기에는 저 눈깔이 대장이 너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으니라.
반면 라스는 카룬이 자신을 합법적으로 죽이려는 거라며 헤헤 웃었다.
‘모르겠군.’
라온이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과 달리 카룬의 심리가 아예 읽히지 않았다.
“시작하라.”
글렌이 대련의 시작을 알리며 팔짱을 꼈다. 대련이 어떻게 진행되든 나서지 않겠다는 것 같았다.
“라온 지그하르트.”
카룬이 검을 뽑으며 베일 듯 예리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네가 원하는 건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 초월에 오를 실마리겠지.”
“그렇습니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련은 일합이면 충분하겠구나.”
카룬이 한 걸음 다가오며 검을 아래로 기울였다.
“일합?”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검술 경지와 내 검술 경지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카룬은 라온의 검술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와 싸운다면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그럴 겁니다.”
라온의 눈빛은 패배를 말하는 것과 달리 조금도 죽지 않았다.
“그 이유를 보여주마.”
카룬은 일검이면 충분하다는 듯 검을 상단으로 들어 올렸다.
기본적인 내려베기의 자세지만, 그에게서 세계를 쪼개버릴 듯한 웅대한 기파가 흐르기 시작했다.
“크으윽….”
“뭐, 뭐야. 이건….”
“숨을 쉬기가 어려워….”
간부들이 카룬에게서 물러서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누, 눈을 뜨기가 힘들어요.”
“허리를 펼 수가 없어….”
“억지로라도 봐! 이거 놓치면 평생 후회하니까!”
광풍대는 간부들보다 더 힘들어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끝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라온 지그하르트. 네 모든 것을 보여라.”
카룬은 일검에 지닌 무력을 모조리 담아내라며 턱을 끄덕였다. 전부 받아주겠다는 뜻 같았다.
“알겠습니다.”
라온이 차분히 숨을 내쉬며 제천검을 뽑았다. 검극으로 하늘을 겨누며 심상의 세계를 개방했다.
검계현신 개벽.
심상을 가득 채운 검들이 제천검의 검신에 강림하며 장대한 의념을 풀어냈다.
콰아아아아아!
뇌리 속에 싹을 틔운 검술들은 얇은 칼날 위에 가지각색의 꽃을 피웠다.
수많은 검술의 묘리가 하나로 화하며 황금빛 불길을 일으켰다.
쿠구구구구!
카룬은 라온의 검격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검을 내렸다.
“검계현신 제왕.”
그의 검에 깃든 패악적인 기운이 하늘과 땅을 바스러뜨리기 시작했다. 전율적인 패기와 스스로에 대한 압도적인 자부심. 정말 제왕의 자리에 오른 듯한 고귀하면서도 우아한 지배자의 격이 느껴졌다.
‘이게….’
라온이 턱을 부르르 떨었다.
‘초월인가.’
그랜드 마스터와는 격 자체가 다른 의념이 느껴진다. 무인의 완성도에서 극명한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무조건 밀리지만….’
그래도 가야 해!
손과 발을 놓아주지 않는 듯한 카룬의 무지막지한 압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개벽을 내리쳤다.
쩌어어어억!
하지만 카룬의 검은 흔들리지 않았다. 뒤에 거대한 기둥을 세운 듯 자그마한 떨림도 없이 개벽을 짓눌러버렸다.
쿠와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지며 연무장 전체가 폭삭 가라앉았다. 너무도 큰 힘의 충돌에 사방에서 갈색 용오름이 떠올랐다.
쿠구구구구!
글렌이 손을 젓자, 간부와 광풍대를 덮치려고 한 오러의 용오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라앉고 연무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오오오.
라온은 제천검을 땅에 박은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카룬은 라온의 이마에 검을 겨눈 채 멈춰 있었다.
뚜욱.
라온의 이마에서 핏방울 하나가 흐르더니, 난장판이 된 연무장 바닥에 떨어졌다.
“보았느냐.”
카룬이 라온을 굽어본 채로 검을 뒤로 물렸다.
“보았습니다.”
라온은 카룬의 고요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탁한 숨을 내뱉었다.
“그럼 됐다.”
카룬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뒤를 돌았다. 할 일을 다 했으니 가겠다는 것 같았다.
‘뭐지…?’
느낌이기는 하지만 카룬은 예전에 만났던 흑탑의 초월자 창염마군보다 강한 것 같았다.
검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는 본인의 깨달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검계까지 운용해 주었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무전주님.”
라온이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켰다.
“뭐냐.”
“왜 이렇게까지 해주신 겁니까?”
“빚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전에 저와 가주 자리를 놓고 싸울 거라고 확신하시지 않았습니까. 왜 적이 될 수도 있는 제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지금은 가주의 자리에 관심이 없지만,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그하르트이지 않느냐.”
카룬은 그거면 됐다는 듯 턱을 까딱이고서 연무장을 떠났다.
“…….”
라온은 눈을 부릅뜬 채로 카룬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줄 몰랐기에 아무런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허어….
라스도 놀란 듯 헛바람을 흘렸다.
-눈깔이처럼 어린 녀석이 변하는 건 자주 보았지만, 나이를 먹은 인간이 저렇게 달라지는 건 본왕도 처음 보는구나.
녀석은 인간은 참으로 신기하다며 턱을 매만졌다.
‘마찬가지야.’
자신 역시 저런 나이와 무력, 지위를 가진 사람이 극명한 변화를 보여주는 건 처음 보았다. 아직도 놀라움이 가시질 않았다.
“아버지!”
버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타는 눈으로 카룬의 뒤를 따라갔다.
직계 간부들도 감격한 듯 뛰어서 연무장을 나섰다.
“카룬이 저렇게 변할 줄은 몰랐네요.”
리메르가 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웃었다.
“덕분에 손주와의 수련 시간은 물 건너가셨지만.”
“헛소리는.”
글렌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라온과의 시간이 사라졌음에도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을 그렸다.
“집 나갔던 아들이 철이 들어서 돌아온 느낌이군.”
***
라온은 별관으로 돌아가며 카룬의 검을 되새겼다.
‘강하면서도 고귀했어.’
카룬의 검에는 버렌이 버리지 못했던 귀족적인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실전에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초월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힘으로 화한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래도 초월은 그 아래의 경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의 변화와도 관계있겠지.’
전에 보았던 카룬의 검은 그저 강하기만 했는데, 스스로에 대한 잘못을 깨우치며 본래의 우아함과 고귀함이 검에 깃든 게 확실해 보였다.
‘나도 그런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건가.’
카룬의 깨달음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걸 찾는 게 우선이었다.
-우선은 초월이 아니라, 밥이니라!
라스가 어서 밥을 먹자고 말하며 손을 붕붕 휘둘렀다.
‘그래. 그건 맞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급하게 움직여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임무를 끝내고 왔으니, 일단은 휴식을 취할 때였다.
“음…?”
라온이 정원을 지나서 별관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호수 뒤편에 지금까지 없었던 큼지막한 무언가가 보였다.
“저기에 바위가 있었던… 헉!”
바위라고 생각했던 물체가 벌떡 일어나더니 길게 기지개를 폈다. 곰. 그것도 거대한 불곰이었다.
뒤에 산이 있으니, 곰 같은 동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곰! 맛 좋은 곰이니라!
라스는 새로운 메뉴라며 꼬리를 살랑였다.
크릉.
곰은 별관의 빛을 본 듯 호수를 지나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곰을 막기 위해서 보법을 밟았다. 하지만 곰은 처음부터 별관을 노리지 않았다는 듯 방향을 바꿔서 자신에게 뛰어들었다.
“어…?”
“라온!”
놀라서 눈을 끔벅이는데, 곰의 입이 벌어지며 사람의 말이 튀어나왔다.
“헉!”
-끄헉!
라온과 라스는 말하는 곰을 보자마자,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